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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곧 차별화다” 가짜뉴스와 정보 홍수에 대응하는 美 미디어 기업의 전략 방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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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곧 차별화다” 가짜뉴스와 정보 홍수에 대응하는 美 미디어 기업의 전략 방향 분석 조선일보 기자 정한국 연수기관: 미주리대
0. 들어가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미디어 소비 방식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거 인터넷에서 범람하던 각종 정보는 단순히 소비자에게 필요에 따라 취하거나 버릴 수 있는 선택의 문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가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핵심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코로나로 드러난 가짜뉴스의 폐해가 오히려 ‘진짜 뉴스’와 ‘진짜 언론사’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로 1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미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필자가 미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코로나 사태를 견뎌낼 때, 미국 미디어 기업들이 시대적 변화를 놓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어내는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은 코로나 사태를 관통한 이후에도 뉴스 미디어 기업들에게 생존을 위해서도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언론사의 신뢰가 곧 차별화 전략이라는 뜻이다.

1.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변화

필자가 미국 미디어 기업의 각종 코로나19 보도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1등 매체 뉴욕타임스였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보도를 주도한데다 각자의 가정에서 고립되는 일이 늘어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2020년 1분기에 58만명이 넘는 신규 디지털 구독자를 모았다. 당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순방문자(UV)는 2억 4000만명이었고 페이지뷰(PV)는 25억뷰에 달했다. 미국의 빠른 코로나 확산이 세계의 우려를 자아내면서 1억명에 가까운 해외 방문자도 이끌어냈다.

우선 필자가 뉴스 소비자로서 느낀 뉴욕타임스의 대처는 필요한 뉴스를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위기가 시작되자 ‘코로나바이러스 브리핑’ 이라는 제목의 별도 뉴스레터를 제작해서 보내기 시작했다. 기존 요일별 뉴스 브리핑에 더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만 따로 모은 것이다. (오른쪽 사진) 뉴욕타임스는 뉴스레터를 통해서 코로나 확진자 추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인 백신 개발, 최근 어떤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지, 마스크는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 대응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소개하는 뉴스를 담았다. 특히 클릭 한번으로 뉴스레터를 구독할 수 있게 했고, 브리핑에 담긴 관련 뉴스 역시 클릭 한번으로 볼 수 있게 링크를 걸어 편의성을 높였다. 구글에서 COVID 혹은 CORONA를 검색만 해도 수만가지 컨텐츠를 볼 수 있지만 뉴욕타임스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만으로 국내외 현황이나 앞으로의 흐름을 다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한 사항이었다. 이런 편의성이 뉴욕타임스라는 언론 브랜드와 결합해 더 신뢰를 주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픽 뉴스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역의 코로나 확진자 추세를 상세히 볼 수 있게 했다. 미국 연수중에 살펴보니 미국은 가족들이 전국에 흩어져 사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 근무나 휴교가 많다보니 확진자가 적은 지역에 사는 친척을 찾아가 지내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 등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 코로나 지도의 경우 County 단위까지 구분히 확진자 수와 최근 추세를 알 수 있게 했다. (위 사진)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CEO는 세계미디어협회(INMA)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스토리는 40년간 저널리즘 경력에서 가장 큰 이야기다. 대중의 관심이 강하고 다차원적이었다. 이것은 지정학적 스토리며 건강 그리고 과학 스토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것은 국내 정치 스토리이자 사회 문화적 스토리다. 대중이 이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은 모든 뉴스 조직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정제된 뉴스를 독자들이 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The Coronavirus Crisis라는 제목의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관련 뉴스를 업로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자가 격리 등 집에 주로 머물면서 하면 좋은 일들에 대한 연성 뉴스도 고르게 담았다. 자가격리가 늘면서 넷플릭스 등 집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이용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미국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연구소(Nieman Journalism Lab)에 따르면, 세계 70개국 700개 이상 언론사가 생산한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코로나19 관련 기사는 전체 페이지뷰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 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사람들의 일상에 맞닿아있는 지역 매체는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담는데 집중했다. 필자가 연수한 University of Missouri에서 운영하는 의 경우 지역별로 코로나 확진자 추이를 알 수 있게 지도를 제공했고, 코로나에 대응하는 지자체의 각종 지침이나 정책들을 상세하게 소개해 지역 밀착형 기사를 공급했다. 뉴욕타임스와 마찬가지로 뉴스레터를 통해 ‘Stay informed’라는 모토를 걸고 사람들이 질병의 진행상황을 명확하게 알도록 장려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부터는 지역의 관공서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이 어떤지, 업무가 중단된 것은 무엇이고 재개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실시간에 가깝게 상세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2. 콘텐츠의 변화- 어떻게 신뢰를 보여줄 것인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신뢰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과 별개로 몇 년 전부터 미국 내에서는 범람하는 미디어 기업과 1인 미디어 등에 대응해 뉴스 신뢰도를 높이는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필자가 연수를 통해 지켜본 대표적인 작업이 레이놀즈 저널리즘 연구소의 ‘트러스팅 뉴스(Trusting News)’ 프로젝트다. 이는 레이놀즈 저널리즘 연구소(The Donald W. Reynolds Journalism Institute, RJI)에서 2016년 시작됐는데, 저널리즘이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언론사와 기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천 전략 위주로 연구를 진행한다. 작년부터 미국언론협회(API)가 올해부터 공식 참여를 했고, 미국 전역에서 지역 언론사 중심으로 50여 곳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맞아, 트러스팅 뉴스 프로젝트를 이끄는 조이 메이어 디렉터는 “지금이 바로 저널리스트가 자기의 신뢰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왼쪽 사진)
트러스팅 뉴스는 단순히 뉴스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추상적인 대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기사를 쓸 때 왜 이 기사를 쓰게 됐는지 그 동기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를 하거나,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의 사진을 일일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놓아 신뢰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런 실험을 거쳐 실제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이나 심층 인터뷰를 해서 변화에 대한 효과도 측정한다.
예컨대 트러스팅 뉴스와 함께 실험에 나선 언론 중 하나인 신문사 ‘버지니아 파일럿’은 독자 목소리를 더 자세하게 듣는 정책을 폈다. 홈페이지에 별도의 ‘trust page’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독자가 어떤 것이 궁금한지, 불만이 어떤 것인지 쉽게 작성해 신문사로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독자와 기자, 편집자가 1대1 대화를 통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어떤 소식에 관심이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되는 효과도 생기고, 불만을 가졌던 독자들과 기자들이 별도로 소통하면서 신문의 편집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도 많았다고 한다. 버지니아 파일럿은 trust page에 신문의 철학과 기자 윤리 규정도 게재했다. “독자들이 어떤 미디어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지 분석해 그에 맞춘 전용 콘텐츠를 개발하라” “독자들의 비판과 비난을 터부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피드백하라” “어떤 기사를 왜 비중 있게 썼는지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라” 등이 이들이 주장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침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서는 독자들에게 유용하고 믿을만한 정보를 전달한 사례로 LA의 Laist라는 인터넷 매체의 ‘No panic guide’ 라는 보도 방식을 소개했다. 이 매체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LA카운티의 코로나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아래 사진) 링크를 누르면 관련 정보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이 사이트만 들어오면 LA카운티 거주자가 지역에서 어떤 서비스가 이용 가능한지, 별다른 조치없이 상점을 열 경우 어떤 규제를 받는지 등을 소개했다. 지역에 사는 소비자, 소상공인 등 모두가 이 매체에 접속을 하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일종의 정보 포털 역할을 언론사가 자처한 셈이다.

3. 독자를 팬으로- 유료화 전략의 길

‘제대로 된 보도’와 ‘신뢰’가 결합한 결과가 결국 팬이 된 독자를 확보하는 길이다. 최근 미국 미디어들이 추구하는 바다. 팬이 된 독자가 결국 그 미디어를 위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미디어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이익을 지향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최근의 미디어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신뢰가 결국 차별화 요소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를 대상으로 유료화를 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모델의 기초가 우선 충성 독자 확보라는 인식 때문이다.
우선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디언은 내부 분석도구 ‘오판(Ophan)’을 통해 분단위로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WSJ 2020’ 프로젝트를 통해 수용자들을 인구통계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CNN은 데이터 과학자와 분석 전문가들로 15명 팀을 구성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수치를 분석해 그 결과를 뉴스레터 등에 반영했다. 2017년 초부터 6개월 사이 뉴스레터 구독자를 세배 증가시켰다고 한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교류하는 일도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에 페이지를 통해 독자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한다. 페이스북에도 기자-독자 간 취재 관련 뒷이야기 등을 주고받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Post This’라는 그룹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페이스북에 올린 자사의 팟캐스트 방송에 대해 이용자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 페이지 ‘Podcast Club’을 개설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다수 꾸리고 있다. 청소년, 청년 무슬림, 여행을 좋아하는 여성 등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들이 선호할 만한 뉴스 콘텐츠를 제공, 일종의 ‘뉴스 이슈별 독자 그룹’을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친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문가 멤버십(professional memberships)을 운영하고 있다. 1년에 200여개가 넘는 컨퍼런스, 저녁 식사, 네트워킹 등 특별 이벤트에 초청되는 혜택을 제공한다. 와이어드미디어그룹에서는 경영자를 위한 구독 기반 서비스를 개발했고 타임은 추가 구독료를 낸 독자들에게 뉴스룸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이어 수익을 거두기 위해 유료화 전략을 펴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신뢰-유료화‘로 이어지는 고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최근의 핵심 전략이란 뜻이다. 2019년 5월9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2019 유럽 및 미국 온라인 뉴스 유료화 모델(Pay Models for Online News in the US and Europe: 2019 Update)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신문기업 중 69%가 유료화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6개국과 미국에서 국가별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상위권 신문사 총 122곳을 조사대상으로 삼은 조사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1분기 기준 온라인 유료독자가 330만명에 달한다. 전체 독자는 약 430만명이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처음 칼럼을 중심으로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철회한 후 2011년 다시 유료화를 시도해 정착 중이다. 2025년까지 구독자 1000만명 달성이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018년 4분기 기준 디지털 독자가 150만명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학생용과 전문가용으로 멤버십을 분리하고 독자층을 10개로 분류해 해당 계층 독자의 욕구에 중점을 두는 등 다양한 전략을 실험하고 있다. 70만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100% 유료화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영국 가디언은 독자가 자발적으로 신문 기업을 후원하는 모델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2019년 5월 가디언은 2018년 매출 2억2300만파운드를 기록하고 80만파운드의 영업이익을 내 2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분야 매출이 전체의 55%로 절반을 넘겼다. 가디언은 2019년 기준 종이 및 디지털 신문의 정기 후원자가 65만명을 돌파했다. 또 작년 일회성 기부금을 낸 사람이 3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4. 결론 및 시사점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세계는 그 전의 세계와 확연하게 다를 것이다. 이미 필자조차도 일상 생활에서 주변 환경에 대응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다. 정보가 곧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체감한 이상, 정보 공급자가 과연 얼마나 믿을만한지는 소비자의 뉴스 선택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 미디어 기업은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조선일보 역시 최근 ‘바로잡습니다’라는 코너를 확대해 독자의 지적이나 기사의 틀린 부분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러스팅 뉴스의 조이 메이어 디렉터 역시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세상을 바꾸는 대형 단독 보도를 하라”는 식의 거창한 지침 대신 “왜 이 기사를 쓰게 됐는지 설명하라” 같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 몸부림쳐야 하는 언론 기업에게 신뢰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 됐다. 특히 정치적 지형에 따라 반대쪽을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우는 것이 주요한 공격방식이 된 요즘이야 말로, 신뢰가 언론사의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