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내 한류의 키워드는 ‘온라인’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대성공을 이룬 이후, 한국 가요(이하 K-pop )의 뮤직 비디오 대부분이 국내 방송/음원시장에 앞서 유튜브에 먼저 공개되고, 동시에 세계 팬들과 만난다. 미국에 사는 K-pop 팬들도 당연히 아이튠즈, 유튜브 등을 통해 관련 콘텐트를 보고 듣는다.
이러한 ‘온라인 주도’ 트렌드에 올라탄 건 한국 드라마(이하 K-drama)도 마찬가지다. 케이블 TV, 지상파를 위주로 보던 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TV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새로운 매체로 시청 플랫폼을 옮긴 것이 배경. 이에 따라 그간 미국 시장에서 홍보 기회가 없던 K-Drama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미국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실제 한국 드라마에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드라마 피버’ ‘비키닷컴’ 사이트의 이용자 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구분(년)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증가율(1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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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순방문자수 | 20만 | 70만 | 200만 | 400만 | 1500만 | 2000만 | 10,000% |
미국 내에서 인터넷을 접속해 K-drama를 고정적으로 보는 인구는 2000만 여명으로 추산된다(2015 상반기 기준) 2). 주요 시청자는 18-34세의 미혼 여성이며, 인종 별로는 44%가 백인, 25%가 히스패닉, 16%가 아시안, 아프리칸 아메리칸(흑인)이 14%로 고르게 분포되고 있다. 3) 이는 2000년 대 중반까지의 미국 내 K-drama의 소비층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당시에는 교민과 유학생들 사이에서 비디오 대여 또는 디렉TV의 한국 방송 패키지 등으로 제한된 공급과 수요를 이뤘지만, 온라인 시청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미국의 전 인종, 연령대에 걸쳐 확대된 것이다. K-drama와 관련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 드라마를 3년 이상 시청해 온 고정팬들이라는 분석도 있다. 4) 이에 비춰보면 ‘넷플릭스’ ‘훌루’ 등 미국 내 대표적 온라인 동영상 콘텐트 기업들이 한국 드라마를 수백 편 이상 서비스 하고 있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이 같은 K-drama의 성장은 한류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 세계 무대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 곡당 3~4분 정도의 짧은 K-pop 1) 뮤직비디오와 달리 드라마는 미니시리즈를 기준으로 회당 60분 이상, 총 16~24회를 방영하기 때문에 노출 시간이나 영향력 면에서 다른 문화 콘텐트보다 영향력이 크다. 문화 상품이 한국 산업, 관광 분야 등으로 확대 재생산 될 수 있는 요소도 다분하다. 무엇보다 내수 시장의 규모에 맞춰 제작비가 산정될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의 특성상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한국 드라마라면 그 규모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잠재성을 얻게 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배경에서 K-drama의 미국 내 수출 상황과 발전방향을 현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모색해보고자 한다.
1) 미국의 경우 ‘한류’라는 단어보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이니셜로서 장르별로 K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드라마피버’ 월 순방문자수(주어진 기간 동안 해당 웹사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 지표) 2200만명x미국 접속비용 52.5%=1150만명. ‘비키’ 월 순방문자수X미국 접속비욜 42%X비키에서 한국 드라마 점유율 30% =504만 명 3) 드라마피버 방문자 조사(2015)
4) 한국콘텐츠진응원 ‘한국 콘텐츠 미국 시장 소비자 조사’(2014. 10)에서는 한국 드라마 시청 기간을 묻는 질문에 3년 이상이 59%, 1~3년 이상이 28%, 주당 평균 시청 시간으로 10시간 이상이 29%라고 답한 고정층이 많았다.
“tvN ‘나인’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에서 리메이크(2013. 10.27)”
“’별에서 온 그대’ 미 지상파 ABC에서 리메이크(2014. 9.9)”
“’굿닥터’ 미 CBS와 리메이크 계약 … 6월말 윤곽(2014.5.22)”
“’신의 선물’ 최란 작가, 미 리메이크 제작 참여(2015.3.9)”
K-drama의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할리우드 역시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보인다. CBS, NBC, ABC, Warner Brothers, FOX TV 등 주요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의 포맷을 사들이는 일이 꾸준히 성사됐다. 2013년 ‘나인’을 시작으로 ‘굿닥터’ ‘별에서 온 그대’가 판매됐고, 2015년엔 SONY 스튜디오가 ‘미생’의 판권을 구입했으며, ‘나쁜 녀석들’ ‘응답하라 1997’ 역시 리메이크가 추진되고 있다. 5)
하지만 여기까지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현지에서 후속 상황을 살펴보니 한국 드라마의 미국판 리메이크는 언론 보도나 국내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는 모두 중도 하차 상태. 포맷을 수출한 드라마 전부가 실제 리메이크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제작이 무산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흥미로운 점이 있다. 현지 업계 종사자들은 이에 대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과 절차를 보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5) 할리우드의 드라마 제작은 자체 창작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의 기존 작품을 리메이크 해 현지화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일례로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역시 영국 BBC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미국 방송계는 어떤 시스템인가’ 라거나 ‘미국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라고 종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한결같다. “너무 복잡해서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조금만 알아보면 과장이 아니다. 먼저 미국 방송국의 조직도는 그야말로 거미줄과 흡사하다. 국내 방송국이 일선 PD, 그 위로 CP(Chief Producer)-국장-본부장이 이어지는 단선 구조로 이어지며 제작, 예산 책정, 협찬 등을 전반을 담당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직책과 직위가 혼재된 ‘하이브리드형 조직’ 형태다.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가장 위에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가 있다. 그는 모든 업무를 총괄하며, 드라마 편성과 운영을 담당한다. EP 아래로는 SVP(Supervising Producer, 수퍼바이징 프로듀서)가 있어 제작 예정인 복수의 드라마를 관리하며, 추진될 경우 작가/프로듀서/감독 고용 등의 큰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밑으로 다시 창작 전반 실무를 맡는 바이스 프로듀서(Vice Producer)가 존재하는데, 아이디어, 기획, 캐스팅, 스태프 구성 등의 업무를 맡기 때문에 특정 작품의 실질적인 총책임 프로듀서라 할 수 있다. 물론 한 팀 내에서도 프로듀서 역시 Intergrated 프로듀서(웹 게임, 모바일 등을 위한 콘텐트 개발 및 창작 관리), Session 프로듀서 (녹음 세션 및 인터뷰 관리), Filed PD (로케이션 업무 관리), Postproduction Supervisor 프로듀서(후반 작업 관리) 등으로 세분화된다. 하지만 드라마 기획을 맡는 프로듀서에 관한 것일 뿐, SVP의 아래로는 실제 드라마 제작에 투입되는 시니어 디렉터, 디렉터 등이 따로 존재한다.
조직도보다 복잡한 건 얽히고 설킨 계약 관계다. 피디가 팀을 꾸려 작가 등 제작인력을 섭외한 뒤 파트너를 삼아 스토리 전개, 배우 캐스팅, 장소 헌팅 등을 협업하는 게 큰 줄기이지만, 그 과정 과정마다 각 종사자들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 얼마나 권리를 지니며,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첨예하게 협상 테이블에 놓인다. 배우는 물론 작가 의상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까지 모두 에이전시에 소속돼 활동하기 때문에 계약 주체는 복수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진행이 제작 파트뿐 아니라 마케팅, 홍보, 제작비 협찬 등을 맡는 팀에도 적용된다.
왜 이렇게 복잡할 수 밖에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실패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미국 드라마는 한 에피소드에 25~40억원, 60억원이 넘는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편당 8000만원에서 2억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고 수천, 수백 배의 수익성을 좇는 생리가 바로 할리우드 산업의 동력이다. 가령 드라마 하나가 성공했다고 치자. 텔레비전 방영권, DVD제작 및 배포권, 온라인용 제작 및 배포권, 모바일 미디어용 제작 및 배포권, 사운드 트랙 제작 및 배포권, 상품 라이선스, 화보 및 관련 출판물 제작 및 배포권, 무대 공연권 등 다양한 권리를 행사하게 되면서 그 수익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배경을 파악하면 할리우드 방송사의 일이란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섣부른 창작보다 각국 국내 시장의 흥행 검증을 통과한 원작들이 스튜디오와 네트워크의 시선을 끌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역시 그저 비즈니스일 뿐이다.
위험 분산을 위해서는 조직도만 복잡한 것이 아니다. 드라마 한 편이 방영되기까지 엄청난 경쟁률을 거친 작품만이 살아 남는다. 할리우드에서 통용되는 ‘1년 제작 달력’을 살펴보자. 8월을 전후로 각 제작사들은 드라마의 대략 줄거리와 등장인물 소개를 적은 시놉시스를 가지고 방송사와 접촉한다. NBC, CBS, ABC, FOX, CW 등 5대 방송사가 각각 받는 에피소드만도 500개가 넘는다. 이러한 ‘피칭(pitching)’ 기간을 한 달간 거쳐 10~11월을 전후로 1회 분 대본을 만들어보라는 ‘스크립트 주문’이 완료되고, 70여 개 작품이 여기에 뽑힌다. 이듬해 1월쯤 각 방송사는 이 중 다시 9-11개 작품을 추려 ‘파일럿 제작 주문’을 한다. ‘파일럿’이란 창작자나 프로듀서가 생각하고 있는 스토리가 실제로 어떻게 표출되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에피소드. 4월까지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이 완료되면 5월 뉴욕에서 광고주 미팅을 거쳐 편성이 결정된다. 편성이 된 뒤에도 끝이 아니다. 반응에 따라 시즌 1, 즉 에피소드 9~13회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까지 제작할 것인지가 또 다시 기로에 선다. 이쯤되면 우리에게 익숙한 ‘프리즌 브레이크’ ‘로스트’ ‘워킹 데드’ 등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들이 얼마나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제작되는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쯤에서 다시 K-Drama로 돌아가보자. 미국 방송사로의 포맷 수출은 어느 단계였을까. 답은 ‘스크립트 주문’ 이었다. 즉, 미국 제작사가 한국 방송국으로부터 특정 드라마에 대한 판매 독점권(shopping right)을 확보한 뒤, 미국 방송국에 접촉해 대본 의뢰를 받는 것까지 성사된 것. 제작 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거래 비용은 국내 드라마 1회 제작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의 뉘앙스와는 달리 정규편성까지는 여전히 많은 관문이 남은 상태라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호평 받은 K-drama들이 하나같이 파일럿 시스템을 넘지 못하는 한계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미국 현지에서 꼽는 K-Drama의 매력은 거의 한 목소리다. 한 마디로 기존 할리우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이라는 것이다. 일단 의학·수사·코미디 등 장르 성격이 확실한 미국 드라마와 달리 한 편에 로맨스-코미디-스릴러 등의 여러 장르가 섞여 있다. 둘째 스토리 전개 방식의 차이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내용 전반에 걸쳐 비중 있게 처리된다. 사건의 발생보다 감정의 변화, 그로 인한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여기에 에피소드 하나에서 완결성을 갖는 미국 드라마와 달리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회를 기대하게 이끄는 ‘후킹(hooking)’ 요소가 기존 할리우드 작품들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그런데 업계 종사자들은 그 강점이 동시에 한계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방송사들의 방영 드라마에는 제각각의 색깔이 있다는 것. 가령 CBS는 의학과 수사물, NBC는 코미디, ABC는 로맨스와 주부층 공략물이다. 이러한 구획대로 나누자면 K-drama의 설 자리는 모호해진다.
더불어 형식의 차이도 있다. 앞서 밝힌 대로 미국 드라마는 시즌제로 8,9 시즌(에피소드 150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담보한다. 올 7월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는 미국 드라마 ‘굿 와이프’의 경우 7년 간 방영이 가능한 대작이다. 우리 실정에 맞게 ‘가지치기’만 하면 되는 상태인 것. 반면 K-drama는 보통 16~24부작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포맷이 수출되려면 프로듀서와 작가가 대부분을 각색해야 한다. 따라서 드라마 한류의 가능성은 드라마 스토리를 어떻게 확장해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여부에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피칭 시즌에 제작사가 어떤 시놉시스로 방송사와 접촉할 것인가는 가장 민감한 문제다. 현재 방영 드라마를 파악하고 빈틈을 채워 줄 스토리를 선보여야 한다거나, 방송사가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장르가 무엇인지 미리 따져보고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현지의 네트워킹이 얼마나 탄탄한가에 달려있다. 또 내세울 만한 이름이 없다는 점도 장애물 중 하나다. 프로듀서가 실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이름값’에 기대는 것인데, 유명한 작가, 프로듀서가 새로 만드는 작품에 먼저 눈이 가는 게 인지상정인 셈이다. 지난 해 피칭 시즌에도 화제는 80년대 화제작 ‘맥가이버’의 리메이크였다. 이런 드라마가 등장할 경우, 비슷한 장르의 시놉시스는 네임 밸류에 밀리기 마련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문법이 다른 할리우드 시스템을 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케이블, 그리고 온라인이다. 케이블 네트워크의 경우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HBO, Showtime처럼 지상파 방송사에 준하는 신규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이 있다. HBO의 경우 영화 스트리밍에 주력하다 자체 드라마 제작으로 발을 넓혔고, 이미 ‘오즈’’소프라노스’부터 ‘왕자의 게임’까지 히트작을 선보였다. 이들의 경우 파일럿 시스템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포맷 수출이 곧 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현격히 높다. 실제 ABC에서 제작이 불발된 국내 드라마 ‘굿닥터’의 경우 현재 케이블 콘텐트로의 전향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급성장 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중요한 활로다. 이미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마르코 폴로’의 자체 제작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영화제작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와 손잡고 리안 감독의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수상작 ‘와호장룡’ 속편을 비롯해 극장용 영화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대표적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닷컴은 최근 유명 영화감독 우디 앨런을 영입해 TV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 해 영화 12편을 제작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6)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K-drama의 강세가 계속된다면 이들과 한국 드라마 프로덕션과 공동투자 및 제작도 가능하다는 일부 기대가 설득력을 얻는다.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 웹드라마 역시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비키닷컴은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 ‘드라마 월드’의 시사회를 열었다. K-drama 골수팬인 미국 여대생이 어느 날 실제 드라마 안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웹드라마 형식으로 시즌1당 10편, 1편당 10~15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저예산 독립영화와 디지털을 결합한 이 웹드라마는 K-drama 골수팬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인 셈이다.
6) 아마존닷컴은 ‘프라임’이란 브랜드를 내세워 연 99달러를 내면 무료 배송과 함께 자체 보유 중인 영상·음악 콘텐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팬인 미국 여대생이 어느 날 마법처럽 실제 드라마 안으로 빠져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월드’. 이를 제작한 태미 남 대표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시장성을 반영해 탄생한 드라마”라는 말로 의미를 부여했다.
흔히 한류를 1980~90년대 홍콩 영화에 비유한다. 할리우드까지 매료시킨 홍콩 느와르물의 인기가 한순간 사그라 들었던 과거에 빗대 한류도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코어팬(core fan), 이른바 골수팬이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핵은 코어팬의 뿌리가 얼마나 단단한가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가령 배트맨이나 슈퍼맨이 세계적 인기 캐릭터가 된 것도 이러한 골수팬 덕분이다. 스타워즈가 속편이 나올 때마다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작품이 인기를 더하고 대중적으로 변화할 수록 ‘희소적 가치’에 목말라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뭔가 다르다’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확고하게 붙잡아둘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할리우드의 경우 코어팬들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마련한다. 시사회 초청은 물론 미디어까지 부른 특별 행사에 일순위로 부른다. 또 머천다이즈를 가장 먼저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K-drama의 경우 이미 이러한 조짐이 자생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 비평 사이트 ‘드라마빈스(dramabeans.com)’에서는 팬들끼리 토론의 장을 벌이는 것은 물론 팟캐스트를 제작하거나 한국 드라마 입문서를 출판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드라마 한류가 본격 형성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을 때 가장 많은 답을 들은 건 결국 ‘사람’이었다.
일단 프로덕션 파트의 전문화다. CJ E&M 아메리카의 경우 드라마 작품을 피칭하기 앞서 프로듀서와 작가를 대신해 투입되는 인력이 있다. 작품의 배경 설명은 물론이고, 실제 시즌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적절히 ‘살을 붙여’ 줄 장치들을 미리 개발해 둔다. 이 작업에 온전히 매달려야만 일년에 20개 안팎의 드라마를 보다 완성도 있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또 드라마가 국내에서 방영 중일 때부터 미리 방송사를 접촉해 추천 리스트로 제시하는 것 역시 네트워크를 갖춘 전문 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번역에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K-drama 발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안이다. 실제 영화 ‘엽기적인 그대’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각색 과정에서 로맨스에 녹아 있는 한국식 유머 코드를 맛깔 나게 살려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 한국과 미국의 정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최근 미국 시장은 한국 드라마 원작만이 아닌 웹툰처럼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콘텐트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 콘텐트 전반에 번역 전문 인력 양성에 관심을 보일 때다.
‘한류 심층 진단’(2015), 김일중,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 보고서
‘한국 콘텐츠 미국시장 소비자 조사(드라마)’ (2014)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
‘미드 할리우드 텔레비전 드라마 생산 이야기’(2010) 임정수, 한울아카데미
‘한류, 이제는 미국-‘굿닥터’ ‘나인’ 미국판 나온다’ -연합뉴스, 2014, 9, 15
‘한류와 케이팝, 미국서도 통했다…미드로 부활’ -헤럴드POP, 2015, 10, 19
“넷플릭스 많이 컸네”…자체 제작 영화·드라마 강화 -연합뉴스 2015. 9. 1
1)김일중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장
2)Jae S Kim(김재순) 네이버 브이앱 아메리카 팀장: BET networks 원작 프로그래밍 시니어 디렉터, The Mark Gordon Company 텔레비전 부문 개발·제작 부대표, Showtime Networks 원작 프로그래밍 매니저 등 역임
3)이동훈 (Sebastian Lee) 엔터미디어 콘텐츠 대표: CBS 스튜디오와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설립한 제작사 3AD와 함께 제작하는 ‘굿 닥터’의 리메이크작에 프로듀서로 참여/ ‘별에서 온 그대’ 리메이크작의 제작 총괄(EP) 역임
4)안젤라 킬로렌(Angela Killoren) CJ E&M 아메리카 Chief Operating Officer.
5)이기오(Keo Lee) Netflix 매니저: 3AD Development Executive, CJ 엔터테인먼트 Creative Executive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