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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보도,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누구를 지우는가
영국 극우 유권자 인터뷰로 본 언론의 책임과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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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보도,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누구를 지우는가
- 영국 극우 유권자 인터뷰로 본 언론의 책임과 공정성
KBS 손은혜 연수기관: 옥스퍼드대학교

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현재 집필 중인 박사학위논문(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파생된 인터뷰 자료와 분석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단, 본 보고서는 학문적 분석보다는 언론 실천과 공적 토론을 목적으로 하며, 논문과는 구성 및 해석의 방향에서 차별화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수록된 분석과 인용은 순수 학문적 목적을 넘어, 사회적 약자 보도의 방향성과 언론의 감수성 향상을 위해 활용됐습니다. 향후 정식 논문 출간 시, 보다 정제된 학술적 분석으로 재구성할 예정입니다.

1장. 서론

오늘날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경계를 만들고 특정 집단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거나 배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이주민, 난민, 정치적 소수자처럼 경계에 선 집단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가 결정된다. 이처럼 언론은 ‘누가 우리이고, 누가 외부자인가’를 가르는 경계선을 설정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때로 사회의 복잡한 감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피해를 경험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집단의 감정이 ‘이해할 수 없는 분노’나 ‘혐오 표현’으로 보도될 때,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맥락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언론이 피해자의 서사에만 의존할 경우, 다른 집단에서 느끼는 박탈감이나 위기의식은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보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영국의 극우정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언론 보도와 정체성의 문제, 감정의 정치화 과정을 분석했다. 필자는 2025년 2월부터 6월 사이, 영국 내 정당 지지자 20명을 인터뷰했다. 이 가운데는 노동당과 보수당 지지자뿐 아니라, 보수당에서 극우정당(UKIP, Reform UK)으로 전환한 사람들과 일관된 극우정당 지지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극우정당 지지자들은 흔히 ‘혐오를 퍼뜨리는 집단’으로만 인식되지만, 실제 인터뷰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이 오히려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이 사회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민자에겐 연민이 있지만, 우리에겐 관심이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이 나라의 중심이 아니다” “BBC는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와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이처럼 극우정당 지지자들은 주류 담론에서 말하는 ‘배제의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를 ‘배제당한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감정은 단순한 착각이나 불만의 표현만은 아니다. 이들은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박탈감을 다문화주의나 이민자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전환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하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런 감정이 항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며, 그 정치적 결과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감정을 무시하거나 단순히 ‘문제적 감정’으로만 다룰 경우, 사회적 분열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극우정당 지지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도덕적 판단을 넘어 정체성의 경계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언론이 그것을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주목하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언론은 누구를 사회적 약자로 인정하고, 누구의 감정은 사회적으로 승인하지 않는가?
언론이 사용하는 ‘공정(fairness)’이라는 윤리적 언어는 집단마다 어떻게 다르게 이해되고, 충돌하는가?

본 보고서는 ‘이주민 보도’를 대표 사례로 삼되, 분석 범위를 정치적·사회적으로 주변화된 다양한 집단까지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과 정체성이 단순한 개인적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소속감과 배제의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 그리고 언론의 보도 방식이 사회 통합과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는 언론이 ‘사회적 약자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연민에 머무르지 않기를 제안한다. 그런 연민을 넘어, 정체성과 감정이 경합하는 복잡한 맥락을 해석할 수 있어야 더 나은 약자 보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공정성’이라는 언어가 서로 다른 집단 간에 어떻게 충돌하며, 어떤 사회적 경쟁과 갈등을 낳는지를 분석한다. 또 언론이 이러한 갈등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우리’와 ‘타인’을 구분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언론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도를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아가 언론이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고 민주적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2장. 연구 방법과 연구 대상

2.1 인터뷰 참여자 분류 및 표본 구성

본 연구는 2025년 2월부터 6월 사이 영국 현지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semi-structured interview)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터뷰는 정치적 지지 정당과 이력에 따라 총 4개 집단으로 분류된 20명의 참여자들과 진행되었다. 구체적인 분류는 다음과 같다.1)

표1. 인터뷰 참여자 분류표

구분참여자 수성별 (남/여)인종 구성연령대대표적으로 중시한 가치
보수당 → 극우정당 이동자6명6 / 0인도계(1), 중국계(1), 흑인(3), 백인(1)30대~60대공정성, 책임감, 역차별에 대한 저항
극우정당 고정 지지자4명3 / 1흑인(2), 백인(2)30대~60대전통, 국가 정체성, 이민 통제
노동당 지지자5명3 / 2백인(4), 흑인(1)20대~60대사회적 평등, 다양성 존중, 재분배
보수당 지지자5명3 / 2백인(4), 흑인(1)30대~70대질서, 자립, 이민 통제

인터뷰 참여자는 영국내 SNS (정당 지지자 커뮤니티), 옥스퍼드 지역 정치 커뮤니티 게시판, 옥스퍼드 지역 정치 지부 직접 방문, 링크드인이나 레딧(raddit) 토론 그룹 게시판 등을 통해 섭외했다. 모집 공고에는 ‘2015년 이후 노동당, 보수당, UKIP, Reform UK 지지 경험이 있는 영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명시했으며, 익명성과 연구 참여의 자발성이 보장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인터뷰 전에 사전 질문지를 보내 성별과 나이, 사는 지역, 출신지, 인종, 정당 참여 정도를 미리 확인했다. 인터뷰는 Zoom, 대면 방식으로 각각 약 60~90분간 진행되었으며, 필요에 따라 후속 확인이 이루어졌다. 인터뷰 모집 공고 요약본은 다음과 같다.

표2. 인터뷰 참여자 모집 개요 / Interview Recruitment Summary

항목 / Item한국어English
연구자 정보

/ Researcher Info

저는 옥스퍼드대학교의 방문연구원입니다.I am a visiting researcher at the University of Oxford.
연구 목적

/ Purpose of the Study

정체성, 소속감,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미디어와 정치가 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하고자 합니다.The study explores how people understand identity, belonging, and fairness—and how media and politics shape these perceptions.
참여 대상

/ Eligible Participants

2015년 이후 노동당, 보수당, 혹은 극우 정당(UKIP/Reform UK)을 지지한 경험이 있는 영국 거주 성인Adults who have supported Labour, the Conservatives, or far-right parties (e.g., UKIP/Reform UK) since 2015
인터뷰 방식

/ Interview Format

온라인 또는 대면Online or in-person (depending on participant’s location)

 

인터뷰 시간

/ Duration

약 60분Approximately 60 minutes
익명성 보장

/ Confidentiality

요청 시 응답은

익명으로 처리됩니다.

All responses will be kept confidential upon request.
주요 주제

/ Main Topics

– 정당 지지 이유
– 배제 경험
– 이민, 정체성, 미디어에 대한 견해
– Reasons for party support
– Feelings of exclusion or marginalisation
– Views on immigration, identity, and media representation
문의 / Contact손은혜 (grace35@kbs.co.kr)Eun Hye Son (grace35@kbs.co.kr)

 

2.2 인터뷰 질문지 구조 및 언론 관련 문항

인터뷰는 반구조화(semi-structured)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정치적 소속, 정체성 인식, 정책 태도, 감정적 반응, 언론 인식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인터뷰 질문지 주요 내용

1. Political Background (정치적 배경)

– Since when have you supported a far-right party?
– What factors initially drew you to the party, and have these motivations changed over time?
– 언제부터 극우 정당을 지지하게 되었는가?
– 처음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시간이 지나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2. Core Issues (핵심 이슈)

– What political issues do you care most about?
– Why do you think mainstream parties have failed to address them?
–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적 이슈는 무엇인가?
– 기존의 주류 정당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Identity and Belonging (정체성과 소속감)

– What does being a ‘real Briton’ mean to you?
– How do immigration and multiculturalism affect your sense of belonging?
– ‘진정한 영국인’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 이민자 증가나 다문화주의가 당신의 소속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4. Media and Representation (언론과 대표성)

– How do you think your party and people like you are represented in the media?
– Have you ever felt misrepresented or excluded because of your political views?
– 당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유사한 입장의 사람들이 언론에서 어떻게 묘사된다고 생각하는가?
– 정치적 입장 때문에 오해받거나 배제당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또한 모든 정당 지지자에게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언제부터 해당 정당을 지지하게 되었습니까?
현재 정당을 지지하게 된 주요 계기는 무엇입니까?
본인의 정치적 입장이 언론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당신의 정치적 감정이나 좌절감은 언론에 의해 공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공정한 보도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2.3 분석 방식: 질적 분석과 담론 접근

수집된 인터뷰 자료는 질적 내용 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과 담론 분석(discourse analysis)을 결합하여 해석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전사 후 문서화되었으며,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와 표현들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정서, 인식의 구조, 의미 형성의 방식을 추출하고 범주화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반복 키워드—예: “역차별”, “공정하지 않다”, “우리 목소리는 보도되지 않는다”, “진짜 영국인”, “BBC는 다루지 않는다”—는 참여자들의 감정 구조와 정치적 인식을 드러내는 핵심 단서로 작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세 가지 핵심 담론 축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1) 정체성의 경계 설정: 누가 ‘우리’인가, 누가 ‘진짜 국민’인가?

참여자들이 이민자나 특정 소수자를 ‘외부자’로 설정하며 자신을 ‘진짜 영국인’으로 구분 짓는 담론을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국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소속감, 기여도, 가치관의 공유 여부를 기준으로 경계를 긋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2) 감정의 승인과 배제: 왜 우리의 불만은 공감받지 못하는가?

참여자들은 자신의 좌절과 분노가 사회적으로 이해받지 못하고, 언론 역시 이를 진지하게 다뤄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의 사회적 위계, 즉 어떤 감정은 정당하고 어떤 감정은 과도하다고 평가되는 구조가 드러났다.

3) 공정성 담론의 충돌: 누가 피해자인가, 무엇이 공정한가?

‘공정성(fairness)’이라는 가치는 모든 참여자에게 중요한 기준이었으나, 그 정의와 적용 방식은 서로 달랐다. 일부는 정부의 소수자 배려 정책을 ‘역차별’로 인식하며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꼈고, 공정성의 기준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분석은 언론 보도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사회적 감정과 집단 정체성을 구성하고 조율하는 담론의 장이라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언론은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감정을 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승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언론은 특정 집단의 불만이나 감정을 공적으로 보도해 사회적 공감대를 일으킬 수도 있고, 반대로 그 감정을 이해 불가능한 분노, 혐오, 혹은 타당하지 않은 주장으로 배제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3. 기존 문헌 검토

이 보고서는 언론이 사회 안에서 ‘누구를 우리로 간주할 것인가’, ‘누가 외부인인가’를 어떻게 정하고, 어떤 감정을 더 크게 다루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이민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자신을 “무시당하고 소외된 사람”으로 인식하는 보수 유권자나 극우 정당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3.1 언론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

언론은 단순히 사실만 전달하지 않는다. 어떤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사회 문제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영국의 문화연구자 Stuart Hall (1997)은 “언론은 단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그 현실을 재현함으로써 동시에 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언론이 사건이나 인물을 어떤 관점에서 보여주느냐, 그들을 묘사할 때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배제하느냐에 따라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즉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그 사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함으로써 사회적 현실을 재구성하는 힘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이민자 관련 사건을 보도하더라도, 그것을 ‘사회 통합의 기회’로 설명하느냐 ‘국가 위협’으로 묘사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인식은 전혀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스튜어트 홀은 언론이 현실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창이 아니라, 현실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사회적 행위자임을 강조했다. 결국 언론은 누구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누구의 목소리를 주변화할지 결정함으로써, 어떤 집단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존재’인지 아닌지를 구분짓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집단을 ‘우리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일지 말지는 종종 언론 보도의 방식에 의해 형성된다.

3.2 감정과 공정성: 극우 지지자들은 왜 분노하는가

정치학자 Arlie Hochschild(2016)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보수 유권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느끼는 깊은 감정을 ‘도덕적 배신감(moral betrayal)’이라고 설명했다.2) 이들의 감정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나는 규칙을 지키며 줄을 서 있는데, 다른 누군가는 새치기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새치기한 사람들’로 여겨지는 대상은 이민자, 여성, 흑인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성실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제도가 소수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자신들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때 분노는 단순한 피해의식이 아니라, “이건 공정하지 않다”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배제된 자로서 감정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정치적 행위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감정은 정치적 선택과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Katherine Cramer(2016)도 미국의 농촌 유권자들을 연구하며 비슷한 감정을 포착했다.3) 그녀는 농촌 유권자들이 “도시의 엘리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고 느낀다고 분석한다. 이 역시 공정하지 않다는 감정으로 해석된다. 해당 연구를 살펴보면, “세금은 우리가 더 많이 내는데, 혜택은 도시에 집중된다”는 식의 불만이 반복됐다.

이번 연구에서도 유사한 감정이 나타났다. 일부 영국 극우 정당 지지자들은 인터뷰에서 “뉴스는 이민자 이야기만 다룬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언론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처럼 ‘공정성’이라는 개념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보편적 정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집단이 처한 현실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사용된다. 누군가에게는 ‘소수자를 더 지원하는 것’이 공정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일해온 자신이 밀려난 것’이 불공정인 것이다. 즉 공정성은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정치화된 감정의 언어로 기능하며, 그 안에서 상반된 정의들이 충돌한다.

3.3 소수 정당과 언론-정체성의 연결

극우 정당은 대체로 제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이민자 문제나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를 적극 활용해 사회적 주목을 끄는 데 능숙하다. 정치학자 Bonnie Meguid (2007)는 주류 정당이 소수 정당의 주장에 무시하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소수 정당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Cas Mudde (2005)는 극우 정당이 정치를 ‘국민 대 엘리트’라는 대립 구도로 그려내며, 언론 또한 엘리트의 일부로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많은 극우 정당 지지자들이 “BBC는 편향적이다”, “우리는 언론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처럼 언론이 극우 정당 지지자들의 주장이나 감정을 ‘극단적’이라고 간주하며 무시하거나 다루지 않을 경우, 이들은 더 깊은 소외감을 느끼고 극우 정당에 더욱 결집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언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감정과 정체성의 경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론은 무엇을 ‘정상’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감정은 ‘공감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할지를 결정한다. 반대로 어떤 감정이나 불만은 ‘지나치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주변부로 밀어낸다. 이러한 선택이 반복될수록, 특정 집단은 점점 더 언론 밖의 존재, 사회 밖의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며, 그 소외감은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4. 단순한 사실 전달자를 넘어, ‘정의’의 중개자로서 언론

정의(justice)는 종종 복지의 분배나 물질적 불평등 문제로만 축소되어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Nancy Fraser(2008)는 정의를 보다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확장하여 제시한다. 그녀는 ‘분배(redistribution)’, ‘인정(recognition)’, ‘대표(representation)’의 세 축을 통해, 정의란 단지 자원의 평등한 분배를 넘어서 사회적 존중과 상징적 대표성의 문제로 나아가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은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기계가 아니라, ‘누가 보이고, 누가 지워지는가’를 결정짓는 사회적 중개자다. ‘인정(recognition)’은 단순히 존재를 가시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승인하는 것과 깊은 관련을 지닌다.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집단은 그들의 고통이 보도되더라도, 그 고통의 감정 구조는 폄하되곤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난민은 보도되지만, 이웃 주민의 불안감은 ‘배타적 감정’으로 묘사된다. 여성의 존재는 부각되지만, 분노는 ‘과잉 반응’으로 프레임된다. 극우 지지자의 감정은 ‘혐오’로만 규정되며, 그 내면의 상실감이나 소외감은 무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단순히 ‘피해자’를 부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대표되지 못한 감정의 복합성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프레이저의 ‘인정’ 개념은 기자가 ‘누구의 감정이 사회적으로 승인받고 있는가’를 성찰하게 만든다. 그녀는 “감정을 읽지 못하는 보도는 결국 정의를 말할 자격을 상실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극우정당 지지자에 대한 본 연구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다음은 Reform UK 지지자로 전환한 한 백인 여성의 진술이다.

“난 그냥 내 삶이 나빠져서 다른 정당을 찾은 거예요. 왜 그게 혐오가 되죠?”
— 백인 여성, 40대, 보수당→Reform UK 전환자 (인터뷰 #13)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분노나 차별의 언어가 아니라, 존엄이 훼손되었다고 느끼는 감정의 외침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감정은 인종차별적 견해가 아닌 ‘인정의 부재’에서 오는 정서적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어느 쪽이 더 옳은가가 아니라, 각자의 감정은 어떤 구조에서 비롯되었는가?
이 감정은 왜 사회적으로 승인되지 못하고 있는가?
언론은 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시킬 수 있을까?

이 세 가지 질문을 축으로 해당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4. 극우 유권자들의 자기 서사와 피해의 감정 구조

4.1 “우리는 더 이상 중심이 아니다”: 탈중심화의 감각과 역차별

극우정당 지지자들의 자기서사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 감정 중 하나는 ‘중심에서 밀려났다’는 위기의식이었다. 이는 단지 복지에서의 배제나 정치적 대표성 부족을 넘어, 정체성의 붕괴와 소속감 상실에 가까운 감정적 구조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우리가 이 나라의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중심에서 밀려난 느낌이에요. 어디서도 우리 얘기를 듣지 않아요. 그게 가장 속상하죠.”
— 백인 남성, 60대, 보수당→Reform UK 전환자 (인터뷰 #04)

이런 감정은 전통적으로 중심층에 속했던 백인 중산층 남성뿐만 아니라, 흑인 또는 아시아계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특히 오랜 기간 영국에 정착한 이민 1.5세대와 2세대 응답자들은 “이제는 우리가 주변부로 밀려났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내 부모님 세대는 조용히 일하고 이 사회에 기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민자들 이야기가 너무 커지고, 우리는 점점 묻혀요.”
— 흑인 남성, 40대, UKIP 고정 지지자 (인터뷰 #08)

이것은 앞서 소개한 Arlie Hochschild(2016) 이 『Strangers in Their Own Land』에서 분석한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의 감정 구조와 유사하다. 호크쉴드는 루이지애나주의 백인 보수 유권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느끼는 불만과 분노의 근원이 단지 경제적 박탈이나 정치적 보수성 때문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그녀는 이들이 “긴 줄을 참고 서 있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먼저 앞으로 새치기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표현했다. ‘줄을 새치기한 사람들’은 정부 복지 혜택을 받는 빈곤층, 소수 인종, 여성, 이민자 등으로 인식된다. 자신은 열심히 일하며 룰을 지켰는데, 국가와 사회는 오히려 그 외부 집단에게 더 많은 혜택과 동정심을 주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질투나 피해의식이 아니라, “우리는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도덕적 배신감(moral betrayal)에 가깝다. 이러한 감정은 현실의 구체적인 정책 변화나 경제 상황 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가 뒤로 밀려났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극우 지지자들에게서도 바로 이와 같은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의 감정과 서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와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한 정서는 ‘역차별 받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특히 공공 주택, 복지 혜택, 병원 대기 등 실질적인 자원 배분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감정은 강하게 표출되었다. 이는 정치적 권력만이 아니라 도덕적 자격에서조차 밀려났다는 감정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이민자들은 도움을 받지만, 우리는 더는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닌 것 같아요.”
— 백인 여성, 60대, 보수당 지지자 (인터뷰 #12)

이러한 ‘역차별 서사’는 Cas Mudde(2007)가 지적한 극우 포퓰리즘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기존 체제가 주는 보상구조에 대한 불신과 정당성 위기를 바탕으로 정치적 에너지를 동원한다. 이러한 서사 속에서 포퓰리즘 정당은 자신을 국민의 ‘유일한 대변자’로 자임하며, 기존 제도와 언론, 정당들이 오히려 국민이 아닌 타자(이민자, 난민, 소수자 등)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역차별’ 서사다. 국가의 자원과 동정이 기득권 국민이 아니라 ‘피해를 주장하는 외부자’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으로, 기존 보상 체계에 대한 도덕적 분노를 자극하는 효과를 낳는다. 포퓰리즘은 바로 이러한 감정-소외, 분노, 도덕적 배신감-을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단순한 정책 불만이 아니라, “이 사회는 더 이상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며, 그 감정을 정당성 위기로 전환시킨다. 이처럼 포퓰리즘은 오늘날 언론이 주목해야 할 ‘감정 정치’의 대표 사례다. 언론은 이런 감정을 단순히 혐오나 반이민 정서로 축소하기보다는 그 이면의 도덕적 질서에 대한 충돌과 요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진 1. 4)

4.2 언론에 대한 불신과 대안 미디어로의 이탈

총 20명의 인터뷰 응답자 가운데 극우정당 지지자 10명은 BBC, Channel 4, Guardian 등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그들은 “언론이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이민자 이야기만 다룬다”는 서운함을 자주 표현했다.

“BBC는 우리 이야기는 안 해요. 난민 얘기, 흑인 얘기, 여성 얘기만 나오고, 우리 같은 평범한 중년 남자는 아무도 안 들여다봐요.”
— 백인 남성, 50대, 보수당→Reform UK 전환자 (인터뷰 #02)

이들은 GB News, TalkTV, 유튜브 채널 등 보수 성향 대안 미디어를 더 신뢰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주는 ‘진짜 미디어’로 간주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 채널의 전환이 아니라, 감정의 승인 여부에 따라 미디어를 선택하고, 정치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유튜브가 더 믿을 만해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그쪽에 있어요.”
— 흑인 남성, 40대, UKIP 고정 지지자 (인터뷰 #07)

극우 정당 지지자들을 단순히 혐오와 차별의 주체로만 보는 시선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들은 종종 정치적으로 배제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며, 자신을 대변해주는 정치 세력이 없다고 느낀다. 즉, 피해자이자 소외된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언론 보도에서는 이들의 감정을 ‘정당하지 않은 감정’으로 취급하곤 한다. 이러한 접근은 언론이 감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사각지대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의 고통이나 분노가 ‘정당한 피해’로 인정받지 못할 때, 그들은 더욱 언론에서 멀어지고, 결국 “유튜브가 더 진실을 말해준다”고 느끼게 된다. 언론은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질문뿐만 아니라 ‘누구의 감정을 사회적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한다. 언론의 사명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감정과 상처를 정당하게 다루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사회적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 제기를 두고 “그렇다면 극우정당의 의견을 더 많이 다뤄야 한다는 뜻인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혐오 발언에 정당성을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고, 왜 그런 목소리가 생겨났고, 왜 기존 제도와 언론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극우 정당 지지자들의 감정과 인식을 무조건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배제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받아주는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것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이고, 때로는 더 급진적인 정치세력이다. 따라서 언론은 혐오를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대표성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감정을 객관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단지 ‘누구의 주장을 실어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감정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4.3 “우리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반발

극우정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이 단순히 ‘혐오’나 ‘배제’로 축소되고 낙인찍힌다는 점에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언론은 자신들을 ‘무식하거나 인종차별적인 사람들’로 묘사한다고 느끼며, 여기에 대해 도덕적 모욕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이민자를 모두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이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말하는 것뿐인데, 언론은 우리가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려요.”
— 흑인 남성, 50대, UKIP 지지자 (인터뷰 #10)

이와 같은 불만은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경제적 위기, 지역적 불균형, 정체성 혼란이라는 ‘합리적인’ 배경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언론은 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단순화된 프레임에 가둔다고 주장했다.

“난 그냥 내 삶이 나빠져서 다른 정당을 찾은 거예요. 왜 그게 혐오가 되죠?”
— 백인 여성, 40대, 보수당→Reform UK 전환자 (인터뷰 #13)

이러한 말은 극우 정당 지지자들이 단지 정책적 요구가 아니라, 자신이 한 사람의 정당한 시민으로 존중받고 있는가에 대한 감각, 즉 ‘존엄의 회복’을 갈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은 더 나은 일자리나 공정한 복지를 요구하면서 정치적으로 행동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당신이야말로 문제다”라는 사회적 낙인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언론 보도에서 이들의 불만과 감정이 곧바로 ‘혐오 발언’이나 ‘극우적 사고’로 단순화될 때, 당사자들은 자신이 오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인터뷰 참여자들 중 다수는 “우리는 극우가 아니라 중도다”, “그저 현실을 말한 것뿐인데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린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이와 같은 반응은 Sara Ahmed(2004)가 말한 감정의 정치적 승인 문제와 연결된다.6) 즉, 어떤 감정은 사회에서 ‘정당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지고, 어떤 감정은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배제된다. 이처럼 정치적 감정이 사회적으로 승인되지 않을 때, 시민은 스스로를 ‘배제된 존재’로 느끼며, 기존 제도와 언론을 불신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주는 대안적 공간-예컨대 유튜브,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속 커뮤니티-로 이동한다. 이런 대체 공간에서는 ‘우리 얘기를 진짜로 들어준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이는 극우정당의 확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혐오를 확산시키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감정과 불만이 왜 등장했는지를 윤리적이고 정치적으로 성찰하며 다루는 일이다.

5.  사회적 약자 보도, 그 선의의 한계와 책임

5.1 스스로를 약자로 인식하는 다수자들

오늘날 언론이 ‘사회적 약자’라는 범주를 다룰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그 범주가 단순한 구조적 조건이 아닌 정체성의 자기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소득, 교육, 지역, 인종이라는 외형적 기준만으로 ‘약자’를 규정할 수는 없으며, 자신이 누구라고 느끼는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지가 그 감정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발언은 전통적으로는 다수자이자 기득권에 속하는 백인 중산층 남성이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을 보여준다.

“나 어릴 때는 우리가 이 나라의 중심이었죠. 근데 지금은 그래요. 공공기관도, 언론도, 정치인도 우리한테는 관심 없어요. 말 그대로 밀려난 거죠.”
— 백인 남성, 60대, 보수당→Reform UK 전환자 (인터뷰 #04)

이런 감정은 단순히 막연한 상실감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적 자원이나 인정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느낌은 종종 ‘문화적으로 소외됐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일자리 부족이나 병원·주택 문제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은 “우리는 더 이상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식의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고, 이런 감정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당연한 분노’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사회학자 Stephanie Mudge (2018) 는 이런 현상을 ‘정치의 감정화’라고 부르며, 감정이 단순한 개인 감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자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감정은 곧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이고, 사회 안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주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5.2 공감받는 고통 vs. 무시되는 불만: 언론의 선택과 배제의 윤리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정이 언론에서 무시당하거나, 정당하지 않거나 심지어 비윤리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사회가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무지하거나 혐오에서 나온 것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누가 정당한 피해자인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Nancy Fraser (2000)는 정의란 단지 돈이나 자원의 분배 문제가 아니라, ‘인정받는 것’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어떤 고통은 공감을 얻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어떤 감정은 무시당하거나 비윤리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언론 보도에서도 이런 차별적인 인식이 반복된다. 이런 경험은 “우리는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공정(fairness)’은 매우 강력한 언어인데, 문제는 집단마다 이 ‘공정’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 지원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역차별’이라고 느낀다. 인터뷰에서도 이런 시각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내내 일만 했고 세금도 냈어요. 근데 정작 주택이나 지원은 외국인들 먼저예요. 그게 공정한가요?”
— 중국계 남성, 50대, 보수당→Reform UK 전환자 (인터뷰 #06)

사진 2. 7)

이것은 Mounk(2018) 이 말한 ‘다수자의 상실감’ 개념과도 연결된다. 즉, 기존 체제에 헌신해 온 사람들이 구조적 변화와 다문화주의의 확산 속에서 도덕적 우위조차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이런 상실감 속에서 전통적 다수자들은 자신을 새로운 ‘소수자’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정서적 보상을 요구한다.

“나는 그냥 평범한 시민일 뿐인데, 언론은 나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안 보여줘요. 그게 오히려 차별 아닙니까?”
— 흑인 남성, 40대, UKIP 고정 지지자 (인터뷰 #07)

이 논의는 결코 ‘진짜 약자’와 ‘가짜 약자’를 가르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고 있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언론은 전통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즉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때 사용되는 ‘사회적 약자’라는 범주는 언제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맥락에 따라 구성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인종적 소수자, 저소득층, 난민, 장애인 등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인식된다. 반면, 인터뷰에서 만난 일부 백인 중장년층은 자신들이 “이제는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느끼며, 언론이 자신들의 감정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불만이 무지하거나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당한 관심과 공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소외감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도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은 변함없다. 하지만 언론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준과 보도 방식을 더 치열하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의 고통을 ‘사회적으로 승인된 피해’로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은 언론 보도의 핵심 윤리에 닿아 있다.

6. 한국 언론 보도에 주는 시사점과 확장 가능성

한국 언론은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도를 통해 정의와 연대의 감각을 제시해왔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그리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보도는 우리 사회가 간과하거나 무시한 현실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실천은 존 롤즈(John Rawls)가 말한 “사회의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 고려하는 정의의 원칙”과도 궤를 같이하며, 언론의 윤리적 정당성을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언론이 마주한 과제는 단순한 ‘약자 대변’ 이상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다원화되고 감정의 분화가 심화된 상황에서는 언론이 어떤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대표’하고 ‘인정’하는지를 둘러싸고 새로운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 극우 성향 정당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이 느끼는 소외감, 혹은 지역 주민들이 경험하는 자원 경쟁에 대한 불안 등은 언론 보도에서 ‘정당한 감정’으로 승인받지 못하거나, 때로는 ‘혐오’나 ‘무지’로 간주되어 배제되기 쉽다. 하지만 언론은 “이 감정은 틀렸고, 저 감정은 옳다”는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 사회적 자원과 인정의 구조 속에서 어떤 감정이 주류 담론에 진입하고, 어떤 감정은 배제되는지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의 기능은 ‘대변자’에서 ‘조율자’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8) 이것은 사회적 약자 보도의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은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통해, 왜 어떤 감정이 형성됐는지 그 배경을 파악하고, 그런 감정의 충돌이 어떤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해석하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언론 보도는 언제나 선택과 해석의 산물이다. 특히 ‘감정’은 단지 개인의 사적 표현이 아니라, 어떤 감정이 공감받고 어떤 감정은 배제되는가를 통해 사회적 위계를 구성하는 정치적 자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난민의 고통은 흔히 연민과 공감의 언어로 다뤄지는 반면, 지방 소도시의 중장년층이 말하는 ‘기회 상실’이나 ‘국가로부터의 배제’는 ‘보수적 반발’이나 ‘기득권의 불만’으로 쉽게 치부된다. 물론 두 집단이 처한 구조적 현실은 다르고,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 하지만 언론이 어떤 목소리를 ‘타당한 문제 제기’로 다루고, 어떤 목소리는 ‘틀린 인식’으로 간주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언론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도를 더욱 확대하되, 그 윤리적 정당성이 단순히 “더 약한 사람을 옹호한다”는 도덕적 태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언론은 ‘누가 약자인가’를 사회적 구조 속에서 설명하고, 상이한 집단 간의 목소리가 왜 충돌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감정이나 경험 자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자원 분배 구조, 정책 배제의 역사, 정치적 대표성의 불균형을 함께 조명해야 한다.

이러한 보도는 단지 약자를 위한 보도를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어떤 시민 집단이 ‘대표받지 못했다’고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데로 확장된다. 이는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관찰되는 정치적 극단화, 혐오 감정의 확산, 사회적 불신의 심화 현상을 더 정확히 설명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언론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왜 갈라지고 있고, 그 속에서 서로 다른 시민들이 어떤 현실을 살고 있는지를 해석하고 연결하는 민주주의의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9) 이것이 바로 지금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이며, 이번 연구가 제안하는 핵심 방향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떻게 사회적 약자 보도를 확장하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다. 첫째, 보도 프레임의 다변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대표 받지 못한 시민들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조명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불만의 언어를 ‘문제화’하지 않고, 그 배경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내부 긴장을 다루는 보도 기획이 필요하다. 하나의 집단 내부에도 다양한 서사와 인식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이주민 사회’ 내부에서도 초기 정착 이민자와 최근 이주민 간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언론은 약자 집단 내부의 균열과 긴장도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대표되지 않는 감정’을 듣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과잉 대표된 주장보다, 오히려 공론장에서 침묵한 말들을 듣는 구조를 언론 내부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설문, 오디언스 리서치,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등도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7. 결론: 사회적 약자 보도의 윤리를 다시 묻다

이 보고서는 영국에서 노동당, 보수당 지지자 10명,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10명, 모두 20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이 언론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물이다. 극우 정당 지지자들은 종종 편견 가득한 말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대변되지 않는다”는 강한 소외감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언론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다룰 때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느낀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만난 극우정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이 나라의 중심이 아니며, 정치인도, 공공기관도, 언론도 자신들을 외면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난민이나 이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기존 언론이 집중해 온 사회적 약자 집단과 달리, 자신들의 어려움은 이야기될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본 보고서는 해당 이슈를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해당 인터뷰를 ‘대표되지 못한 집단의 정체성’, ‘공정성 담론의 충돌’, ‘경제적 불안의 정체성화’ 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분석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 분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은 정체성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주요 행위자로서, 누구를 공감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누구를 침묵시키는지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과 소수자는 점차 보호와 연대의 서사로 포섭되는 반면, 경제적·정치적 주변화 속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는 비주류 집단은 언론의 서사에서 배제되거나 단순화된다. 이번 연구에서 만난 극우정당 지지자들은 단지 반이주민 정서를 가진 이들이 아니라, ‘우리’라는 범주에서 밀려났다는 정서적 배제 경험을 공유한 집단이었다. 둘째, 이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공정성이라는 언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집도 못 구하는데 난민은 호텔에 묵는다”는 식의 발언은 단지 오해나 편견이 아니라, 사회적 자원 분배에 대한 인식과 신뢰의 붕괴를 반영한다. 셋째, 본 연구는 단지 이주민 보도의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언론이 사회적 약자라는 범주를 어떻게 구성하고, 대표 가능한 정체성과 감정을 누가 정의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극우 유권자의 생각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 어떤 사람들의 불만은 ‘들을 가치가 있는 말’로 인정받고, 어떤 사람들의 목소리는 쉽게 무시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와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지를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 어떤 고통은 뉴스가 되고, 어떤 불만은 외면당한다. 이것은 결국 ‘누가 사회에서 약자로 인정받는가’라는 더 큰 문제로 연결된다. 사회적 약자 보도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10) 이주민, 성소수자, 저소득층, 장애인 등은 여전히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집단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약자’라는 범주를 누가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다른 목소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이주민 보도를 둘러싼 언론의 역할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그 문제의식은 훨씬 더 넓은 사회적 약자 보도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정치적 양극화, 계층 간 불평등, 지역 격차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나는 왜 대변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언론은 이런 질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금까지 다루지 못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연수와 연구를 통해 언론 보도란 단순히 ‘누구를 대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목소리는 들리고 누구의 목소리는 사라지는가’를 결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앞으로 기자 생활을 해나갈 때, 단지 ‘정해진 사회적 약자’만을 좇는 데 머무르는 보도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까지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더 깊이 파고들고자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하며, 균형 잡힌 시선으로 보도하고 싶다. ‘좋은 사회적 약자 보도’란, 누가 더 불쌍한지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되지 못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드러낼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하고,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보도를 해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기자로서 감당해야 할 윤리적 책임이자, 이번 연수를 통해 다시금 확인한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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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아래 표는 각 그룹별 인구통계 정보를 요약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모두 익명 처리되었으며, 박사논문과 연계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기에 일부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한다.
  • 2 아를리 호크쉴드는 루이지애나의 보수적 백인 유권자들과 장기간 생활하며, 그들이 겪는 감정의 구조를 ‘딥 스토리(deep story)’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는 ‘사실(facts)’보다는 ‘느낌(feelings)’에 기반한 서사로, 이들이 느끼는 불만은 주로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된다.
  • 3 캐서린 크레이머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위스콘신 주의 여러 농촌 지역을 방문해 시민들과의 비공식적 대화를 기반으로 ‘농촌 의식(rural 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그녀는 이 개념을 통해 농촌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경제적·문화적으로 소외된 집단으로 인식하며, 도시 엘리트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정체성 기반의 박탈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 4 이 이미지는 2016년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직전에 영국독립당(UKIP)이 공개한 포스터로, 수백 명의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걷는 장면 위에 “Breaking Point: The EU has failed us all”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포스터는 유럽 난민 위기와 이민 문제를 정치적 위기의 상징으로 부각시켰다. 당시 보리스 존슨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조차 “과도하다”고 비판할 만큼 논란을 일으켰고, 영국 선거위원회는 해당 포스터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 5 Ahmed (2004)는 감정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일부 감정은 합법적으로 표현되고 다른 감정은 공적 공간에서 배제된다고 보았다. 이는 '누구의 감정이 대표될 수 있는가'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성찰하게 만든다.
  • 6 Sara Ahmed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단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가 어떤 감정을 ‘정당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감정은 ‘부적절하다’며 무시하거나 배제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분노는 이해받지만, 다른 사람의 분노는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식이다. 이렇게 사회가 감정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사람들의 소속감이나 배제감을 만들고, 정치적 갈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 7 이 이미지는 영국의 극우정당 UKIP가 2015년 선거 당시 사용한 포스터 중 하나로, 사회 주택(social housing)의 우선 수혜 대상이 이민자가 아니라 ‘우리의 노숙자(homeless)’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공정성’의 언어로 포장하여 기존 사회 구성원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자원 분배 문제를 ‘내부자 대 외부자’ 구도로 재구성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 8 언론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능을 맡아왔지만, 점차 복잡해지는 갈등 구조 속에서 이제는 단순한 전달자나 옹호자가 아닌, 서로 다른 감정과 서사를 교차시키며 공론장을 형성하는 ‘조율자(mediator)’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김서영(2023)은 오늘날 언론의 역할이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다원적 감정을 해석해 내는 공론장의 설계자’ 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논의는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과 해석적 저널리즘의 흐름 속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 9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의 매개자’란, 언론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시민들의 감정, 경험, 정치적 입장을 서로 이어주고 설명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적 양극화와 정체성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언론이 사회적 공론장을 조율하고 상이한 목소리 간의 균형을 맞추는 사회적 해석자(social interpreter) 혹은 감정의 중재자(mediator of emotions)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Hall 1997; Wodak 2015; Ahmed 2004). 이는 언론이 사회통합의 조건으로서 신뢰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 10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도는 언론의 공적 책임과 직결된다. 존 롤즈(John Rawls)의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처럼,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가장 불리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런 정의의 철학은 언론에게도 비슷한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Rawls 1971). 언론은 단지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그들이 겪는 불평등과 차별을 공론화함으로써 민주사회의 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공공성과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에 기반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