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폴레? No, 칙필레(Chick-fil-A)!
연수 오기 전 먼저 연수를 다녀온 선후배와 점심 자리. 미국 먹거리 얘기가 나오자“아, 미국 가면 칙필레는 꼭 먹어 봐”“맛있죠. 가격 부담도 없고. 한국 와서도 그건 생각 나요”라며 다들 입맛을 다신다. “치필레? 치폴레요?” 언뜻 들어본 것 같은데 타코 파는 체인 아니냐니까 “아니, 그거 말고 있어”라는 답만 돌아왔다. 몇 주 뒤 미국에 왔더니 그제서야 보이는 간판. 아, 저걸 얘기한 거구나. 칙필레(Chick-fil-A).

이게 치킨 버거라고?
필레는 미국의 버거 체인점 중 하나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치킨 샌드위치인데요. (미국인들은 소고기 패티 외에는 ‘버거’를 붙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Chick-fil-A는 닭 살코기,‘치킨 필렛(Chicken Fillet)’의 최고급 품질(A급) 이란 뜻입니다.
드디어 연수 선배들이 그렇게 맛있다던 칙필레 치킨 버거를 먹어봤습니다. 오, 두툼한 닭가슴살 패티가 방금 튀긴 듯 따끈따끈합니다. 두껍지만 전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육즙까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먹어 본 치킨 버거 중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사이드로 시킨 감자튀김은 특이하게 벌집 모양입니다. 다양한 소스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칙필레 소스는 마트에서 따로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데요. 허니 머스터드와 마요네즈에 스모키 향을 입힌 것 같은데 익숙한 듯하면서도 다른 데서 먹어보지 못한 맛입니다.

그 뒤로도 생각날 때마다 칙필레를 찾게 된 건 맛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직원들이 친절하고 매장이 깨끗합니다. 테이블마다 생화가 있고 일부 매장에는 놀이방도 있습니다. 아이들 놀기 좋다 보니 미국 엄마들도 하원 뒤 칙필레에서 만나 ‘플레이 데이트’를 합니다.


남다른 기업 문화
이런 분위기는 칙필레 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창업주 원칙에 따라 전 매장이 일요일엔 문을 닫습니다.
직원 만족도도 높은 편인데요. 미국 구직·채용 플랫폼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조사한 ‘2026년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67위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구글 11위, 애플 77위)
그래서인지 칙필레에 가면 직원들이 유독 친절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서버부터 10대 주니어 직원까지 연령대도 다양한데요. 패스트 푸드점이라 팁을 줄 필요는 없지만 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친절합니다.

미국의 ‘김천’, 와플하우스(Waffle House)
칙필레 만큼이나 미국 남부에서 어딜 가나 눈에 띄는 간판이 있습니다. 노란색 바탕에 까만 글씨, 바로 와플하우스(Waffle House)인데요. 한국에 김밥천국이 있다면, 미국엔 와플하우스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와플 가게지만 와플만 팔진 않습니다. 오히려 감자를 다져 만든 해시브라운이 더 유명하고, 팬케이크 토스트 달걀 베이컨 등 미국식 아침 식사부터 저녁 식사 메뉴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미국 다이너 음식입니다.
가격은 1인당 10~20달러로 저렴한 편입니다. TV 광고 같은 마케팅 비용을 아껴 메뉴 가격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와플하우스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합니다. 다른 다이너처럼 무엇이든, 언제든 먹을 수 있는‘기사식당’내지는‘동네 사랑방’느낌이랄까요. 웬만해선 절대 문을 닫지 않기 때문에 와플하우스에 불이 꺼졌다면 진짜 천재지변인 겁니다.
그래서 허리케인 같은 재난 재해 때 와플하우스 폐점 개수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이 와플하우스 지수(Waffle House Index)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참고할 만큼 유명한 지표입니다. 광고가 필요 없는 이유, 이제 아시겠지요?


1년 365일 24시간 문을 열다 보니 야밤에 갈 데 없는 미국 10대들에게 와플하우스는 놀이터, 만남의 장소나 마찬가집니다. 또 새벽에 별의별 손님이 다 오기 때문에 사건 사고의 현장이 되기도 하는데요. 와플하우스 여성 직원이 날아오는 의자를 한 손으로 막는 장면이 뉴스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와플하우스에서 새벽 근무하려면 이 정도 깡은 돼야 한다는)

조지아주의 명물
와플하우스는 1955년 조지아주 애본데일에 처음 생겼고 칙필레는 1967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둘 다 미 전역에 매장이 있지만 조지아주가 고향인 셈이죠.
한국에 돌아가면 가끔씩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남편과 함께 아이 등원시키고 와플하우스에서 할머니가 리필해주는 커피에 아침 식사를 하며 여유를 만끽하던 순간. 밥 하기 싫은 날 아이와 함께 칙필레 가서 치킨 버거 먹으며 그날 처음 본 미국 엄마들과 공동 육아하던 날. 여러분도 미국에 오신다면 한 번쯤 들러 남부의 맛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