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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별로 살펴보는 미국 정착기3 – 난이도 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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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별로 살펴보는 미국 정착기 – 난이도 중하 : 학교, 은행 등 기타 업무

미국 정착에 필요한 가장 피곤한 대부분의 일은 앞선 정착기 두 편에 집중돼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번 편에는 이외에 신경 써야 하는 자잘한 일들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아무쪼록 재단의 모든 연수생들이 큰 무리 없이 미국에 순조롭게 정착하길 바란다.

이어라운드 학교 보내기 <난이도 ★★★>

연수생들이 연수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아이의 영어 교육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학교 안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NC, 그것도 캐리(CARY)에서 이어라운드(Year Round)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면 우선 캡이 되지 않은(정원이 안 찬) 학교를 찾는 게 우선이다. -연수기 1편 참고- 우선 그 학교를 갈 수 있는 지역의 집을 계약하면 교육청에 정식으로 신청할 수 있다. 집 계약을 하지 않았으면 신청이 불가능하다.

먼저 말해둘 것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에는 교육청에 방문 일정을 예약한 뒤 모든 서류를 들고 가서 한 번에 해결이 가능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방식이 많아지며 절차가 더 복잡하게 바뀌었다.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 내년에는 상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먼저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독해야 한다. 홈페이지에는 외국인으로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이 망라돼 있다. 그것에 맞춰서 하나 둘씩 준비하면 된다. 이런 준비 과정에는 각종 예방접종도 포함된다. “이걸 대체 왜 맞아야 하지?” 할 정도의 예방접종도 있지만, 안 하면 입학이 불가능하니 무조건 한국 출국 전 끝내야 한다. 준비를 마치면 교육청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된다.

서류가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교육청과 전화인터뷰를 해야 한다. 보통 전화 인터뷰 일정을 메일을 통해 가급적 한국에서 미리 픽스한 상태로 출국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미국 도착 이틀 뒤 전화인터뷰를 예약해 놓았다. 전화 인터뷰는 아이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과 아이와의 관계, 필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들, 집 주소 등을 묻는다. 크게 어렵진 않다.

전화 인터뷰가 중요한 것은 전화를 통해 교육청 방문일정을 잡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전화 인터뷰 후 2~3일 안에 방문일정을 잡을 수 있는데, 방문의 주체는 바로 아이이다. 보호자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교육청 담당자가 나와 아이를 데리고 가서 1시간 정도 테스트를 한다.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 등 모든 영역을 컴퓨터를 통해 테스트한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인데, 이아가 영어를 아예 못 해도 상관없다. 다만 이 테스트 결과를 아이가 갈 학교로 전달해서 아이의 영어 수준을 알리고, 그에 맞는 교육을 시켜달라고 주문하려는 취지에서 테스트를 한다고 한다.

테스트가 끝나면 입학 허가가 떨어진다. 이후에는 해당 학교 담당자와 연락하면 된다. 보통 해당 학교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 테스트 후 빠르면 하루, 늦으면 2~3일 안에 연락이 오게 된다. 역시 기본적인 인적사항 등을 물은 뒤 학교 방문일정을 잡게 된다. 필자의 경우 학교에서 전화가 온 날 바로 간다고 했고, 학교에서도 오케이해서 비교적 빠른 방문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 방문하면 각종 필요한 정보들을 적게 된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안으로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밖에 마련된 장소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원하는 트랙을 기재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강하게 4트랙 배정을 요구했다. – 연수기 1편 참고 – 4트랙이 필자의 정착 스케줄과 딱 맞았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입학을 할 수 있었고 당시로부터 6주 이상 학교에 다닌 뒤 방학을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4트랙은 “캡이 돼서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2트랙이 배정됐다. 트럭 배정에는 하루 정도가 걸렸다. 그래서 초반 아이가 학교에 3주만 다니고 3주 방학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트랙은 필자의 경우처럼 사실상 복불복이다. 특히 이어라운드 학교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원하는 트랙에 딱 맞춰 들어가는 것은 힘들다고 보고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이후에는 학교에서 부르는 날짜에 맞춰 입학하면 된다. 다만 필자는 이 과정에서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정착의 모든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게 필자의 잘못인지, 아니면 그냥 운이 없는 것인지, 미국이 원래 이런 것인지는 필자도 알 수 없다.

필자의 황당한 경험을 또 소개하자면, 필자는 트랙 배정을 마친 뒤 담당 직원에게 담임에게 특정일에 연락이 올 것이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특정일을 기다렸는데 담임에겐 연락이 오지 않았다. 며칠을 기다리면서 “언제 학교에 갈 수 있는지” 다시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결국 학교를 예약없이 다시 찾아갔는데, 해당 직원은 “아직도 학교에 오지 않았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필자가 보냈던 메일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스팸처리됐을 것이라는 필자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했다. 결국 트랙 배정이 끝나고 10일 가까이 지나서야 아이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학교여서 아이의 초반 적응을 걱정했는데, 또래 아이들이 경계심 없이 잘 대해줘 차츰차츰 적응해 가는 중이다. 특히 필자의 아이는 당초 5학년에 입학해야 했었는데, 4학년으로 요구해서 4학년에 배정될 수 있었다. 필자의 아이는 한국에서는 4학년이었지만 4월생이어서 미국에는 5학년으로 배정된다고 했지만, 필자가 “아이가 영어가 익숙하지 못하다”고 얘기하면서 학교에서 4학년 배정을 받았다. 같은 해에 태어났더라도 전반기에 태어났으면 높은 학년으로, 후반기에 태어났으면 1년 낮은 학년으로 배정된다고 하는데, 무조건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에 맞춰서 요구하면 될 것 같다.

미국 학교에서 참고해야 할 것은 한국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세심하게 케어해 주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라도 마치 대학생처럼 학사일정을 알아서 잘 챙겨야 한다. 선생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이러는 것은 없다. 이것이 어떤 악의가 있어서가 전혀 아니라 미국의 방식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고 부딪히면 더 좋을 것 같다.

환전 및 은행업무 <난이도 ★★>

미국 내 계좌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미국 계좌가 없으면 사실상 1년 체류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달러를 미국으로 들고 가는 일이 필요한데, 가능한 것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국내에서 환전한 달러를 통째로 들고 가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고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도 이 방법을 택했다. 국내 세관 신고 과정에서도 물어보고, 미국으로 들어갈 때도 물어보지만 “집과 차를 사기 위해 현금을 들고 왔다”라고 대답하면 더 이상 묻지 않고 통과된다. 다만 미국 세관에선 세관 공무원과의 만남 때문에 20~30분 정도 대기해야 할 수 있다.

특히 환전은 출국 4~5개월 전부터 미리미리 해 놓는 것이 좋다. 외환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원하는 환율대를 미리 정한 뒤 해당 가격으로 떨어지면 뒤도 생각하지 않고 미리 바꿔놓는 게 좋다. 이럴 때 주거래 은행 혜택 등 환율을 우대받을 수 있는 옵션은 모조리 사용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출국 1개월 전에 환전을 끝냈는데, 미국 입국 후 환율이 계속 좋지 않아 환전으로만 200만 원 넘게 이득을 본 것 같다.

두 번째 방법은 돈을 갖고 가지 않고 미국에 간 뒤 현지에서 계좌를 만든 뒤 이체를 하는 식이다. 요즘은 카카오뱅크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카카오뱅크는 수수료가 한 번 이체하는데 타 은행에 비해 저렴하고, 미국에서 받게 될 경우 수취 수수료도 없어서 많은 연수생들이 사용한다. 외환 이체 수수료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른 만큼 미리 발품을 팔아 최대한 환차손을 적게 보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미국 계좌를 개설하려면 은행에 가야 하는데 예약이 필수다. 예약 없이 그냥 갔다간 DMV처럼 그냥 돌아오게 되는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다. – 연수기 2편 참고 –

필자는 미리 미국 입국 바로 다음날 한국계 직원이 있는 은행 예약을 끝내고 당일에 찾아갔는데, 찾아가니 해당 직원이 없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예약을 분명히 했다고 했지만 해당 직원은 분명 오늘 휴가를 갔다는 다른 직원의 답변만 들었다. 그래서 다른 행원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겠다고 했는데,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필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미국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필자는 다음날 해당 직원에게 사과받았다. 깜빡 잊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금을 들고 계속 지낼 수는 없는 일, 해당 은행의 근처 지점을 3군데나 더 돌아다녔다. 하지만 예약이 되지 않았다며 아무도 필자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모두 “예약을 하고 오라”는 얘기만 들었다. 결국 필자는 원했던 은행이 아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했는데,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 줬고 지금도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필자의 경험만 보면 굳이 메이저은행만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계좌 개설은 꽤나 오래 걸린다. 한국처럼 5분 안에 끝나지 않는다. 적어야 할 개인정보도 많고, 수많은 동의서에 동의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됐는데 대부분 이 정도 걸리는 것 같으니 시간 배분에 참고해야 한다. 보통 연수생들은 처음에는 신용카드 대신 데빗카드만 지급받을 수 있는데, 데빗카드 만으로도 미국에서 지내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물론 한국인 직원이 있는 일부 은행은 – 필자가 가려고 했던 그 은행 – 처음부터 페이백 등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미국 전화번호 얻기 <난이도 ★★>

휴대폰 개통도 꽤나 골치아픈 일이다. 특히 각종 유틸리티를 신청하고 교육청에 필요한 서류를 낼 때 필요한 것이 미국 휴대전화 번호다. 반드시 전화번호를 기입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으로 가기 전에도 미국 전화번호가 필요하다. 미국에 정말 친한 지인이 있거나 미리 연수를 하던 친한 기자가 있다면 그들의 번호를 대신 쓰면 되겠지만, 지난 연수기에서 계속 언급했듯이 2021년 여름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휴대전화번호를 반드시 얻어야 했다. 필자는 민트모바일을 이용했다. 민트모바일은 아마존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데 상당히 저렴하다. 다른 미국 휴대전화의 반값 가격이다. 특히 민트모바일을 해외에서 직구하면 2개의 유심을 받을 수 있는데, 하나는 트라이얼 유심이고 하나는 본유심이다. 공휴대전화기에 트라이얼 유심을 넣으면 미국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다. 트라이얼 유심의 경우 일주일간 사용이 가능하다. 본 유심은 간직해 뒀다가 미국에 온 뒤 바꿔 끼면 된다. 트라이얼유심에서 받은 전화번호가 본 유심에서도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각종 신청시 이 번호를 적어내면 유용하다. 필자의 경우도 민트모바일을 통해 번호를 얻고 난 뒤 일사천리로 각종 유틸리티 서비스와 교육청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사실 미국에 오면 휴대전화 개통이 쉽다. 한국처럼 사방에서 통신사 지점을 찾을 수 있고, 장단점을 비교해서 한곳에 방문하면 바로 가입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게 쉽지 않은 만큼, 한국에서 저렴하게 미국전화번호를 얻고 싶은 사람은 민트모바일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성능이 다른 통신사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민트모바일의 최소기간인 3개월만 계약해서 쓰는 게 낫다. 장기 계약은 비추다.

백신 맞기 <난이도 ★>

미국은 백신이 남아돈다고 들었었다. 와보니 실제로도 그렇다. 백신을 맞는 건 상당히 간단하다. 보통 백신은 약국에서 맞을 수 있는데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가도 바로 놓아준다.

약국은 보통 마트와 함께 있다. 필자는 미국 입국 초반에 마트에서 물건을 사다가 약국이 함께 있는 걸 보고 놀랐고, 거기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한 미국인을 보고 더욱 놀랐었다. 이런 커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약국에서, 그것도 마트 안의 약국에서, 이렇게 중요한 백신을 맞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런 곳에서 맞고 있었고, 필자 역시 며칠 뒤 근처 마트 아무 곳이나 가서 마트 안에 있는 약국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단 약국마다 취급하는 백신이 다르다. 어떤 곳은 화이자, 어떤 곳은 모더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을 보유한 곳은 필자는 보지 못했다. 원하는 백신을 취급하는 약국에 가서 그냥 맞으면 된다. 필자의 선택은 모더나였다.

참고로 백신을 맞겠다고 가면 약사들이 정말 좋아한다. 아마도 백신을 맞으라고 요청하는 미국 정부의 호소에도 백신을 맞지 않는 미국인이 제법 되기 때문에, 맞으려는 사람에게는 특히 더 친절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