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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29(뉴욕의 영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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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간 지 4개월이 넘었는데 영어는 좀 늘었냐?”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가끔씩 물어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면 저절로 영어가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영어권 국가에 직접 거주하며 생활하는 것만큼 영어를 배우기에 좋은 환경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어가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노력과 언어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

^뉴욕의 한국계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정모(41)씨는 영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고 지내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는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한국인이고, 주로 한국 교민사회를 대상으로 영업하며,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도 한국식당을 많이 이용한다. 주말에 여행을 가거나 골프를 칠 때도 한국인과 어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만 뉴욕에 있을 뿐, 주변 환경은 서울의 축소판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영어를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청과상, 비디오점, 식당, 네일업소, 생선가게 등을 하는 한국 교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사를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회화 외에는 영어에 서툰 사람들이 많다. 뉴욕에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영어를 못한다고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도 없다(뉴욕시 교육청에 따르면 뉴욕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무려 140개에 달한다).

^뉴욕 도착 직후인 6월말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교민 차를 얻어 타고 쇼핑을 간 적이 있다. 운전이 좀 거칠다 싶더니만 기어이 신호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그런데 미국에 온 지 20년이 넘었다는 사람이 경찰관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주로 한인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한국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생활이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영어를 못한다고 뉴욕에서 생활하는데 당장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자녀와의 관계에는 악영향을 줄 때가 많다. 뉴욕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이민 2세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한글학교에도 보내고 하면서 자녀의 한글교육에 관심을 쏟지만, 중학교에만 진학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진학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영어를 못하면 자녀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지 알 도리가 없다. 한국계 이민 2세의 탈선은 자녀와의 대화 단절이 주원인이라는 게 이 곳 청소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나이 50이 넘어 영어학원에 등록하거나, 대학에서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우겠다며 만학도의 길을 걷는 교민도 있다.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영어연수 목적으로 뉴욕에 온 한국 대학생들은 4년제 대학의 랭귀지 코스를 선호한다. 교사의 질이 우수하고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을 위한 사전 준비교육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12~14주(주 당20시간) 프로그램의 수업료가 3,000~5,500달러 정도로 상당히 비싸다. 여기에 보험료, 학생활동비, 책값 등이 추가되며, 주거비 식비 등 생활비가 별도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비슷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도 랭귀지 프로그램이 있다. 수업료가 4년제 대학의 30% 정도로 저렴하다. 영어학원의 경우 교사의 질이 낮은데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다 보니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다. 비용은 시간 당 2.0~5.0달러 수준으로, 대학에 비하면 상당히 싸다.

^지자체나 교회와 같은 자원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성인 영어교육 프로그램도 많다. 수업료는 대개 실비를 받거나 무료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 ‘대학 못지않게 프로그램이 알차다’라는 등 경험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