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미국 대선을 중심으로 동아일보 강경석 연수기관: 조지워싱턴대
1. 서론
정치학자 앤서니 다운스(Anthony Downs)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책을 만든다”(Downs 1957, 54)고 주장한 이후, 선거와 정책 간 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책공약은 유권자의 선택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쉬우며, 정당과 후보자에게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기 쉽다. 그러나 정책공약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서 제시되는 공약의 내용과 이행 여부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새로운 정책이 새로운 정치를 만든다”(Schattschneider, 1935)는 명제 역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유권자들이 각 정당과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실제 이행 성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에 임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민주주의는 보다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정책공약과 언론 보도가 유권자들의 판단과 최종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본 보고서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중심에 두고, 두 가지 주요 분석 축을 설정하였다. 첫째, 2020년과 2024년 대선을 비교해 트럼프와 바이든이라는 재선 후보가 각각 내세운 정책공약이 어떤 맥락에서 형성되었으며, 실제로 어떤 분야에서 이행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둘째,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이러한 공약을 어떻게 보도했으며, 그 보도가 유권자의 인식 및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다.
하지만 2024년 대선 국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후보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본 연구가 기획 초기부터 설정했던 ‘재선 후보 간 공약 이행 비교’라는 방향성에는 일정한 한계가 발생했다. 당초 연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임기 동안 공약 이행 여부가 유권자의 평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려는 목적이었으나, 바이든의 사퇴로 인해 직접적인 비교 분석이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대체 후보로서 민주당의 부통령이자 사실상 대선 후보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간의 대결 구도에 집중하여, 양 후보가 제시한 2024년 공약이 어떤 방식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유권자들의 태도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경제, 외교·안보, 무역, 국내 정치 및 사회정책 등 4개 분야로 나눠 공약을 정리하고, 각 공약이 선거 국면에서 어떻게 강조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정책공약의 보도 방식 및 빈도에 대한 분석 또한 본 연구의 주요한 축을 이룬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를 중심으로 언론이 특정 공약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반복적으로 보도했는지, 그 보도 방식은 긍정적이었는지 혹은 비판적이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언론 보도가 유권자의 이슈 인식과 후보 지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찰한다. 이와 더불어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와 여론조사 기관의 정책 평가 보고서와 설문조사 결과 등도 함께 검토함으로써 보다 실증적인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예컨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2023년 9월 미국 성인 32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의 53%가 “미국은 세계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국가를 위해 최선”이라고 응답해, 미국 내 고립주의 경향의 강화가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민심의 흐름은 트럼프 후보가 제시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안보 공약과 맞물리며, 선거 결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여론조사 전문 매체 등이 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후보별 지지도 추이 및 이슈별 선호도를 통해 정책공약 발표 이후 유권자의 반응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도 본 연구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보고서는 미국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통해, 정책공약의 이행 가능성과 언론 보도가 유권자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서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자 하며, 한국 정치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주요 정책공약 및 유권자 영향 분석
1) 경제 분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중산층과 가정 지원을 강조하며 경제 공약을 제시했다. 그녀는 첫 주택구매자에 대한 모기지 지원과 신생아 부모에게 최대 $6,000의 아동 세액공제를 약속했다. 또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서, 근로자에게 이득이 되도록 세금 혜택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예비 창업자 지원을 위해 창업비용 공제 한도도 현행 $5,000에서 $50,000로 대폭 상향했다. 해리스는 또한 임대기간 2년 이상 동안 월세를 제때 납부한 세입자에게 최대 $25,000의 주택 구입 보조금을 제공하고, 대도시의 저소득층 주택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연방 기금 $400억을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후보는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무역장벽 강화를 내세웠다. 그는 2017년 감세안을 연장·확대하고, 미국 내 제조업 기업에 한해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불법 이민자로부터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조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 당시 내세웠던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재강조하며 에너지 생산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미국을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캠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물가 정책을 비판하며 “인플레이션 악몽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경제 문제가 최대 쟁점임을 보여주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81%가 경제를 투표 때 ‘매우 중요한’ 이슈로 꼽았고, 트럼프 지지자 중 93%가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반면 해리스 지지자는 68%였다. 갤럽 조사도 2024년 대선에서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평가했으며, 트럼프가 이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제적 불안은 실제 선거 결과에 반영되었다. 예를 들어 존스홉킨스대 경제학자 스틴버그는 “대부분의 유권자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시기에 물가가 훨씬 빠르게 올랐다고 느꼈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트럼프 승리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경제 역량 면에서 해리스보다 6%포인트 앞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4년 전 바이든 당시의 격차(12%포인트)보다는 좁혀진 수치였다. 전반적으로 언론은 트럼프가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결집했으며, 해리스는 중산층 지원과 가족 혜택 공약을 강화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 중 93%가 ‘경제’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꼽았고 해리스 지지자는 68%가 그렇게 답했다. 이처럼 경제·물가는 2024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사안이었다.

2) 외교·안보 분야
해리스 후보는 전통적 동맹 강화와 외교 협조를 강조했다. 그녀는 나토(NATO) 동맹을 “철통같은”(ironclad) 약속이라고 부르며 방위 비용 분담을 독려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중동 사태에 대해서 는 인도적 구호를 우선시하면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對)이스라엘 군사 원조에 인도적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녀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고통을 지적하며 자발적 휴전과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우며 동맹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당시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에 군비 증강을 강력히 요구했고, 선거운동 중에는 군사비 지출을 늘리지 않는 국가에 대해 “러시아가 공격하게 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취임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재정지원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핵심 동맹국으로 우호적 지원을 강조했는데, 2022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 전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지원을 승인하는 등 보수층 지지 기반을 공고히 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강경 발언을 이어갔지만, 때로는 시진핑 주석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3) 무역 분야
무역 정책에서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이어가되, 미국 내 제조업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투자에 방점을 두었다. 그녀는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투자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했다. 해리스는 중국을 중요한 전략적·경제적 경쟁자로 인식하면서도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불공정 무역 관행에는 관세와 법률 조치로 대응하고, 대신 미국 내 생산과 대체 공급망 확충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개 언급했고, 중국산 물품에 대해서는 최대 60%까지 관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매체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급진적 관세 정책은 세계적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어 무역 전문가는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트럼프 캠프는 캐나다 등 우방국에 대해서도 ‘미국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의 무역 구상은 보다 제한적이었다. 그녀는 기존 무역 규범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자국 산업에는 보조금과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세웠고, 이 과정에서 무역 쟁점과는 별도로 우크라이나 지원과 나토 동맹 강화 등 외교·안보 과제를 중시했다.
4) 국내 정치 및 사회 정책 분야
이민 정책에서 트럼프 후보는 이민자 단속 강화와 국경 봉쇄를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그는 선거운동 중 “역대 최대 규모 의 추방 작전”을 시행하겠다며 불법 체류자 대규모 추방을 약속했다. 또한 출생지주의 폐지와 멕시코 국경 군사화, 망명 심사 대기 프로그램 재도입 등을 공약하며 강경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해리스 후보는 다당제적 협력으로 이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낙태급변수당(border bill)으로 알려진 상·하원 합의 법안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법안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과 망명 심사 강화, 밀수 적발 기술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아울러 중앙아메리카 국가에 대한 원조를 확대해 이주 원인을 줄이려고 했다. 낙태 문제는 두 후보의 선명한 대립점이었다. 해리스는 낙태권 옹호를 캠페인 핵심으로 내세우며 연방 차원에서 재생산권을 복원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각 주가 결정할 문제”라며 연방차원 금지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선 토론에서 “국가 차원의 금지 법안은 서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플로리다의 태아 6주 금지 수정안에 대해서는 처음엔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보수층 반발에 부딪혀 번복하기도 했다.
총기·치안 관련해서 트럼프는 강력한 치안 확립과 총기 소유 권리 수호를 강조했다. 그는 NRA(전미총기협회)로부터 대선 공약 지지(endorsement)를 받았고, “총기 하나에도 손댈 수 없다”고 약속했다. 해리스는 전통적으로 총기 규제를 지지해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언론 보도에서 비중이 낮았다. 문화·교육 이슈와 관련해 트럼프 캠프는 성 전환 의료와 교육 등 문화전쟁 이슈를 적극 활용했다. NPR은 선거 직전 공화당이 트랜스젠더 권리를 다룬 광고에 1,700만 달러 이상을 집행하며 주요 경합주에서 3만 회 이상 방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화당이 민주당을 ‘이념적 과격성’으로 몰아세우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반면 해리스는 교육과 총기 규제, 낙태 등 현안에서 민주당 전통 가치를 강조했으나, 캠페인 기간 내내 관련 메시지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3. 언론 보도와 유권자 영향
주요 언론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경제·물가 이슈와 이민·사회 이슈가 유권자 행동을 크게 좌우했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 경제·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고, 이 가운데 트럼프 지지층은 79%가 생활비 상승을 최대 관심사로 꼽아 해리스 지지층(31%)보다 훨씬 높았다 . NBC·CBS 등의 출구조사에서도 유권자 절반 이상이 경제 상황을 나쁘게 평가했으며, 이민과 치안을 중요시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특히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 중 70%가 경제를 ‘나쁨’으로 봤고, 이들의 40%가 경제를 최우선 이슈로 꼽으며 이들 가운데 과반수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 이러한 경제 불만이 해리스의 전통적 강점이던 여론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게 했다. 정책 공약 측면에서 언론은 트럼프의 메시지 변화가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선거캠프가 기존의 과격 문구를 완화하고 낙태 및 우편투표 보조 문제에 일정 부분 유연해진 점을 “도널드 트럼프의 눈부신 복귀” 전략으로 꼽았다. 트럼프 진영은 당초 경제·이민 이슈를 강조할 계획이었으나, 당내 여론조사를 통해 트랜스젠더·교육 문제가 보수층을 더욱 결집시킨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광고 전략을 전환했다. 실제로 해리스 측이 경제 대결 구도로 수억 달러 규모의 광고를 집행했음에도, 표심 분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리스 후보의 이미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트럼프 측이 “실패하고 연약하며 위험할 정도로 급진적(failed, weak and dangerously liberal)”이라는 문구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종합하면, 언론은 경제 회복과 물가 안정 약속이 트럼프에게 표를 모으는 핵심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해리스는 재생산 권리와 기후변화, 보건의료 확대 등 진보적 가치를 강조하며 ‘중산층 부양’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캠페인 기간 짧음과 선거 전략상의 실수로 메시지 전달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가 경제 우위와 문화 이슈를 결합한 공략으로 백인 유권자와 공장지대 유권자 등을 결집시켰다고 결론지었다.
4. 결론
2024년 미국 대선은 정책공약과 언론 보도의 영향력이 극명하게 드러난 선거였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와 같은 주류 언론은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의 주요 공약을 반복적으로 다루며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트럼프는 “국경 폐쇄와 대규모 추방”이라는 강경한 이민 정책과 “경제 안정”을 핵심 메시지로 강조했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을 자극하며 보수층은 물론 중도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해리스는 낙태권 보호와 중산층 지원 정책을 중심에 내세우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강화했지만,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경험 부족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동시에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언론의 보도 방식 역시 유권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후보의 낙태권 메시지를 “선거 캠페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으로 반복적으로 조명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경제 및 이민 메시지를 보도하며 해당 이슈를 선거의 “핵심 갈등 축”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보도는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공약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언론이 특정 후보의 공약을 프레임화시켜 반복적으로 전달할 경우, 유권자는 해당 공약을 전체 선거의 핵심 의제로 인식하게 된다는 결론을 현지 언론인과 조지워싱턴대 재학생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실제로 이러한 언론 보도와 공약 메시지는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TV 인터뷰, 지역 유세, SNS,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반복하며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강화했고, 보수 진영 언론인 폭스뉴스(Fox News_뿐 아니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진보 언론까지 트럼프 메시지를 보도함으로써 의제 확산에 일조했다. 반면 해리스의 경우 주요 정책 메시지가 낙태권 보호 등 일부 이슈에 편중되었고, 공약 간 연결성과 실현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해 다소 제한적인 파급력을 보였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뤄진 조지워싱턴대 재학생 커뮤니티와의 세미나에서 이들은 “경제가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트럼프의 경제 회복 메시지에 더욱 반응했다. 반면 낙태권 문제는 젊은 여성 유권자층의 결집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으나, 전체 투표율이나 선거 결과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과 경제학과 등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은 세미나를 통해“미국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안정적 리더십을 기대했으며, 복잡한 정책보다는 위기 대응 역량을 우선시했다.” “트럼프는 1기 당시의 경제 성과를 상기시키며 이 같은 기대에 부응했고, 히스패닉 유권자 등 중도층을 일정 부분 흡수하며 득표에 성공했다. 반면 해리스는 시기상 부적절한 교체와 미진한 메시지 전달로 선거 전략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민주당이 점차 엘리트 정당으로 인식되며 대중성과 거리감을 느끼게 한 점도 영향을 주었다. 유권자들은 위기에 강한 지도력을 보이는 후보를 통수권자로 인식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는 분석 등을 내놨다.
결국 2024년 미국 대선은 정책공약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를 중계하고 해석하는 언론의 보도 방식이 유권자의 판단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본 연구는 정책공약과 언론 보도가 유권자의 이슈 인식과 투표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하며, 향후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