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경제신문 이고운 연수기관: 콜롬비아대
Ⅰ. 들어가며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는 비상장 기업이 처음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고, 증시에 상장해 해당 주식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이 과정에는 수요예측을 통한 공모가 산정이 포함된다.
한국의 IPO 시장은 2024년 공모금액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규모다. 기업은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청약을 통해 공모가에 주식을 취득하거나 또는 상장 이후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초기 주가가 공모가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가 빠르게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단기 투자 수요에만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IPO 시장의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본 연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PO 시장인 미국의 현황과 제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IPO 제도 개선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Ⅱ. 한국 IPO 시장의 현황
국내 IPO 절차 개요
한국의 IPO 절차는 크게 사전준비, 상장예비심사, 공모, 상장 및 매매 절차로 나뉜다. IPO를 결정한 비상장기업은 업무를 주관할 증권사를 주관회사로 선정하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감사인(회계법인)에게 회계감사를 받는 등 사전준비에 돌입한다. 이어 기업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한국거래소는 상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장 적격성 여부를 결정한다.
상장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은 기업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를 밟는다. 공모 절차의 핵심은 공모가 결정이다. 기업은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고, 주관회사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수요예측 참가자들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과 매입 예정 주식 수량을 제시한다. 이 같은 시장 수요를 반영해 공모가가 확정된다.
025년 상반기 한국 IPO 시장의 최대어인 LG CNS의 예를 들자면,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3700~6만1900원이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수량 가운데 75.5%가 희망 공모가 범위의 최고가인 6만1900원, 13.1%가 6만1900원 이상을 제시했다. 이를 반영해 회사는 공모가를 6만1900원으로 확정했고, 공모금액(공모가×공모주식 수)은 1조1994억4806만1000원이 됐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 난 회사는 상장사가 돼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한국의 공모가 산정 과정은 미국보다 자세하게 공개되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기업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고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정하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상장 직전에 확정 공모가만 공개된다. 상장과 관련된 최종 신고서(SEC Form 424B3, 424B4)에는 확정 공모가는 명시돼 있으나, 수요예측 경쟁률과 같은 세부 내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 참여 활발한 시장
한국의 공모주 시장 규모는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의 에 따르면 2024년(12월 9일까지) 한국 IPO 시장의 공모금액은 29억 미국달러로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다. 미국(328억달러), 인도(199억달러), 유럽(영국 제외 182억달러), 홍콩(107억달러), 중국(본토 89억달러), 일본(6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3억달러) 등 세계 주요 증시의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상장 건수는 75건으로 인도(327건), 미국(183건), 영국 제외 유럽(115건), 중국 본토(98건), 일본(84건)에 이어 6위로 홍콩(64건), 말레이시아(49건), 사우디아라비아(42건)을 앞섰다.
한국 공모주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투자자들의 활발한 참여다.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단계까지는 다른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기관투자가들만 참여한다. 그러나 공모가가 확정된 다음 한국의 개인 투자자는 공모가로 공모주를 청약할 권리를 갖게 된다. 공모주 청약 신청을 하면서 신청 금액의 50%를 납입하면, 주관사는 청약 경쟁률 등을 반영해 개인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한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공모주 투자 기회 확대를 요구해왔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0년 11월에 개인의 공모주 배정에 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 확대였다. 우리사주조합의 미달물량 가운데 최대 5%, 과거 하이일드펀드에 우선배정되던 물량중 일부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선안 이전에는 공모주식의 20%가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었는데, 개선안 이후인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25~30%까지 확대됐다.
각 국가는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 투자자가 공모주를 청약해 배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IPO를 주관한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공모주를 공모가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당 증권사의 주요 고객인 고액자산가나 헤지펀드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IPO가 급증하고 공모주 투자수익률도 높아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는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한도를 5만 루피에서 10만 루피로 2005년 상향한데 이어, 2010년에 또다시 두 배인 20만 루피로 확대했다. 개인이 그 이상 투자할 경우에는 고액자산가 그룹으로 분류돼 개인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잃게 된다. 인도는 통상 공모주의 35%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한다.
상장 초기 가격의 큰 변동성
공모가는 기관투자자들이 평가한 기업 가치를 반영해 결정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주식시장의 상황과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공모가를 웃돌거나 밑돌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외부 변수 없이 공모가가 적정 수준에서 결정되었다면, 상장 직후 주가의 등락 폭은 과도하지 않을 것으로 일반적으로 기대된다.
한국 신규 상장기업의 상장 후 주가 추이를 세계와 비교해 보자.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워링턴 비즈니스스쿨의 제이 리터 교수가 취합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신규 상장기업 첫날 주가 등락률(공모가 대비 첫날 종가 기준, 상·하한가 시 일주일 등락률 사용) 평균치는 1980~2024년 사이 52.2%였다. 이 수치는 리터 교수 데이터에 포함된 55개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중국(A주 기준, 157.1%), 요르단(149.0%), UAE(123.1%), 사우디아라비아(102.3%), 인도(80.4%) 정도이며, 이 중 요르단과 UAE는 상장 건수가 각각 53건, 59건에 불과하고, 중국과 인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상승장을 경험한 국가임을 고려할 때, 한국의 첫날 주가 상승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한국 신규 상장기업의 첫날 주가 상승률(공모가 대비 첫날 종가 기준)은 2019년 27.6%, 2020년 56.1%, 2021년 57.4%, 2022년 28.5%, 2023년 74.7%, 2024년 42.3%였다.
이처럼 기업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로 거래를 마쳤다는 것은,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수익률이 높은 ‘성공적인 투자’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IPO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금 조달이다.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금 확보, 기존 투자자의 자금 회수(엑시트), 대주주의 지분 현금화 등이다. 그러나 공모가가 실제 주가보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 기업은 같은 지분을 팔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만을 확보하게 되어 상장에 드는 간접비용이 과도해진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모주식 수량은 증권신고서에 제시한 예정 물량의 80~120% 범위에서만 조정할 수 있어, 자금 조달 확대를 위해 주식 수 자체를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상장 초기 주가가 급등했다가 곧 하락하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장기 투자자의 유입이 저해될 수 있다. 상장 초기에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공모주 시장 전반이 단기 투기 중심의 구조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의 정책 방향
한국의 금융정책당국은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위한 제도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2월에는 허수성 청약 방지와 상장 첫날 가격변동폭 확대를 골자로 한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실제로는 자금 동원 능력이 없는데도 일단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으려는 목적으로 수요예측에서 높은 공모가로 대량 주문을 내는 기관투자가들을 제한하려는 목적이다. 주가가 상한가의 벽에 갇히지 않도록 상장일 첫날 가격 변동폭 최대치를 기존 300%에서 400%로 확대했다. 2023년 7월에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게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 조기 부실화(상장 뒤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페지 사유가 발생할 때)할 경우 주관 증권사가 3년 동안 혁신기술기업 상장을 주관할 경우 6개월 동안 일정 가격 수준에서 공모주를 되사주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의무화하는 안을 내놨다.
2025년 1월에는 기관투자가가 공모주를 상장 첫날 팔지 않고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확약할 경우, 기관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이전에도 공모주를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기관투자가가 더 많은 물량을 받아갈 수 있도록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보다 더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다. 이어 기관투자가의 자산 요건을 강화해 수요예측 참여의 문턱을 높였다.
현재까지 나온 가격 발견 기능의 정상화 대책은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보유 기간 확대,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 참여자의 자격 강화, 주관 증권사의 실책에 대해 불이익 부여 등으로 요약된다.
Ⅲ. 미국의 IPO 시장 사례
상장 후 초기 거래에서의 가격 형성
공모가가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상장 후 주가 흐름이다. 상장 첫날, 1~6개월 후, 1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 주가를 공모가와 비교하는 방법이다. 공모가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다면, 거시적 악재나 개별 기업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한 주가가 공모가를 적정한 수준에서 웃돌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부터 2024년까지 신규 상장한 9253개 기업(공모가 5달러 이상, ADR‧REITs 등 제외)의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공모가와 첫날 종가 기준)은 산술평균 18.9%, 가중평균 20.4%, 중앙값 7.0%다. 그런데 공모금액이 작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이른바 페니스톡(penny stock) IPO의 경우에는 상장 첫날 주가 급등-장기적으로는 급락 패턴을 보인다. 2001년부터 2023년 사이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 가운데 희망 공모가 범위의 중간값이 8달러 미만인 기업 250곳의 상장 첫날 주가상승률 평균은 70.3%였으나 3년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은 –60.2%였다. 그 중에서도 공모가가 5달러 미만이었던 105개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상승률 평균은 113.0%로 더 극적이었지만, 3년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은 –64.8%로 더욱 나빴다. 이는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수요가 왜곡되고, 이에 따른 과도한 기대가 향후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에서 일부 공모주가 상장 직후 과도한 상승을 기록한 후 급락하는 흐름과 유사하다. 리터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모가를 5달러 미만으로 정한 IPO의 공모금액은 보통 500만~1000만달러(약 136억원)인 소형 거래다. 이런 소규모 IPO에는 기관투자가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고, 주요 거래자는 개인투자자들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공모가를 8달러 이상으로 한 2517개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상승률 평균은 17.7%, 3년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은 16.6%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공모가가 8달러 이상인 IPO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외형 기준으로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미국에서 1980-2023년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상장 직전 매출이 10억달러(2024년 기준으로 환산, 약 1조3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835곳의 경우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은 9.6%였고, 3년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은 32.2%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대로 매출이 10억달러 미만인 기업 8346곳의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은 19.9%였으나, 3년간 보유했을 때 수익률은 18.1%로 다소 하락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신규 상장한 종목 가운데 상장 첫날 200% 이상 주가가 상승(공모가와 상장 첫날 종가 기준)한 기업은 6개다. 이들 기업의 공모금액 평균은 251억원으로 최대 636억원, 최소 109억원이었다. 한국과 미국 공모주 시장 상황이 다소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한국도 소형 IPO일수록 개인투자자 참여율이 높고 초기 주가 등락률이 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수요예측 제도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개인투자자의 수요는 실제 청약 단계에서만 반영된다. 또한 개인 수요는 소셜미디어에서의 여론 등에 좌우되는 등 예측이 어려워 수요예측 과정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가격 변동성이 큰 소형 IPO보다는 기관 참여가 활발한 중대형 IPO를 기준으로 제도의 효과를 분석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락업과 유동성: 정보 비대칭 해소와 시장 효율성의 균형
한국은 신규 상장하는 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일정 기간(보통 6개월) 보유 지분의 처분을 제한하는 의무보유(lock-up, 락업)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상장 직후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대거 매도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제한해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도 락업 대상이다. 한국 금융당국이 2025년 1월에 발표한 안은 일정 기간 락업을 받아들이는 기관투자가에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하겠다는 안이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는 락업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기업의 대주주들은 보통 자발적으로 락업을 받아들인다. 시장에 ‘상장 후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당장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락업은 유연하게 운영된다. IPO를 주관한 증권사가 승인할 경우 락업은 조기 해제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대체육 기업 비욘드미트다. 비욘드미트는 공모가를 25달러로 정하고2019년 5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비욘드미트 주가가 급등하면서 장중 일시적으로 거래정지가 될 만큼 뜨거운 분위기였고, 공모가보다 163% 오른 65.75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어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주관 증권사들은 원래 180일로 설정했던 락업을 해제하고, 기업이 보유한 주식 25만주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약 349만주를 주당 160달러에 매각하는 후속공모(follow-on offering)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상장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있었던 일이다. 이후 비욘드미트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여러 기업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락업을 조기 해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상장한다.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후 종가가 공모가인 35달러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자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지 일주일 만에 약 3400만주의 락업을 조기 해제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한 투자자들에게는 악재일 수 있다. 락업이 조기에 해제될 가능성 및 그럴 경우 어느 정도의 주식이 대상이 될지 여부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락업 때문에 매물로 나오는 주식이 부족하면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한 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리터 교수는 인터뷰에서 “락업은 기업 내부자가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고 있다가 상장 직후 지분을 매도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며 “대주주나 경영진의 지분 일부는 일정 기간 후 매도하도록 허용하되 나머지는 더 긴 락업 기간을 적용하고, 내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반 직원에는 락업 기간을 짧게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주식 보유자들이 매도하지 못하면 시장 유동성이 부족해진다”며 “미국에서 주관사가 조기에 락업을 해제하는 건 유동성 부족에 따른 주가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사전 배정 및 가격 결정 방식의 실험: 코너스톤과 경매
한국의 금융정책당국 및 증권사들은 코너스톤 제도가 가격 발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너스톤이란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특정 기관투자가에게 사전(증권신고서 제출 전) 주식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코너스톤이 활성화된 홍콩의 경우 코너스톤 투자자는 향후 결정되는 공모가를 수용하고, 6개월 이상 보호예수 조건을 수용한다.
미국에서도 코너스톤 투자자를 유치한 IPO가 이뤄지고 있다. 201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정을 완화하면서 모든 상장 예정 기업이 코너스톤 투자자와 사전 접촉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다. 미국 시장에서 코너스톤 투자자는 홍콩과 달리 락업이 의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자로 여겨진다. 단 그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코너스톤 투자자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유력한 곳이라면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높은 공모가 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이 불확실해도 IPO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흥행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IPO가 코너스톤 투자자를 유치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시장에서 수요 부족의 신호로 받아들여 다른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장 수요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는 IPO 방식으로 경매(auction)가 거론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구글(현재 알파벳)의 상장이다. 당시 구글은 투자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모주에 입찰할 기회를 줬다. 1999-2021년 사이 구글을 포함해 23개사가 경매 방식을 활용해 상장했다. 다만 전통적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활용 사례가 많지는 않다.
Ⅳ. 마치며
IPO에서 가격 발견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문제다. 공모가가 적정하지 않으면 기업의 간접 상장비용이 증가하고, 투자자 피해 등 다양한 시장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코너스톤, 경매 방식의 IPO 등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 역시 시장 구조에 맞는 제도적 실험과 검증을 통해 가격 발견 기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단기 투기 수요가 아닌, 장기 투자자 기반의 신뢰받는 IPO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