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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12 (집구하기 실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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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재돼 있는 국제적인 도시다. 맨해튼을 거닐다 보면 마치 인종전시장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택도 인종 만큼이나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우스, 타운(Town) 하우스, 어태취드(Attached) 하우스, 아파트, 콘도….



^뉴욕은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계속 강세를 유지해 왔다. 이민자와 불법 체류자 등 외부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업협회는 지난 7월 기존 주택 판매량이 517만채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신규 주택 판매는 4.9%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번 테러사건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뉴욕의 주택경기도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욕시의 일반 주택(house) 가격은 평균 40만 달러 선. 물론 지역과 주택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만 해도 20만 달러 미만부터 200만 달러 이상까지 다양한 주택이 존재한다. 내가 세들어 사는 2층짜리 주택의 매매가는 31만5,000 달러. 집 주인은 “최근 4개월 사이 5만 달러 이상 올랐다. 인근 부동산업소에서 40만 달러에 팔아주겠다는 제의가 왔다”고 말했다. 이 집 뿐 아니다.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구가 계속 늘어 최근 3~4년 사이 뉴욕 일대 집값이 평균 40~50% 정도 올랐다고 한다.



^업무용 빌딩이 밀집한 맨해튼 지역의 콘도(우리나라의 아파트)는 평균 60만 달러 이상으로 일반 주택보다 훨신 비싸다. 위치가 조금만 좋으면 밀리언 단위를 넘어선다. 센트럴 파크 주변의 고급 아파트는 200만~30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타운(Town) 하우스는 우리나라의 2층짜리 연립주택을 연상하면 된다. 미국의 주택은 목재가 주재료여서 방음이 잘 안되는 편이다. 옆집에서 샤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여러 가구가 거주하기 때문에 애완동물이나 아이들을 키우는 집은 옆집의 항의를 자주 받는 등 몹시 불편하다. 당연히 일반 주택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다.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의 경우 방 2개 짜리 타운하우스가 보통 20만~30만 달러 안팎에 거래된다.



^미국의 콘도는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똑 같다. 개인이 소유하며 매매가 가능하다. 재산세는 물론 매달 관리비도 내야 한다. ‘조지 워싱턴 브러지’만 건너면 맨해튼으로 연결되는 뉴저지주 포트 리(Fort Lee, 교통이 편리해 한국인도 많이 산다)에는 여러 채의 대형 콘도가 있다. 이 지역 A 콘도의 매매가는 방 1개 짜리가 35만 달러. 재산세는 연간 3,500달러, 관리비가 월 1,000달러 정도라고 한다. 여기 콘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집을 꾸밀 때 규제가 몹시 심하다. 콘도 외벽은 물론 내벽의 색깔이나 인테리어를 바꿀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파트는 개인이나 건설회사가 임대 목적으로 짓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 집 부근의 한 아파트는 원 베드룸이 월 1,200달러, 투 베드룸은 1,450달러를 받는다. 가스, 전기요금은 관리사무소측이 부담한다. 공과금을 개인이 부담하는 아파트는 가격이 조금 싼 편이다.



^맨해튼 지역의 아파트는 훨씬 비싸다. 특히 센트럴 파크 주변의 아파트 렌트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맨해튼 57가 센트럴 파크 서쪽 입구쪽에 있는 트럼프 타워의 펜트하우스(맨 꼭대기층)는 한 달 임대료가 15만 달러라고 한다. 콜럼비아대학병원 부속 아파트(59가)의 경우 방 2개 짜리가 월 4,500달러 수준. 고층에선 맨해튼과 뉴저지 사이를 흐르는 허드슨강이 내려다 보이긴 하지만, 30년 이상된 낡은 아파트여서 고급스런 느낌은 전혀 없다.



^일반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엔 한 달 또는 두 달치 월세를 보증금조로 맡기고, 매달 정해진 월세를 지불하는 게 관례. 대개 1년 계약을 한다. 주인은 계약 만료시 집 상태를 점검, 손상된 부분이 있으면 보증금에서 수리비조로 떼간다. 월세 역시 지역과 주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뉴욕에서 방 2개짜리 일반 주택을 임대할 경우 최소 월 1,000달러는 잡아야 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학군이 괜찮은 지역의 고급 주택은 월 2,500~3,000달러를 호가한다.



^6개월 전 뉴욕에 유학 온 서모(25)양. 학교 인근의 허름한 타운(Town)하우스를 1년간 리스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냄새가 심하고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도 들끓었다. 그녀는 3개월 만에 집을 나와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집 주인은 입주 당시 보증금(Deposit)으로 맡겼던 한 달치 월세를 돌려주지 앉았다. 다음 입주자를 40일이 지나서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가 손해를 보았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그녀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지만, 1년 리스 약속을 어긴 만큼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는 대답만 들었다. 한국계 변호사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리스도 계약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라 손해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우리 집 월세는 1,300달러. 입주하면서 한 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주었다. 보증금은 보통 두 달치 월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세 달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집주인은 리스가 끝나는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붙여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집을 험하게 사용해 망가진 부분이 있다면 세입자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페인트나 카펫 상태와 같이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부분을 문제삼아 보증금을 내주지 않는 경우엔 분쟁이 생기기 마련.



^이민 생활 3년째인 김모(46)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조그만 가게를 6개월간 리스하면서 두 달치 월세(7,600달러)를 보증금으로 맡겼다. 그런데 주인은 6개월 후 3,000달러를 제하고 4,600달러만 돌려 주었다. 페인트가 많이 벗겨져 다시 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보기에 페인트 상태는 6개월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씨는 3,000달러 미만의 소액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Small Claim Court’에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브루클린에 사는 박모(39)씨는 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1년 일정으로 주택을 리스한 지 두 달만에 주인이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잔디를 제대로 깎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두 달치 보증금 5,000달러를 돌려주지 않는 것이었다. 박씨는 “말로만 잔디를 정기적으로 깎아달라고 했을 뿐, 정식 계약서도 맺지 않았다. 더욱이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잔디를 깎았는데, 주인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인 타운의 변호사들은 “주택이나 상가 보증금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수룩해 보이는 이민자일수록 주인에게 속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는 주인과의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억울하게 보증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주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입주 시점과 리스가 끝날 무렵 집안 곳곳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찍어 두거나, 집 상태를 증언해 줄 수 있는 이웃사람을 증인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