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D.C.나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상 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데요. 조지아주에서 운전하며 몸소 겪고 당황스러웠던 점들, 모르면 민폐일 수 있는 상황들을 몇 가지를 적어 봤습니다. 주마다 세부적인 도로교통규정은 다를 수 있으나 큰 틀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미리 알아두시면 미국 생활에 훨씬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 한국과 가장 달랐던 세 가지
1. 좌회전 시 YIELD 사인

아마도 미국에 오자마자 운전하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릴 당황스러운 상황은 좌회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좌회전 녹색 화살표 점등 시 좌회전을 하면 되지만, 미국에서는 사진과 같이 “Left Trun YIELD on Flashing Yellow Arrow”라는 표시가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YIELD’는 양보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황색 화살표가 깜빡거릴 때 좌회전을 하라는 건지, 좌회전 하지 말고 다른 차들에게 양보하라는 건지 한참 생각하다 뒤차가 경적을 울렸던 첫 운전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결론적으로 YEILD 표시는 한국의 ‘비보호 좌회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황색 화살표가 깜빡거릴 때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에게 양보하면서 조심히 좌회전하시오’라는 뜻입니다. 비보호인 만큼 어디까지나 다른 차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때 다른 차들 눈치를 보지 않고 너무 빨리 좌회전하면 경찰 단속에 걸릴 수 있습니다(실제 한국인 지인의 사례).


물론 좌회전 녹색 화살표가 점등되면 편하게 좌회전 하면 되고, 적색 화살표 점등 시에는 정지하면 됩니다. 이때 적색 화살표 점등 전 황색 화살표가 잠깐 점등되는데(이때는 상기 비보호 좌회전과 달리 깜빡거리지 않음 주의), 이 신호가 짧아서 바로 적색 화살표로 전환되므로 황색 화살표 점등 시에는 멈추는 게 안전합니다.
참고로 우회전은 한국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별도의 우회전 신호등이 없으므로 다른 차들과 횡단보도 사람에 유의해서 천천히 우회전 하면 됩니다.
2. Stop 사인
미국에서 좌회전 비보호만큼이나 중요하지만 한국인들은 지나치기 쉬운 것이 바로 Stop 사인입니다. 미국에서는 교차로에서 신호등 대신 사진과 같이 도로 우측에 Stop 사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인이 보이면 다른 차가 없더라도 반드시 3초 정도 멈춰야 합니다(위반 시 경찰 단속).

한국이라면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서로 눈치 봐가면서 교차로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Stop 사인이 있는 교차로에서 모든 차들이 반드시 잠시 정차해야 하며, 정차 후 교차로를 통과하는 순서 역시 먼저 정차했던 차량부터 통과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상당한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경찰이 근처에 있다면 단속될 거고요. 교차로에서 모든 차량들이 Stop 사인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 개인적으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3. 중앙선 활용
한국과 크게 다른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중앙선입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큰 도로에서는 대부분 중앙선이 사진과 같이 두 겹으로 되어 있고, 그 사이에 차량이 진입할 수 있을 만큼 간격이 넓습니다. 중앙선이라기보다는 ‘중앙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두 겹의 중앙공간은 반대편 차선과의 경계 역할도 하지만, 유턴 혹은 좌회전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의 역할도 합니다. 좌회전해서 반대편 골목으로 진입할 때나 유턴할 때 우선 이 중앙선 공간에 차를 진입시킨 뒤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이 없을 때 조심해서 좌회전 혹은 유턴을 합니다. 목적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인 만큼 중앙선 공간을 활용하여 계속 직진하면 절대 안 됩니다(반대편 차선에서 이 공간으로 진입하는 차량과 충돌할 수 있음).
경찰 단속 관련
1. 단속 상황
미국 경찰관이 단속하는 상황은 과속, 신호위반, 일명 꼬리물기,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 차량번호 조회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경찰관들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가 좀 있었는데요.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국의 특성상 좀 더 조심스러운 태도와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다행히 아직 경찰이 불러세운(“Pull over”라고 하면 갓길에 차를 대야 합니다) 적은 없지만, 이곳에 사는 한인들과 현지 미국인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경찰 단속 시 요령을 정리해 봤습니다.
미국에서는 속도 제한이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차량들이 해당 속력에 10마일 정도 더 빠르게 달리며,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 정도 속력 초과는 단속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과 달리 특징적인 점은 학교 주변 등을 제외하고는 단속 카메라가 별로 없고, 그 대신 도로 주변 수풀 등에 경찰 차량이 숨어있습니다. 숨어있다가 단속 대상 차량을 발견하면 사이렌을 켜고 해당 차량을 따라갑니다. 경찰 차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Waze 앱이나 구글맵을 참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주로 구글맵만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을 못 느꼈습니다.
2. 단속 시 대처법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올 경우, 그 즉시 도로 가에 차량을 멈추어야 합니다. 정차할 공간을 찾기 위해 계속 주행하면 도주로 간주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정차 후에는 절대로 차에서 내리면 안 됩니다. 내릴 경우 경찰관을 향한 위협 행동으로 인식돼 경찰관의 총기와 마주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정차 후 창문을 내리지 말고 운전대에 양손이 보이게끔(무기가 없다는 표시) 올려둔 채 가만히 경찰관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경찰관이 차 뒤에서 차량 번호를 조회하는 등 시간이 좀 걸리므로 대기 시간이 몇 분 있습니다.
경찰관이 다가와 창문을 내리라고 하면 창문을 내리고 ‘Officer,’ ‘Sir’ 과 같은 존칭을 붙이며 예의 바르게 대답을 합니다. 면허증을 달라고 하면 반드시 ‘면허증이 안주머니 지갑에 있는데 꺼내도 되겠습니까?’와 같이 앞으로 내가 취할 행동에 대해 예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면허증을 찾기 위해 바로 주머니를 뒤적이거나 차량을 뒤진다면 무기를 찾기 위한(!) 행동으로 오해받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어떤 사항을 위반했는지, 벌금 납부는 어디로 전화해서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안전 운행하라고 하며 보내줍니다.
경찰관이 도로변에서 다른 차량을 단속하고 있는 현장을 지나칠 때에도 한 차선 옆으로 차선 변경해 천천히 지나쳐야 합니다(실제로 모든 차량이 이렇게 해서 처음엔 신기했어요). 차선이 하나 뿐인 경우에는 감속하여 지나가면 됩니다. 만약 이 때 단속 현장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칠 경우 이것 역시 경찰관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따라온다고 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 그 밖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1. 주유소
미국은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만큼 주유소는 사막 같은 오지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24시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유소 화장실은 대부분 대중에게 개방(대도시에선 그렇지 않은 주유소도 간혹 있었음)하므로 화장실이 급할 경우 주유소를 활용하면 되고 화장실 이용을 위해 굳이 주유하거나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주유할 때 사진과 같은 숫자가 보이는데 이 숫자는 옥탄가를 의미합니다. 93은 고급 차량용 프리미엄오일을 의미하고 일반 차량들은 대부분 87을 선택한 후 주유하면 됩니다(간혹 89버튼까지 포함하여 총 3개의 버튼이 있는 주유소도 있음).

한국과 다른 점은 연료를 가득 채울 때 별도의 Full 버튼을 포함하여 주유량 선택 버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본인이 원하는 만큼 주유하고 주유기 노즐을 빼면 되고 탱크에 연료가 가득차면 ‘탁’ 소리와 함께 주유기 센서가 자동으로 주유를 멈춥니다(로드트립을 갈 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연료를 가득 채우는데 Full 버튼이 없어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음).
2. 스쿨버스 관련 유의사항


미국 운전 시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 중 하나가 바로 스쿨버스일 겁니다. 미국 도로에서는 스쿨버스 근처를 지나는 모든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고 돌발상황에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학생들의 승하차를 위해 스쿨버스가 정차할 경우에는 사진 속 버스 옆 붉은 STOP 사인이 옆으로 펼쳐지며 정차를 하는데, 스쿨버스가 멈추면 절대로 스쿨버스를 앞질러 가면 안 되고(추월 시 벌금 및 과태료) 무조건 스쿨버스를 따라서 정차해야 합니다. 도로 한 가운데든, 신호등이 있든 없든, 갓길이든 상관없습니다. 스쿨버스가 정차했다면 무조건 따라서 정차해야 합니다. 게다가 반대편 차선의 차량들도 마찬가지로 정차해야 합니다. 등하교 시간 도로 한 가운데에서 스쿨버스를 중심으로 양방향 차선의 모든 차가 줄지어 멈춰 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꽤 생소한 풍경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비상등 사용
미국인들 운전 습관은 꽤 양호한 편입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경적 소리를 들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경적에 조심스러운 것은 아마도 (상대방의) 총기 소지의 가능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 서로의 운행을 방해하지 않으려 본인 차량의 동선에 신경을 쓰고, 미안하거나 고마운 상황에서는 상대 차량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줍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비상등의 사용입니다. 한국과 달리 비상등은 차량 고장 등 비상 상황에서만 사용합니다. 고마움 또는 미안함을 표하기 위해 비상등을 켜면 다른 차들은 긴장하게 됩니다. 그냥 가벼운 손인사 정도면 충분합니다.
4. 유료고속도로
미국 고속도로는 다른 차량들보다 빨리 갈 수 있는 유료차선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경우에는 ‘피치패스(Peach Pass)’ 앱을 통해 피치패스를 구매해서 사진과 같이 차량 앞 유리에 부착하면 유료 차선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각 주마다 별칭이 있는데 조지아를 복숭아 주, Peach State 라고 부른 답니다)

피치패스 앱에 일정 금액을 충전해두면 유료도로 진입 후 며칠이 지나 사용금액이 빠져나가고 앱을 통해 금액을 재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마다 패스가 다른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정 주들간에는 서로 호환되는 패스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 워싱턴 등 동부의 경우에는 ‘이지패스(EZ Pass)’를 사용하고 조지아주의 피치패스가 동부의 이지패스와 호환이 됩니다. 따라서 동부 로드트립할 때에는 피치패스가 있으면 이지패스 유료도로로 진입해도 됩니다.
5. 견인의 추억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리지만 한국인들이라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기에, 미국에서 견인 당한 경험도 공유합니다. 대도시를 제외하면 미국은 주차 공간이 넉넉한 편이지만 간혹 간이 쇼핑몰 같은 곳은 주차 공간이 협소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 있는 쇼핑몰에서 견인을 당했는데요.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주차장을 몇 바퀴 돌다가 결국 찾지 못해 사진 속 검은 차량 뒤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다른 차량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한 것이었는데, 1시간 정도 밥을 먹고 나오니 제 차가 없어져 있었습니다. 외투까지 차에 두고 내렸는데 찬 바람 쌩쌩 부는 12월에 아이 껴안고 주차장에서 멘붕이 왔던 아찔한 순간을 생각하면….

황당해서 주차장을 둘러보니 사진과 같이 주차장 초입에 ‘제대로 주차하지 않으면 견인한다’는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좁은 주차장에 진입할 때 입구에 이런 표지판이 없는지 꼭 유의해야 합니다. 일요일 저녁에 1시간 정도 식사를 했는데 민간 견인업체가 하필 그 순간에도 열일을 한 겁니다. 민간 업체라 경찰서 기록에 남지는 않습니다만, 굳이 경험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표지판에 적힌 곳으로 전화하니 제 차가 견인 당해서 차량보관소에 있으니 돈을 내고 찾아가라고 하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차량보관소는 사진과 같은 무시무시한(?) 곳이었고, 이곳에서 카드로 495달러(현금일 경우 450달러)를 지불하고 차를 겨우 되찾았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견인 비용이 타 주보다 비싸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다른 경우보다 큰 비용을 지불한 것 같습니다(조지아주 지인의 경우에는 견인비가 200~300달러 선이었다고 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특히 자정이 지나면) 견인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합니다…
6. 자동차 등록증과 자동차 보험서류
저처럼 견인 당했을 때나, 사고가 났을 경우 등 현장에서 자동차 등록증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자동차를 구입할 때 받은 자동차 등록증과 자동차보험서류는 반드시 차안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차량등록증을 집에 보관했던 저는 견인 당했을 때 차량등록증이 없어서 당황했었습니다(차량등록증이 없을 경우 전화로 조회 후 차량소유자 확인함). 미국인들의 운전 매너가 크게 나쁘지 않은 편이라 주의할 만한 점들을 미리 숙지하면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미국에서 안전운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