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선진 언론은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할까? 그리고 나는 어떤 기자인가?’
미국 출국을 앞두고 제 자신에게 자주 던졌던 질문입니다. 올해로 입사 21년차. 지난 20년 간 주로 정치와 경제 관련 부서를 오가며 저돌적으로 앞만 보고 진격했습니다. 해외 연수를 떠나기 전 경제산업부에서 금융팀장을 맡았지만, 3년 전만해도 청와대 등을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였습니다. 집권 여당 출입기자와 국회 현장 반장(팀장) 등을 맡아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크고 작은 특종들을 발굴했습니다. 저는 수 년 간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이른바 공인(公人)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가 매우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정치인, 공무원 등 명확히 공인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물론, 기업인, 운동선수, 연예인 등 사인(私人)에 가까운 이들에 대해 보이는 언론들의 공격적인 모습들이 과연 선진국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증을 갖게 됐습니다. 검찰이 불법적으로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을 공표한다든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수준을 뛰어넘어 공인과 사인의 인격권까지 위협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한국만큼 적극적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논란이 적습니다.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공인이 무엇인지 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사인에 대한 비리 의혹 보도 역시 공적 관심사에 집중합니다. 언론에 대해 일반 손해 배상 이외에 징벌적 손해 배상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 스스로 오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봅니다. 흉악범이 아니라면 사생활과 무죄추정의 원칙도 최대한 지켜주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공인과 사인의 구분이 명확치 않습니다. 대법원이 공인의 의미를 제대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공인에 대한 정의 역시 법원과 언론 마다 제각각입니다. 당연히 공인에 대한 보도 가이드라인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도를 넘는 보도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번 해외 연수는 미국 언론의 공인 보도 행태와 미국 학계의 반응을 심층 연구해 한국 언론 보도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과 언론보도 당사자의 인격권도 최대한 보장하는 길을 모색해보는 계기였다고 봅니다.
위험수위를 넘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받아쓰고 오보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언론, 사생활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기자, 인터넷 조회 수를 늘릴 목적으로 또는 ‘네이버 등록 매체’라는 위세만 믿고 소위 광고를 얻어낼 목적으로 쏟아내는 허무맹랑한 오보 내지 과잉 보도, 사실상의 언론 기능을 수행하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 매체의 침소봉대 또는 가짜뉴스, 그런데도 그것이 권력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일이라면 검찰과 언론, 뉴미디어의 횡포에도 통쾌해하는 국민 등은 우리 언론과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되는 장면들입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중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의 ‘노선영 선수 왕따’ 논란 사례처럼 엄연히 인격권이 존재하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 대해 우리 언론과 국민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관심과 어떤 선입견에 따라 공격성을 보이는 것도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확대해 해석하면 우리 언론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1)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합니다. 특히 공인에 대한 언론의 감시는 민주사회에서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대법원도 미국의 ‘공인이론’과 유사한 취지의 일본식 ‘상당성이론’에 따라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2)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허위 보도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인격권이 일부 침해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이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3)
1) 헌법 제27조 4항 및 형사소송법 제275조의 2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
2)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다6355 판결
3) 헌법재판소는 “신속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판시.(헌재 1999.6.24. 97헌마265 결정)
하지만 공인의 사생활, 인격권, 무죄추정 등의 가치도 매우 소중하다고 봅니다. 법조계에서도 공인의 인격권을 보호하자는 주장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공인인 피의자를 공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우고, 그 과정을 촬영 및 방영되게 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4)이 있습니다. 또한 공인에 대한 의혹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적극 보호하되 사생활 보호 존중의 원칙도 공인이라고 해서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5)는 판단 역시 법조계의 다수 시각으로 보입니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공적 기능 또는 공적 관심사를 명분으로 한 사인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민간 기업과 기업인 등에 대해서 검찰과 언론은 사실상 공인 수준으로 다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SNS의 등장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의 뉴스 서비스 기능이 확대되면서 가짜뉴스에 피해를 보는 기업들과 그 피해액도 커지고 있습니다.6) 물론 오보로 판명이 나더라도 그 피해 규모를 보상할 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원은 민간 기업이 공인이라고 언급하진 않지만 그 공익성을 확대하려는 추세입니다.7)
4) 법률신문, 이숙연 서울고등법원 판사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며’ 기고(2018.12.17.)
5) 이재진·진승현, 공인에 대한 언론사와 언론인의 인식 연구, 2018년, 43~44쪽.
6) 정민·백다미, 가짜뉴스(Fake News)의 경제적 비용 추정과 시사점, 2017.03.17., 현대경제연구원.
7) 이재진·정영주, 명예훼손 소송에 나타난 기업의 공익성 요건에 대한 탐색,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007년 8-2호, 189쪽.
표1. 연간 가짜뉴스의 경제적 비용 및 가짜뉴스 수 추정
한국의 법원과 언론이 생각하는 공인과 사인의 범주 간 경계선이 애매하며, 공인의 유형과 범주를 정교하게 가다듬어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8) 미국은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공인이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은 공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법원에 따라 상이하게 결정하기 때문에 언론이 공인에 대해 어느 정도 보도할 수 있는가하는 ‘예측력’이 크게 떨어집니다.9) 이러다보니 사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도 도를 넘는 보도 경쟁과 인격권 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 언론 전체에 대한 비판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8) 이승선, 한국 공인 연구 30년:누가, 언제 ‘공인’에 대해 무엇을 연구했는가, 2017년, 45쪽.
9) 이재진·진승현, 앞의 글, 6쪽.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한 공인과 공적인 사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일 것입니다. 검찰은 공소제기 전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은밀히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여론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끕니다. 언론은 검찰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써줌으로써 특종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공생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10) 하지만 언론이 이를 받아쓰고 결국 무죄로 판명되더라도 이들은 명예를 회복할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론돼왔습니다. 정권이 처음 들어설 때마다 검찰에 대한 개혁 문제가 거론되는 이유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여론몰이 식 수사 방식에 대한 불만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에도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나왔습니다.11) 크고 작은 피의사실 공표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지 모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시에도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나왔습니다.12)13)
10) 김창룡, 피의사실 공표죄 무엇이 문제인가, 2009년, 29쪽.
11) 연합뉴스 2009년 4월 13일자 ‘방어 나선 노 전 대통령 다음 수순은’ 기사.
12) 연합뉴스 2017년 3월 3일자 ‘박 대통령 측, 특검 오찬발언에 “헌재 영향주려는 정치행위”’ 기사.
13) 이데일리 2018년 3월 26일자 ‘MB, 검찰 옥중조사 거부…“검찰, 피의사실 무차별 공표”’ 기사.
표2. 피의사실공표죄 관련 주요 국가 입법례
국가 | 입법 내용 |
---|---|
미국 | 연방법무부 연방검사업무지침 ‘대언론관계’ 장에서 수사기관의 브리핑 원칙을 명확히 정함 위반시 명예훼손죄 처벌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명시 |
일본 | 수사기관의 공표로 피의자 명예훼손시 명예훼손죄로 처벌 공익 목적, 공무원 또는 선출직 공무원 후보자에 관한 사실 적시는 처벌 대상 제외 |
독일 | 법정 낭독 또는 소송 절차 종료 전 공소장 등 공적 문서를 공공연히 전달시 처벌 |
한국 |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처벌 규정 그러나 피의사실 공표가 필요한 처벌 예외 사유를 정하지 않아 처벌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결과 |
자료 : 국회입법조사처
피의사실 공표는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상 원칙에도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입니다. 비록 처벌된 사례도 없고 사문화됐다는 평가14)가 지배적이지만 피의사실 공표행위 자체도 엄연히 불법입니다.15)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8년 8월까지 피의사실 공표 관련 사건이 총 385건이 있었는데 이중 기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16)
사실 피의사실 공표죄는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형벌 조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17) 해방 이후 1953년 형법을 제정할 당시 정부의 형법 초안에도 피의사실 공표죄는 없었습니다.18)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대행이었던 야당의 엄상섭 의원은 “요새 경찰서 문 앞에만 가도 당장에 신문에 나서 혐의를 받는 사람이 명예를 유지하는 데 대단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안 수정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포함시켰습니다.19) 즉 공권력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는 정략적 이득을 노린 행위와 무관치 않습니다. 따라서 피의사실 공표의 불법성,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한 매스미디어의 무비판적 보도와 인격권 침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 위배 가능성 등을 포괄하고 있는 저의 문제제기를 정파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보편적 인권 보호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게 저의 소견입니다.
14) 국회 입법조사처, 언론 범죄보도의 쟁점과 과제, 2009년 6월.
15) 형법 제126조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6) 세계일보 2017년 10월 8일자 ‘박주민 “10년 동안 피의사실 공표죄 기소 한 건도 없어”’ 기사.
17) 문재완, 피의사실공표죄의 헌법적 검토, 2014년, 1쪽.
18) 문재완, 앞의 글, 3~4쪽.
19) 서울신문, 2009년 6월 9일자 ‘피의사실공표죄 유명무실’ 기사.
20) 정한중, 범죄보도에 무방비로 노출된 법관, 그 해법은, 프레시안, 2014년 5월 12일 보도.
21) 사건의 개요는 https://law.justia.com/cases/federal/district-courts/FSupp/231/37/1444973 참조.
미국 언론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사 단계에 있는 범죄 사건의 보도를 자제합니다.22) 특히 흉악범 등이 아니라면 사생활 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한국 언론에 비해 비교적 잘 지켜집니다. 지난 2016년 당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강정호 선수는 여성에게 약물을 사용해 성폭행을 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었고 사건 정황도 뚜렷해보였습니다. 심증은 이미 유죄였습니다. 강 선수는 결국 경찰의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과 구단은 강 선수의 출장을 막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은 강 선수가 혐의가 입증돼 형사 상 기소되기 전까진 이전처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23) 기소 전까지 무죄로 추정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같은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어떠했을까요? 한국의 언론은 선수 생활을 지속하게 했을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22 한기찬, 공소제기 후 보도가 언론의 정도, 신문과 방송, 1993년 7월.
23) 서울경제 2016년 7월 7일자 ‘성폭행 혐의 강정호, 혐의 입증 전까지 활동 가능’ 기사.
24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1964).
25) 문재완, 언론법-한국의 현실과 이론, 100~101쪽.
26) Gertz v. Robert Weloch, Inc, 418 U.S. 323(1974).
27) 문재완, 앞의 저서, 101쪽.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공인에 대한 정의와 손해배상 요건을 최대한 명확하게 해왔습니다.28) 뉴욕타임스 사건과 거츠 판결 등을 통해 구체화된 미국의 공인 판단 기준은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공중의 주시를 받거나 비판의 대상이 될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할 정도의 명성이나 악명을 획득해야한다”는 것입니다.29) 공인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보니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사생활 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도 비교적 엄격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법원이 공인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도 않은데다, 언론과의 시각차도 있습니다.30) 오히려 이것이 언론의 자유 보장 강도도 미국보다 약하게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공인은 공직자 뿐 아니라, 언론사나 노동계 등 공적인 기능을 하는 민간 기관, 공적 관심사를 이끄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기업인, 민간 기업체 등의 사적 내용까지 매우 포괄적으로 뜻하고 있습니다.31) 미국도 유사한 면이 있지만 한국보다 범위가 다소 작아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순수 공직자로 한정하되,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공적 관심사가 있는 사인에 대한 의혹 보도는 공적인 내용인 경우로 제한하며 오보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보도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미 연방대법원은 1985년 ‘던앤브라스트리트(Dun&Bradstreet) 판결’(신용평가회사인 던앤브라스트리트가 한 건설회사가 파산을 신청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고객들에게 알려줘서 발생한 소송)32)을 통해 원고가 사인이고 보도된 내용도 사적인 것에 불과할 경우, 원고는 상대방의 현실적 악의를 증명하지 않더라도 보상적 손해는 물론, 징벌적 손해까지 모두 배상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33) 기업의 경우에도 공기업처럼 공적 역할을 수행하거나 국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상장 회사의 경우만 사실상의 공인으로 인정되며 언론 역시 기업에 대한 보도에 있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34)
28 이재진, 언론과 공인, 460~461쪽.
29) 심석태, 공인 개념의 현실적 의의와 범위에 대한 고찰, 언론과 법 제10권 제2호, 2011년, 213쪽.
30) 이재진, 앞의 저서, 459쪽.
31) 이재진·정영주, 앞의 글, 164~165쪽.
32) Dun & Bradstreet, Inc. v. Greenmoss Builder, Inc., 472 U.S. 749(1985).
33) 문재완, 앞의 저서, 102~103쪽
34) 이재진·정영주, 앞의 글, 166~170쪽.
표3. 공인 관련 언론 오보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요 판례 비교
구분 | 공인(공직자+공적인물) | 사인(공적인물 아닌 순수 사인) |
---|---|---|
뉴욕타임스 사건 | 원고는 현실적 악의 증명해야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 |
|
거츠 판결 | 원고는 현실적 악의 증명해야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 |
원고는 과실을 입증하면 실제 보상적 피해액 배상 가능 |
던앤브라스트리트판결 | 원고는 현실적 악의 입증하지 않더라도 징벌적 손해 배상 가능 |
자료:김봉수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법리의 함의와 그 한계’
미국 학계에선 지난 2012년 미국의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의 성관계 영상 공개와 그에 따른 민사 소송은 미국 사회에 공인의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권리 및 언론의 자유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지 대표 사례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2007년 호건은 친구 부인과 성관계를 가졌고 그 영상은 가십뉴스 사이트인 거커(Gawker)를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됐습니다. 그러자 호건은 거커가 2012년 자신의 허락 없이 공개했다면서 1억 달러를 보상하라고 해당 매체를 고소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선 역시 호건 측은 사생활 보호를, 거커는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각자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1심 법원은 결국 거커 측에 1억4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며 호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정신적 고통에 6000만 달러, 경제적 손실에 5500만 달러 등 모두 1억15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을 했다. 추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 2500만 달러도 물도록 했습니다. 결국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한 고커는 지난 6월 뉴욕 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회사를 경매에 부쳤졌습니다. 이 회사는 2달 뒤 1억3500만 달러에 미국 스페인어 방송국 유니비전으로 넘어갔다. 헐크 호건 사건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비록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공인의 프라이버시도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무시될 수 없으며 공인의 인격권 역시 최대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금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가운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미국에서도 언론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선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언론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공인에 대한 검증은 한국 이상으로 매우 공격적입니다. 때론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언론이 공인과 사인에 대한 뉴스를 보도할 때 보이는 태도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미국 사회가 인권 보호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만큼 언론도 보다 신중한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자칫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언론사 경영이 존폐의 위기에 놓이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언론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 공인은 물론, 사인에 대해서도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 보호에 소홀한 측면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아마도 한국에서 공인의 개념과 손해배상 책임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탓으로 보입니다.35) 결국 공인의 개념과 보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도 보장하고 공인과 사인의 인격권 및 무죄추정의 원칙도 담보할 수 있으며, 언론의 신뢰도를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이번 미국 연수 기간 동안 깨달은 저의 소견입니다.
35 이재진, 앞의 저서,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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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2017,3,3). 朴대통령측, 특검 오찬 발언에 “헌재 영향주려는 정치행위”.
서울경제(2016,7,7). 성폭행 혐의 강정호, 혐의 입증 전까지 ‘활동 가능’.
서울신문(2009,6,9). 검찰 수사관행 이것만은 고치자…피의사실공표죄 유명무실.
세계일보(2017,10,6). 박주민 “10년 동안 피의사실공표죄 기소 한 건도 없어”.
이데일리(2018,3,26). MB, 검찰 ‘옥중조사’ 거부…“검찰, 피의사실 무차별 공표”.
이숙연(2018,12,17).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며. .
정한중(2014,5,12). 범죄보도에 무방비로 노출된 법관, 그 해법은. .
대법원 선고 85다카29 판결(1988. 10. 11).
대법원 선고 2002다64384 판결(2003. 7. 88).
대법원 선고 2002다6355 판결(2003. 9. 2).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S. 254(1964).
Gertz v. Robert Weloch, Inc. 418 U.S. 323(1974).
Dun & Bradstreet, Inc. v. Greenmoss Builder, Inc. 472 U.S. 749(1985).
미국 법률정보사이트 저스티아닷컴(https://law.justia.com).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미디어저널리즘스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미디어저널리즘스쿨 파크라이브러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미디어법·정책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