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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스포츠 시스템 분석을 통한 한국 엘리트 선수 육성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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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스포츠 시스템 분석을 통한 한국 엘리트 선수 육성 방안 KBS 김기범 연수기관: 노스캐롤라이나대

I. 들어가며

2026년 여름,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을 둘러싸고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온라인 여론은 물론 각종 스포츠 매체와 전문가 칼럼을 통해 대표팀 전력 약화의 원인을 진단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논의의 대부분은 감독 선임과 전술 운용 등 단기적 처방에 머물렀다. 그러나 취재 현장에서 오랫동안 국내 스포츠계를 지켜본 필자의 시선으로는, 축구 한 종목의 부진은 훨씬 더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문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실제로 축구뿐 아니라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대한민국 스포츠 전반이 완만하지만 뚜렷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메달 수확이 줄어드는 표면적 현상 이면에는 종목을 불문하고 우수 선수 자원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는 근본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위기의 뿌리를 추적하다 보면 결국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적 요인과 만나게 된다.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초·중·고교 운동부에 가입할 자원 인구가 급감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최소 출전 인원을 채우지 못해 팀이 해체되거나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때 엘리트 체육의 저변을 형성했던 학교 운동부가 이제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종목의 유망주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해 온 인재 공급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실제로 한국 스포츠 현장을 오래 취재해 온 필자에게도 이러한 위기는 통계 이전에 체감으로 먼저 다가온다. 지방 중소도시를 취재차 방문할 때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서너 개 종목의 운동부를 유지하던 학교가 이제는 단일 종목조차 팀원을 채우지 못해 인근 학교와 연합팀을 구성하거나, 아예 대회 출전권 자체를 반납하는 사례를 목격해 왔다. 이는 특정 지역, 특정 종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시적 흐름이 학교 체육 현장 말단까지 이미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필자는 이번 연수를 통해 미국, 그중에서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으로 상징되는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학원 스포츠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분석함으로써 한국 학교 체육이 참고할 만한 대안적 모델이 존재하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특히 자녀가 현지 중학교 운동부에 가입해 활동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UNC 대학의 테니스부를 중심으로 NCAA 대학 스포츠 시스템을 살펴봄으로써, 학업과 운동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현장의 언어로 기록하려 하였다. 이 보고서는 그 관찰과 분석의 결과이며, 궁극적으로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둔다.

연구 방법론 측면에서는 질적 사례연구(qualitative case study) 방식을 채택하였다. 특히 로버트 스테이크(Robert Stake)가 제시한 ‘본질적 사례연구(intrinsic case study)’의 관점을 취해, UNC-Chapel Hill이라는 하나의 사례 자체가 지닌 고유한 맥락과 특수성에 주목하였다. 이는 미국 대학 스포츠 전체를 일반화하려는 시도라기보다, 한 사례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그 안에 담긴 구조적 함의를 끌어내기 위한 접근이다. 자료 수집은 참여관찰(자녀의 중학교 운동부 활동 동행), 현지 지도자·선수 인터뷰, 관련 규정 및 문헌 검토를 병행하는 삼각검증(triangulation)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Ⅱ. 미국의 학교 스포츠 시스템에 대한 고찰

2-1. 미국 중학교 운동부 시스템

연수 기간 중 13살 딸아이가 현지 중학교의 필드하키부와 라크로스부에 가입하면서, 필자는 자연스럽게 미국 중학교 운동부 운영 방식을 생활 속에서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차이는 방과 후 시간의 활용 방식이었다. 한국이라면 상당수 학생이 보습학원으로 향할 시간에, 이곳 학생들은 매일 약 90분간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에 남아 정규 운동부 훈련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원 대신 운동부가 방과 후 시간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물론 운동이나 기악, 합주부, 연극 등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는 건 학생의 선택 자유이고 전원이 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참여한다)

지도 체계 역시 한국과는 결이 달랐다. 전문 코치가 상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 종목에서는 학부모나 지역 주민 등 일반인이 자원봉사 형태로 지도를 맡고 있었다. 이들은 체육 전문가라기보다 해당 종목 경험이 있는 생활인에 가까웠고, 승패보다 참여와 기본기 습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는 엘리트 성적 지상주의보다 저변 확대와 전인적 성장을 우선하는 미국 학원 스포츠의 저변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단순히 취미 활동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중학교 시절의 운동부 경력이 고등학교 진학 이후, 나아가 미국 대학 입학에 활동 경력으로 반영되는 구조에 있다. 미국 대학 입시는 한국의 수능과 같은 단일 시험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다. 대신 교과 성적(GPA), 표준화 시험, 에세이와 더불어 스포츠·예술·봉사 등 과외 활동 이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른바 ‘총체적 평가(holistic review)’ 방식을 취한다. 이 때문에 중학교 시절부터 쌓아온 운동부 활동이 훗날 대학 입시에서 유의미한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으며, 이는 학생과 학부모가 운동부 참여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 구조로 작동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공부 따로, 운동 따로가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성장 서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지점이 있었다. 한국의 방과 후 사교육 시장이 고비용 구조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과 달리, 학교 운동부는 대체로 학교 시설과 자원봉사 지도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유니폼과 장비 구입비 정도가 주된 지출이었고, 참가비 명목의 큰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학생층이 운동부에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되어준다.

중학교 딸이 첫 가을학기에 가입한 필드하키의 지도자는 인근 UNC 대학 재학 중인 23살 대학생이었다. 필드하키가 강한 인도 혈통의 미국인 여학생인데, 자신보다 10살 정도 어린 중학교 후배들의 코칭을 맡았다. 두번째 학기에 딸은 미국 여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라크로스 부에 가입했는데, 이 팀의 전담 코치는 지금은 사회에서 은퇴한 60세 남성이었다. 과거 라크로스 선수 경력자이며, 지금은 학교 팀 코치로 자원봉사를 하고, 방학 중에는 라크로스 전문 선수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일대일 교습을 통해 수입을 얻기도 한다. 이 두 종목 지도자들은 모두 공식적으로 학교나 학부모가 월급을 주지 않는, 완전 자원 봉사자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아울러 학부모의 역할도 한국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자원봉사 지도자 외에도 다수의 학부모가 훈련 보조, 원정 경기 차량 지원, 간식 준비 등으로 참여하며 팀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이는 운동부가 소수 엘리트를 위한 폐쇄적 조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전체가 함께 꾸려가는 생활 밀착형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학교 운동부가 흔히 ‘선수와 감독’이라는 수직적 구조로 운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참여의 폭과 개방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2-2. 미국 대학 체육 시스템 — 테니스 NCAA 리그를 중심으로

중학교 단계의 관찰을 대학 단계로 확장하기 위해, 필자는 이번 연수의 핵심 기관인 UNC 대학의 테니스부를 중심으로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시스템을 살펴보았다. 미국 대학 스포츠의 근본적 특징은 특정 종목을 주특기로 삼은 학생 선수(student-athlete)들이 대학 4년 동안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강제되는 원칙에 가깝다.

NCAA는 이른바 ‘최저 학력 기준(academic eligibility requirement)’을 두어, 일정 학점(GPA)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학생 선수는 공식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학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코트에 설 수 없다. 이 때문에 학생 선수들은 일반 학생과 동일한 강의를 수강하고 시험을 치르며, 훈련과 대회 출전은 철저히 남는 시간을 활용해 소화하는 구조를 따른다. UNC 테니스부의 경우 매년 1월부터 5월까지 NCAA 정규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데, 이 기간에도 선수들은 정규 수업과 과제, 시험 일정을 그대로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지속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한국에서 건너가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테니스부에서 활동 중인 김장준 선수와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김 선수는 인터뷰에서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 힘들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 시스템 자체가 선수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원정 경기로 인한 결석은 교수진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조정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른다고 설명하였다. 무엇보다 김장준 선수의 학사 적응에 있어서 큰 시사점은, 영어가 서툰 김장준 선수가 난이도 높은 학과 수업을 따라가도록 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팀동료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그의 경험은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 개인의 의지만으로 버텨내는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보편적 관행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 주니어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김장준 선수와 일대일 화상 인터뷰는 필자가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에 업로드되었는데, 국내 테니스 팬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QVExkwyD2us?si=JTHanV_mjyICzodx

김장준 선수의 경우 테니스 명문 버지니아 대학교가 2026년 NCAA 단체전에서 전미 챔피언에 오르는 영광과 기쁨을 누렸다. 김장준은 버지니아 대학교 입학 전 영어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불과 1년 여 만에 학우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복잡한 영어 강의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김장준의 테니스 경기력은 대학 입학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김장준의 말에 따르면 훈련 시간이 한국보다 많지 않지만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했고 워낙 코칭 시스템이 발달해 있어서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정리하면 미국의 대학 체육 시스템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하나는 학생 선수가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과 학업적 소양을 쌓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사회와 대학 스포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NCAA 리그 체제를 통해 선수로서의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학업과 운동이 서로를 갉아먹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공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한국 체육계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다.

Ⅲ.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현실과 한계

미국의 사례와 대비해 한국의 학교 체육 현실을 돌아보면,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분리’의 구조에 있다. 한국은 중학교 단계부터 이미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반 학생과 일반 학생을 명확히 구분한다.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은 사실상 별도의 학사 트랙을 밟으며, 정규 수업 참여도가 낮아지고 또래 일반 학생과의 접점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미국처럼 ‘누구나 참여하되 상위권만 경쟁력을 쌓는’ 저변 확대형 구조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러한 분리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방과 후 훈련 시간을 제한하고 대회 출전 횟수에 상한을 두는 정책이 도입되었다. 취지 자체는 학생 선수의 최소한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점에서 타당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시행 이후 지금까지도 엘리트 체육계 내부에서 첨예한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교육부와 문체부 주도로 시행하고 있는 이 정책은 다음과 같이 체육 교육의 3주체 가운데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엘리트 선수 진영: 운동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훈련 시간과 대회 출전이 제한되면서 경기력 향상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는 불만
  • 학부모·종목 단체: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제도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
  • 일반 학생 진영: 입시 경쟁 심화로 체육 교과 이수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고, 방과 후에는 학원행이 일상화되면서 운동과는 더욱 멀어지는 현실

엘리트 체육인들은 체육 특기 학생들이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운동 능력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반 교육 현장에서는 입시 위주의 학사 운영으로 인해 체육 활동 자체가 과거보다 더 주변화되고 있다. 즉 엘리트 트랙과 일반 트랙이 서로 단절된 채 각자의 논리로 반목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학교 체육의 저변 자체가 얇아지는 유감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갈등의 본질은 결국 ‘소수 엘리트를 위한 특수 트랙’이라는 한국형 모델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저출산으로 인해 애초에 선수 자원이 될 잠재군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수의 전문 선수반에만 훈련과 출전 기회를 집중시키는 방식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처럼 넓은 저변에서 다수의 학생이 운동부 활동에 참여하고,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상위권 운동 인재가 걸러지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관찰한 미국의 사례와 한국의 현실을 몇 가지 핵심 항목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위 표에서 드러나듯,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단순히 제도 하나를 바꾼다고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참여 대상의 범위, 지도 체계, 학업과의 관계, 상급학교 진학과의 연계, 비용 구조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전반이 서로 다른 철학 위에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형 모델의 전환을 논의할 때는 특정 규정 하나의 개정이 아니라, 학교 체육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Ⅳ. 해법 제안

이상의 비교 분석을 토대로 할 때, 한국 학교 체육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선수층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대로는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진단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소수 엘리트 선발 후 집중 육성’이라는 기존 모델에서, ‘저변을 넓게 확대한 뒤 그 안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미국·선진국형 모델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전환이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상위 1% 엘리트 선수들의 학업·운동 병행이라는 정책 변화는 이미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장의 강한 저항과 부작용을 동반해 왔다. 학업 병행을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엘리트 체육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자칫 훈련 시간 축소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근거가 없지 않다. 따라서 이 지점에서 정책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은 상위 1% 엘리트 선수의 제도 개편에 매몰되기보다, 나머지 99% 일반 학생의 운동부 참여 기회를 확장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즉 엘리트 트랙 자체를 흔들기보다, 그 아래에 넓고 튼튼한 저변을 새로 까는 전략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방식이 아니다. 일본 역시 방과 후 ‘일인일기(一人一技)’라는 모토 아래 거의 모든 학생이 하나 이상의 운동부에 가입하는 부카츠(부활동) 시스템을 수십년째 시행하고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이 보여준 현격한 경기력 차이는 특정 지도자의 전술과 용병술 문제 이전에, 선수 저변과 육성 철학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준차를 인정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병행하면서 주말 리그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실력을 키워나가는 모델이 정착되어 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간판 스타인 이강인 선수 역시 중학교 시절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했는데, 정규 수업을 빠짐없이 듣고 오후 늦게 약 2시간30분에 걸친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성장한 경우다.

이런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한가지 어려운 전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바로 입시 제도이다. 대학 입시가 사실상 전 국민적 관심사이자 학생 개개인의 인생 경로를 좌우하는 관문으로 기능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운동부 활동이 대학 진학과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별개로 존재해서는 확산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대학 스포츠 시스템처럼, 학교급 운동부 활동 경력이 상급 학교 진학과 유의미하게 연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한 접근이라 판단된다.

이와 함께 대학 입학시험(수능)의 중장기적 혁신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현재 학생 선수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이 사회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과 지식 수준이 아닌, 대학 입시의 변별력을 위해 실생활과 연계성이 매우 적은 지나치게 어려운 학문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 입시제도와 결정적인 다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엘리트 학생 운동 선수의 정상적인 수업 참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학생과 다른 특수한 길을 걷는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과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결국 방향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학 스포츠 시스템을 하나의 모델로 삼되, 무엇보다 먼저 손대야 할 것은 ‘운동과 학업이 이분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한국 학교 체육의 현실 그 자체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저변 확대를 위한 제도 설계부터 단계적으로, 그러나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체육학회를 비롯한 학계와 체육 전문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제언과 지속적인 공론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저변 확대형 모델로의 전환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수 육성을 둘러싸고 지금처럼 엘리트 체육계와 교육당국 정책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경우,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출범했던 ‘스포츠 혁신위원회’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최저학력제 도입, 소년체전 폐지 등 학교 체육 혁신안을 권고해 엘리트 체육계를 대변하는 대한체육회와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마치 정치 뉴스에서 보는 여야 쟁점 사안을 다루듯, 해당 권고안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보다는 양측의 갈등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수년이 흐른 지금 엘리트 체육계와 교육당국, 체육학계 간 간극은 훨씬 더 벌어지게 됐고 학교 체육을 둘러싼 해법은 답을 찾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확인한 것은, 미국의 학교 스포츠 시스템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업과 운동을 대립 관계가 아닌 공존 관계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한국 학교 체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이다. 저출산이라는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변수 앞에서, 한국 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낼 방법은 결국 더 많은 학생이 운동장에서 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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