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지난번 교통사고 수습기를 올리고 두달이 훌쩍 지났네요. 그 사이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와의 실랑이와 변호사 선임, 그리고 병원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우선 가해자측 보험회사는 자료수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월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병원비는 계속 쌓여가고, 병원에서는 수차례 독촉장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대형로펌과 계약을 했습니다. 총 보상금의 33.33%를 선임료 명목으로 준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담당 변호사는 병원비 영수증만 모아놓고, 계산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더군요. 대신 병원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였고, 보험사와의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시간을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보상금에 대해 이미 질권설정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자기네 돈은 절대 떼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미국에서는 일단 치료를 받고, 병원비는 나중에 청구하는 식입니다. 다만 치료전에 보험가입 여부를 묻고, 보험이 없으면 개인비용으로 하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응급환자의 경우, 무조건 치료부터 해주고 나중에 사무적인 절차를 밟지만, 응급상황이 아니면 대부분 이런 절차를 거치게끔 돼있습니다.
병원도 개인병원이냐, 공공병원(대학 혹은 시립 등)이냐에 따라서 진료비 청구절차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공공병원의 경우 진료비와 처치료를 못받을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개인병원에 비해서는 그 강도가 약합니다. 물론, 기한내에 진료비와 처치료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동산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같으면, 교통사고 피해자는 그냥 병원에 누워있으면 나머지는 가해자측 보험사가 다 알아서 해주는데 비해 여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피해자나 가해자나 변호사를 쓰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됩니다. 사고후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변호사만 좋은일 시켜줬구나 하는 후회도 들겠지만, 그래도 선임하지 않는 것보다 선임하는게 유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교통사고후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절감한 것은 미국은 비즈니스를 할때는 정말이지 피도 눈물도 없고, 오로지 돈만 생각하는구나 하는 점입니다. 보험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병원은 병원대로,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자기들 수익에만 신경쓰지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변호사가 개입할 여지가 많고, 변호사 없이 개인이 혼자 일을 처리하는 것은 억울한 결과를 가져오기 딱 십상인듯 합니다.
미국에 올때 가입하고 온 AIG여행자보험측에도 문의했지만, 교통사고의 경우 보험사가 개입돼있으니 자기네는 보상을 해줄 의무가 없다고 하더군요. 약관에 보면 실질적인 지불에 대해 보상한다고 돼있는데, 여기서 실질적이라는 말은, 보험가입자가 외부의 지원없이 직접 부담한 돈을 뜻하기 때문에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교통사고는 예외라고 합니다. 다만 보험사가 보상을 거부할 경우에 한해, denial letter(지급거절 증명서)가 있다면 자기네가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로선 보상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는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되고, 협상이 결렬돼 소송에 들어가면 기간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돌아가야할 날을 잡아놓은 연수자 입장에서는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만약 귀국전까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또 협상이 결렬돼 소송에 들어가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현재로선 답이 안보입니다.
그나마 주변의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연수중이거나, 연수를 오실 분들 모두 몸조심 하시고,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1년간 연수하시다 귀국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