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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별로 살펴보는 미국 정착기2 – 난이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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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별로 살펴보는 미국 정착기 – 난이도 상 : 차량 및 무빙 구하기

운전면허 따기 <난이도 ★★★★★>

집 구입과 유틸리티 서비스 신청에 성공했다면 미국 초반 정착의 칠부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얘기하면 아직도 할 일이 30% 정도 남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 생활에서 집만큼 중요한 차량 구입이 그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NC)주는 운전면허가 있어야만 차를 살 수 있다. 국제운전면허증 만으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주도 있지만, NC에선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운전면허를 따기 전까진 렌터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렌터카의 시세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4인 가족이 타고 다니는 중형 세단의 경우 하루에 10만 원 정도다. 차량 구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면허를 따려면 NC 차량국(DMV)에서 실시하는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의 운전면허를 보는 방식과 비슷하지만, DMV의 분위기는 한국과는 전혀 반대로 보면 된다. – 어떻게 보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로도 보이는 – 공무원들의 극도의 불친절함과 무례함을 이겨내야 면허를 딸 수 있다. 미국의 DMV를 방문해 보면 한국의 공무원들이야말로 얼마나 친절하신 분들인지, 세계 최고의 공복이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을 정도다.

얼마나 불친절한지 필자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DMV는 예약이 필수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문을 해도 상당히 오랜 기간을 대기해야 하거나, 아니면 그냥 집으로 가야 한다. 2021년 여름 NC DMV의 사정은 상당히 나빴다. 캐리 지역 내 DMV는 한 달 반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기자가 많았다. 필자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한참 전에 일주일 간격으로 다른 곳에 있는 DMV를 각각 예약했다. 어떻게든 미국 입국 초반에 면허를 따려는 마음이었다.

첫날 DMV 예약 시간은 오후였는데, 예약 시간 15분 전에 도착했지만 정말 많은 줄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결국 예약 시간보다 20분 정도 지난 후에 DMV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내창구의 공무원은 필자의 서류가 1개 부족하다고 쏘아 붙였다. 필자는 그 부족한 서류를 팩스로 보내 놨으니 확인해 보라고 했지만, 그 공무원은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서류가 없으니 줄을 다시 서라고 얘기했다.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확인할 수 없으니 뒤로 가라는 말 뿐이었다.

화를 꾹 참고 다시 20분간 줄을 선 뒤 그 공무원을 다시 만나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무조건 팩스를 확인해 달라고 필자 역시 강경히 맞섰고, 결국 그 공무원은 팩스로 온 서류를 확인 후 대기표를 주었다.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기를 2시간. 갑자기 한 공무원이 나와 오늘의 일정이 종료됐다고 통보했다. 한마디로 3시간 넘게 줄만 서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쫓겨난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영업시간이 끝났다. 내일 다시 와라” 이게 끝이었다.

억울함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필자는 다음 날 예약도 없이 다시 DMV를 방문했다. DMV가 문을 여는 오전 8시 전부터 가서 무작정 대기했다.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필자보다 늦게 온 예약자들이 무수히 대기표를 먼저 받았다. 인고의 시간 후에 대기표를 받았고, 다시 약간의 테스트와 인적사항을 입력한 뒤에 필기시험 응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명백한 필자의 실수였다. 서슬퍼런 DMV 직원들의 기에 눌렸던 탓인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시험을 보면서 -NC의 필기시험은 컴퓨터로 본다- 옆에 놓아뒀던 휴대전화를 습관처럼 만졌는데 그 순간 한 직원이 다가와 “너는 탈락”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은 탈락 사유라는 게 이유였다. 필자는 휴대폰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고 만지기만 했으며 휴대폰을 만져서도 안 된다는 공지도 받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만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며 탈락시켰다. 특히 해당 직원이 필자를 마치 범죄자 대하듯 큰 소리로 얘기하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필자를 쳐다보는 일까지 발생했다.

필자는 굴욕감과 절망감을 동시에 느낀 채 다음번 예약일을 기다렸다. 사실 이 며칠간의 기간은 연수를 준비하고 미국에 도착해서 정착 후 연수기를 쓰는 지금까지 필자에게 가장 힘든 기간이었음을 밝힌다. 지금에야 웃으면서 글을 쓰지만 당시에는 극도의 분노와 무력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에 예약해 놓은 곳은 처음 간 DMV처럼 직원들이 무례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친절하진 않다.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뜻이다. 필자는 이번에도 역시나 약간의 기다림 후 다시 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고 만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만점으로 합격하니 지난번 일이 더 억울했지만 필자의 실수로 비롯된 일이니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하지만 이곳에선 도로주행을 같은 날 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하루에 다 응시를 할 수 있는데도 당시 필자의 담당 공무원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미국 DMV는 담당 직원 한명 한명의 재량권이 상당해서 사람에 따라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필자는 3번째 방문에서도 운전면허 완전 획득에는 실패했고, 며칠 뒤 예약 없이 다시 DMV를 방문해서 도로주행에 합격해 최종 운전면허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NC는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Learner’s Permit이란 증서를 준다. 60일간 도로주행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인데, 이것은 운전면허증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이 말인즉슨, 퍼밋으로도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 구입하기 <난이도 ★★★>

1년짜리 연수생이 새 차를 사서 몰고 다니는 일은 극히 드물다. 예전에는 새 차를 사서 한국으로 가져오기도 했는데, 각 나라에서 내는 세금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이런 차량 구입 방식이 거의 메리트가 없어졌다. 그래서 대부분 중고차를 사서 타고 다닌다.

미국에서 중고차를 구입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딜러샵에서 사거나 아니면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사실 그간 많은 연수생들은 후자의 방식인 이전 연수생이 쓰던 차를 그대로 받아서 쓰곤 했다. 이 경우 운전면허가 없어도 차를 소유할 수 있다. 물론 일정 기간 후에는 반드시 면허를 따야 하지만, 입국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는 없다. 필자도 이랬다면 상술했던 DMV에서의 악몽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여름의 상황을 다시 얘기하면 이전 연수자로부터 집을 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고, 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필자가 입국하려는 당시에는 중고차 가격이 폭등하면서 당시 차를 넘기려는 이들은 자신이 1~2년 전 구입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돈을 받고 파는 ‘중고차테크’를 하고 있었다. 이전 연수자도 아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차를 사진과 검사결과만 보고 비싼 돈을 주며 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매물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와 비슷한 시기에 NC로 들어온 많은 연수생들이 운전면허를 딴 뒤 딜러샵에 가서 차를 사는 정상적인 방식의 차량 구입을 해야만 했다.

여하튼 퍼밋을 딴 뒤 필자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물색해놓은 딜러샵 중 몇곳으로 찾아갔다. 참고로 중고차를 사기 위해선 내가 쓸 수 있는 가격대를 먼저 정해놓고 어떤 종류의 차를 살지, 연식은 얼마나 됐는지, 마일수는 얼마나 됐는지 미리 확정한 뒤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딜러에 꼬임에 넘어가기 마련이다. 필자는 연식 3년 언저리의 4만 마일 미만으로 운행한 SUV만 찾았고, 해당 조건에 맞는 차량들을 갖고 있는 인근 딜러샵을 다 검색하고 직접 찾아서 상담을 한 뒤,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많은 매물이 있는 한 대형 딜러샵을 필자의 구매지로 골랐다. 이 일만 하는데 3~4일 정도는 꼬박 걸리는 것을 미리 숙지하면 좋겠다. 결국 필자는 5대의 차량을 직접 테스트해 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차량을 구입했다. DMV에서의 고생을 생각하면 차량 구입은 일도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많이 나와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중고차를 살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카맥스(Carmax)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차린이’라면 카맥스를 추천한다. 카맥스에선 가격이 정찰제이기 때문에 네고 없이 그냥 정해진 가격에 사면 된다. 치명적인 사고 이력이 있는 차들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되고, 차량 구입 후 한 달 정도의 기간동안 묻지마 반품도 가능하다. 한 마디로 사기당할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런 혜택이 있는 만큼 가격이 다른 딜러샵에 비해서 다소 비싼 편임은 감수해야 한다. 카맥스에서 산 차를 다시 카맥스에 판다면 후한 가격에 받아준다고 하는데, 이건 필자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어서 참고만 하면 될 것 같다.

카바나(CARVANA)라는 곳도 있다. 카맥스처럼 일정기간 내 반품도 가능하고 사고기록이 있는 차는 팔지 않는다. 다만 매장이 없이 인터넷에만 있는 곳이어서 실물을 보지 않고 사야 한다는 심각한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족들이 타야 하는 차를 보지도 않고 산다는 점에서 필자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무빙 구하기 <난이도 ★★>

다시 집 얘기로 돌아간다. 집을 구하고 유틸리티 서비스가 된다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텅 빈 집을 채워야 할 무빙들이 필요하다. 전 세입자나 집주인이 무빙을 돈을 받고 넘겨주면 모르겠지만, 2021년 여름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얘기한다. 다만 이 부분은 필자가 유일하게 운이 좋았던 부분이었다. 기존에 살던 세입자에게 식탁 등 약간의 무빙을 넘겨받을 수 있었고,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나머지 무빙을 구입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필자는 미국 입국 시기와 입주시기가 나흘 정도 차이가 났다. 그래서 나흘간은 어쩔 수 없이 호텔생활을 했다. 이 기간이 전화위복이 됐다. 호텔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 필자는 각종 용품을 아마존으로 주문했고, 마트와 한인 카페 등을 통해 부족한 가구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아마존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집 앞으로 배달이 온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입주 후에 거의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아무런 무빙 없이 오는 연수생들도 많은 상황이었다. 이 경우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선 각종 마트를 돌면서 필요한 물건을 빠른 시일 내에 사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아마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국처럼 하루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무빙 옮기기 <난이도 ★★★★>

한국처럼 물건을 사면 배달이 잘 되는 나라도 없다. 미국은 운송료가 만만치 않다. 상당한 수준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허다하다. 가장 큰 문제는 중고 무빙을 받을 경우다. 필자는 한인 카페를 통해 매트리스 2개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이를 필자의 집까지 나르는 게 문제였다. 현지에서 배송 서비스를 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10분 걸리는 거리를 한번 오가는 데 150달러가 든다고 했다. 매트리스 가격이 150달러가 안 되는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었다.

결국 필자는 미국인들이 이사가거나 짐을 옮길 때 쓰는 서비스인 유홀(U-HAUL)을 이용하기로 했다. 유홀은 트럭이나 밴 등을 렌트해주는 기업이다. 스토리지라는 창고도 갖고 있는데, 창고를 빌려 쓸 수도 있다. 미국인들은 한국처럼 이사를 하루에 끝내지 않고 며칠동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유홀을 적극 이용한다.

유홀을 이용하려면 우선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을 해야 한다. 홈페이지에는 유홀 지점의 위치,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대여할 수 있는 차종, 가격 등이 나와 있다. 예약을 완료하고 나면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서 차를 픽업하면 된다. 필자는 유홀 서비스를 2번 이용했는데, 내가 픽업하려는 차량이 지점에 있다면 상당히 편한 편이다. 직원이 안내해 주는대로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차량이 지점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주차돼 있기도 하다. 주차공간의 부족함 때문인 것 같다. 그 경우 직원이 없다. 그냥 알아서 차를 가져가야 한다. 이 경우 앱을 통해 현재 차량이 얼마나 기름이 넣어져 있는지, 현재 차량의 마일수가 얼마나 되는지 촬영해서 앱에 올려야 한다. 다만 이 경우 미국 운전면허가 없으면 앱에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운전면허증을 앞뒤를 찍어서 올려야 하는데 국제운전면허증은 업로드가 불가능하다. 콜센터에 전화까지 했지만 운전면허가 없으면 진행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래서 첫 번째 유홀 렌트 시도는 실패로 끝났었다.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지 않은 상태에서 유홀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지점에서 픽업 가능한 차량을 먼저 골라야 한다. 필자는 무빙을 옮기는데 기본 이용료 50달러에 연료비와 보험료 등을 다 합쳐 70달러 정도에 이용했다. 이용시간은 2시간이었다. 사람을 아주 잠시 부르는 게 150달러 이상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값이었다. 절차가 그리 간단하진 않고, 트럭을 몰아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대를 감안하면 유홀 이용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