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부치기, 초딩을 위한 준비 등 일상팁들
필수품은 꼭 부치자
필자는 미국 오기 전에 “미국 물가가 싸니 한국에서 짐 많이 들고 가지 말고 미국 가서 다 구입해라”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막상 미국에 와보니 절반만 진실이었다. 옷이나 식품은 싸지만 서비스 비용은 비싸다. 기름값, 고기값은 싸더라도 외식비나 자동차 점검 등에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는 뜻이다. 그간 경제 성장세 ‘탓’에 렌트도 꽤나 올랐다. 필자는 고환율인 점을 감안해 짐을 많이 부치길 권해본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계속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일정기간 고환율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경우 5~6박스를 한국에서 부쳤다. 선박으로 이동하는 우체국 소포를 이용했는데, 정확히 6월10일에 서울에서 부쳐서 미국 미주리주 도착한 것이 7월23일이었다. 박스당 가격은 무게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4~5만원 안팎. 도착 시각은 동부, 서부냐에 따라 며칠씩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필자는 현지 한국인 등에게 짐을 넘겨받는 ‘무버’를 아예 이용하지 않아서 모든 물품을 사실상 직접 구해야 했다. 부부의 겨울 옷이나 아이 한글 책과 학용품, 큰 냄비, 이불 같이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 물건들을 미국에서 쓰고 버리고 오자는 생각으로 부쳤다. 특히 여성의 경우 옷을 좀 넉넉하게 부치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아내를 비롯해 연수 와서 만난 한국 여성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싸긴 한데 옷 스타일이 달라서 막상 살게 많지 않다’ ‘체형 차이가 나서 수선을 해야 하는데 수선비가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또 아이 물건의 경우 학교 가기 전 공백기를 버티는 힘이 됐다. 아이가 미국에 오면 바로 영어 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막이 없으면 만화도 잘 안 보려고 했다. 학교에 적응하기 전 시간을 보내려면 아이에게도 소일거리가 필요하니 익숙한 놀이감들도 부치면 좋다.
초등학생 아이는 뭘하면 좋을까
아이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아이를 위한 준비도 별도로 필요하다. 우선 학교생활을 위해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면 좋다. 미국은 한국보다 크리스마스, Thanksgiving, 발렌타인데이, 새해를 훨씬 더 크게 챙긴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의례적으로 카드나 작은 선물을 주고 받곤 한다. 김영란법이 없으므로, 이런 날은 물론 학교 상담 때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일상적이다. 이 때를 위한 카드를 준비해 오면 좋다. 필자는 집 근처 문구점에 가서 ‘한국 전통 의상 카드’ ‘십장생 카드’ 같은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를 많이 사와서 효과를 봤다.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곳의 기념품 가게에서 전통 부채 같은 걸 사와서 선생님 선물을 줬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아이템도 고민해보자. 우리 아이의 경우 그게 ‘종이접기’였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친구들이랑 아직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혼자 종이접기를 하다가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면서 친해졌고 학교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 필자 부부는 한국에서 가져간 ‘종이나라’ 색종이를 아이에게 왕창 쥐어줘서 학교에 보내곤 했다.
또 한글 책도 구하기가 어려운데, 전자책을 활용했다. 태블릿이나 e북 리더기로 다운받아 보여줬다. 리디북스 같은 전자책 업체도 일부 어린이 책이 있다. 서울도서관 등 공공 도서관도 e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미리 가입해서 미국와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 책은 무거워서 부치는 게 한계가 있다. 또 한국에서 추천받은 웅진씽크빅의 웅진북클럽에 가입해, 전자책을 보여주고 한국에서 하던 공부도 뒤떨어지지 않게 했다. 우리 아이의 경우 한국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교에 보냈기 때문에 집에서라도 영어 스트레스를 줄여주려는 배려였다.
영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했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한국에서는 현재 서비스되지 않고 있지만 아이에게는 넷플릭스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 영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서 낄낄대면서 디즈니 만화를 본다. 아예 한글 자막이 없다. 디즈니 만화를 보다가 나중에는 Under the see 같은 유명 디즈니 주제가들을 들려주면서 엄마가 가사를 인쇄해 보여주고 같이 따라부르기도 했다.
비싼 외식비, 뭘 해먹을지 생각하고 오자
미국 연수때 가장 불만이 비싼 외식비였다. 마트에서 물건 살 때는 참 저렴한 물건이 많았는데, 막상 식당에 가면 한국과 절로 비교가 됐다. 예컨대 3인 가족이 동네 식당에서 쌀국수, 가츠동, 라멘을 한 그릇씩 먹는데 30~35달러 안팎이 들었다. 환율을 감안하면 4만원 가까운 돈이 한끼 식사에 나가는 것인데, 가성비가 나쁘다. 팁 탓도 크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계산서를 받으면 팁으로 15%, 18% 20%를 ‘참고 가격’으로 제시한다. 동네 살면서 자주 들르는 곳에서 야박하게 보일까 걱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10년 이상씩 거주한 친척들은 보통 동네에서 15%를 내는 일이 많다고 했다. 사정이 이러니 다들 연수 초기에 맛집 투어를 많이 다니다가도 결국 집에서 요리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요리에 익숙지 않더라도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레시피 같은 것들은 미리 좀 챙겨오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비싸더라도 여행 예약은 ‘공홈’에서
필자는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여행을 대거 취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Ex모 여행사이트를 이용했다가 고생만 했다. 아이 봄방학을 맞아 캐나다 여행을 계획했는데, ‘설마 연수생에게 여행을 못 갈 일이 있겠어’ 라며 과감히 ‘환불불가’ 표를 샀던 게 화근이었다. 사실상 천재지변이라 환불불가라도 환불을 해주기 시작했는데, 사이트에서 바로 취소가 안 되고 상담원을 통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미국, 캐나다 국경이 닫히고 난리가 나자 E모 여행사이트는 먹통이 됐다. 상담원과 연결되기 위해 사나흘간 매일 2~3시간 연결대기음을 들어야 했다.
왜 이렇게 연결이 어렵나 궁금했는데, 상담원과 통화해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취소 절차가 ‘원시적’이었던 것이다. 이 사이트는 환불불가 숙소를 취소하려면 우선 내가 가려고 했던 A호텔에 이메일을 보내 “내가 환불불가 방을 예약한 건 아는데, 국경이 막혀서 갈 수가 없지 않느냐”는 사정을 설명한 후, 환불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Ex 사이트 상담원과 통화를 해야 한다. 상담원에게 “A호텔 환불불가 방을 샀지만 그 호텔에서 환불해주겠다고 했다”고 설명을 하니, 갑자기 상담원은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가 끊길까봐 조마조마 하며 5분쯤 지났을까. 상담원이 다시 나타나 “A호텔 매니저 제인에게 물어보니 니 말이 맞다고 하네. 취소할게”라고 했다. 상담원이 일일이 호텔에다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필자의 1주일간 숙박 호텔 3개를 취소하는데, 통화가 연결된 후부터 거의 30분이 걸렸다. 거기다 Ex사이트는 호텔 상담원과 항공 상담원이 별도로 있어, 항공 취소하는데 또 같은 일을 반복해야 했다. 이 경험을 특히 미국에서 겪으니, 전화 영어의 고됨까지 겹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면 각 호텔로 메일 한통 보내면 끝나는 일을, 할인에 눈이 멀었다가 코로나 재난을 맞으면서 황금 같은 시간만 날려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