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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공립 초등학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방과후 래취키(Latchkey)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다양한 과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Alice Austen School의 경우 10월 22일부터 10주간 ‘방과후 센터 프로그램(After School Center Program)’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내용은 드라마, 수학문제 풀기, 독서력 증진, 미술, 만들기, 작문, 체육활동 등이다. 비용은 강좌(주 1회) 당 55~65달러 수준.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매 강좌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수학과 독서 지도 프로그램은 최소 12명 이상의 학생이 신청해야 개설된다. 동년배보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등 수준에 따라 강좌 당 2~3개 학급을 편성한다. 우리 아이들은 읽기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독서1(Reading 1)’에 등록했다.
^1주일에 5달러씩 하는 급식비는 현금으로 보내지만, 방과후 프로그램처럼 액수가 큰 돈은 수표(Personal Check)로 보내야 한다. 반드시 봉인된 봉투에 현금이나 수표를 넣어 아이편으로 보내게 돼 있다. 등록 학생이 많지 않은 강좌는 폐지될 수도 있다. 스쿨 버스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께 운행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은 부모가 시간에 맞춰 픽업해야 한다. 물론 래취키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도 과외 강좌를 별도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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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온 뒤 처음으로 병원에 다녀왔다. 아이들 때문이다. 뉴욕시는 초등학교에 등록하는 학생들에게 ‘예방접종 증명서’와 ‘건강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중학교에 올라갈 때 ‘결핵반응검사’를 또 해야 한다). 예방접종 증명서는 한국에서 영문으로 만들어 왔지만, 건강진단서는 이 곳 양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결국 한 번은 병원에 들를 수밖에 없다. 이틀 전 전화 예약을 하고 찾아간 소아과는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유일하게 한국인 의사가 운영하는 ‘방소아과’(미국 병, 의원은 전화 예약이 필수다).
^길을 잘못 들어 소아과를 찾는 데 20분이나 허비했다. 뉴욕의 의원(치과도 마찬가지)은 대부분 자기 집 일부를 사무실과 진료실로 개조해 사용한다. 내가 찾아간 소아과도 간판만 없었다면 일반 가정집으로 착각할 만큼 의원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간신히 예약 시간에 맞춰 들어가니 6~7명의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진찰을 받을 줄 알고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의사는 손을 내저으며 순서대로 들어오라고 했다. 1시간 20분을 기다린 끝에 우리 차례가 왔다. 의사가 시간 배정을 잘못한 게 틀림없었지만, 참아야지 어쩔 것인가. 진료실에는 의사 1명이 전부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잔 신부름을 돕고 있었다(의원급에는 간호사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의사는 우선 국내에서 가져온 예방접종 기록표를 검토했다. 이어 진찰대에 눕힌 뒤 귀, 눈, 입, 복부, 허리, 다리 등을 차례로 검사했다. 다음은 혈압측정, 주사기를 이용한 결핵반응검사와 혈액검사, 시력검사, 체중과 신장 측정 등의 순이었다. 시력검사는 의사의 아들이 대신했다. 중간 중간 신체 상태나 병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두 아이의 진단에 들어간 시간은 모두 35분. 의사는 의료보험 카드를 복사하고 주소 등을 기록한 뒤 진료를 끝냈다. 학교에 제출할 건강진단서는 며칠 뒤 우편으로 보내주겠단다.
^미국은 아직까지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대단하다. 대학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에게 의사의 위상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Medical Doctor’라는 명칭에는 ‘돈’외에 ‘존경’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층이면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유일한 직업이 의사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사의 위상이 옛날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의보재정이 취약해 지면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공단과 유사한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가 의료비 지출을 엄격히 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사의 수입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의료비를 과다 또는 허위 청구하다 적발되는 의사가 잇따르고 있다. ‘뉴요커’지 최근호는 “의사가 우리 사회의 정점에 있던 시대는 지났다. 수입이 줄어들고 사회적 파워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진찰을 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싼 나라다. 특히 보험이 없는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상당하다. 의사의 진찰 한 번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100달러 이상 들어간다(검사비와 약값은 별도).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 1만2,000달러 정도 받는다(한국에선 입원비를 포함, 200만 원이 채 안된다). 치과 진료비는 더 비싸다. 의료보험으로 커버하려면 상당히 비싼 보험을 들어야 한다. 연수나 유학을 온 경우 치과 진료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사랑니 한 개 뽑는데 100달러를 요구한다. 우리 가족은 뉴욕에 오기 전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를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스케일링 정도는 모르지만, 본격적인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차라리 한국에 다녀오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이 곳 교민들 중에는 임플란트(인공치아 이식)나 보철치료 등 고가의 치과 진료를 한국에서 받고 오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자신도 한국에서 보철치료를 받고 왔다는 한 교민은 “미국의 치과 진료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왕복 항공료를 감안해도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게 더 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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