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990만 ㎢ vs 10만 ㎢. 광활한 땅을 가진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약 98배나 더 넓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은 자동차를 생활의 필수품으로 여깁니다. 차가 없으면 마트조차 갈 수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만 하더라도 대한민국보다 약 10% 넓은 곳입니다. 서울과 비교하면 무려 183배나 더 넓은 지역이죠. 가장 가까운 한인마트가 차로 15~20분 거리에 있으니 혜택(?) 받은 곳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끔 한인 주민들 중에선 “2시간 운전해야 한인마트에 장보러 갈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고 하소연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죠.
신기한 건 거리상으론 분명 먼 곳인데 막상 차로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얼마 걸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울에선 10㎞ 안 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막히면 1시간 넘게 걸리는 곳들이 수두룩한데, 이곳에선 20㎞ 떨어진 곳도 15~20분이면 도착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워싱턴DC 시내 방면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나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는 가장 큰 고속도로들은 이곳에서도 교통체증이 종종 빚어지긴 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엔 유료 고속도로가 존재합니다. 왕복 12차선 고속도로를 예로 들면 가운데 4차선은 유료, 나머지 8차선은 일반 고속도로로 구분짓는 식입니다. 진출입로도 따로 있고, 중간에 진입할 수 없도록 촘촘하게 경계말뚝을 박아놔 완전히 구분된 도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꽉 막힌 일반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이 느릿느릿 기어가던 와중 고개를 돌려 유료 고속도로를 시속 120㎞로 쌩쌩 달리는 차량을 바라보다보니 미국의 자본주의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반년 넘게 미국에서 지내다보니 뭐하나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추가 요금을 붙여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나라라는 걸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가 어찌보면 공공재라도 볼 수도 있는 고속도로에서도 자리 잡은 현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시간대별로 이용 요금이 천차만별입니다. 막히는 시간대일수록 요금은 올라가고, 심야 시간대와 같이 차량이 거의 없을 땐 요금이 한없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바로 HOV+3 (3명 이상 탑승시) 유료 고속도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덕분에 저희 가족은 꽉 막힌 고속도로를 피해 종종 무료로 유료 고속도로를 이용하곤 합니다. 차량에 부착하는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같은 기계에 3명 이상 탑승했다는 스위치를 켜놓으면 도로 곳곳에 있는 최첨단 적외선 감지기(아래 사진 참고)로 실제 차량 탑승 인원을 파악해 요금을 면제해줍니다.
고속도로와 주요 도시로 유입되는 차량 통행량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도 상상 이상의 금액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워싱턴DC에서 뉴욕으로 차량을 운전해서 가면 편도 기준 톨비만 대략 50불 넘게 나온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델라웨어주를 잇는 다리 통행료, 악명 높은 링컨터널 통행료 등등.

삭막한 얘기만 장황하게 늘어놓다 보니 미국에서 운전할 엄두가 안 나실 분들을 위해 다른 장면을 마지막으로 글을 줄일까 합니다. 자본주의 미국에서도 한가지 불문율이 있다면 바로 ‘스쿨버스 승하차시엔 주변에선 반드시 정차한다’는 겁니다. (때에 따라 벌금이 수백 달러에 이르고, 벌점도 무시무시하다고 합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고 할까요.
2025년 새해,
버지니아 타이슨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