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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마스크는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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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마스크는 다 어디로 갔을까

현지 시간으로 2020년 3월2일 현재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미국에도 드리우고 있다. 기자가 연수 중인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에는 공식적인 확진자는 없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만 15명의 확진자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 6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2명 나왔다.

뒤늦게 혹시 몰라 마스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약국 어디에도 마스크는 ‘out of stock’ 이었다. 온라인 아마존에 찾아보니 개당 2불 정도로 구할 수는 있지만 제품 후기를 보니 살 마음이 싹 사라졌다.
‘중국산이다. 2003년산이었다. 누군가 사용한 흔적이 있다…’
신기한 것은 마스크는 품절인데 그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최고조에 이른 최근은 물론 지난 6개월 동안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단 1명도 보지 못했다. 이곳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면 “내가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감영됐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한다. 대신 기침을 할 때는 자신의 팔에 얼굴을 묻고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미국 언론에서 경각심을 높이고 있고, 코스트코는 물로 동네 마트에도 사재기 조짐을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일상에는 공포심은 찾아볼 수 없다. 밤이면 동네 쇼핑몰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산책하는 가족 친구들 무리로 가득하고,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마스크 품절과 사재기 행렬 속에서 평온한 일상이라는 아이러니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진)3월2일 저녁 집 근처 ‘트레이더 조’라는 마트 냉동식품 진열 칸. 지난 6개월 동안 단 한번도 바닥을 보이지 않던 칸이 사재기 열풍에 바닥을 보였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방역 체계를 비교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숨어있는 감염자를 속속들이 찾아내는 한국 방식과 최소한의 검사를 지향하는 미국 방식 중 어느 것이 옳은 지에 대한 논란이다.

한국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미국의 안이한 방역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포틀랜드에 있는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교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메일이 왔다고 한다.

‘You may be asking what is meant by “close contact” with the case. Close contact does not mean when walking by someone in a hallway or a stairwell, or saying hello to someone on a sidewalk; rather, it requires contact with another person within about 6 feet, making it easier to pass respiratory droplets that are produced when a person coughs or sneezes. That typically happens while caring for, living with, visiting or sharing a space with another person, such as in a small office or a doctor’s office waiting room.’

사물이나 공간에 떨어진 침방울은 금세 증발해서 전염력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같은 공간을 거쳐 갔다는 이유만으로는 쉽게 전염되진 않으니 안심하라는 식이다. 만약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학교는 폐쇄되고 모든 학생들은 14일간 자가 격리와 검사가 진행됐을 것이다.

양국의 검역방식은 현재로선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검역방식의 차이로 인한 코로나-19의 피해가 양국 중 어느 쪽이 더 심한지는 아마도 몇 개월 뒤에나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만을 놓고 볼 때 공포가 지배하는 모든 것이 정지된 사회와 겉으로나마 평온한 일상은 천지차이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