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미국에서 어린이집(Pre-K) 보내기

by

미국은 만 5세가 가는 킨더(kindergarten:유치원)부터 의무 교육, 즉 무료입니다. 연수를 준비할 당시 저희 아이도 만 5세였고 당연히 킨더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이럴 수가. 미국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1일을 기준으로 생일이 지나야 만 5세라는 것. 저희 아이는 11월 생이라 두 달 차이로 입학 자격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킨더 이전에 가는 어린이집, 프리케이(Pre-K)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프리케이는 비싼가요?

지역마다 다르고 사립이냐 공립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꽤 비싼 편입니다. 보통 월 1000~2000달러, 비싼 동네에서는 월 3000~4000달러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프리케이 평균 비용이 아동 1명당 월 1061달러인데(2026년 기준) 기본 비용일 뿐 간식비나 기타 활동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로 내는 돈은 더 많아집니다. (출처:ParentCalc)

조지아 프리케이는 공짜라고?!

연수생 형편에 부담이 적지 않은 금액이죠.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조지아주에는 아주 큰 복지 혜택이 있는데요. 주 차원에서 만 4세 아동의 프리케이 비용을 지원한다는 겁니다. (Georgia 만세!) 1993년부터 로또 사업(Georgia Lottery for Education) 기금으로 가계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4세 아동에게 무료 프리스쿨을 제공합니다. (출처:조지아주 영유아 교육 및 보육국(DECAL))

찾아보면 다른 주에도 무료로 보내는 공립 프리케이 프로그램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하기 때문에 조지아주처럼 전면 무상으로 지원하는 주는 드뭅니다.

어린이집 등록 안내문에도 9월 1일 기준으로 만 4세여야 무료 프리케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정말 한 푼도 안 내나요?

보육 비용만 무료고 급식비는 따로 내야 합니다. 저희 아이가 가는 프리케이 기준으로 주당 30달러입니다. 또 정해진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등원하거나 늦게 하원할 경우 연장 보육(Wrap Care)을 신청해야 하는데 비용은 주당 95달러입니다. 이밖에 신청한 사람에 한해서 주 1회 방과 후 체육교실이 있는데 12주에 160달러입니다.

어린이집에 만 4~5세반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만 4세 생일이 지나지 않은 아이들은 프리케이가 아닌 데이케어(Day Care)로 간주돼 월 1000달러 가량의 보육 비용을 냅니다.

미국 어린이집의 일과는 어떤가요?

프리케이는 스쿨버스가 없고 등하원 모두 자가용으로 해야 합니다. 오전 8시까지 등원 후 아침 간식을 먹고 실내 또는 야외 활동을 합니다. 한국에선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아도 바깥 활동을 안 하는데요, 여기선 웬만큼 폭우가 오거나 춥지 않은 이상 하루 두 차례는 꼭 놀이터로 나가 놀게 하는 것 같습니다.

12시쯤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야외 활동을 하고 낮잠을 잡니다. 저희 애처럼 잠을 자지 않는 아이도 누워있어야 하는데요. 한국과 다른 점은 실내에서 하루종일 신발을 신고 활동하기 때문에 잠도 운동화를 신은 채 간이 침대 같은 데서 잔다는 겁니다. (왠지 모르게 짠합니다)

오후 2시 30분이면 하원할 아이들은 하원하고 애프터 스쿨, 즉 연장 보육을 신청한 아이들은 따로 한 공간에 모여 놉니다.

선생님이 보내준 낮잠 자는 모습입니다. 카페트 생활을 하기 때문에 바닥에 요를 까는 대신 각자 야전침대 같은 간이침대에서 잡니다 .

급식은 어떻게 나오나요?

미국의 급식은 한국에서도 악명 높지요. 그래서 여기서 초등학교 중학교 보내는 한국인 학부모들은 도시락 싸는 게 큰 일인데요. 프리케이는 기본적으로 외부 음식 반입 금지입니다. 특히 알러지 때문에 견과류는 더욱 안되는데요. 간식을 준비해 가야 하는 행사 날이나 핼러윈 초콜릿을 가져갈 때도 견과류는 제외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오전 간식과 점심을 어린이집에서 먹는데 한국 어린이집처럼 매일 먹은 식사를 사진으로 찍어 올려주지 않습니다. 식단을 게시판에 붙여 놓는데 점심은 거의 스파게티, 치킨이나 생선 너겟, 타코, 피자가 돌아가며 나오는 듯합니다. 반찬으로는 채소(껍질콩이나 브로콜리) 과일(주로 복숭아나 파인애플 통조림)을 조금 곁들이는 정도입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는 한국 엄마 입장에선 간식 정도로밖엔 보이지 않는데요. 다행인 건지 저희 아이는 한국 어린이집보다 맛있다고(?) 좋아합니다. (밥과 국이 있는 영양 식단보단 치킨 너겟이나 피자가 좋은 거겠죠..)

각자 마실 물은 물통에 담아 가져 갑니다. 식판이 따로 없고 일회용 접시를 사용하는데요. 참관 수업 때 아이들이 음식이 많이 남은 접시를 아무 거리낌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건 미국 어디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추수감사절 학부모 참여 행사 때 나온 특식입니다. 칠면조 고기와 껍질콩, 호박 으깬 것, 빵으로 구성돼 있는데 보기보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미국 어린이집에도 ‘키즈노트’가 있나요?

학부모와 앱으로 소통하는 것은 거의 비슷합니다. 여기서는 한국의 키즈노트 같은 프로케어(Procare)라는 앱을 쓰는데요. 한국처럼 소통이 활발하진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공지가 아니면 보통 조용합니다. (외국인 입장에선 이게 더 편한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문의를 해도 곧바로 답변을 받기 힘들다는 단점이…)

석 달에 한 번 정도 아이 사진이 한두 장 올라오는데 어쩌다 올라온 사진도 어린이집 승인 과정을 거치면서 삭제되기도 합니다. 등원 첫날 아마도 저희가 걱정할까 봐 담임 선생님이 “벌써 친구들도 사귀고 잘 놀았다”며 사진을 한 장 올려주셨는데 곧바로 지워졌습니다. 알고 보니 사진에 다른 친구들이 찍혀서 원에서 사진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선생님이 개인 문자메시지로 사진을 보내주십니다. 물론 아주 가끔 특별한 날에만요.

담임 선생님과는 앱보다는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편입니다.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건 한국과 참 다르지요? 여기선 언제든 연락하고 문의하라고 합니다. 그만큼 서로 지킬 선은 지키는 분위기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앱 프로케어(Procare)입니다. 원과 소통하는 방과 담임 선생님과의 채팅방이 전부입니다.

한국 어린이집과 다른 점은?

미세먼지 없는 나라라 바깥 활동은 원 없이 하지만 소풍이나 체험 학습 같은 외부 활동이 거의 없어 커리큘럼이 조금 단조롭습니다. 아마도 안전 문제 때문인 듯한데요. 외부 활동이라고 해봤자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에 어린이집 바로 옆에 있는 요양원에 방문하는 게 전부입니다.

학부모 참여 활동은 한국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밸런타인데이에도 학부모를 초대해 파티를 합니다. 그때마다 각자 피자, 쿠키, 과일, 음료 등 간식을 나눠 준비해 갑니다.

부활절 행사인 에그 헌팅(Egg Hunting). 달걀 모양에 사탕이나 초콜릿, 젤리, 장난감 같은 걸 넣어 미리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학부모가 함께 하는 행사가 많고 준비물도 많은 편입니다.

꼭 핼러윈이 아니어도 코스튬 복장을 입는 날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쓰던 옷이나 물품(산타 복장이나 드레스, 머리띠 등)을 챙겨 오시면 두고두고 쓸 일이 꽤 있습니다.

미국은 어디서나 기부가 자연스러운데요. 어린이집도 기부를 자주 받습니다. 아마도 주정부 지원금으로는 운영 비용이 빠듯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돈으로 기부를 받기도 하고 물품을 받기도 하는데 기부 용품은 청소도구, 락스, 휴지부터 통조림까지 다양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엔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카드와 한국에서 사간 마스크팩을 선물했는데요. 보통은 기프트 카드를 선물한다고 합니다. 기왕 하는 거 담임 선생님 말고도 보조 선생님들 것까지 준비하면 더 좋겠지요?

크리스마스 때 선생님들께 기프트 카드를 드렸습니다. 현지인 말에 따르면 보통 어린이집 선생님은 25달러, 보조 선생님들은 10달러 정도면 된다고 합니다. (기준은 지역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프리케이 보낼 때 준비할 서류가 있나요?

어린이집에서 요청한 서류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출생증명서, SSN 사본, 조지아주 거주 증빙, 건강검진인데요. 출생증명서는 여권 사본으로 대체했고 SSN(Social Security Number)는 발급 받기 전이었지만 추후 제출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조지아주 거주 증빙 서류는 전기나 수도 요금 고지서, 인터넷 설치 서류 등 거주를 증명할 수 있으면 다 됩니다.

예방접종(3231)과 시력 청력 등 건강검진(3300)은 가까운 보건소에서 받으면 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중에 제출해도 됩니다. 예방접종은 한국에서 받은 것도 유효한데요. 보건소에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내역서를 영문으로 뽑아 갔는데 별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그보다 한국 질병관리청 시스템과 연결해서 접종 기록을 확인하는데, 2주 정도 소요됐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제출하라고 한 서류 목록입니다. 등록할 때 모두 제출하지 않으면 입학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신분만 확인되면 편의를 봐줍니다.

위에 언급한 기본적인 요건만 충족한다면 프리케이에 지원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행정적인 절차보단 아이를 가장 중요시하는 분위기 같았어요. 아무런 준비 없이 상담받으러 갔다가 바로 다음 날부터 등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따로 영어 교육을 시킨 적이 없어서 내심 걱정했는데 상담했던 어린이집 중에 아이의 영어 수준을 물어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거죠.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아이가 걱정됐던 첫날, 담임 선생님이 “나도 4살짜리 손녀가 있다”면서 건넨 따뜻한 말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빠르게 적응합니다. 제 아들은 10명의 반 친구 가운데 혼자 아시안이지만 편견 없이 자란 착한 친구들과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프리케이에 보낼 나이의 자녀가 있다면 너무 걱정 마시고 차근차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참고>

어린이집 휴무일. 여기에 부활절 봄방학과 여름방학, 연말연초에 겨울방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