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School Shopping
^9월 학기가 시작되면 신문과 방송마다 ‘백 투 스쿨(Back to School)’ 쇼핑을 유혹하는 광고들로 요란하다. 새 학기에 필요한 학교 준비물과 가을 옷, 운동도구 등을 구입하기 위한 쇼핑을 말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 초, 중, 고교 학생들이 지출한 백 투 스쿨 쇼핑비는 1인 당 평균 300달러(한화 약 4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 곳 초등학교에 등록한 직후 연정이와 원석이에게도 ‘백 투 스쿨’ 쇼핑의 기회가 왔다. 담임 선생님은 학교 생활에 필요한 각종 준비물을 적은 유인물을 아이들 편으로 보내 왔다. 3학년인 연정이는 19가지, 원석이는 11가지의 준비물을 갖춰 달라는 내용이었다.
^유인물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하드 커버를 입힌 6권의 공책(이 중 3권은 각각 Science, Language, Homework로 표기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집에 보관할 것), 3개 이상의 연필(매일 깎아야 됨), 색깔이 16개 이하인 크레용(반드시 학생 이름을 표기할 것), 스카치 테이프 2개(우리는 놀랄 만큼 많은 양을 씁니다), 칼날이 무딘 가위 1개, 미술 수업 때 사용할 낡은 셔츠, 색깔이 있는 만들기 종이(집에 보관해 둘 것), 5개의 폴더(각각 Reading, Test, Take Home, Writing 등으로 표기할 것), 지퍼가 달린 부드러운 런치 박스(플라스틱 박스는 피해 주십시오) . 대충 이런 식이었다.
^미국의 초등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없다. 문구류는 슈퍼나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한다. 그런데 가지 수가 많다 보니 한 곳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일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연정이와 원석이의 준비물을 사기 위해 이틀 동안 슈퍼, 할인점, 완구점 등 세 곳을 헤매야 했다.
^비용도 1인 당 70~80달러로 만만치 않았다. 가을 옷까지 포함하니 백 투 스쿨 쇼핑비가 1인 당 150달러를 넘었다. 준비물은 교과서나 동화책을 담는 책가방과는 별도로 런치 박스에 넣어 보내야 한다. 학부모는 자녀들의 준비물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런치 박스를 계속 점검할 의무가 있다. 교사가 알려주기 전에 미리 알아서 보충해 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아이들 준비물이 너무 많다고 종종 불평을 하던 아내는 백 투 스쿨 쇼핑에 사나흘을 허비한 뒤, “미국의 초등학교가 이렇게 야박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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