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지 을 발행하는 ‘가디언 미디어 그룹’이 직원 250명을 자르겠다고 발표한 게 올해 3월의 일입니다. 영국 ‘브로드 시트’ 판형 일간지 가운데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는 지난 5월 시니어 기자들을 중심으로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디어의 디지털화에서 영국이 미국보다 뒤진다는 걸 여기서도 확인합니다. 미국은 종이신문들의 구조조정 단계를 지나 디지털 미디어 산업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디지털 매체 중 하나인 은 지난 4월, 는 5월에 각각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매셔블은 동영상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자들과 에디터들을 해고한 것이어서 디지털 매체가 나아갈 방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디지털 쪽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 시작은 늦었지만 아마존의 노하우를 신문 산업에 접목하고 있는 , 그리고 미국 디지털 미디어의 대명사 의 사례를 경영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기타 오프라인 및 디지털 매체들의 경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도 상황은 녹녹치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기자들이 모여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파도에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언론 사상 최초로 디지털 유료 독자 100만명 돌파를 선언한 뉴욕타임스의 2016년 5월 현재 디지털 유료 독자 수는 120만명 가량 됩니다. 우리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경영 사정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에서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16년 1분기 뉴욕타임스는 1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순손실 규모는 전년도인 2015년과 비슷하지만, 총매출(3억8천만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습니다. 구독료 수입은 2% 늘어난 2억1800만 달러였습니다. 디지털 유료 구독료는 같은 기간 14%(4700만 달러→5400만 달러) 늘어났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줄어드는 매출을 디지털 유료 독자가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70%가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종이신문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라기보다는, 앞으로 매출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지표라고 여겨집니다. 을 보면, 2010년에 비해 분기별 매출이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는 매출뿐만 아니라 이익 또한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난관을 디지털 유료 독자 증대와 모바일 투자, 그리고 네이티브 광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뉴욕타임스는 2020년까지 디지털 매출 8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는 2014년 디지털 매출의 두 배입니다. 과연 가능한 청사진일까요? 도깨비 방망이라도 있는 걸까요? 뉴욕타임스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유료 뉴스앱
뉴욕타임스의 계획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은 결국 ‘광고’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39%이니 광고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광고 비중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에디토리얼 페이지(사설란) 담당 부에디터를 광고 쪽으로 발령내면서, 편집과 비즈니스 부서를 연결해 ‘스페셜 스폰서십’에 활용할 만한 편집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이건 사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진작부터 하고 있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다만 뉴욕타임스가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만은 새삼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고 중에서도 뉴욕타임스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광고입니다. 뉴욕타임스 디지털 트래픽의 50% 이상이 모바일에서 나오지만, 모바일이 전체 디지털 광고 매출(약 2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합니다.(2015년 3월 현재) 모바일 광고 증대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뉴스룸뿐만 아니라 광고 부서도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모바일 광고 제작을 위한 ‘T Brand Studio’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이티브 광고’가 있습니다. 네이티브 광고란 기사 중간에 배치하는, 기사를 닮은 광고입니다. 이 네이티브 광고가 독자와 광고주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디지털 광고를 살려낼 탈출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인터넷을 채우고 있는 정크 광고들과는 다른, 수준 높은 광고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의 영업담당 임원으로 승진한 코핏 르바인(Kopit Revien)은 슈퍼볼 광고나 패션지 의 광고처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필견’ 광고를 만들겠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디지털 광고는 영상 위주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영화감독(혹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모집 광고’를 내기도 했는데요, 뉴욕타임스의 고품격 광고를 만든 경험이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내용입니다.
지금은 워싱턴포스트로 옮겨갔지만 2015년 11월 당시 뉴욕타임스의 퍼블릭 에디터였던 마거릿 설리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출 면에서 보자면 네이티브 광고-기사의 형식이나 외관을 흉내낸-가 승자임이 확인됐습니다. 네이티브 광고는 아직 새로운 시도인데도 불구하고 2015년 3분기 디지털 광고 매출의 18%를 차지했어요. 금액으로는 900만 달러 정도 되는데, 이건 2분기보다 10% 올라간 수치입니다.(이 숫자들은 다 제가 대충 계산해본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공개적으로 이런 숫자를 밝히지 않아요.)”
한 때 뉴욕타임스와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던 는 디지털을 외면하다 망한 케이스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였고, 뒤늦게 디지털 전환 행렬에 뛰어들었습니다. 적어도 순수 방문자(Unique Visitor)를 기준으로 보면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를 거의 따라 잡았습니다(2015년 현재). 아마존의 장기인 ‘소비 패턴 분석 및 상품 추천’ 프로그램을 워싱턴포스트 독자들에게 적용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유료독자나 디지털 광고 매출 등에 관한 숫자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킨들 파이어 사용자들에게 1년에 19달러, 한달에 3.99달러라는 파격가를 제시하며 디지털 독자 증대를 꾀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뉴욕타임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지각생’ 워싱턴포스트는 수익성으로 실수를 만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로 네이티브 광고인데요, 뉴욕타임스보다 좀 더 공세적입니다. 이름도 ‘PostPulse’라고 지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광고담당 책임자인 재로드 딕커(Jarrod Dicker)는 포스트펄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그림 3 참조)
“웰스 파고 은행이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에서 300×500 스페이스를 삽니다. 그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미셸 싱글터리(Michelle Singletary)의 최근 칼럼 ‘금리인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입니다. 그 옆에 웰스 파고의 로고가 ‘겸손하게’ 자리 잡는 겁니다. ‘당신이 어디 서 있어야 기분이 좋은지 알기 때문에’라는 부드러운 메시지와 함께요.”
이런 식의 광고가 기사와 광고의 분리라는 원칙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딕스는 이렇게 답합니다.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상품이나 기사를 추천해주는 프로그램(Recommendation Widgets)이나 마찬가지예요. 포스트펄스는 독자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겁니다. 광고주들에게는 그들의 브랜드 메시지를 기사 콘텐츠와 함께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요. 독자들은 고품질의 콘텐츠를 보러 워싱턴포스트 사이트에 옵니다.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하구요. 포스트펄스는 그 둘이 원하는 걸 연결해주는 겁니다.”
포스트펄스는 저널리즘을 광고로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일 이상을 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광고를 본 독자에게 웰스 파고는 그들이 알고 있는 (워싱턴포스트가 제공하는) 독자 정보를 이용해 독자에게 광고 이메일을 보냅니다. 연방준비은행의 0.25% 금리 인상과 관련하여 그들의 투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이 담긴 광고 말입니다. 문제는, 딕커 이사가 인정하듯이 광고주들로부터의 끊임없는 메시지로 인해 독자들이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스팸 광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컨설팅 회사인 마그나 글로벌은 2017년에 미국 디지털 광고가 티브이 광고를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그림 5 참조) 사람들이 티브이보다 인터넷을 더 많이 들여다본다는 거니까 어쩌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디지털 광고를 세분하면 모바일 광고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도 당연한 얘기죠. 세계적으로 모바일 광고가 데스크탑 광고를 처음으로 앞지른 게 2015년입니다.(2015년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이 네이티브 광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해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디지털 비즈니스 시장조사 회사인 이마케터(eMarketer)는 모바일 광고가 전체 디지털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62.6%, 2019년에는 7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디지털 광고, 특히 모바일 광고의 증가세 속에서 네이티브 광고의 강세가 점쳐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기업의 직접적인 마케팅이나 브랜드 메시지보다는 기사를 클릭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네이티브 광고에 열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가 세운 시장조사 회사인 비아이 인텔리전스(BI Intelligence)는 미국의 네이티브 광고시장이 2017년까지 173억 달러, 2018년까지는 2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럽의 광고회사인 애드유라이크(Adyoulike)는 전 세계적으로 네이티브 광고시장이 2015년 309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594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자료에는 한국의 네이티브 광고 시장 예측도 나와 있습니다.(그림4 참조) 2015년 5억7천만 달러에서 2018년 11억2천만 달러로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겁니다.
언론사들은 점점 더 기사 혹은 자사의 콘텐츠를 닮은 광고를 만들어야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4년 이미 ‘브랜드커넥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사 같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디어 랩’을 통해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스폰서 제공 콘텐츠’라고 단서를 붙여도 점점 더 노골적으로 저널리즘 흉내를 내는 경향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뉴욕타임스의 퍼블릭 에디터 마거릿 설리반은 네이티브 광고의 모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이티브 광고가 너무 저널리즘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신뢰에 손상을 줄 것이고, 저널리즘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광고로서의 호소력을 잃을 것입니다.” 저널리즘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모순된 처지에 처한 레거시 미디어의 진퇴양난을 정확히 표현한 말입니다. 종이신문 시절, 기사처럼 보이는 광고에 대해 독자들이 반발했던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비슷한 반응이 디지털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디지털 매체 의 CCO(콘텐츠 운영 책임자) 셰인 스노우도 네이티브 광고에 대해 아주 부정적입니다. “(광고) 브랜드들은 점점 더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더 편하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그때쯤이면 네이티브 광고는 옛스러운 진화의 한 단계로 기억될 겁니다. 또 그것(네이티브 광고)은 본질상 워싱턴포스트보다는 세분화된 잡지에 더 잘 맞는 포맷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지저분한 쪼가리 광고가 뉴스 사이트를 뒤덮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언론사 수익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쪼가리 광고보다는 정보와 영감으로 가득찬,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네이티브 광고 영상이 더욱 효과적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다른 디지털 매체들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먼저, 엄청난 투자금을 확보하며 디지털 매체의 총아로 떠올랐던 의 현재 경영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버즈피드 역시 내부 재정 상태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라는 디지털 매체가 2015년 8월 확보한 버즈피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버즈피드는 2011년 334만 달러 적자, 2012년 400만 달러 적자 등 2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3년 704만 달러 흑자, 2014년 상반기 274만 달러 흑자 등 2년 연속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은 2011년 412만 달러, 2012년 2033만 달러, 2013년 6410만 달러, 그리고 2014년 상반기 4616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일단 숫자만으로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입니다. 2014년 NBC유니버셜은 버즈피드의 시장 가치를 150억 달러로 평가하면서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죠.
그런데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직후인 2015년부터 버즈피드의 매출 성장이 크게 둔화합니다. 애초 2015년 매출 목표를 2억5000만 달러로 잡았는데 실제로는 1억70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매출 목표를 애초 5억 달러에서 그 절반으로 낮춘 바 있습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급성장인데요, 워낙 큰 기대를 모았기 때문인지 벌써부터 버즈피드의 성장성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페이스북에만 한 해 수백만 달러씩을 지불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재주는 버즈피드가 부리고 돈은 페이스북이 벌고 있는 셈입니다.
버즈피드는 100% 광고 기반 비즈니스입니다. 그런 점에서 구독료 수입 증대를 중시하는 뉴욕타임스와 다릅니다. 인터넷 공간 자체가 공익 차원에서 무료 베이스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버즈피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뉴욕타임스의 길은 구독료 수입을 중시하던 종이신문의 관행을 인터넷에 이식한 것인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은 분명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오직 뉴욕타임스만이 가능한 희귀 모델이니까요.
페이지 뷰만으로 보면 버즈피드와 뉴욕타임스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버즈피드의 순방문자(Unique Visitor)는 한달에 1억7천만이나 됩니다. 뉴욕타임스는 5천만을 겨우 넘습니다. 게다가 버즈피드는 흥미 위주 콘텐츠에 치중했던 과거에서 탈피해 저널리즘 일반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의 기능까지 겸하겠다는 겁니다. 버즈피드 뿐 아니라 같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신문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전통 매체들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입니다.
맞춤형 디지털 뉴스의 선두주자 는 인수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회사 매각 혹은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창업자들끼리 이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4년 월 4000만명이었던 이용자는 2015년 10월 현재 8000만으로 1년 만에 두배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매출은 20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뉴스 소비 패턴이 빠르게 바뀌면서, 애초 희망적으로 보였던 태블릿 위주 편집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모바일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이용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립보드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마이크 맥큐는 잡지 스타일 편집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고품격 편집에 걸맞는 명품 위주의 광고를 유치하겠다고 합니다. “롤렉스, 렉서스, 구찌” 같은 광고들 말입니다. 그렇다면 플립보드는 일종의 니치 마켓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태블릿으로 완전히 갈아탄 경우도 있습니다. 132년 역사를 자랑하는 캐나다의 인데요. 퀘벡에서 두 번째로 큰 이 프랑스어 신문사는 지난 1월 종이신문 대신 태블릿을 기본 플랫폼으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종이신문 발행 중단 결정을 내리기까지 이 신문은 5년에 걸쳐 여러차례 도상연습과 치밀한 독자조사 등을 거쳤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가구별 태블릿 보급률이 50%가 넘는다는 점이 결정의 주요 배경이었을 겁니다. 태블릿 버전의 제호는 인데요, 구독료는 무료입니다. 라 프레스+는 주중 45만4천명의 독자를 확보했는데 이는 종이신문 시절의 20만명(폐간 직전엔 10만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무엇보다 라 프레스는 독자의 65%가 25~54살로 젊어진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라 프레스+의 광고 매출은 이 회사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토요판에서 나옵니다.
같은 태블릿 버전 뉴스 서비스이지만 플립보드와 라 프레스+는 많이 다릅니다. 플립보드의 경우 독자가 보고 싶은 언론사를 직접 큐레이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뉴스의 개인화를 지향하지만 라 프레스+는 기존 종이 포맷을 태블릿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플립보드보다도 더 낡은 실험인데요,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난 2월, 영국의 가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해서 전 세계 신문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어느새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벌써 ‘골든 타임’을 놓쳤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수 없습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브라질의 저널리스트이자 상파울로대학 교수인 디지털미디어 전문가 카이오 툴리오 코스타(Caio Túlio Costa)의 디지털 시대를 헤쳐갈 6가지 조언을 소개합니다.
1.회사를 재-창조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 출발선에서 시작하라, 그리고 젊은이들(디지털 네이티브)의 협조를 구하라
2.산업화 시대의 저널리즘 산업은 배달산업이었다는 걸 이해하라
– 새로운 현실은 독자들과의 디지털 소통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요구하며 그것을 전략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3.기술에 투자하라
4.날 때부터 디지털 마인드(아날로그가 아니라)였다는 생각으로 정보를 생산하라
–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목표를 세워라
5.뉴스 컴퍼니에서 정보 공유와 전달이라는 현실로 조정하라
– 네트워크에서 스케일을 창조하라
6.전통적인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라
–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라
카이오툴리오 코스타의 조언을 읽으면서 저는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문 역시 기술 발전의 산물이었다는 겁니다. 구텐베르크와 윤전기가 없었다면 20세기를 풍미했던 신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기술의 진화는 필연이고, 신문의 퇴장 역시 필연입니다. 21세기의 기술은 신문을 더 이상 불필요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널리즘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필름이 사라졌다고 영화나 사진이 사라지지 않듯이 말이죠.
이제 결론을 내려야할 시점입니다. 디지털 매체의 수익 모델이 기존 신문 산업보다 더 약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디지털 광고시장이 티브이 광고시장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에 맞는 디지털 광고를 개발해야 합니다. 당분간 네이티브 광고에 집중하면서 청년독자를 끌어들일 콘텐츠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종이신문에서 디지털 미디어로의 전환 과정은 ‘읽는 신문’에서 ‘보는 뉴스’로의 이동을 더욱 강력히 촉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텍스트 중심 조직을 영상이나 이미지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