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현대와 토요타 자동차를 취급하는 대리점에 들렀다. 그랜저, 소나타, 산타페 등 한국 자동차 수십 대가 자랑스럽게 진열돼 있었다. 뉴욕의 자동차 대리점은 신차와 중고차를 함께 파는 경우가 많다(물론 중고차 전문 판매점도 있다).
^한국인 딜러는 “현대의 그랜저나 최근 선보인 기아의 미니밴 ‘세도나’ 등은 예약을 하고 두 달 이상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동차 판매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현대가 10년간 10만 마일(16만1,000km) 고장수리를 보증(Warranty)하는 등 미국시장에서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 한국 자동차의 성능이 일본에 뒤지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는 인식의 변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일제차는 6년간 10만 마일 보증).
^사실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저가의 소형과 중형 승용차로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왔다. 대형인 그랜저를 미국 시장에 선보인 게 불과 2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대형 자동차가 과연 미국에서 통할 지 의문을 표시하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요즘은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가 좋다.
^한국산 자동차의 지난 8월 미국 판매실적은 6만1,969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30% 신장된 수치다. 판매 누계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5% 늘어난 41만2,637대. 특히 한국산 미니밴으로는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한 세도나는 6월 664대, 7월 794대에 이어 8월 3,732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올해 수출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수출이 증가한 품목이 자동차라는 최근 보도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미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는 GM, 포드, 크라이슬러(이상 미국), 토요타, 혼다, 닛산(이상 일본), 현대 등의 순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교포사회에서도 ‘싸고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뿌리내리고 있다. 2년 전 그랜저를 구입했다는 박모씨는 “토요타의 아발론 등 동급의 일제차보다 6,000~7,000달러 가량 저렴하면서, 성능은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만족해했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산 자동차에 비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리나 정비에 불편이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현대 관계자는 미국 전역에 부품 공장 설립을 늘리는 중이라고 설명).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불식하는 것도 관건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아직도 한국 중고차는 헐값을 받는다는 이유로 구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보험료도 다른 수입차에 비해 비싼 편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보험 대리점 사장은 “한국차는 안전도가 떨어지고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어, 미국차나 일본 유럽 등지의 수입차에 비해 고율의 보험료를 적용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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