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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숙제 하나를 해결하다__아이의 ‘백 투 스쿨’ 학용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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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학교 등록을 마치고, 어느정도 현지 적응을 하고 나니 이제 아이의 개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것 역시 처음인지라 아이와 함께 저도 덩달아 긴장되더라고요. 특히 미국 학부모에게는 학교에서 지정한 학용품을 준비해야 하는 큰 과제가 있습니다. 특히 8월이 되기도 전부터 대형 마트와 staples와 같은 문구류 판매점에선 아이들의 back to school 시즌을 겨냥해 대대적인 할인 광고에 나서다보니 개학 한참 전부터 부모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신학기 용품 광고 / 대형마트 ‘target’ 홈페이지 캡쳐
신학기 용품 광고 /대형마트 ‘target’ 홈페이지 캡쳐

각 초등학교에선 미리 학년별 student supply 목록을 공개합니다. 부모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것이죠. 한국에서처럼 학교가 지급해주면 좋을텐데…살짝 수고스럽기는 합니다. 동료 학부모들로부터 학용품 준비가 까다롭더라는 소리는 익히 들었습니다. 자잘한 학용품의 개수는 물론 브랜드까지 지정을 하다보니 이 마트, 저 마트를 돌며 쇼핑을 마치느라 수 일이 걸리기도 했다는. 그래서 개별적으로 준비하는 것 대비 좀 더 비쌀지라도 학교에서 준비한 학용품 패키지를 일괄 구매하는 걸 선택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만, 저의 아이가 배정받은 학교에선 학부모회(PTA)가 그런 옵션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이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2025-2026 학기 각 학년별 학용품 목록. 부모들이 직접 준비해 개학 때 가방에 넣어 보내야 한다.
이 시즌에 마트를 가면 학용품 목록을 들고 폭풍 쇼핑 중인 미국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학용품 브랜드는 지정하지 않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각자 취향껏 준비하는 품목들이기 때문에 각자 자기가 사온 것을 쓴다는 점 역시 장점일 수 있어 보입니다. 브랜드를 통일해 준비하게 시키는 학교에서는 그렇게 모인 학급 학용품을 공동으로 쓰기도 한다고 들었거든요. 단점은 아이들끼리 편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학교에 문의해서 평균 수준은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구하는 학용품 목록을 보면 아이가 향후 1년간 어떤 것을 배우게 될 지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된 줄이 그어진 composition note book은 아마도 라이팅 연습용이겠죠? 이것도 초등 저학년을 위한 칸 넓은 노트(primary)와 초등 고학년이 쓰는 더 얇은 줄의 노트(wide ruler)로 나뉩니다. 아이 학년도 중요하지만 평소 아이가 쓰는 글씨의 크기를 고려해서 고르시면 될 거 같아요.
여러 마트의 가격을 사전조사해본 결과, 이런 자잘한 공산품은 target(타겟)이 할인률이 높았습니다. 고학년이라면 staples가 더 선택지가 넓습니다. 일단, 큰 마음 먹고 학용품 구입 데이(day)를 정한 뒤 마트로 출동했습니다. 개학 시즌답게 매장 입구에서부터 매대를 만들어놓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school supply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주로 많이 찾는 물품들을 몰아 놓기 때문에 원스톱 쇼핑이 가능합니다. 몇몇 품목은 크게 세일도 합니다.

세일 중인 품목들이 많이 보인다.

학용품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게 연필과 지우개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평소 쓰는 연필을 제법 많이 챙겨왔었는데요, 이 학교에서는 연필심 진하기를 지정해놓고 있어서 그냥 마트에서 구입했습니다. 여기서 연필 구매 팁이라 한다면 깎아 놓은(sharpned) 연필을 사는 것입니다.
미술도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모든 물품마다 무독성(non-toxic)을 강조하고 있어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마트에 가면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 크레욜라(crayola) 제품이 쫙 깔려있습니다. 이때부터 선택의 연속입니다. 목록에는 1 box라고만 돼 있어서 도대체 몇가지 색상이 들어있는 세트를 보내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떤 품목은 ‘5개가 들어있는 것을 추천한다’고 표기가 되어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정말 고민이 됐습니다. 학교 측에 문의했더니 아이 수준에 맞춰서 보내라고 하더군요. 미묘한 색의 차이를 구별해서 쓰는 아이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컬러 수도 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경험상 저는 이런 학용품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걸 추천드려요. 온라인상 사진만 봐서는 마커, 색연필의 굵기가 잘 감이 안 왔거든요. 직접 보고, 손이 작은 우리 아이가 어떤 걸 썼을 때 가장 착용감이 좋을 것인지 생각하며 고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책가방과 도시락, 물통도 이 때 구입하시는 게 쌉니다. 가방의 경우 대부분 40% 정도 할인해주더라고요. 저는 한국에서 아이 책가방을 사서 왔는데, 여기 와서 보니 좀더 큰 걸 살 걸 후회가 됐습니다. 지나다니면서 보니 어린 학생들일지라도 서류용 바인더나 파일이 들어갈 정도의 큰 백팩을 매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한국의 백팩은 작은 느낌이어서 새로 구입했습니다. 도시락과 물통도 현지 아이들이 많이 쓰는 유행템들이 있습니다. 물통은 캠핑용품 브랜드인 YETI에서 나오는 빨대 있는 보냉형, 도시락은 bentgo라는 곳의 제품을 주로 쓰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물품들은 미국 와서 그때그때 사시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유행템이 다른 경우가 많기도 하거니와, 이런 대대적인 신학기 시즌에 구입하면 가격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특히 개학 전엔 주(state)에서 택스프리 위크 이벤트도 열어서 날짜만 잘 맞추면 세율(6%) 만큼 돈을 더 세이브할 수도 있다는 점!

아이와 함께 하나하나 학용품을 준비하며 새학기를 기다리는 일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쓸 물건들을 직접 고르며 신학기에 대한 설렘을 키우고, 부모인 저는 그걸 같이 준비하며 아이의 학기 모습을 대략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었거든요. 자녀들의 새학기 준비,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