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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에 강제된 재택근무, 자발적 선택으로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지 2년이 넘은 지금 세상은 코로나 이전(BC·Before COVID-19)과 이후(AC·After COVID-19)의 경계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코로나 19가 낳은 유물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에 발맞춰 세계 각국의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재택근무 확산은 코로나19가 강제한 사회적 실험인 측면이 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어쩔 수 없이 도입했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결과적으로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검증할 기회를 가졌다. 일상으로의 복귀 분위기가 강해진 2022년 상반기, 많은 기업이 여전히 재택근무 틀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재택근무의 효용을 제대로 느낀 기업과 직원들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무실 복귀와 동시에 일주일에 2~3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혼합 근무’(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대세로 떠올랐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려는 근무 방식이다. 코로나19로 강제된 재택근무가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로 다가오는 것을 기업들 스스로 깨닫고 있는 셈이다.
2. 미국 재택근무 일상화 : 40년전 엘빈 토플러의 예언이 현실로
세계에서 재택근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나온 곳은 미국이었다. 1975년 미국 과학자 잭 닐스가 출발점이었다. 닐스는 출퇴근으로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한 재단의 지원을 받아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보험회사에 재택근무 적용이 가능한지를 연구했고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회사는 곧장 재택근무를 시도했으나 정착까지 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영진과 직원 모두 급격하게 바뀐 업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였다.
재택근무 개념을 발전시킨 사람은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였다. 토플러는 1980년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제3의 물결 문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아마 일터가 사무실이나 공장으로부터 다시 가정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시대를 예견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기술 발전과 함께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재택근무 장려도 있었다. 오바마 정부 때인 2010년 미국은 ‘연방 공무원 텔레워크 촉진법’을 만들었다. 출퇴근 시 자가용을 줄여 환경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표 아래 재택근무를 포함한 텔레워크를 널리 도입하자는 취지였다. 민간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과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재택근무 비중은 2015년 24%, 2018년 25%로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며, 콜센터 등 일부 직종에 그치고 있었다.1)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에서 재택근무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갤럽 조사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 비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점을 찍었던 2020년 4~5월 65%까지 치솟았다. 2020년 3월 중순 31%이었던 재택근무 비율은 불과 3주 만에 두 배(62%. 2020년 4월 초)가 됐다.
그림 1 재택근무 비율 급증(갤럽 보고서 캡처)
기술 발달로 재택근무가 활발하게 도입될 것이라는 관측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많았다. 비대면(언택트)을 강제한 코로나 사태는 관측을 ‘재택근무로의 영구적인 전환’이라는 현실로 바꿔 놓았다. 바야흐로 40여년 전 토플러의 예언이 현실이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1 코로나 대전환, 노무라종합연구소 지음, 2020 년, p221
3. 포스트 코로나 : 혼합근무제 시대
재택+출근 근무가 대세로
코로나 19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IT 기업과 금융업체 중심으로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특히 첨단 IT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재택근무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과 애플,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재택근무 도입 2년이 지난 2022년 6월 현재 많은 기업이 사무실로의 전면 복귀를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일주일에 2~3일만 사무실로 나오는 혼합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구글은 2022년 4월 4일부터 혼합 근무제를 도입했다. 애플도 4월부터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는 사무실 출근을 하도록 했다. 애플은 사무실 근무 횟수를 3일까지 늘리겠다고 했으나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자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직원들이 원하면 계속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경제단체인 뉴욕 파트너십이 고용주 160곳을 상대로 조사(2022년 4월 21일~5월 4일)한 결과, 뉴욕 맨해튼에서 재택근무를 전혀 하지 않은 근로자(주 5일 사무실 근무)는 8%에 불과했다. 재택근무 비율은 주 4일 11%, 주 3일 17%, 주 2일 21%, 주 1일 14%로 나타났다. 주 5일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 비율은 28%였다.
그림 2 재택근무 비율 조사(뉴욕 파트너십 홈페이지 캡처)
기업과 직원 간 기 싸움의 절충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다고 해도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기업들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사무실 근무에 거부감이 큰 직원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퓨처포럼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혼합 근무를 선호한다는 근무자는 68%로 나타났다. 업무 장소의 유연성을 원한다는 응답은 78%였다. 조사는 2022년 1월 27일부터 2월 21일까지 미국과 호주,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의 근로자 1만818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근로자들은 재택근무를 선호하지만 기업들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로 사무실 복귀를 두고 기업과 직원 간 기 싸움이 펼쳐지기도 했다.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6월 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택근무 폐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테슬라의 모든 직원은 최소 주 40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며 “사무실로 나오지 않는다면 퇴사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썼다. 일부 직원은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머스크 CEO의 조치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 직원은 “그(머스크 CEO)의 신속한 철회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재택근무 폐지로) 대량 이직이 발생한다면 테슬라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겠느냐? 투자자들이 그것을 기뻐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2) 테슬라의 대량 이직을 전망하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니콜라스 블룸 교수(경제학)는 로이터 통신에 “테슬라는 대규모 퇴직(Great Resignation)의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교수는 테슬라 직원의 60%는 사무실 전면 근무로 돌아가지만 10%는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30%도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그는 관측했다. 3)
재택근무제 철회로 직장을 옮기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애플에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총책임자로 일한 이안 굿펠로우는 2022년 5월 구글의 AI 계열사인 딥마인드로 자리를 옮겼다. 애플이 재택근무를 풀고 혼합 근무를 지시하자 친정인 구글로 돌아간 것이다.
2 https://www.reuters.com/technology/musk-memo-tesla-staff-return-office-or-leave-company-2022-06-01
3 https://www.reuters.com/markets/europe/elon-musk-opens-door-tesla-talent-exodus-2022-
06-03/
그림 3 구글은 사무실 복귀 시점에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미국 힙합 가수 리조를
초청해 콘서트를 열었다. (CNBC 홈페이지 캡처)
재택근무를 서서히 풀면서 인재 유출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동시에 직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도 다양해지고 있다. 구글은 사무실 복귀를 기념하는 공연을 준비했다. 미국의 유명 힙합 가수인 리조가 수천명의 구글 직원들 앞에서 공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에게 밴드 공연, 맥주.와인 시음회, 테라리엄(작은 유리병 안에 식물 정원을 만드는 것) 강좌 등을 제공했다. 퀄컴은 스낵을 제공하는 ‘쉬어가기 화요일’(‘Take a Break Tuesday’), 단체 헬스 수업을 제공하는 ‘건강한 수요일’(Wellness Wednesday) 프로그램으로 직원들 환심 사기에 나섰다.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사무실 근무를 독려하는 움직임들이다. 뉴욕 타임스는 “집에 머물려는 직원들을 벌주기보다는 사무실로 나오는 직원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4) 기업들의 복지 혜택 늘리기는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 사무실 근무로 급격히 선회하기에는 기업들도 부담이 컸을 수 있다. 결국 재택근무를 둘러싼 기업과 직원 간 시각 차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근무 방식이 혼합 근무제인 셈이다.
재택근무 2년, 생산성 하락은 없었다
많은 기업이 제한된 형태이긴 하지만 재택근무제를 유지하는 것은 재택근무 기간 생산성 저하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깃랩의 ‘2021 재택근무 보고서’(2021 Remote Work Report)에 따르면 재택근무자들은 재택근무의 혜택으로 ‘생산성 증대’(42%)를 최고로 꼽았다. ‘효율성 증대’(38%)가 다음이었다. 설문은 2021년 2월 12일~3월 10일 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6개국의 재택근무자 3천9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9개월간 1만6천명의 재택근무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 증가, 보다 조용하고 편리한 근무 환경, 줄어든 휴식시간, 질병 감소 등이 생산성 증대를 이끈 것으로 조사됐다. 5)
4 https://www.nytimes.com/2022/04/12/technology/rto-return-office-technology.html
5 https://www.apollotechnical.com/working-from-home-productivity-statistics/
재택근무 장점은 유지, 단점은 극복
혼합 근무제 도입에는 재택근무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되 단점은 사무실 근무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코로나 19 시대를 거쳐오며 기업과 직원들은 집에서 일하는 방식의 장점들을 몸소 체험했다. 기업들은 특히 비용절감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사무실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사무실 공간이 줄어들었다. 임차료에 더해 유지 보수, 월간 공공요금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책상과 의자 등 사무 가구, 프린터와 복사기, 각종 사무 용품, 간식에 이르기까지 재택근무로 기업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항목은 많다. 미국 조사기관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Global Workplace Analytics)는 보수적 가정 아래 미국 기업이 반일 기준 재택 근무자 1명당 연간 평균 1만1천 달러 (약 1천300만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6) 생산성 향상과 부동산 비용 절감, 결근 감소 등이 경제적 비용을 아끼는 주요 항목이었다. 미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기업들은 한해 동안 재택근무 1명당 2천 달러(약 250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용 절감의 3분의 2는 사무실 비용 절감에서 나왔고, 나머지 3분의 1은 직무 능력 향상과 이직률 감소에서 비롯됐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은 지역에 구애 받지 않고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폭넓게 채용할 수 있다. 구직자 역시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직원들이 느끼는 경제적 효용도 크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직원들은 하루 1~2시간의 여유 시간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교통비, 식비 등 아낄 수 있는 항목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연한 근무환경은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업무 열정을 높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업무 생산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재택근무자의 만족도가 높아 현재 직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현장 근로자보다 더 높다는 설문 조사도 있다.
재택근무의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단점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단점 극복 정도가 재택근무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를 결정할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구성원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팀원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있다 보니 직접 접촉할 일이 없어 기업 내 연결 고리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깃랩의 ‘2021 재택근무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에 따른 우려 사항으로 ‘동료를 대면할 수 없다는 것’(응답자의 45%)이 첫 손에 꼽혔다. ‘공사 간 경계 유지’(42%), ‘동료와의 유대감 결여’(37%) 등이 뒤를 이었다. 원격 환경에서 정확한 업무 지시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사무실에서 대면 근무를 할 때보다 명확한 지시가 중요하다. 서로 알고 있다고 지레 짐작하다가는 일이 말 그대로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직원 간 계획하지 않은 만남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기회가 재택근무 체제에서는 원천 봉쇄된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직장인들은 동료와 대화를 나눈다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혹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줄을 서 있다가 영감을 얻기도 한다. 신입 직원 교육은 아무래도 재택근무보다 대면근무에서 더 효율적이다. 혼자 일하는 외로움, 기업 정보 유출 등 보안 우려, 일과 삶의 균형 붕괴, 가족과 자녀의 업무 방해 등도 재택근무의 단점이다.
6 Latest Work-At-Home/Telecommuting/Mobile Work/Remote Work Statistics, Global Workplace Analytics, 2019
4. 재택근무제 안착 깃랩, 직원 자율성 존중
재택근무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집에서 일하는 데서 오는 단점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체 직원이 재택근무를 수년간 해오는 기업 사례에서 단점 극복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협업을 위한 플랫폼 회사인 깃랩은 현재 66개국에서 1천588명의 직원 전원이 재택근무를 한다. 깃랩은 2014년 설립 때부터 자발적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직원 전체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사무실은 단 한 곳도 없다. 회사 주소를 위한 명목상의 사무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하나 있을 뿐이다. 깃랩은 효율적인 재택근무를 위해 2천 쪽이 넘는 핸드북을 만들었다. 회사 소개, 소통 방식은 물론 직무별(엔지니어링, 마케팅, 재무, 판매, 생산 등) 업무 방식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신입 직원도 핸드북을 참고하면 쉽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도 핸드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깃랩은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책을 쓴다. 개인마다 최고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고 일하는 방식 또한 직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책상에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가 아니라 성취한 결과를 중요하게 보는 깃랩의 문화도 자율성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재택근무에 따른 직원간 소통 단절은 온라인 잡담 시간을 통해 해결한다. 직원들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특별한 관심 분야를 주제로 한 채팅을 하는 식이다. 사무실 없는 회사를 8년 넘게 운영하는 만큼 깃랩의 재택근무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많다. 깃랩에서 ‘원격근무 전도사’(All-Remote evangelist)로 일하는 베스티 벌라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들은 성공 비결을 끝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림 4 깃랩에서 ‘원격근무 전도사’(All-Remote evangelist)로 일하는 베스티 벌라와의 화상 인터뷰.
(줌 화면 캡처)
다음은 벌라 씨와의 인터뷰 문답.
– ‘원격근무 전도사’ (All-Remote evangelist)라는 직함이 생소하다. 설명을 좀 해달라.
= 내가 속한 팀은 회사 내부와 외부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깃랩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재택근무 체계와 실행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한다. 깃랩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했다. 때문에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많은 회사를 상대로 ‘전도’하고 자문하는 것이다.
– 재택근무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 회사 창립 초기(2014년)에는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사무실 근무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끝났다. 일을 하기 위해서 같은 공간에 직원들이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CEO의 생각이었다. 당시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회사는 성장했고 현재 66개국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회사 초창기부터 핸드북을 만들어 공개했다. 재택근무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았고, 이것이 결국 전체 직원의 재택근무와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 깃랩의 핸드북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 핸드북은 전사적인 운영 매뉴얼이다. 모든 팀, 모든 프로젝트가 고유의 핸드북 페이지를 갖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직원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핸드북 안에 담겨 있다.
–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과 생산성은 전혀 관계가 없다. 전통적으로 많은 조직이 직원의 생산성을 매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과 헌신으로 측정했다. 그것은 실질적인 생산성이 아니다. 우리는 직원이 성취한 결과를 본다. 직원마다 최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다른 회사들에 직원이 몇 시간을 일에 투입했는지가 아니라 성취한 결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 재택근무 장점을 꼽아보자면.
= 재택근무자들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 일과 생활의 조화가 더 좋아졌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재택근무자들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나 출근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나 삶 속에서 관심을 두는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재택근무로 삶의 자율성이 더욱 높아진 측면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의 하나다.
– 깃랩이 펴낸 원격근무 보고서(2021 Remote work report)를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45%가 동료의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34%는 협업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했다. 재택근무의 단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만나는 시간(Zoom happy hour)이 있다. 직원들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특별한 관심 분야를 주제로 한 채팅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을 영상을 통해 연결하는 새로운 도구와 기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회사는 비슷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면 만남을 갖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 모든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찾는데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다른 나라 출신들이 모여 있는 글로벌 팀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언제 일을 할지, 어떻게 일을 할지, 어떻게 소통할지를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해진 지침 아래 직원들이 자신만의 방식의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