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이라고 불리는 NPE(Non-Practicing Entities·특허관리전문회사)는 전 세계 시장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LG 등 우리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는 이미 문제화된 지 오래다.
경제발전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노동과 자본과 같은 요소투입량을 확대하는 정책으로는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대신 기술개발을 통한 성장이 중요해진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20년간 독점적인 사용·수익권을 부여하는 특허제도는 새로운 기술혁신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다. 특히 오늘날 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에서는 누가 특허권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기업의 수익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일례로 스마트폰에는 수만 개의 특허기술이 포함돼 있다. 한 휴대폰 제조업체가 모든 특허기술을 개발해 보유한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경제성도 떨어진다. 또 휴대폰 제조에 필요한 대부분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보유한 표준특허 하나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지 못한다면 휴대폰을 제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NPE는 논란의 핵이다. NPE는 개인과 중소기업 등 소규모 발명가들의 특허를 매입하거나 관리함으로써 새로운 기술개발의 유인을 제공하고 특허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특허권이 이전될 수 있도록 중개인의 역할을 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송을 통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만을 얻을 목적으로 해당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들에게 무리하게 특허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제기 위협을 하고 이를 토대로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 NPE는 미국 내 한국기업들에 대해 마구잡이식 소송제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와 미국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5~2019년) 미국 NPE가 한국기업에 대한 소송제기건수 중 기술 분야는 △정보통신이 289건 △전기전자가 199건 △장치산업이 69건 순으로 표적이 됐으며, 총 소송제기 건수는 590건에 달한다. 특히 전체 590건의 소송제기 건수 중 소 취하로 이어진 건수가 374건으로 전체의 63%에 달해 한국기업에 대한 마구잡이식 특허소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는 지난 1년 간 미국 당국의 NPE 규제 현황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다국적 NPE의 한국의 ICT 기업에 대한 공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NPE는 아직까지 개념이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을 이용하여 상품 제조나 서비스 공급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특허권 행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업체”를 지칭한다.
–NPE의 가장 중요한 개념적 징표는 비(非)실시(non-practicing), 즉 특허기술을 이용 한 제조활동이 없다는 것으로써 넓게는 대학 및 연구기관 그리고 개인 발병가 도 여기에 포함됨. PAE(Patent Assertion Entity)가 대표적인 NPE다.
–PAE는 특허를 매입하고 주로 소송을 통한 특허권 행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의미하며, 한국에서는 PAE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지 않지만, 통상 NPE를 지칭할 때는 PAE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특허권을 일방적인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는 부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NPE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도 부르며, 많은 사람들이 특허괴물의 소송남용 및 위협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NPE의 유형은 크게 공격형과 방어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공격형 NPE는 특허 매집을 통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에 대한 라이선싱 및 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방어형 NPE는 제3자의 특허권 행사 로부터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허를 선점하거나 특허공유를 도모한다.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문 인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 제조경쟁에서 철수한 기업들이 제조부문은 매각하고 특허권만을 보유한 채 NPE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NPE의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지적재산권 남용으로 간주해 규제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NPE의 문제점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그 기조가 조금 약해지고 있는 편이다.
2013년 2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NPE를 강하게 비난하고 6월에는 불명확한 특허가 NPE의 특허공격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도록 특허심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NPE 규제는 특허 및 소송제도 개편을 중심으로 개선방안이 논의되어 왔으나, 2006년 ‘eBay판결’이후 특허침해 소송에서 ‘미국 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이하 ITC)’역할이 강화되면서 ITC가 NPE의 무분별한 소송을 억제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또한 한국 공정위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이하 FTC)’와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이하 DOJ)’도 NPE 활동이 관련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조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NPE는 영업 전략상 자신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실태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가 들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는 PAE대응 전문업체인 ‘RPX’와 ‘PatentFreedom’와 같은 민간연구단체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현재 약 1000개 이상의 NPE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100개 이상의 미국 특허를 보유한 NPE는 약 100개로 추정된다.
또 다양한 형태의 NPE가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FTC·DOJ와 같은 미국 경쟁당국에서는 NPE가 혁신과 경쟁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NPE의 영업방법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 NPE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영업방식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생산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청구범위가 불명확한 특허를 주로 파산기업, 벤처기업, 개인발명가 등으로부터 관련 특허를 매집·보유하고, 특허를 이용한 제품 생산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주장을 제기 하면서, 정작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특허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은 채 실시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특허소송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실시료 지불에 불응하는 생산기업에 대해서는 특허소송을 제기한 뒤 소송과정에서 비공개 화해를 통해 거액의 실시료를 얻는 것이 일반적인 영업형태로 보인다.
최근 들어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기만적’(deceptive) 방법에 의한 기업 활동이 주목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NPE들이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주장을 하면서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특허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은 채 실시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특허소송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 또는 위협하는 한편, 실시료를 독촉하고,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기업의 라이선스 고객인 개인이나 영세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 가지 기만적 수법을 이용한 영업활동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NPE가 비공개 화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높은 법률 서비스 비용 때문이다. 미국 내 특허소송 비용을 평균적으로 살펴보면, 소송단가가 250 달러 이상 되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에는 대략 55 달러, 10억 달러 이상 되는 소송은 65만 달러 정도의 법률 서비스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허 마크맨 공청회(Markman hearing)에서 열리는 청구범위 해석(Claim Construction), 약식재판(summary judgment)의 증거개시 절차(discovery)까지만 진행이 되어도 18개월이라는 시간과 3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NPE가 상대 기업을 상대로 근거 없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상대기업이 당해 특허를 무효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상대 기업은 이러한 높은 법률 서비스 비용에서 비롯되는 방어비용이 합의금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여 우선은 합의점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NPE는 또한 생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주장 대상인 기업으로부터 보복 차원에서 특허소송을 당할 위험이 전혀 없고 무분별한 특허주장으로 자신의 평판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변호사비용의 부담도 거의 없기 때문에 NPE의 특허주장 비용이 상당히 낮은 점도 이들의 활동배경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자신이 NPE가 주장하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변호사비용을 포함하여 소송기간 동안 발생할 온갖 종류의 유·무형 비용을 고려하면 NPE가 요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소송 위험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미국 경쟁당국은 2011년 특허괴물의 활동에 관한 상세 보고서(IP Marketplace Alligning Patent Notice and Remedies with Competition)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특허를 이용한 상품이 생산된 이후에 특허주장자들이 침해소송 등을 제기하여 사후거래(ex post transaction)를 하는 것은 생산이전에 사전적으로 특허거래(ex ante transaction) 하는 것보다 비용이 크고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 크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경쟁과 혁신의 균형을 위해서는 저질특허 양산을 막고 특허공시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특허권자에게 과다한 보상을 주지 않는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경쟁당국은 특허소송은 특허권 보호를 위해 중요하나, 남소(nuisance litigation)는 사법자원 낭비 및 생산적인 영업행위 방해 유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FTC는 일반적으로 소송제기 후 결정되는 정액실시료가 소송 초기 증거제출비용(약 30만 달러)보다 적다는 점, 소송이 비교적 단기간에 합의종결된다는 점 등을 고려 시, NPE가 제기하는 특허소송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consistent with nuisance litigation)한다. 이에 FTC는 특허소송 남용 방지를 위해 입법적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피고-원고 간 증거제출 (discovery) 및 소송비용 부담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증거제출 명령 사전절차를 강화하여 피고 부담 완화하고 있다. 연방민사절차규칙 제26조(Federal Rule of Civil Procedure 26)는 구체적 증거제출 명령 이전에 피고·원고가 소송방어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보유 자료의 목록, 내용, 위치 등을 상호간 미리 공개하도록 하는 의무 및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또 제품의 개발생산과 무관한 NPE는 보유정보가 적어 증거제출 부담이 적고 맞소송에 노출될 위험도 없어 피고에 대해 과도한 증거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소비자 등에 대해 동일한 사유로 특허침해소송이 중복 제기되는 경우 제조업체에 대한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나머지 소송절차를 중지하는 절차를 도입, 시행중이다.
미국 경쟁당국은 이와 함께 특허소송을 제기한 NPE가 특허소송 제기사유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법원과 피고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eBay는 MercExchange가 소유하고 있는 온라인 경매관련 특허들을 이용하여 영업을 영위했다. 구체적으로 eBay 영업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Buy it now”기능에서 MercExchange가 가지고 있는 특허(특허번호 5,845,265)를 이용한 것이다. eBay는 2000년부터 MercExchange의 온라인 경매관련 특허를 구입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였으나, 양측의 입장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었다. 협상이 결렬된 2003년 MercExchange는 자신의 특허가 고의적으로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eBay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버지니아연방법원은 Bay가 고의로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MercExchange가 신청한 가처분은 인용하지 않고 기각하였다. 그러나, 연방항소 법원은 예외적 상황이 없는 한 항구적인 가처분을 인용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라고 하면서 가처분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방항소법원 결정에 대해 eBay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최종적으로 가처분 인용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가처분이 특허침해만 확인되면 자동적으로 인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원고가 특허를 이용해 발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되어서도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연방법원은 원고가 특허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기각하는 오류를, 항소법원은 가처분이 특허침해만 있으면 자동적으로 인용된다고 하는 오류를 각각 저질렀다고 비판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가처분의 인용여부는 전통적인 네 가지 원칙1)에 대한 이익형량을 통해 결정되어져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 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즉, 원고는 ①회복하기 어려운 손해(irreparable injury)가 발생하였고, ②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피해구제 방법이 손해를 보상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③원고와 피고사이의 고통의 균형을 고려하여 공평한 피해구제가 확보되며, ④항구적인 가처분으로 공익에 해가 되지 않는 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처분을 인용할지 거부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연방법원에 의한 공정한 재량권 행사이며 항소법원은 재량의 일탈남용 여부를 재심하는 것임을 밝혀 법원간 권한을 명확히 하였다.
eBay판결은 가처분 인용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특허침해소송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2006년 이전에는 소송에서 이긴 특허권자는 침해자의 제품을 시장에서 판매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기 때문에 특허침해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즉, 복잡한 제품에서 작은 부분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특허권자라도 해당 제품 전체를 판매 중지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특허권도 소송에서 화해(settlement)에 이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eBay판결을 통해 법원은 가처분을 허용하기 이전에 네 가지 형평의 요소를 고려해야만 하게 되었다. 즉, 금전적 보상이 충분한지 여부, 공익과 개인의 이익이 균형적으로 가처분을 부여 또는 거부하는데 고려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케네디 판사의 경우 원고가 특허권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경우나 특허가 복잡한 제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가처분이 부당하다고 강조하였다.
둘째, eBay판결 이후 가처분을 신청한 건수 중 75%만(그 전 95%)이 가처분을 획득함으로써 가처분 결정을 얻는 비율이 낮아졌다. 법원은 가처분을 신청하는 기관의 성격과 행동에 따라 가처분 인용결정을 달리하고 있는데, 개인이나 대학 등은 그 전보다 가처분 인용비율이 더 높아진 반면에 PAEs는 75%가 가처분 인정이 거부되게 되었다.
법원은 경쟁상황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데 피고의 특허침해가 시장점유율, 명성, 원고의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을 줄 경우에는 가처분을 인용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특허를 통한 발명품과 금지를 명하는 제품사이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데, 케네디 판사가 제시한 것처럼, 특허를 통한 발명품이 피고 제품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판결 이후 특허권자들은 법원과는 달리 가처분을 얻기 위해 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더 많이 제기하게 된 것이다. 소송 건수에서 2건(2006년)에서 16건(2011년)으로 증가함으로써 ITC소송 전체 소송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에서 25%로 증가하였고, 총 피고 숫자도 4개에서 235개로 증가함으로써 전체 ITC피고 숫자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주 NPE의 소송 대상이 되었던 기업은 주로 휴대전화 및 생활가전 업체들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NPE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배경에는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되는 제품의 등장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바, 소비자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휴대전화 및 생활가전 등 ICT제품들이 NPE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NPE의 주요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공정위는 NPE 제재에 큰 획을 그었다. 공정위는 다국적 통신장비업체 퀄컴이 엘지와 화웨이 등 휴대폰 제조업체에 부당한 계약을 강제한 데 대해 2017년 2월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올 2월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부과한 1조 300억의 과징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먼저 퀄컴이 모뎀칩셋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진다고 인정했다. 퀄컴은 휴대전화 생산 시 필수적으로 실시 허락을 받아야 하는 표준필수특허(SEP)를 독점적으로 보유했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모뎀칩셋 공급 상당 부분을 퀄컴에 의존해, 퀄컴은 200여개 중소 휴대폰 제조사들과 비교해 사업 규모와 매출액 면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이에 퀄컴은 경쟁 모뎀침셋 제조업체 등에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특허 라이선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프랜드(FRAND) 확약을 약속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퀄컴이 프랜드 확약을 어기고 “경쟁 제조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이를 요청해도 라이선스 범위를 제한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판매처를 제한하고, 제조사 영업 정보를 퀄컴에 보고하게 하는 조건 등도 내걸어 제조사 사업 활동을 방해한 점도 인정됐다.
퀄컴 제재에서 보듯 현 국내 공정거래법 규정으로도 NPE의 라이선스 거절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법적용의 정합성·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과정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대부분의 NPE활동이 국내가 아니고 미국 등 외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각국의 공정거래법 규제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법적 정합성이 떨어지는 법집행은 국가간 무역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에 앞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는 크게 공정거래법 적용자체를 면제하는 안전지대의 설정 여부, 라이선스 거절 행위 등에 대해 라이선스를 강제할 수 있는 시정조치가 가능한지 여부, 그리고 외국사업자간 불공정행위가 국내사업자 또는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쳤을 경우 한국의 공정거래법을 외국사업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NPE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에 있어서 각국의 입법례도 미비하고 아직까지 국제적 기준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가급적 국제적인 합의가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공정위의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은 원칙적으로 지식재산권의 행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 및 복수 사업자 사이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지침은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단독으로 지식재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하고 있다. 특히, 사업자가 지식재산권을 행사하면서 단독으로 행하는 거래거절, 차별취급, 현저히 과도한 실시료 부과는 원칙적으로 이를 행하는 사업자가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경우에 한한다고 하면서, 그 외의 사항은 법 제23조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심사지침’을 적용한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사지침에서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 미만인 경우를 안전지대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지식재산권의 특성을 고려하여 시장지배력이 있는 자의 행위만을 규제하거나 일정부분 적용제외 분야를 마련하고 일정한 시장점유율 이하(20~30%)의 시장지배력이 없는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용을 면제해 주고 있다. 즉, 미국에서는 라이선스 거래는 특허권자 및 라이선스의 시장점유율이 20%이상인 경우에 한하도록 하거나, 유럽에서는 실시권자 간에 경쟁사업자가 있는 경우에는 20%, 경쟁사업자가 없는 경우에는 30%의 시장점유율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 적용제외로 하고 있다. 심사지침상 다양한 지식재산권의 행사가 반독점법을 위반하기 위해서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심사지침상에 별도의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안전지대를 설정할 경우 현행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상 10% 미만보다는 미국과 유럽처럼 20% 또는 3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용범위를 최소 화하여 경쟁제한성이 있는 사건에 공정위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NPE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어떠한 시정조치를 강제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중 하나다. 즉, NPE 라이선스거절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강제실시를 명할 수 있느냐와 NPE의 위법한 기업결합에 대해 구조적·행태적 조치가 가능하냐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공정거래법 역외적용 문제다. 현재 국내는 상대적으로 특허 보호가 미약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NPE가 미국에서처럼 활동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문제되고 있는 현상들은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해 국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현 규정상 외국사업자 간 계약이 국내사업자 혹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행위가 심사지침상 규정한 부당한 행위에 해당되어 시정조치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을 외국사업자에게 역외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 물적 기반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높은 NPE에게 시정조치를 부과할 경우 시정조치의 이행에 대한 강제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공정위로부터 1조원이라는 과징금 폭탄을 맞은 퀄컴은 겉으로는 휴대전화에 통신기 술을 담은 칩셋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보이지만 사실상 부당한 특허 사용료로 수익을 버 는 ‘특허괴물’이었다.
이동통신사업은 크게 3개의 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퀄컴, 삼성 등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 인텔 등 모뎀칩셋을 만드는 부 품 시장, 그리고 이 두 시장을 바탕으로 휴대전화를 직접 제조하는 시장이 있다. 퀄컴은 수 십년간 특허 라이선스 시장과 부품 시장에서 불공정한 방식으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우선 퀄컴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등 자신들이 갖고 있는 표준필수특허(SEP)를 경쟁 모뎀칩셋 회사에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 SEP로 지정되면 다른 기업들은 이 기술을 이용 해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SEP 보유회사는 다른 경쟁사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퀄컴은 이를 거부했고, 경쟁 칩셋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 었다. 실제 2008년 전 세계 주요 11개 모뎀칩셋 제조사 중 9개사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퀄컴은 제조 자회사를 통해 생산한 모뎀칩셋을 삼성,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와 직접 공 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가격을 바탕으로 특허사용료를 받았다. 칩셋 제조사에 특허사용료를 넘기면 약 30달러의 칩셋 가격의 10%를 받아도 3달러에 불과하지 만, 600달러의 휴대전화 가격의 5%(30달러)를 받으면서 부당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퀄컴의 칩셋이 없으면 휴대전화를 만들 수 없는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공정한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퀄컴은 한편으로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보유한 특허권을 싼 값으로 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제 2, 제 3의 퀄컴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 성이 높다. 이와 같은 지식기반 경제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혁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허권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자신들의 경쟁력의 원 천이 특허에 있음을 인지하고 특허권을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1990 년대 출현하기 시작한 NPE로 인해 소송이 빈번해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증가 하고, 특허의 유효성이 불확실하여 투자가 지연되며,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으로 산업의 경쟁 력을 잠식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Bay판결에서 미국 법원은 특허침해 사실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가처분(Injunction)을 부여하던 관행을 탈피하여 네 가지 요소를 비교형량 하도록 함으로써 가처분 인정을 까다롭게 하였다. 이후 NPE들이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어려워지자 봉쇄명령(Exclusion order)이 가능한 ITC에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ITC는 그동안 판결과정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공익 요소 중 ‘미국시장의 경쟁양태’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중 있게 고려 함으로써 봉쇄명령 결정을 최소화 하는 한편, 봉쇄명령 부과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기간 및 제품범위를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봉쇄명령의 유연성을 확보하였다. 더 나아 가 국내산업(domestic industry)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미국 내에 실질적으로 투 자하지 않는 NPE들의 소송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침해소송 건수는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미국 공정위 격인 FTC·DOJ는 NPE의 불공정한 거래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통해 NPE가 미국 시장의 경쟁상황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시장분석 작업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연방항소 법원에서도 그동안 NPE의 특허침해 소송제기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반소(Counter-claim)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NPE는 주로 삼성 등 ITC산업의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ITC산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러한 중요한 시점에 한국 공정위에서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통해 NPE를 규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보완도 필요하다. 우선 심사지침 상 다양한 지식재산권의 행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기 위해서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심사지침 상에 별도의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안전지대를 설정할 경우 적용범위를 최소화하여 경쟁제한성이 있는 사건에 공정위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20% 또는 3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사례분석에서 NPE의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특허장벽(Patent wall)형성 행위와 특허권이 만료된 후에도 라이선스 료를 받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심사지침의 집행경험이 축적되고 난 후 중장기적으로 현행 심사지침을 표준특허와 관련된 불공정거래행위 유형과 비표준특허와 관련된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으로 분리하여 전자를 중심으로 규제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