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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20 (뉴욕의 한달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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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뉴욕의 생활비다. 가끔 소식을 전해오는 친구나 동료, 친척들도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 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뉴욕으로 연수를 올 계획이라는 한 직장인은 E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뉴욕의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비싸다고 봐야 한다. 물론 같은 뉴욕이라도 거주 지역과 개인의 소비 수준에 따라 엄청난 편차가 생길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한 달 생활비(4인가족 기준)를 최소 3,500달러 이상 잡아야 한다고 본다. 중고차와 가구 구입, 자동차 보험료 등 초기 정착비용을 감안하면 월 4,000달러 이상 들어가는 셈이다.



^우리 집 가계부를 보자. 6월(19~30일) 3,700달러(6월 19일 뉴욕에 도착했다). 7월(1~31일) 5,080달러. 8월(1~31일) 5,408달러. 9월(1~30일) 4,658달러. 한 달 평균 5,000달러 이상 쓴 셈이다. 서울에서 월 250만 원 정도 지출하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이 중 20~30% 정도는 초기 정착비용(중고차 구입비 제외)으로 볼 수 있다.



^즉 세탁기 TV 녹음기 등 가전제품, 책상 의자 등의 가구, 커튼 스탠드 등 생활용품 구입에 약 1,000달러가 소요됐다. 또 자동차 보험 1,577달러, 운전면허 취득 210달러, 여행(LA사는 처남 방문) 2,000달러, 아이들 교육비(썸머스쿨과 영어학원) 1,000달러 등이 추가됐다. 일상적인 생활비 범주를 뛰어넘는 이상의 비용을 합치면 약 6,000달러(자동차는 워낙 고가품이고, 새 차와 중고차, 차종에 따라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일단 제외) 정도 된다. 여행비와 초기 정착비용을 제외할 경우 월 3,500달러 정도 쓴 셈이다 .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역시 주거비다. 우리 집 월세는 1,300달러. 스태튼 아일랜드의 중산층 거주지역에 있는 일반주택이다. 교통이 다소 불편해 뉴욕에선 월세가 비교적 싼 지역으로 꼽힌다. 같은 조건의 집을 뉴저지, 퀸스, 브루클린 등지의 교통이 편하고 학군이 괜찮은 동네에서 구하려면 월 2,500~3,000달러는 잡아야 한다. 월세는 한 달 생활비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물론 더 싼 집도 많다. 타운하우스(우리나라의 연립주택과 유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물색하면 월 800~1,200달러 선에서도 구할 수 있다. 우리 집 부근의 방 1개 짜리 타운하우스는 월 600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가난한 동구권이나 멕시칸들이 주로 거주하고, 바퀴벌레와 같은 해충이나 쥐가 들끓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맨해튼 지역은 더 비싸다. 경비원(Door Keeper)이 있는 평범한 원 베드룸 아파트가 2,000~2,500달러 선이다(역시 지역과 아파트 시설 등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전기, 가스 등의 공과금과 전화비도 주거비에 포함된다(물값은 주인 부담). 뉴욕은 우리나라 처럼 4계절이 뚜렷하다. 여름에는 섭씨 30도를 웃돌고, 겨울엔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흔하다. 여름에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기비, 겨울엔 난방을 위한 가스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내, 외 전화요금과 인터넷 비용까지 감안하면 월 300달러는 잡아야 한다. 아파트 중에는 전기, 가스, 물값 등을 관리사무소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주거비 다음으로 많이 드는 항목이 교통비. 저소득층 흑인이나 불법 체류자 중엔 자가용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차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차량 선택은 본인의 경제력이 좌우하는 문제. 2,000~3,000달러 짜리 중고차부터 6만~7만 달러 이상 하는 고급 승용차까지 선택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차를 구입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와 차량 유지비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운전자들은 연간 평균 735달러의 보험료를 낸다고 한다. 보험료는 운전 지역의 인구와 차량대수, 운전 경력, 차종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뉴욕은 교통이 혼잡한 대도시이고 교통사고도 많은 지역인 만큼 평균 보험료가 1,500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의 운전경험이 없는 외국인은 비싼 보험료를 감수해야 한다. 국내 운전경력은 전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구입하기 전 보험사에 알아봤더니 연간 보험료가 최소 3,500달러 이상이라고 했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액수였다. 할 수 없이 대인, 대물배상만 해주는 책임보험(Liability)에 들었다. 그런데도 연간 보험료가 1,577달러였다.



^기름값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 장거리 여행을 하지 않고 쇼핑 등 일상활동만 할 경우 월 70~80달러 정도면 충분하다. 대신 뉴욕은 교통이 혼잡해 주차비가 상당히 비싸다. 지난 달 맨해튼 65번가 링컨센터에서 2시간 짜리 연극을 봤는데, 주차비가 24달러였다. 맨해튼은 섬이다. 다리나 터널을 통해 진입하게 돼 있다. 그런데 통행료가 보통 6~7달러 수준이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브루클린이나 뉴저지주로 나갈 때에도 비슷한 액수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많을 때는 통행료와 주차비만 월 100달러 이상 나온다.



^식료품비도 만만치 않다. 쌀과 육류, 일부 과일은 우리나라보다 싼 편이지만, 육가공품이나 스낵, 면류 제품 등은 훨씬 비싸다. 보통 1주일에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150달러 이상 지출한다. 기타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비로 200달러 정도 나간다.



^교육비도 최소 월 300달러(초등학생 2명 기준)는 예상해야 한다. 우선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급식비가 1인 당 월 20달러. 학교에서 운영하는 과외 프로그램, 영화 연극관람 등의 특별활동비도 상당하다. 이 번달의 경우 1주일이 채 안돼 책(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수시로 주문받음) 33.80달러, 캔디 구입(학교 기금 마련용) 61.50달러, 방과 후 과외활동(Reading) 130달러 등 두 아이의 교육비로 이미 200달러 이상 지출했다. 한국에서처럼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레슨이나 태권도를 시킬 경우 1인 당 400~500달러 이상 더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9월 가계부 내역

월세 1,300달러, 자동차 보험(계약금 제외분) 1,102달러, 식료품비 714달러, 외식(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 점 등 포함) 165달러, 가구(책상 의자 램프 등) 197달러, 교통비(기름값 버스비 통행료 등) 152달러, 아이들 옷 228달러, 전기 가스 전화 등 공과금 109달러, 문화활동비(신문구입 박물관 영화 등) 142달러, 교육비(급식비 특별활동비 등) 105달러, 학용품비 119달러, 종교활동 102달러, 기타 223달러(총 4,658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