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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현황 및 각 기업의 핵심 전략, 그리고 미디어 산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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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현황 및 각 기업의 핵심 전략, 그리고 미디어 산업 전망 SBS 차장 김호선 연수기관: UCLA
1. 들어가며

OTT 서비스로 대표되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지고 있다. 영상 촬영과 재생,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언제 어디서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또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TV의 경계를 넘어선 미디어가 급격하게 확산됐고 누구나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일원으로서 방송은 물론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해 1년 간의 소중한 연수 기간 동안 연구할 주제로 OTT (Over The Top) 서비스를 선택했다. OTT서비스란 기존 고정형 TV나 셋탑 박스가 없이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영상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OTT는 미디어 산업 변화의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생활 주변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고 여기에 들어서는 플랫폼은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다. 5G를 통해 초연결의 시대가 열리는가 하면 콘텐츠 제작 방식은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본 OTT 산업의 현재와 각 기업의 핵심적 전략을 짚어 보고 앞으로 벌어질 OTT 시장 변화를 전망하고자 한다. 연수보고서는 OTT 업계의 선두주자인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UCLA 교수진과의 연구를 기반으로 CES와 NAB, Streaming Media West 등의 행사를 비롯해 넷플릭스 (Netflix)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인터뷰, 미국 내 OTT 이용 경험, 각종 기사와 칼럼 등을 토대로 작성했다.

2. OTT 산업의 현재
1) OTT 현황

시장조사업체 eMarketer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약 7억 6천 5백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OTT 서비스를 사용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에 이르며 전세계 디지털 비디오 시청자의 32.1%에 해당한다. 올해에만 OTT 시장이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비디오 스트리밍 재생은 전년대비 52% 증가하고 시청 시간은 63%나 늘었다. (OTT & Broadcast TV The State of the Industry 2019, STREAMROOT) 이런 추세라면 2021년이 되면 한 달 동안 올라오는 전세계 콘텐츠를 보는 데만 5백만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광고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전통적 TV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등 디지털 시장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 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첫번째는 스마트폰의 등장이고 다음은 4세대 이동통신, LTE의 확산이다. 스마트폰은 개인화된 동영상 시청은 물론, 개인이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전 세계인들이 동영상 제작자이자 소비자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 LTE 서비스의 등장은 스트리밍을 이용한 동영상 시청이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영상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10년도 안 돼 벌어진 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존의 지상파 TV 등 올드 미디어는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2) 개인 맞춤형 광고의 매력

TV 광고의 축소는 모바일 광고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데서 기인한다.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지도 않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싼 돈을 들여 광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노리는 정확한 타겟 고객층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광고를 원하며 이는 OTT와 같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만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을 통한 잠재적 소비 고객은 30억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OTT의 발전은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길을 따라 가고 있다고 평가될 만큼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TV를 소비하는 시간을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돈으로 환산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OTT 서비스가 생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구글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매일 3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비디오를 시청하는데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TREAMING MEDIA WEST, 2019) 13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스마트폰 이용 행태를 복수 응답 형태로 조사했는데 온라인 비디오를 본다는 응답자가 71%를 차지했다.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은 52%였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51%,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42%로 조사됐다. 결국 OTT를 이용해 영상물을 보는 시간이 미국 10대들은 가장 많은 셈이다. 광고주들은 비단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OTT 플랫폼에 광고를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 미디어 기업 빅뱅의 전개…제로섬 싸움에 접어든 OTT

미국 OTT 사용 가구 가운데 넷플릭스의 도달률은 무려 73%에 이르고 유튜브는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글로벌 OTT 기업들의 시장 장악은 무섭게 이뤄지고 있다. (comScore, 2019) 특히 올해를 지나면서 OTT 산업 질서가 재편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디즈니가 훌루(HULU)의 경영권을 확보하는가 하면 애플 역시 HBO 등과 콘텐츠 배급 계약을 체결해 애플TV플러스 런칭을 선언했다. 유튜브는 유튜브 TV를 미국 전역으로 확산시키며 해외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경쟁자들이 등장한 것에 대해 해외 시장 개척 등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강자들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한 5G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OTT가 한단계 성장하는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네트워크 기업 라임라이트 네트웍스의 ‘온라인 비디오 사용 현황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OTT 유저 가운데 30%는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이용자들은 한 개의 플랫폼에 머물기보다 다양한 OTT를 돌아다니며 상황에 따라 이용하는 셈이다. OTT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가입자들은 새로운 서비스 가입을 주저하지 않게 됐고 한 사람이 7~8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아무리 미디어 시청의 편의성이 증대돼 손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하루는 24시간이고 한 사람이 미디어에 투여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마케팅 연구 기업 comScore가 70개의 OTT 서비스를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OTT 스트리밍 이용률에서 1% 미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몇몇 대형 OTT 서비스만이 살아남고 있을 뿐 대다수 OTT는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미디어 시장의 경쟁은 무한히 확장 가능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을 누가 더 점유하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앞서 살펴 본 것처럼 한 명의 OTT 서비스 이용자가 사용하는 플랫폼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OTT 시장은 가입자의 시간을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3. 주요 글로벌OTT 플랫폼 전략
1) 유튜브 –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최강의 브랜드, OTT 산업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주체

유튜브와 관련한 통계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Hootsuite, 2019)
– 매월 19억명 방문 – 매일 10억 시간 비디오 시청
– 18~24세 미국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96%가 유튜브 사용
– 75세 이상 미국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절반이 유튜브 이용
OTT 시장에서 유튜브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유튜브는 단순히 영상을 업로드하고 소비하는 OTT가 아니다. 유튜브는 영상 창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고 소통하도록 하는 최강의 브랜드이며, 생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되는 필수재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과 동시에 어떤 이들에게는 정치적 성향마저도 좌우하게 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 규모 면에서 여타 OTT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1분당 400 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다. 하루 업로드되는 영상을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도 다 볼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콘텐츠의 양적인 면에서 다른 OTT 서비스가 범접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 모바일 스트리밍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그친 반면 유튜브는 무려 3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올리는 콘텐츠를 통해 플랫폼을 확장시켜 온 유튜브는 유튜브 TV를 런칭함으로써 실시간 방송으로 나아가고 있다. ABC, CBS, FOX, NBC, ESPN을 비롯한 인기 채널은 물론 슈퍼볼까지 중계할 만큼 엄청난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유튜브 TV 가입자는 1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웬만한 채널을 보기 위해서는 월 백 달러가 훌쩍 넘는 돈을 내야 하는 케이블에 비해 월 40여 달러만 내면 볼 수 있는 유튜브 TV의 잠재력은 무척이나 크다 할 것이다.

스트리밍 미디어 웨스트 (Streaming Media West) 행사에서 밝힌 유튜브의 미래 비전은 그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유튜브는 미래의 소비층인 10대와 20대가 중심이 되는 ‘Z 제너레이션’을 타겟으로 삼고, 이들이 뭔가를 사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수단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의 소비는 주변의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는 것이거나 인지도 높은 제품이 우선 순위에 있었다면 지금의 젊은 층은 유튜브에서 활약 중인 유명 크리에이터의 사용 후기와 리뷰를 통해 상품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Z 제너레이션은 유튜브 콘텐츠와 댓글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 소통하는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 이는 쇼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판매를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유튜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유명 크리에이터에게 협찬이나 광고를 제공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금의 10대들은 이른바 ‘쿨(cool)한’ 제품에 대해 구입할 의사를 갖는데 특히 3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때 쿨한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1. 친구가 쿨한 제품에 대해 얘기하고
2. 자신이 그 제품의 쿨한 광고를 본 적이 있고
3. 만약 그것이 나에게 특화된, 쿨한 것이라고 판단될 때
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유명 크리에이터가 자신들의 제품을 거론하도록 하고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광고를 제작해 붙이며,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특정해 알리는 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10대들이 성장해 막강한 소비력을 행사할 나이가 되면 유튜브는 소비 행태를 좌우하는 절대적 채널로 자리잡을 것이며 이를 목표로 뛰고 있다.

또한 유튜브는 자신들만의 에코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은
– 시청자는 훌륭한 무료 콘텐츠를 보는 것
– 크리에이터 (제작자)는 자신을 표현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자신들의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것
– 광고주는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영상 시청자들이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유튜브는 현재 광고 수익을 통해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방식을 뛰어 넘어 아예 구독자가 직접 크리에이터에게 돈을 주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소비자도 광고를 보는 방식과 돈을 직접 후원하는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다 많은 크리에이터가 생겨날 것이고 다시 한 번 유튜브 내의 콘텐츠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유튜브는 스스로 미디어의 미래가 어떤 것일지 알려주는 게 아니라 유저들이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뿐이라고 말한다. 유튜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리에이터와 팬들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기술 제공, 그리고 보다 개인화된 콘텐츠 큐레이션 (curation)을 통해 소비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유튜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미디어 전략이라 할 것이다.

2) 넷플릭스 –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운 구독 모델의 선두 주자

전세계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는 약 1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만 6천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OTT 시장의 절대 강자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유료 가입자를 통한 구독 모델과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이른바 캐쉬버닝(cash burning)으로 불리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가히 무지막지하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기업이 아니라 기술 기업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탁월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 기기와 통신 환경에 맞춰 화질을 조절해 스트리밍하는 ‘어댑티브 스트리밍(adaptive streaming)’기술은 가입자가 어디서나 최적의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즐기는 인터넷 환경이 각각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초고속 인터넷이 없는 지역에서도 영상을 끊김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특히 2015년부터 애니메이션, 로맨틱 코미디, 액션 등 장르에 따라 데이터량과 전송 속도를 구분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풍경 등 단순한 화면과 액션 장면을 구분해 필요에 따라 속도를 달리 하는 기술도 함께 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화질을 유지함으로써 보다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좋은 화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다운로드 서비스까지 내놓음으로써 넷플릭스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글로벌 진출과 함께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옥자’를 필두로 최근 화제가 된 ‘킹덤’`과 같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여기에 미래형 콘텐츠 개발에도 나서고 있는데 예를 들어 ‘블랙미러:밴더스내치’의 경우 시청자가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인터랙티브 콘텐츠 (interactive contents)’ 형식을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이런 콘텐츠 개발을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으며 복잡한 시나리오 작업을 돕기 위해 ‘브랜치 매니저(Branch Manager) ’라는 스크립트 작성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하지만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향후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구독자 기반 OTT의 특성상 제작비 대비 수익의 산출이 어렵고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넷플릭스 분기별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 구독자 수 추이(2012년 1분기 ~ 2018년 4분기), Quarterly Netflix Streaming Service Global Subscriber additions(M), Graph by Happist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북미 지역 가입자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넷플릭스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해외 콘텐츠 투자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도 더 이상 북미와 유럽 등 기존 시장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각국 마다 콘텐츠 시청의 행태가 다르고 특히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 유료 가입에 대한 부담 등으로 수익은 기대만큼 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해 4분기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순이익율은 전분기 10.1%에서 3.2%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 1분기에 7.6%로 회복되긴 했지만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북미 지역 가입자에 대한 구독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는데 월 10.99달러였던 스탠다드 요금제는 최근 12.99달러로 올랐다. 북미 지역 가입자들이 얼마까지 감내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따라서 이런 공격적인 해외 공략의 배경에는 이미 매각설이 돈 적이 있는 넷플릭스의 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가입자 수를 늘릴수록 매각 대금은 비싸지기 때문에 우선 가입자를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구독료 지불 능력이 있는 북미 지역의 구독료를 인상하고 해외의 경우 가입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매각 대금 올리기에 나선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만 하다. 과열 경쟁에 들어간 OTT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구독 모델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쏟아 붓는 콘텐츠 투자는 지속 가능한 것인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3) 디즈니 – 훌루(HULU) 장악…콘텐츠의 힘을 증명하는 진정한 미디어 공룡 기업

디즈니는 최근 컴캐스트의 훌루(HULU) 지분을 사들이며 훌루의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인수 대금이 무려 58억달러, 우리 돈으로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분 가치만 무려 32조원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즈니는 이미 지난 해 21세기 FOX의 미디어 사업 부분을 사들인데 이어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훌루의 확고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미 스포츠 전문 OTT인 ESPN플러스를 운영 중인 디즈니는 올해 11월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3개 OTT를 하나의 계정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넷플릭스를 따라 잡는 것은 물론 OTT 업계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 매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세계적으로 1억 6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현재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디즈니가 이렇게 OTT 서비스를 무한 확장하는 자신감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막강한 콘텐츠의 힘에서 나온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를 비롯해 스타워즈와 각종 애니메이션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이다. 그 동안 OTT 진출 시기를 놓치면서 고전했지만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며 적응력을 키워오던 디즈니는 결국 넷플릭스를 벗어나 독자적인 OTT를 통해 업계 장악에 나선 셈이다. 자체 콘텐츠를 제공하는 만큼 서비스 가격도 획기적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의 힘이 어떤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지를 몸소 실천하는 기업이 바로 디즈니다.

4) 아마존 – 유통과 미디어 번들링을 통한 OTT 질서 재편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 기업이면서 오프라인 매장과 제조업체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 제조와 유통을 수직계열화 하는 동시에 온 오프라인 매장의 연결을 추구함으로써 아마존 자체의 소비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아마존의 이런 전략 속에 미디어가 포함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미디어는 광고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수단이며 플랫폼 기술의 발전은 쇼핑과도 상당한 관련성을 갖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공짜로 주어지는 서비스다. 아마존 측은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라임비디오는 넷플릭스 등과 비교할 때 오리지널 콘텐츠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볼만한 콘텐츠는 다시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OTT 자체의 경쟁력만을 놓고 봤을 때 그리 앞서는 편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프라임비디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번들링 서비스에 있다. 어차피 가입해야 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OTT 서비스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아마존은 가입자의 쇼핑 정보까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찾기 힘든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가입자를 확대하고 가입 정보와 쇼핑 정보를 이용해 유통망과 광고를 결합시킨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미국 OTT 시장에서 최근 2년 새 아마존의 성장세가 넷플릭스를 앞지른 것으로 조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RBC CAPITAL MARKETS의 설문 조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아마존을 이용해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봤다는 사람의 비율이 1년 전보다 17%포인트 증가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출했다 하면 해당 업계의 다른 기업들이 초토화되다시피 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마존이 번들링 서비스와 온 오프라인 통합을 통해 OTT 서비스 시장마저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4. 미디어 시장 전망
1) 개인화로 승부…개인정보 확보가 핵심 경쟁력

OTT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특정이 가능하다. 가입자의 로그인과 시청 정보 같은 개인 정보들은 고스란히 OTT 업체에 쌓이게 된다. 서비스의 개인화는 비단 미디어만의 핵심 가치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모든 산업은 이 개인화를 어떻게 달성하는가가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oT 기술의 발전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특정돼야 이용자에게 맞는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접어든 자동차도 승차자 정보의 식별을 통해 행선지를 비롯해 차량 내에서의 활동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

삼성의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CES에서 “삼성은 모든 생산 제품의 사용에 있어서 이용자의 로그인이 필요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TV와 냉장고, 청소기와 같은 가전 제품을 사용할 때도 이런 로그인을 통해 사용자를 특정하겠다는 뜻이다.

개인화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광고 및 마케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무엇을 보며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타고, 어디를 가며 무엇을 먹는지를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딱 맞는 광고와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이런 정보들이 모이면 비슷한 연령대와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유형화가 가능해지고 상품의 생산과 판매에 보다 정교한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정보만큼 중요한 정보는 없다. 수천 가구를 샘플로 정한 기존의 TV 시청률 조사에서는 대략의 연령대와 성별, 선호 프로그램과 시청 패턴 정도만 알 수 있었다면 이제는 각 개인 별로 특성화된 수백만 개의 샘플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리카이푸 창신공장 회장이 지난해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2018 TED 컨퍼런스’에서 중국이 AI 실행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을 한 것도 개인정보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 구글차이나 사장 출신인 리 회장은 “7억 명의 중국인들이 모바일 거래 등으로 축적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가 중국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 어시스트와 연동된 스마트홈 브랜드가 1천여개에 이르고, 디바이스는 1만개가 넘는다. 글로벌 검색시장 1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gmail을 통해 수집되는 개인 정보들은 다른 업체들이 넘보지 못할 구글의 막강한 경쟁력이다.

2) 미디어를 매개로 산업 간 협업 필요성 대두

버라이즌은 월트디즈니, 뉴욕타임스와 콘텐츠 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디즈니는 자동차 생산 업체인 아우디와 손을 잡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자동차와 미디어, 이동통신 업체는 전혀 다른 생태계에서 존재했지만 이제는 협업을 넘어 동업에 이르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차 안의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시키는 자율 주행 자동차 안에서 인간은 여가 시간을 갖게 되고 이는 곧 미디어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는 물론이고 게임이나 쇼핑과 같은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 페니 20세기폭스 전략비즈니스개발임원이 CES 연설을 통해 “10년 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되는 광경을 목격했다면 앞으로 5G 시대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콘텐츠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함께 협업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기업간 협업은 앞서 살펴 본 개인정보의 필요성과 맞물려 산업 전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스케일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협업이 많이 이뤄질수록 정교한 마케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한화손해보험, 현대자동차가 디지털 혁신 보험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주행거리 운전습관 등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OTT를 접목시킨다면 영상 및 쇼핑 정보 제공도 가능해진다. 자동차 회사가 영상 분야를 새로 개척하기 어렵고 미디어 기업이 자동차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각 분야의 협업, 그리고 공생을 위한 생태계 구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3) 번들링(bundling)을 통한 플랫폼의 확장

미국 미디어 업계에는 최근 영상 스트리밍과 음악 스트리밍을 결합한 번들링 서비스가 화제다. 음악 스트리밍 분야의 선두주자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훌루(Hulu), 쇼타임 (SHOWTIME) 등의 OTT 서비스와 결합한 요금제를 내놓았고, 구글은 유튜브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신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결합했다. 애플은 음악, 영상, 잡지를 한 데 모은 번들링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협업은 번들링 패키지를 통해 플랫폼 확장을 수월하게 하고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증대시킨다. 제휴한 기업들의 번들링을 통해 단일 상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별 고민없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OTT에서도 스크린 밖의 서비스, 예를 들어 쇼핑이나 관광, 스포츠, 레저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 등장할 것이다. 보다 많은 고객을 가진 서비스들이 연합하면 할수록 이 패키지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런 OTT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로 대변혁 예고

촬영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분야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올드 미디어가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했다면 OTT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시청자가 원하는 영상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① 뉴스
기존의 뉴스 콘텐츠는 각 언론사가 선택한 소재와 장소를 시청자 혹은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청자는 기자가 선정한 이슈와 장소,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으며 자신이 보고자 하는 화면이나 이야기를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화된 미디어와 전송 지연이 거의 없는 5G의 발달은 뉴스의 형태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온라인을 통해 실제 현장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팔루자에 설치된 카메라에 담긴 미군 전투 영상을 편집해 독자들에게 공개했다. 때로는 전투 현장에, 때로는 카메라에 부착된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기존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쟁 지역 뿐 아니다. 매년 발생하는 캘리포니아 산불 상황도 이와 같은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산불이 심각한 지역에 드론이나 촬영 로봇을 배치해 영상을 계속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면 기존 뉴스처럼 제한된 영상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된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굳이 기자의 시선에 기댈 필요가 없어진다. 촬영 기술과 5G를 통한 네트워크 기술의 획기적 발달은 뉴스의 실시간성을 한층 더 높일 것이며 이는 시청자들의 자율성을 보다 더 강화시킬 것이다.

② 스포츠
5G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스포츠이다. 스포츠는 실시간성이 핵심적인 가치다. 위성을 통한 스포츠 중계는 중계 장비 및 기술이 필요하고 중계료도 엄청나게 비싸다. 중계료가 비싸다보니 방송 시청료도 비싼데, 미국에서 스포츠 채널까지 포함해 신청한 케이블tv 요금은 한 달에 무려 200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5G가 보다 확산되면 스포츠 관람 형태도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카메라를 경기장 곳곳에 설치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NBA 경기의 경우 감독석 바로 옆에 360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5G망을 통해 송출할 수 있다. 5G망을 이용할 경우 지연이 거의 없이 전송이 가능하고 장소의 제한도 없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특히 관람 시점을 관객이 정할 수 있다. 중계 방송을 담당하는 방송사가 정한 화면만 볼 수 있는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감독 시점에서 경기를 볼 수도 있고 르브론 제임스에게 카메라가 장착된 고글을 쓰게 한 뒤 그 영상을 볼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③ 드라마 영화 – 시청자 기호에 맞춘 에피소드의 무한 생산 가능
드라마와 영화는 이미 진화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원하는 스토리 라인을 선택해 보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선보인 바 있다. 기존 올드 미디어에서는 감히 선택하기 어려운 양방향 방식이다.

제작자들은 OTT 회사가 많아지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고, 동시에 작품을 관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다는 점, 촬영 기술이 좋아져 제작 비용이 줄었다는 점 등을 들며 영상 콘텐츠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타트랙 디스커버리 제작자인 알렉스 쿠즈만은 “과거 제작 방식이 하나의 시즌이 끝나면 그 다음 시즌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시즌이 끝나더라도 여기서 파생되는 주변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이를 본편과 연결 짓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과거 TV나 영화의 제작은 정해진 시간 혹은 전편에 이은 속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제는 전편에서 곁가지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무한한 에피소드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또 만지고 느끼는 것까지 5G를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기술 발전으로 촉발된 콘텐츠 혁명은 또 다시 디바이스 기술의 발전을 이끌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콘텐츠는 또 다시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5) 소비자 참여형 플랫폼 확산

OTT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의 수급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비용도 문제지만 OTT 플랫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지게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픈 플랫폼’, 즉 소비자 참여형 플랫폼이 더욱 많아지는 것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국내 최대 포털 업체인 네이버가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동영상 서비스인 네이버TV는 누구나 동영상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창작자의 창작 활동과 노력에 따라, 단계적 지원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보상 구조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300시간 이상의 구독 시간을 확보한 채널을 대상으로, 동영상 광고를 설정할 수 있도록 광고 정책을 변경했다.

현재의 콘텐츠 수급 능력으로는 폭발적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유튜브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만들어진 콘텐츠를 단순 편집 혹은 전달해서는 확장성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들이 직접 창작에 뛰어들어야 콘텐츠의 확장성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유입되면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고 이를 통해 다시 창작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6. 올드 미디어 소멸론과 기회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올드 미디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이미 기술한 바 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는데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방송 시간까지 준수해 가며 TV에 앉아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하는 방식의 방송으로부터 점차 멀어져 갈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특히 광고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여전히 지상파 방송에 매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댄 캘러핸 FOX 영업 담당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돈을 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전히 TV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이들이 있는 한 광고 시장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TV 광고 시장은 700억 달러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리스 호크 어도비 비즈니스 전략과 성장 담당 총괄은 TV 광고의 매력에 대해 “전국적이고 즉각적인 광고 효과를 원하는 기업에게 TV는 여전히 매력적인 매체이므로 시장이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은 아니지만 유료 케이블 TV인 ‘스카이 TV’가 유럽에서 성공한 사례도 올드 미디어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카이 TV는 돈을 벌어들이는 기계라고 불릴 만큼 성공적인데 영국 유료 TV 시장에서 최다 가입자 수를 기록한 후 다른 유럽 국가에 잇따라 진출해 2천 2백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선전은 ‘리비에라(Riviera)’ ‘포티튜드(Fortitude) ’ 같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에 매년 20억 파운드 이상을 투자하며 독자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영국 스카이TV 인수 경쟁, 신문과 방송, 2018. 5. 2.) OTT 서비스가 아무리 득세하더라도 자체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를 보유한다면 여전히 올드 미디어에게도 기회가 있으며 이것이 적절한 광고 전략과 맞물린다면 OTT에 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현지화 전략에 한계가 있는 글로벌 OTT의 특성 상 각 나라 및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를 보유한 올드 미디어는 그 역할을 다 했다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돈을 낼 의사가 없는 시청자, 또는 개인 정보를 글로벌 기업들에게 넘기고 싶지 않은 수 많은 시청자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으며 자신의 브랜드를 단숨에 전국적으로 알리고 싶은 광고주가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올드 미디어에 대한 전문가들의 충고다.

7. 마치며

미국에서 본 OTT와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단순히 영상 콘텐츠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 속 미디어는 여러 다른 분야의 산업들을 연결해 주는 핵심적인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융복합 기술의 매개체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산업 구조 변화의 핵심은 각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AI와 IoT를 통해 제공하며 보다 많은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기업들이 연계하고 이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는 말 그대로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선두에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런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다른 나라의 미디어 산업만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조와 유통 모든 측면에서 번들링 패키지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는 다른 국가들의 산업은 한꺼번에 초토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여전히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 틀 안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가 상용화를 목전에 앞둔 마당에 차량 공유 서비스의 해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과거 산업의 틀에 얽매어 국내 기업들에 대한 규제 체계를 고수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국내 미디어 시장을 거의 다 장악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과 기술, 콘텐츠를 앞세워 미디어 산업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제조업과 유통, 서비스 산업에까지 접목시킨다면 국내 기업들이 생존할 기반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사회 전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들을 고민할 때다. 개별 기업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OTT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그리고 무분별한 콘텐츠 제작 및 확산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우선 과감한 규제 개혁과 융복합 기술 지원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각개 격파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고 이익도 공유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아직 경쟁력이 남아 있는 우리 기업들과 신기술로 무장한 벤쳐 기업들이 연대하는 장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우리의 강력한 기술력과 콘텐츠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는 관점의 발견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