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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의 금융범죄 보도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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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의 금융범죄 보도태도 서울경제신문 차장 김민형 연수기관: 미주리주립대학교
1. 들어가며

미국 내 자동전화(Robocall)를 이용한 금융사기가 심각하다.

로보콜은 기업 등이 휴대폰이나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어 미리 녹음한 내용을 들려주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다. 일반적으로 텔레마케팅 회사나 합법적인 부채추심업체들이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사기를 목적으로 사회보장번호 등 신용정보를 빼내거나 세금환급을 내세워 각종 개인정보를 빼가는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대출 사기가 횡행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미국의 스팸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Hiya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미국인들이 받은 로보콜은 총 2,630억건으로 전년 1,800억건에 비해 46.1%나 늘었다. 미국 국민들은 매일 7억건 이상의 로보콜을 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미국 휴대폰 소비자들이 받은 로보콜 중 4분의1 가량이 학자금대출, 부동산대출 등과 연계한 불법전화로 파악하고 있다.

원하지 않는 전화를 받게 되거나 사기를 치려고 걸려오는 전화인 탓에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기존 규제법률을 한층 강화해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법률도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미국 연방의회에는 ‘로보콜 남용 단속 및 제지 법안(TRACED Act)’을 상정했다. 연방정부가 불법 로보콜 운영업체에 건당 1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FCC가 불법 로보콜 업체를 적발하면 영업정지 등 규제를 현행 최고 1년에서 3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최근 상원 상업위원회 표결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상태로 본회의 전체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FCC는 AT&T, Verizon 등 이동통신사들에게 불법 로보콜을 차단할 수 있는 ‘전화인증시스템’을 수립하도록 요구했으며, 통신사들이 수익을 위해 로보콜을 방관하는 지를 집중 단속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최근 소비자가 일정금액을 내면 로보콜을 차단하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과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743명으로 전년 대비 57.6%, 피해금액은 4,440억원으로 같은 기간 82.7%나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일 134명이 12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던 셈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피해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대부분의 국민이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전화금융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언론들이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듯이 미국 언론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화사기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 언론의 전화사기 보도태도를 분석하고 한국 언론이 도입하면 좋을 보도방법 등을 검토한다.

2. 미국 언론의 로보콜범죄 보도특징
자세히 보도한다

NBC, FOX,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전국을 커버하는 방송과 신문을 비롯해 미주리안, 콜럼비아트리뷴, KOMU 등 지역 방송과 신문들이 로보콜 범죄를 다루는 공통분모는 최대한 자세히 보도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번호를 빼내려는 로보콜은 “사회보장번호가 범죄에 사용되었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와 번호를 확인하도록 한다거나, 발신자번호를 사회 보장국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으로 위장해 전화를 한 후 사회보장번호를 빼내려 한다는 등 범죄방법을 매우 자세히 보도한다.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병원번호로 로보콜을 건다든가, 한 밤 중에 1~2번의 벨이 울린 후에 끊어져 콜백(call back)을 하도록 유도한다든가, 데이트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맨스사기’를 벌이는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등장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범죄수법을 보도하는 편이다. 아울러 FCC 등 정부당국이 발령하는 전화사기경보는 항상 비중있게 다뤄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미국의 로보콜 역시 한국의 보이스피싱처럼 엄청나게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될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사기방식을 자세히 소개해 국민들의 피해를 막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Mike Dunn KBIA(미주리주 콜럼비아 지역라디오) 사장은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 청취자들을 가장 많이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은 단연 뉴스”라면서 “뉴스룸에서 일하는 모든 스태프들은 이런 점을 인지하고 뉴스를 친고객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뉴스의 방향성 역시 전체적인 회사의 온오프라인 운영전략에 맞춰 생산해야 해당 미디어가 차별성을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NBC가 로보콜 범죄를 다룬 온라인 기사로 기사 하단에 로보콜을 막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링크를 달아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사를 다르게 구성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지면이나 방송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범죄내용을 자세히 다루지 못하지만 양적 제한이 없는 온라인에서는 최대한 상세히 내용을 보도할 수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기사에 로보콜을 차단할 수 있는 유무료 앱의 링크를 함께 달아 알려줌으로써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곧바로 앱을 다운로드 받아 휴대전화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은 눈에 띈다. 기사에 함께 첨부되어 소개되는 앱 링크는 한국의 온라인 기사들에 주로 등장하는 무차별적 광고보다 훨씬 광고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주리대학 저널리즘스쿨 출신으로 현재 뉴욕타임즈의 학생저널리즘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John Haskins 소장은 미국 언론의 이 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뉴욕타임즈의 경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온라인, 동영상, TV콘텐츠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활용해 보도하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특히 소셜미디어, 팟캐스트를 비롯한 온라인 구독자가 최근 몇 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많은 자원을 이쪽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60% 가량은 오프라인 신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지면신문의 경쟁력을 최고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온오프라인 모두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함으로써 뉴스룸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미디어 외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BBM(Better Business Bureau) 사이트(www.bbb.org)다. 이 사이트는 비영리기관이 운영하는 사업자 및 소비자보호 사이트로 주로 금융사기와 관련한 뉴스, 대응방법, 피해사례 접수 등을 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북미지역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기를 비롯해 각종 사기사건 발생을 알려주고 피해규모도 집계한다. 정부당국의 금융사기 경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주요 미디어들의 금융사기 관련 기사도 링크한다.

특히 금융사기를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매우 자세하게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이른바 금융사기 백과사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애완동물 판매는 대부분 사기다. 데이트앱 등을 이용한 금융사기를 ‘Romance scams’로 분류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외에도 전화나 온라인을 통한 복권당첨, 무료체험 권유 등의 방법으로 금융사기를 당한 사례들과 대응방법에 대한 자체 연구자료를 게재한다. 이 자료들은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예방 교육프로그램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업자나 소비자의 경우 자신이 금융사기에 걸려든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일 때 이 사이트에서 자신의 사례를 검색하면 비슷한 형태의 과거 범죄형태, 최근 번지고 있는 새로운 범죄방법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비록 전형적인 미디어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례를 백과사전식으로 카테고리화하고 지속적으로 피해사례를 업데이트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로보콜 금융사기 범죄에서 사업자나 개인을 보호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속 보도로 국회 등 당국을 압박

미국 국민들에게 로보콜을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기자 역시 하루에도 3~4건 정도의 로보콜을 받았다. 신용정보나 금융정보가 유출된 미국 현지인들은 이보다 훨씬 더 자주 로보콜 전화를 받는다. 특히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 필요한 대학생들의 경우 이런 류의 전화를 더욱 많이 받는다. 미주리대학 내 US뱅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모바일 문화에 익숙한 대학생들마저도 학자금 대출이 간절하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전화사기에 속아 넘어가는 일이 꽤 일어난다”라며 “아마도 미국 사람들이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잘 받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짜증나는 로보콜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국경 장벽을 쌓기 위한 예산요청이 의회에서 거절되자 연방정부를 셧다운했던 기간에 로보콜 모니터링이 헐거워지면서 로보콜이 급증해 국민들의 불편이 커졌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멕시코장벽 예산을 따내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몽니’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여야 구분 없는 공통 주제인 로보콜을 주제로 정한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보도였다.

로보콜이 국민적 불편사항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미국 미디어들의 보도태도에서 주목할 점은 섣불리 대안을 내놓기 보다 국회 등 당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보다 과감한 솔루션을 도출하도록 압박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주요 전국 신문들은 로보콜을 줄일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될 때마다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또 해당 법안의 의회통과 과정, 통신당국과 통신사들의 움직임을 매우 신속히 보도한다. 국회의원들이 로보콜 관련 법안을 내놓을 때마다 비중있게 보도하고, 그에 대한 전문가들과 통신사들의 반응을 함께 보도함으로써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는지를 모니터링한다.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들 중 도입을 목전에 둔 법안은 ‘로보콜 남용 단속 및 제지 법안(TRACED Act)’이다. 본회의 표결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국회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전할 때 마다 주요 언론들은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상기시키곤 한다. Brant Hanna 미주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내에서는 지역 미디어에서 보도하던 내용을 전국 미디어가 보도하면 지역문제에서 전국 문제로 격상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 역시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하원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결국 상원으로 넘어가고, 상원에서 다뤄지는 문제는 국민적 반향이 매우 큰 사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 2년 마다 3분의1이 바뀌는 하원은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해 하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이런 문제가 전국적인 현상일 경우 상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의 또 다른 보도 특징은 로보콜 모니터링과 관련한 일정 책임이 통신사에 있다는 공통이 인식 하에 통신사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대량 전화로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는 로보콜을 전면 금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고 언론의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최근 At&T 등 주요 통신사들은 비록 유료이고 휴대전화사용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지만, 로보콜을 걸러내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미국 언론들은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사안에 대해 하원의원, 상원의원들이 움직이도록 여론을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변화를 꾀한다. 또 즉각적인 로보콜 금융사기 개선을 위해 통신사의 역할도 주문해 기어이 변화를 이끌어냈다. 아직은 현재진행형인 모습이지만 로보콜 전화사기에 대한 미국 정치권, 기업의 변화는 분명 언론이 일정부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모바일과 시각화로 승부

로보콜을 이용한 전화금융사기 보도를 포함해 미국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보도 트렌드는 단연 비주얼과 모바일 강화다. 한국의 미디어들도 시각화, 모바일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사들이 구현하고 있는 수준에 비하면 수준 차이가 크다.

인쇄매체인 신문사들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드론영상, 3차원 입체영상, 센서 등을 활용한 컨텐츠를 제작해 제공한다.

뉴욕타임즈는 총 28조원을 투자해 뉴욕 맨해튼에 올해 초 1단계 오픈한 ‘허드슨야드(Hudson Yards)’를 소개하는 온라인 기사에서 전체 외관과 내부시설을 AR, 3차원 영상 등을 통해 소개하고, 드론과 360도 3차원 입체영상으로 건물 내외부를 찍어 마치 독자들이 허드슨야드에 직접 와본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컨텐츠를 제작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재된 허드슨야드 소개 기사의 캡처사진이다. 컴퓨터 그래픽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드론영상, 360도 증강현실을 적용했다.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9/03/14/arts/design/hudson-yards-nyc.html).

오는 2025년까지 단계별로 완공될 이 프로젝트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단계별로 이 같은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중요한 관광포인트에는 독자들이 직접 리뷰를 달거나 설명을 덧붙일 수 있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도입해 앞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클릭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Judd slivka 미주리대 융합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보도는 이제 대부분 사라지고 증강현실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면서 “모바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하고 있는 홀로그램 증강현실 기술이 발전하면 과거의 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문, 라디오, TV, 온라인 등 기존 개념에서의 미디어 구분은 이미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하게 될 기술과 소비자들의 뉴스소비 선호도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하느냐가 미래 미디어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주리대학 교수진과 학생들이 발행하는 콜럼비아지역 종합일간지 ‘Mssourian’ 편집국 회의실 문 위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문구가 인상적이다.(왼쪽 사진) 미주리대학의 지역TV KOMU의 기사밸류에이션 매뉴얼.(오른쪽 사진)

미디어산업 생태계 내에서 독보적인 자금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언론사들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심지어 미주리대학의 학생들과 교수진들이 함께 운영하는 미주리대학 부설 언론사들인 미주리안(신문), KOMU(TV), KBIA(라디오) 등 준 아마추어 미디어들 조차 ‘비주얼과 모바일 퍼스트’를 강조하고 있다. 미주리대학 부설 언론사들은 저널리즘 학생들의 실전경험을 위해 일부 프로 저널리스트들과 교수들이 디렉팅을 하고, 학생들이 실제 취재현장에서 뛰면서 보도한다. Semi pro수준의 미디어들임에도 그야말로 치열하게 모바일화와 시각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실제 미주리안 편집국 회의실 문 위에는 ‘It doesn’t work on mobile, It doesn’t work’란 문구가 쓰여 있다. 학생들은 편집국에 들어설 때 마다 모바일에서 작동하지 않는 기사, 시각물 등은 기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마음 속에 새길 것이다. 아울러 미주리대학 부설 미디어의 디렉터들이 대학생 기자들에게 제시하는 기사 밸류에이션 평가 기준 매뉴얼에는 시각화가 세번째에 자리잡아 있다. 기사거리가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판단할 때 세번째 기준이 시각화가 가능한지 여부인 것이다. 기사의 깊이, 새롭고 재미있는지 여부, 공정하고 정확한지는 시각화 보다 후순위에 배치되어 있다. Matt Garrett KOMU 사장은 “기자들이 기사의 핵심내용을 보고하면 디렉터들은 곧바로 TV, 모바일 등에서 시각화가 가능한지를 물어본다”며 “만약 효과적인 시각화가 어렵다면 아무리 좋은 기사도 전파를 탈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와 기업활동 자유 사이에서 균형잡기

로보콜은 텔레마케팅, 여론조사, 캠페인, 채무추심, 정보전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소비계층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시 자신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특히 여론조사나 캠페인 등 대규모 대중에게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와서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경우 학교나 지역 교육청에서 단체 전화나 문자를 로보콜을 이용해 보낼 수 있다. 산불발생, 토네이도경보 등 재해나 재난 알림에도 유용하다. 문제는 이를 이용한 사기범죄가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나 신용정보가 자주 유출되는 상황에서 ‘특정 소비계층을 대상으로 한 효율적인 마케팅’이 ‘특정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율적인 범죄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로보콜 사기피해 사례, 의회와 당국의 움직임 등을 기민하게 보도하면서도 오피니언코너를 통해 ‘벼룩 때문에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언론이 기업활동의 자유와 국민불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편집방향인 것이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칼럼이다.

이 칼럼은 채권추심업체들이 “로보콜을 통해 채무자에게 자금상환일이 도래하기 전에 알려주는 서비스가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고 소개한다. 로보콜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아울러 불법적인 전화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이며, 통신사들은 해외에서 걸려오는 로보콜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통신사에게 돌리진 않는다. 실질적인 성능에는 의심이 가지만 소비자가 월 3달러 가량의 돈을 낼 경우 차단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화요금 수익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이동통신사에도 일종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칼럼은 결론적으로 로보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회가 강력한 단속 법안을 만들어 정부가 이를 집행하고, 민간통신사와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2. 결론

전세계에서 금융사기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전화 이용 금융사기는 해외에서 국내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고, 설사 단속했다고 해도 범죄자를 잡기 어려워 일벌백계의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 각 국가 정부나 의회의 행정 및 법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개인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다양한 범죄방법을 알리고, 대응방법을 소개하고, 사회적 노력을 제언하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전세계 최대 전화사기 시장인 미국의 언론대응을 살펴보면서 국내 언론이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한몇 가지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첫째,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범죄방식을 최대한 자세히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지면이나 방송시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하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다. 국내 언론은 범죄방식 보도의 경우 모방범죄의 우려 때문에 자세한 보도를 자제하는 경향이 있지만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전화금융사기는 별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범죄이고, 국내에서는 모방범죄가 힘들기 때문이다. 자세한 범죄방법을 보도함으로써 국민들 스스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이동통신사의 역할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한국 언론은 금융당국이나 경찰력 등 주로 정부의 대응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대응은 이동통신사에도 일정한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화를 받는 고객의 정보, 전화를 거는 고객의 정보를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의 보이스피싱 등 전화금융사기 차단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스톱 온라인 기사를 작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이 전화금융사기 전화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어 관련 기사를 온라인으로 출고할 때 마다 첨부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아울러 기존 신고전화번호 등만 게재하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기사에 링크한다거나, 신고채널 온라인 링크를 함께 게재해 독자들이 관련 기사를 온라인을 통해 읽으면 원스톱으로 신고 및 대응까지 가능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넷째, 국회의 관련 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 국내 언론의 법안 관련 보도는 사실상 발의 단계에서 일회성 보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지면과 비생산적인 국회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전화금융사기와 관련한 법적 장치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의 경쟁을 유도해 최적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언제든 당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국회가 외면하는 현실을 따갑게 지적하고, 관련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자세히 보도하면서 법안 간 차별성과 현실성을 비교 분석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 상황에 적절한 법안이 통과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일은 오로지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다섯째,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텔레마케팅 산업이 소멸되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법의 틀 안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보호해야 한다. 텔레마케팅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환부만 도려내는 것이 최종 목표여야 한다. 보도방식은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고려할 때 미국 매체들이 택하고 있는 오피니언 방식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텔레마케팅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보도함으로써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으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할 것이다. 산업보호와 규제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언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