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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급진료센터 가면 얼마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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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병원입니다. 출국 전 한국에서 건강검진, 치과진료 등 만만의 준비를 하고 왔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로 ‘병원행’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최근 매우 사소한 부상 하나로 병원에 갔습니다. 운동을 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가시들이 손에 박혔는데 도저히 뺄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이 저린 느낌이 들어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인 의사가 있는 외과를 가려 했지만 당일 예약이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결국 긴급진료센터라 할 수 있는 얼전트 케어(Urgent Care)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 연수를 위한 보험을 가입했지만,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한 긴급진료센터인 얼전트 케어.

얼전트 케어란 진료시간이 지난 저녁이나 주말에도 예약 없이 즉시 진료가 가능한 클리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원 응급실보다 상태가 덜 위급하면서도 가벼운 골절이나 호흡기 감염 등 급히 진료가 필요할 때 이용하는 곳입니다.

얼전트 케어에 가기 전 미국에 사는 지인에게 문의했더니 대기시간만 몇시간 걸릴 수 있다고 염려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집에서 가까운 얼전트 케어에서 대기 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의사를 보기도 전에 비용을 결제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진료를 보기 전 일단 200불을 지불했습니다. 돈을 내지 못하면 진료를 못받겠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진료를 봐준 의사는 한국계였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치료였기 때문에 200불 외에 비용이 더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워싱턴DC에 있는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인 CVS. 일부는 안에 미닛클리닉(MinuteClinic)이라는 소규모 의료 클리닉이 있어서, 주사(백신), 기본 건강검진, 간단한 치료도 가능하다.

아이도 피부 발진으로 병원에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에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그다음날 오전 7시반에 한인 소아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진료예약을 받기 시작하는 오전 7시반에 전화를 하면, 당일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오후 5시쯤 진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차로 30분 이상 꽤 먼 거리였습니다. 그래도 바로 의사를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갑자기 아플 일이 많기에 가까운 소아과를 미리 알아두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한 진료와 약 처방을 받았고, 청구된 금액은 120불이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몇천원 정도 나올 사안이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약국이 병원옆에 붙어 있지 않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20분 거리를 이동해 약국에 가서 연고를 처방받았습니다. 연고비만 60불이 나왔습니다.

두 사례 병원비는 한국에서 든 보험으로 바로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끙끙 앓는 것보다 병원에 다녀오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미국에서도 병원 진료를 빨리 볼 수 있었다는 점도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버지니아가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인프라가 비교적 잘 돼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인 CVS 독감 주사 비용/CVS 사이트 캡쳐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모든 병원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므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자신이 어떤 보험을 가입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고민하다가 아이와 저 모두 독감 주사를 맞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독감 주사 같은 예방주사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안내받았습니다.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인 CVS 내 미닛클리닉(MinuteClinic)에서도 독감 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비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험이 없으면 1인당 74.99달러였습니다. 단념하고, 소아과에 문의한 결과 아이와 어른 20달러, 50달러라고 해서 소아과에서 맞았습니다.
 
치과 진료도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미국에서는 치과 치료비가 사악합니다. 제가 든 보험은 잇몸치료 등은 보험처리가 가능하고, 충치 치료, 치아 보존을 위한 치료 등은 불가하다고 들었습니다. 치과 진료의 경우 한국에서 보험 보장 범위를 좀더 넓혀 가입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