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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35 (캔디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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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등학교에는 ‘학부모 교사 협의회(PTA)’라는 조직이 있다. 자녀의 교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학부모 교사 협의회’일 뿐, 교사들의 입김과는 무관한 자율적인 모임이다. 몇몇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거의 모든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교사들과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협의한다.



^우리 부부도 한 달에 한 번씩 학교 식당에서 열리는 PTA 전체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식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은 교장, 교감을 앞에 불러놓고 학교 발전방안에 대해 까다로운 질문도 던지고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토론도 벌인다.



^기부금을 모으는 것도 PTA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우리나라처럼 학생회 간부를 자녀로 둔 몇몇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는 게 아니라, 폐품 수집, 바자회 등 투명한 수익활동을 통해 돈을 모은다. 10월 중순부터 진행되는 ‘사탕 판매(Candy Sale)’는 기부금을 모으는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다.



^말이 사탕 판매이지, 실제는 초콜릿, 젤리, 꿀땅콩, 양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다. 특히 올 해는 교육예산 삭감으로 학교 분위기가 침체된 때문인지, PTA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느낌이다. 학부모들에게 “우리 학부모들이 사탕을 한 봉지씩만 구입하면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호소문을 보내기까지 했다.



^학생들은 PTA에서 사탕이나 양초를 구입, 친구나 친척, 동네 사람들에게 되판다. 학생들의 판매 경쟁은 치열하다. 가장 많이 판 학생(전체 1등)에게 500달러, 2등 250달러, 3등 175달러의 현금이 각각 상금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학년별 1등에겐 장난감 백화점 ‘토이저러스’의 20달러 짜리 상품권을, 사탕을 가장 많이 판매한 학급에겐 피자 파티를 열어 준다. 우리나라 같으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겠지만, 여기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기금 마련 행사’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듯하다. 물론 판매 수익금 전액은 아이들의 교육 활동에 투자된다.



^PTA는 어제 ‘쓰레기를 현금으로’라는 제목의 또 다른 안내문을 보내왔다. 집이나 사무실의 팩시밀리, 프린터, 복사기 등에서 사용한 토너, 레이저, 잉크젯 카트리지 등을 버리지 말고 학교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뿐더러, 수집상에게 넘기면 하나에 1달러씩 받는다는 것이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로비에 설치된 상자에 카트리지 등을 집어넣으면 PTA 회원이 수거해 간다.



^제너럴 밀즈(General Mills)라는 식품회사의 박스 톱(Box Top:포장지 위쪽의 네모 모양, 고객이 박스 톱을 오려 오면 일정 액수를 환불해주는 마케팅 방법)도 장 당 10센트를 받을 수 있으니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식으로 언제 기금을 모으랴 싶지만, 그들의 인식은 단순 명료하다. “우리가 매달 몇 장씩의 박스 톱을 꾸준히 수집한다면, 우리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