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이원집정부제 사례로 본 권력 분점의 조건 연합뉴스 류미나 연수기관: 파리정치대
연구 배경 및 목적
한국 정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은 오랫동안 쓰여 왔지만,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이 문제는 추상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혁의 과제로 부상했다. 5년 단임 대통령이 임기 중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어떤 정치적 위험을 낳는지를, 한국 사회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확인했다.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한국 내에서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역대 정권마다 반복됐지만 번번이 동력을 잃었다. 이 연구는 그 이유를 프랑스 이원집정부제의 실제 작동 방식과 비교해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질문을 다뤘다. 첫째, 프랑스 이원집정부제는 권력 집중을 실제로 어떻게 억제하는가? 둘째, 동거정부 또는 소수파 정부 상황에서 그 제도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비용을 수반하는가? 셋째, 이를 통해 한국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가?
연구는 CEVIPOF(Centre de recherches politiques de Sciences Po) 연구진과의 세미나 및 면담, 전·현직 의회 관계자, 언론인 인터뷰, 프랑스 현지 언론 보도 분석, 그리고 연수 기간 중 전개된 양국의 정치적 사건에 대한 현장 관찰을 토대로 했다. 연수 기간(2025년 7월~2026년 7월)은 한국에서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의 개헌 시도가 전개되고, 프랑스에서는 소수파 정부의 총리가 세 차례 교체되는 시기와 정확히 겹쳤다. 이 우연한 일치는 연구 주제를 추상적 비교가 아니라 실시간 사례 분석으로 심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CEVIPOF는 그랑제꼴인 파리정치대학교 소속 정치학 연구소다. 선거·여론·정당정치를 주로 연구하는 곳으로, 연수 기간 각종 세미나와 학술 행사 참여에 제약이 없었다. 2025년 가을 CEVIPOF 세미나에서는 정부 불안정성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는데, 마침 그 무렵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임명-사임-재임명이 열흘 사이에 벌어지고 있었다. 연구소 논의가 현장 뉴스와 그대로 맞물리는 경험은 연수 기간 내내 반복됐다.
2. 프랑스 이원집정부제의 실제 작동 방식
2.1. 제도 설계의 특징과 한계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은 대통령과 총리가 행정권을 공유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 배분이 헌법 조문이 아니라 수십 년의 정치적 관행에 의해 형성됐다는 점이다. 통상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총리가 내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구분은 명문 규정이 아니다.
2025년 7월 파리에 도착해보니 프랑스 정치는 이미 꽤 복잡한 국면이었다. 2024년 조기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소속 여당이 소수파로 전락한 뒤 의회와 정부 사이의 긴장이 계속됐다.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파 소속은 아니었으니 고전적인 동거정부는 아니었지만, 여당이 과반을 갖지 못하니 법안마다 야당을 설득해야 했다.
CEVIPOF 연구진에 따르면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강력한 대통령제를 구상했고 총리-의회 간 권력 분점이 이처럼 복잡하게 작동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프랑스 이원집정부제는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된 권력 분점의 모델이 아니라, 헌법 운용 과정에서 정치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이 점은 한국에서 프랑스 모델을 참조할 때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구조적 특징은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이다. 이에 따르면 총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예산법안 또는 사회보장재정법안의 표결에 정부 책임을 결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발동 후 24시간 이내에 불신임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제출돼도 48시간 후 표결에서 가결되지 않으면 해당 법안은 채택된 것으로 간주된다. 일반 법안에 대해서는 회기당 1회에 한해 같은 절차를 사용할 수 있다. 예산법안에는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르코르뉘 총리 내각이 2026년도 예산안에 이 절차를 사용한 것은 합헌이었다.
2.2 연수 기간 관찰된 사례: 소수파 정부의 생존 메커니즘
연수 기간인 2025년 7월부터 2026년 7월 사이, 프랑스에서는 총리가 세 차례 교체됐다. 이 연쇄적 사태는 이원집정부제의 취약성과 생존 메커니즘을 동시에 드러낸 사례였다.
[ 표 1 ] 2025~2026년프랑스총리교체일지
| 2025.9.8 |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불신임 가결 |
| 2025.9.9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1기 내각 임명 |
| 2025.10.6 | 르코르뉘 총리 1기 내각, 27일 만에 사임 |
| 2025.10.10 | 마크롱 대통령, 르코르뉘 총리를 나흘 만에 재임명 |
| 2025.10.14 | 르코르뉘 총리, 의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 중단’ 발표 |
| 2025.10.16 | LFI (라 프랑스 앵수미즈) ·RN(국민연합) 제출 불신임안 부결 |
| 2025.12.9 | PS(사회당) 지지로 사회보장재정법 가결 |
| 2026.1.23 | 르코르뉘 총리, 49조 3항 발동으로 2026년도 예산안 의회 표결 없이 처리 |
| 2026.2.2 | 르코르뉘 총리 불신임안 부결 → 2026년도 예산안 자동 확정 |
이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사임한 총리를 나흘 만에 재임명한 조치는 헌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선택이었다. 르코르뉘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 2기 정부의 다섯 번째 총리였다. 그가 27일 만에 사임한 직접적 이유는 내각 인선에 대한 좌우 야당의 동반 반발이었는데, 마크롱 대통령은 그를 나흘 만에 재임명함으로써 예산안 처리 시한을 맞추려 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재임명 직후 ‘의무 차원에서 임무를 받아들인다(J’accepte, par devoir, la mission confiée par le Président de la République)’고 밝혔는데,1) 이는 제도가 아닌 행위자의 결단이 위기를 관리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소수파 정부의 생존은 캐스팅보트를 쥔 사회당(PS)과의 협상에 달려 있었다. 르코르뉘 총리는 법정 퇴직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2027년 대선 전까지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대가로 PS의 불신임 반대를 얻었다. 소수파 정부의 생존과 정책 추진력이 사실상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셋째, 49조 3항의 발동은 의회 다수를 확보하지 못한 정부가 예산처럼 시한이 정해진 핵심 사안을 처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작동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1월 23일 의회 본회의에서 직접 49조 3항 발동을 선언했다. 이후 제출된 두 건의 불신임안이 2월 2일 표결에서 모두 가결에 필요한 절대다수에 미달해 예산안이 자동 확정됐다.2)
이 과정을 1년 내내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것이 ‘제도’인가, ‘임기응변’인가 하는 것이었다. 사임한 총리를 나흘 만에 재임명하고, 예산을 의회 표결 없이 강행하고, 연금개혁을 3년 후로 미루는 협상으로 생존하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헌법이 정한 규정보다 정치 행위자들의 즉흥적인 선택이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했다. 49조 3항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완전한 기능 마비는 피했지만, 그 대가로 핵심 정책(연금개혁)을 포기해야 했다. 즉 분권 제도는 권력 집중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그 자체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하원 보좌관 출신의 동료 연구진은 르코르뉘 내각이 연금개혁 중단을 양보하고 PS의 지지를 얻은 사례를 두고 ‘정당한 협상인지, 정책 포기인지 경계가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소수파 정부의 생존이 결국 캐스팅보트 정당과의 거래에 달려 있을 때, 그 거래가 공공의 이익을 앞세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3. 한국의 개헌 논의: 2025~2026년의 전개와 결과
3.1 새정부의 개헌 추진 경과
연수 기간 한국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1987년 이후 처음으로 개헌 논의가 실질적인 입법 단계까지 진전됐다가 표결 불성립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 전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6월 취임 직후부터 개헌 의지를 밝혔고,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4년 연임제 도입 등을 담은 개헌을 1호 국정과제로 공식 확정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이 너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이었던 만큼, 개헌 논의의 사회적 토양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비옥해 보였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은 처음부터 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요건 강화’를 1단계 원포인트 개헌으로 우선 처리한 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총리 국회 추천권 등 권력구조 개편을 2단계로 이어가자는 단계적 개헌을 추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략적 추진’으로 규정하고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 국민의힘의 반(反)제안은 지방선거 이후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헌법 전문부터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3.2 원포인트 개헌의 추진 경과
2026년 4월 3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87명이 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지체 없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을 계엄해제권으로 격상하는 것 등이었다. 우 의장은 이를 1단계 개헌으로 규정하고, 통과 후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총리 국회 추천권을 담은 2단계 개헌으로 이어가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295명 중 197명, 즉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했다.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 개헌안이 상정됐으나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투표 자체가 불발됐다.
3.3 왜 개헌은 반복적으로 무산되는가
이 1년의 경험은 한국에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반복적으로 소멸하는 구조적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첫째, 개헌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라는 요건은 사실상 제1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권력구조 개편은 언제나 현 집권 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될 것이라는 불신이 야당 측에 고착돼 있어, 어떤 개헌 시도든 ‘정치적 의도’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이번에도 원포인트 개헌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되면서 야당은 계엄 프레임 부각을 위한 정치적 기획이라고 반발했다.
둘째, 여론의 추상적 지지와 정치 행위자의 구체적 셈법 사이의 간극이 크다. ‘개헌 필요’ 49%라는 여론은 분명히 존재한다3). 그러나 누가 총리를 임명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누가 내각을 구성하며, 계엄 선포 요건을 어떻게 규정할지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대한 공론화는 충분하지 않다.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실제 작동 방식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권력 분산’에 대한 지지는 구체적 제도 설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셋째, 개헌 논의가 구체적인 제도 설계보다 권한 배분의 당위론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넓은 공감대가 있어도, 줄인 권한을 누구에게 어떻게 이전할지에 대한 구체적 합의 없이는 입법 다수를 형성하기 어렵다.
4. 비교 분석: 권력 분점의 두 가지 문제
4.1 ‘분점 제도의 비용’과 ‘분점으로의 이행 비용’
연수 기간의 비교 관찰에서 도출되는 핵심 명제는 다음과 같다. 권력 분점을 둘러싼 문제는 두 층위로 구분된다. 하나는 ‘분점 제도의 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분점으로의 이행 비용’이다. 프랑스는 전자의 문제를 안고 있고, 한국은 후자의 문제에 막혀 있다.
프랑스 사례는 권력 분점 제도가 작동하더라도 그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수파 정부는 의회에서 매번 협상을 통해 생존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핵심 정책이 협상 카드로 소진된다. 연금개혁 포기는 단적인 예다. 현지 매체 Actu-Juridique는 현 상황이 ‘제4공화국식 내각 불안정의 귀환’이라고 진단했다.4) 즉 과도한 권력 집중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곧 효과적인 국정 운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사례는 분점 제도로 ‘이행하는 것’ 자체가 독립적인 정치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비상계엄 요건 강화라는 최소한의 원포인트 개헌조차 의석 3분의 2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는 설령 프랑스 모델을 이상적 목표로 설정하더라도, 그것으로 가는 경로 자체가 별도의 설계 대상임을 의미한다.
4.2 제도 보다 ‘관행’이 먼저인 이유
프랑스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시사점은, 권력 분점의 실질적 작동이 헌법 조문보다 정치 행위자들의 관행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담당한다는 구분은 헌법에 없다. 총리 재임명 절차도 헌법에 없다. 모두 정치적 선택과 관행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관찰은 한국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한국에서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통상 헌법 조문 개정에 초점을 맞추는데, 프랑스 경험은 헌법 개정 이전에도 법률 개정이나 관행의 변화를 통해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컨대 총리에 대한 국회의 실질적 동의 절차를 법률로 명시하거나, 국정운영에서 총리의 실질적 역할을 관행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개헌보다 낮은 문턱을 통과해도 된다.
4.3 캐스팅 보트 정당의 역할과 정당 체계 개편의 필요성
프랑스 사례에서 소수파 정부의 생존을 결정한 것은 65석을 가진 사회당이었다. 정부와 제1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중간 규모의 제3세력이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반면 한국은 개헌 표결에서 양대 정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 전체가 집단으로 기권하면서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선거제도·정당체계 개편 논의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어느 경우든 대통령, 총리, 의회 다수파 사이의 협상을 전제한다. 한국처럼 거대 양당이 제로섬 대결을 반복하는 정치 지형에서 이를 도입할 경우, 프랑스보다 더 심각한 정치적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어떤 권력구조’를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와 ‘어떤 정당체계’가 그것을 뒷받침할 것인가의 문제는 함께 다뤄져야 한다.
5. 결론 및 시사점
이번 연구를 통해 프랑스 이원집정부제가 권력 집중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그것이 곧 효과적인 국정 운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은 헌법 조문보다 정치 행위자들의 협상 문화와 정당체계에 더 많이 의존하며, 소수파 정부 상황에서는 ‘생존’과 ‘정책 추진’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025~2026년 프랑스 사례는 이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와 관련해 이 연구가 도출하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점 제도의 설계’와 ‘분점으로의 이행 경로’를 구분해 논의해야 한다. 최종 목표가 이원집정부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의석 3분의 2 이상의 합의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가 독립된 과제다. 원포인트 개헌, 권력구조 개편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방향은 맞지만, 1단계에서도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합의 형성 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헌법 개정 이전에 법률과 관행으로 시도 가능한 영역을 먼저 발굴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실질적 역할을 법률로 명시하거나, 국회의 총리 임명 동의권을 실질화하는 방식은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 프랑스에서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경로를 역으로 참조할 수 있다.
셋째,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도, 정당체계 개편을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 분권형 구조는 제3의 협상 세력이 존재할 때 비로소 작동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양당 독점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분권형 제도는 ‘협치’가 아니라 ‘마비’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넷째, 공공 담론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제도 설계만큼 중요하다. ‘권력 분산’에 대한 추상적 지지가 구체적 제도 설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지 않는 한, 개헌 논의는 국민투표를 통과하기도 어렵다. 언론이 이원집정부제의 실제 작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며
이 연구가 확인한 것은, 프랑스 이원집정부제가 한국의 권력 집중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기보다 하나의 ‘참조점’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사례는 권력 분점 제도가 실제로 작동할 때 수반되는 비용과 조건을 보여주며, 한국 사례는 그 제도로 이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정치적 과업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권력구조 개편은 헌법 조문 개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행 경로의 설계, 관행의 축적, 정당체계의 변화, 공공 담론의 성숙이 함께 가야 한다. 이 가운데 언론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마지막 항목이다. 권력 분점의 실제 작동 방식을 구체적이고 비교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추상적인 개헌 논의가 유권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로 다가서게 하는 조건이다.
참고자료
- Sébastien Lecornu, X(구 트위터), 2025.10.10.
- France Adopts Budget After Premier Wins No-Confidence Votes, Bloomberg, 2026.2.2.
- 한국갤럽. (2026-1-8). 지방선거 결과 기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 적합 여부, 대통령제 개헌 (No. 64)
- Actu-Juridique, 2025.9.10.
참고문헌
- 이창훈. 『한국과 프랑스의 권력구조』. 아셈연구원, 2005.
- 전학선. 「분권형 개헌논의와 프랑스 정부형태」. 『일감법학』 37호, 2017.
- 오일환. 「프랑스 이원집정부제 권력구조의 특징 분석」. 『세계지역연구논총』 23권 2호,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