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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거와 경제안보 정책의 상관관계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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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거와 경제안보 정책의 상관관계 고찰 한국일보 이동현 연수기관: 노스캐롤라이나대

1. 왜 경제안보인가

# 2019년 7월 4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을 결정한 데 따른 보복조치였다.

당시 청와대는 일본의 결정은 세계 4대 수출국 지위를 넘보는 한국에 대한 견제 성격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3대 선도산업으로 꼽은 비메모리 반도체 수소차 부문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부터가 한국의 추월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은 것이라 봤다.1) 이에 따라 당시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중단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문제는 안보 갈등으로 비화했다.

#2021년 10월 15일, 중국 정부는 요소를 포함한 29개 화학 비료 관련 원료 품목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석탄 수급 불안으로 요소 생산에 차질을 빚자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호주 정부가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 길을 막은 게 도화선이 됐다.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요소의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에 의존했던 게 부메랑이 됐다. 당시 한국은 요소 전체 수입량의 97.6%를 중국에 의존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발표가 있기 전 요소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알았지만, 단순히 농업용 비료 문제로 판단2)하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해 피해를 키웠다. 요소를 원료 한 요소수가 디젤 차량 운행에 없어서는 안될 품목이란 점을 간과했고, 초유의 물류 대란을 겪어야 했다.

2022년 이후 전세계 질서의 중요한 키워드로 다시 등장한 경제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유ㆍ무형의 외부적 경제 충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를 핵심으로 한다.

오늘날 경제안보 갈등이 과거와 다른 특징은 산업안보와 무역안보ㆍ에너지식량안보 등이 모두 맞물려 나타난다는 점이다. 국가별로 자국 국익의 우선순위에 따라 중점을 두는 이슈가 다르다 보니, 글로벌 리더십 차원의 대응은 더 어려워졌다.

더욱이 글로벌 리더십의 두 축인 미ㆍ중은 경제안보를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통상 거버넌스’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경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둘러싸고 본격화된 미ㆍ중 갈등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로 전선이 급속히 넓혀진 배경이다.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은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고 있다.

경제안보의 시대,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지정학ㆍ지경학적 위기의 파고에 올라탔다. 수출과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 탓에 외부 경제 여건에 유독 취약한 탓이다.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금지,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우리는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강대국간 힘의 균형점이 요동치면서 국제 질서가 급격하게 불안해졌던 당시 전략적 판단의 기회를 놓치며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불행한 역사3)가 있다.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신중해져야 할 이때, 글로벌 질서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는 필수적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 내 정치 환경의 변화다.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등 일련의 경제안보 정책은 선거 승리를 위한 민주, 공화당 간 전략적 경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치러질 대선은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선거와 경제안보 정책 둘 사이의 상관 관계에 대한 고찰은, 한국이 글로벌 패권 국가들이 주도하는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능동적으로 선도할 계기를 찾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2.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미·중 패권 갈등의 시작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이 머지 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다.

부시 행정부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은 2005년 9월 미중 관계전국위원회(NCUSCR) 연설4)에서 “국제 경제 문제에 ‘책임을 공유하는 이해 관계자’(Stake Holder)로서 중국의 더 큰 협력”을 주문한다. 중국은 당시 ‘대국으로서의 평화적 부상’5)을 역설했지만, 졸릭 부장관은 “세계는 행동의 증거를 살펴볼 것”이라며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중상주의적 시장 통제 정책을 폐기하고, 미국 경제의 핵심 축의 하나인 지적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없도록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국제적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에너지 독점 시도를 포기할 것 등을 요구한다. 전통적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대만 문제 등 해결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협력할 것은 물론, 중국 내 인권 문제 해결 및 정기 개혁에도 적극 나설 것도 촉구한다.

졸릭 부장관은 “중국은 단순히 1940년대 후반의 소련이 아니”라며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미래의 국제 시스템을 형상하는 데 우리와 협력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향해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냉전시대 소련처럼 자신들만의 패권적 경제안보 질서 구축하려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중국은 미국의 경고에도 치열한 내부 권력 투쟁 끝에 독자 노선을 강화하는 선택을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2012년 11월 최고지도자인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하면서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학에서 ‘육상 실크로드’ 계획을, 한 달여 뒤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내놓음으로써 ‘일대일로 구상’을 완성한다. 같은 해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28년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6)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8조2,210억 달러)가 미국(16조2,45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던 때다.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다. 2018년 관세 보복관세 공방, 환율조작국 지정 논란 등 통상무역 부문부터 불붙은 미·중 갈등은 미국이 2018년 8월 미 행정기관에서 중국 통신기업 화웨사 장비를 도입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제정하면서 촉발된 ‘화웨이 사태’를 기점으로 기술패권 경쟁으로 비화했다.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발 더 나가 중국을 ‘국제질서 재편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 유일한 경쟁국’으로 공표하며 미·중간 전략 경쟁을 공식화했다.7)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된 IRA, CHIPS, 미국산우선구매법(BAA) 등의 법안도 잇따라 제정했다.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한 법안들이다.

미국의 공세로 중국 GDP 성장률은 고꾸라졌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8)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는 언제까지나 글로벌 사우스의 멤버’9)라며 미중간 패권 경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3.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략 경쟁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경제안보 정책은 2024년 대선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국제 사회는 백악관 탈환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 로드맵인 ‘프로젝트 2025’10)을 통해 당선시 IRA법 폐기를 공언하면서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지금의 경제안보 기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은 뿌리가 깊어 정파적 차원에서 접근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당장의 경제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IRA 등이 차기 대선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포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IRA법 시행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결정된 지역 중 상당수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던 지역이다.

2024년 5월까지 발표된 159건의 투자 프로젝트 중 10억 달러 이상 투자가 결정된 카운티 33곳의 지난 대선 득표율을 살펴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패한 지역은 25곳으로 전체의 75.8%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조지아주 4곳(119억1,000만 달러)을 비롯 미시간주 3곳(90억 달러), 네바다주 2곳(47억 달러), 애리조나 1곳(55억 달러) 등 경합주(Swing State)에 투자가 집중됐다.

No Company Investment County State Biden/Trump +/-
1 Toyota US$ 12,610,000,000 Guilford NC Biden 23
2 LG Energy Solution (LGES) US$ 5,500,000,000 Pinal AZ Trump 17
3 Hyundai / SK US$ 5,000,000,000 Bartow GA Trump 51
4 Honda / LG Energy Solution (LGES) US$ 4,400,000,000 Fayette OH Trump 52
5 Tesla US$ 3,600,000,000 Storey NV Trump 35
6 Redwood Materials US$ 3,500,000,000 Dorchester SC Trump 10
7 LG Chem US$ 3,200,000,000 Montgomery TN Trump 13
8 Stellantis / Samsung SDI US$ 3,200,000,000 Howard IN Trump 32
9 Stellantis US$ 3,200,000,000 Boone IL Trump 13
10 Envision AESC US$ 3,120,000,000 Florence SC Trump 2
11 General Motors (GM) / Samsung SDI US$ 3,000,000,000 St. Joseph IN Biden 6
12 LG Energy Solution (LGES) US$ 3,000,000,000 Ottawa MI Trump 21
13 Freyr Battery US$ 2,600,000,000 Coweta GA Trump 36
14 Gotion US$ 2,400,000,000 Mecosta MI Trump 28
15 Hanwha Qcells US$ 2,310,000,000 Bartow GA Trump 51
16 Ford / CATL US$ 2,000,000,000 Calhoun MI Trump 11
17 Scout Motors US$ 2,000,000,000 Richland SC Biden 38
18 Hyundai / LG Energy Solution (LGES) US$ 2,000,000,000 Bryan GA Trump 35
19 Cummins / Daimler / PACCAR US$ 2,000,000,000 Marshall MS Biden 3
20 Gotion US$ 2,000,000,000 Kankakee IL Trump 17
21 Toyota US$ 1,891,000,000 Scott KY Trump 25
22 Our Next Energy (ONE) US$ 1,600,000,000 Wayne MI Biden 38
23 Rivian US$ 1,500,000,000 McLean IL Biden 4
24 Toyota US$ 1,400,000,000 Gibson IN Trump 48
25 Albemarle US$ 1,300,000,000 Chester SC Trump 11
26 American Battery Factory US$ 1,200,000,000 Pima AZ Biden 19
27 Redwood Materials US$ 1,100,000,000 Storey NV Trump 35
28 First Solar US$ 1,100,000,000 Lawerence AL Trump 55
29 First Solar US$ 1,100,000,000 IberiaParish LA Trump 31
30 BMW US$ 1,000,000,000 Spartanburg SC Trump 27
31 Enel North America US$ 1,000,000,000 Rogers OK Trump 55
32 Maxeon Solar Technologies US$ 1,000,000,000 Bernalillo NM Biden 24
33 Waaree Energies US$ 1,000,000,000 Waller TX Trump 27
34 Hyundai US$ 926,000,000 Bryan GA Trump 35
35 Corning Inc US$ 900,000,000 Saginaw MI Biden 1
36 Anovion Technologies US$ 800,000,000 St. Joseph IN Biden 6
37 Canadian Solar US$ 800,000,000 Clark IN Trump 18
38 Magna International US$ 790,000,000 Haywood TN Biden 9

표.1 Inflation Reduction Act (IRA) Manufacturing Investment Announcements

민주당이 전략적 승부처로 꼽는 노스캐롤라이나(NC)와 사우스캐롤라이나(SC)도 돈벼락을 맞았다. NC는 그린스버러 길퍼드 카운티에만 126억1,000만 달러, SC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긴 1곳과 진 4곳 등 5개 카운티에 109억2,000만 달러의 투자금이 쏠렸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분포상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투자프로젝트가 몰리는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CHIPS법에 따른 투자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칩스법 시행과 관련된 투자 프로젝트 37개(2,719억여 달러)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애리조나주(5곳, 975억 달러)를 비롯해 미시간주(2곳, 3억8,750억 달러), 펜실베니아(1곳, 3억 달러) 등 경합주들이 투자를 유치했다. 아이다호주(ID), 텍사스주(TX), 유타주(UT), 켄자스시티주(KS) 등 공화당 우세 지역에도 많은 돈이 몰렸다.

Company Investment County State Biden/Trump +/-
1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TSMC) US$65,000,000,000 Maricopa AZ Biden 2
2 Intel US$36,000,000,000 Washington OR Biden 35
3 Intel / Brookfield Asset Management US$30,000,000,000 Maricopa AZ Biden 2
4 Micron US$25,000,000,000 Onondaga NY Biden 20
5 Micron US$25,000,000,000 Ada ID Trump 4
6 Samsung US$23,000,000,000 Williamson TX Biden 1
7 IBM US$20,000,000,000 Dutchess NY Biden 10
8 GlobalFoundries US$11,600,000,000 Saratoga NY Biden 5
9 Texas Instruments US$11,000,000,000 Utah UT Trump 41
10 Wolfspeed US$5,500,000,000 Chatham NC Biden 12
11 Applied Materials US$4,000,000,000 Santa Clara CA Biden 48
12 Amkor US$2,000,000,000 Maricopa AZ Biden 2
13 EMP Shield US$1,900,000,000 Coffey KS Trump 55
14 Integra Technologies US$1,800,000,000 Sedgwick KS Trump 12
15 BOSCH US$1,500,000,000 Placer CA Trump 7
16 Onsemi US$1,300,000,000 Dutchess NY Biden 10
17 Analog Devices US$1,000,000,000 Washington OR Biden 35
18 GlobalFoundries US$900,000,000 Chittenden VT Biden 55
19 Microchip Technology Inc. US$880,000,000 El Paso CO Trump 11
20 Microchip Technology Inc. US$800,000,000 Multnomah OR Biden 62
21 Entegris US$600,000,000 El Paso CO Trump 11
22 Polar Semiconductor US$525,000,000 Hennepin MN Biden 43
23 Akash Systems US$432,000,000 Alameda CA Biden 63
24 Hemlock Semiconductor Operations US$375,000,000 Saginaw MI Biden 1
25 Edwards Vacuum US$319,000,000 Genesee NY Trump 32
26 Chang Chun Arizona US$300,000,000 Pinal AZ Trump 17
27 EMD Electronics US$300,000,000 Schuylkill PA Trump 40
28 Nhanced Semiconductors US$236,000,000 Marion IN Biden 29
29 KPCT Advanced Chemicals US$200,000,000 Pinal AZ Trump 17
30 X-Fab US$200,000,000 Lubbock TX Trump 32
31 Absolics Inc. US$127,000,000 Newton GA Biden 11
32 Menlo Microsystems US$50,000,000 Tompkins NY Biden 49
33 Trusted Semiconductor Solutions US$34,000,000 Marion IN Biden 29
34 indie Semiconductor US$12,500,000 Oakland MI Biden 14
35 Reliable Microsystems US$7,300,000 Marion IN Biden 29
36 Radiation Detection Technologies US$4,000,000 Riley KS Biden 5
37 Everspin Technologies US$1 Marion IN Biden 29

표.2 Inflation Reduction Act (IRA) Manufacturing Investment Announcements

당장 공화당 내에서는 IRA 폐기에 반대하는 목소리11)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이유도 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기후 유권자를 위한 해리스’(Climate Voters for Harris)라는 구호 아래 IRA 이슈를 기후변화 문제로 넓히며 대선 레이스의 최대 쟁점화 하겠다12)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투표일이 다가 올수록 IRA 등에 대한 유권자들이 관심이 커지면서 “강력한 변화”13)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

4. 앞서간 일본,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는?

한국은 IRA, CHIPS법 시행 이후 미국 내에 가장 많은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나라14)로 꼽힌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IRA 시행 이후 IRA 관련 전체 보조금의 32%(349억 달러)를 한국 기업이 받았다는 분석15)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후적이면서 공격적인 투자가 과연 한국의 국익을 지켜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오히려 한국 경제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지 못해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실기한 데 따른 손실이 더 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 기업을 설득해 약 7조원 규모의 투자를 미국으로 돌리게 한 것16)이 단적인 예다.

반면 일본은 한국의 절반 수준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고도 상당한 실익을 챙기고 있다. 일본 언론은 미·중 전략 경쟁의 최대 승자는 일본17)이라는 선급한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IRA CHIPS 시행이 배터리,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에 내줬던 선두 자리를 탈환할 기회를 마련해 줬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경제안보 전략 차원에서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은 국제 질서 변화의 리스크를 도약의 기회로 선점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들여다보면 일찌감치 백악관 보다 의회 공략에 힘을 쏟은 부분이 눈에 띈다. 일례로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2021년 2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버팔로에 2억1,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4기통 엔진 조립 라인을 증설해 고소득 일자리 1,000개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던 것과 상반된 행보였다.

도요타의 노림수가 무엇이었는지는 얼마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IRA의 모태인 ‘더 나은 재건 법'(Build Back Better)에는 당초 ‘노조가 있는 기업이 만든 차(Union Made Car)’에 세제 혜택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노조가 없는 도요타는 선제적 로비를 통해 IRA에서 이 조항을 배제시켰다.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 20만대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 또한 IRA에서 제외됐다. 전기차 후발 주자인 도요타가 숙원 하던 사안이다.

일본의 선제적 로비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인 민주당 조 맨친 의원이 IRA법 소관상임위인 에너지위원회 위원장18)이었기 때문이다. 맨친 의원은 민주당 내 보수 강경파로, IRA법 제정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였다.

웨스트버지니아는특히 전통적 제조업이 발달한 공업지대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급격히 쇠락해 가고 있는 곳이다. 5대호 연안의 ‘러스트벨트’와 더불어 보수적 성향이 강한 ‘레드넥’ 지역으로 꼽힌다. 도요타의 ‘4기통 엔진 조립 라인 증설’은 웨스트버지니아 지역 유권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 맨친 의원에게 내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던 셈이다.

11월 치러질 미 대선을 앞두고 일본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다로 전 총리가 4월 뉴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 1시간 가량 회동 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도 선제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응에 필요하다. 앞서 기술했든 민주당이 대선 등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IRA, CHIPS 등 경제안보 정책을 디자인하고 있는 만큼, 미 정치권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 주요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한국계 유권자’(110만여명)라는 든든한 지렛대를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은 당장 거의 모든 주에서 아시아계 투표가 해당 주의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19)하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은 한국어로 된 선거 우편물을 발송하는 등 한국계 유권자 표심 잡기 경쟁20)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번 미 대선은 주지사, 상·하원 선거와 같이 치러진다. 어쩌면 이번 미국 대선이 경제 안보에 있어 한국이 전략적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1 일본 도발로 한일 경제전쟁 발발… 세계 4위 수출국 놓고 일전. 한국일보. 2019.7.1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7161700394837)
  • 2 요소수 문제 커질 줄은… 청와대 오판이 혼란 불렀다. 한겨레신문. 2021.11.9.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018469.html)
  • 3 '조선책략' 다시보다. 한국일보. 2020.12.3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23013560002404)
  • 4 Whither China: From Membership to Responsibility?. Robert B. Zoellick. Sep. 21, 2005 (https://2001-2009.state.gov/s/d/former/zoellick/rem/53682.htm)
  • 5 China’s “Peaceful Rise” to Great-Power Status. Zheng Bijian. Foreignaffairs. Sep. 1, 2005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asia/2005-09-01/chinas-peaceful-rise-great-power-status)
  • 6 Cebr’s World Economic League Table. CEBR. Dec. 26, 2013. (https://assets.letemps.ch/sites/default/files/media/2013/12/27/2.1.2553317251.pdf)
  • 7 바이든 정부, 첫 국가안보전략(NSS) 개요 및 주요내용. KOTRA. 2022.10.14. (https://kocham.org/wp-content/uploads/2022/10/KOTRA--U.S.-_221014_22-75.pdf)
  • 8 China’s GDP will not surpass that of the U.S. Japan Center for Economic Research. 2022. 12. (https://www.jcer.or.jp/english/chinas-gdp-will-not-surpass-that-of-the-u-s)
  • 9 Xinhua Commentary: China, always a member of the Global South. 2023. 9. 17. (https://english.news.cn/20230917/a66981f3df60477f9295cc9cd1cea248/c.html)
  • 10 Project 2025 | Presidential Transition Project. (https://www.project2025.org/)
  • 11 18 House Republicans ask Johnson not to target IRA clean energy tax credits. The Hill. 2024. 8. 7. (https://thehill.com/policy/energy-environment/4815990-mike-johnson-ira-clean-energy-tax-credits/)
  • 12 'Climate Voters for Harris' to launch with IRA event. Aug. 15, 2024. E&ENwes by POLITICO (https://www.eenews.net/articles/climate-voters-for-harris-to-launch-with-ira-event/)
  • 13 How the IRA is playing in 7 swing states. E&ENwes by POLITICO. Sep. 30, 2023. (https://www.eenews.net/articles/how-the-ira-is-playing-in-7-swing-states/)
  • 14 Inside the $220bn American cleantech project boom. FT. Aug. 16. 2023. (https://www.ft.com/content/3b19c51d-462b-43fa-9e0e-3445640aabb5)
  • 15 미 IRA 보조금 32% 한국 기업들이 받아...수출 위협하는 부메랑되나. ESG경제. 2024. 7. 17.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7154)
  • 16 대만의 7조원 한국 투자... 美장관이 전화 한 통으로 가로채갔다. 조선일보. 2022.9.7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2/09/07/H4IYWQIQZ5F6BGKA5Z5GYIKFAE/)
  • 17 Japan a likely winner in United States’ China strategy. The Japanatimes. Jul. 4, 2023. (https://www.japantimes.co.jp/opinion/2023/07/04/commentary/world-commentary/america-china-security-posture/)
  • 18 Toyota’s Lobbying Blitz Gets Results in Manchin-Schumer Deal. Bloomberg. Jul. 28, 2022. (https://www.bloomberg.com/tosv2.html?vid=&uuid=5168560c-5df4-11ef-8bc5-510d34316e33&url=L25ld3MvYXJ0aWNsZXMvMjAyMi0wNy0yOC90b3lvdGEtcy1sb2JieWluZy1ibGl0ei1nZXRzLXJlc3VsdHMtaW4tbWFuY2hpbi1zY2h1bWVyLWRlYWw=)
  • 19 Key facts about Asian American eligible voters in 2024. Pew Research Center. Jan. 10, 2024.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24/01/10/key-facts-about-asian-american-eligible-voters-in-2024/)
  • 20 美 대선 “아시아계 유권자 잡아라”… 한국어로 우편물-신문광고. 동아일보. 2024. 08. 15.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82038?cds=news_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