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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39(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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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피정(속세를 벗어난 장소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을 다녀 왔다. 펜실베이니아주 스트로즈버그 포코노 마운틴(Pocono Mountains)이라는 곳에 있는 산장이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순간, 어른 크기만한 사슴이 도로 한쪽에 쓰러져 있었다. 자동차에 치었는지 목 아랫부분에서 흘러나온 피가 도로에 흥건했다.



^도로 곳곳에는 사슴 그림이 그려진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다음 날 집으로 돌아갈 때도 차들이 도로를 건너는 사슴 때문에 급정거하는 사태가 수 차례 벌어졌다.) 산장에 도착하니 정적을 깨뜨리는 총소리가 여러 발 울렸다. 주인에게 물었더니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곰 사냥에 대비, 사격연습을 하는 소리라고 했다.



^미국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야생동물의 남획은 법으로 철저히 규제된다. 지난 여름 메릴랜드에 사는 사촌누나 집에 갔을 때다. 누나네 가족과 함께 1시간 거리의 비치에 낚시를 갔었다. 덫(Trap)을 이용해 게(Crab) 두 마리를 잡았다. 게는 닭고기를 좋아한다. 닭 날개를 덫에 넣어 바닷속에 담가두면 게들이 달려든다.



^아이들이 게를 플라스틱 대야에 담아 나오는데, 비치를 관리하는 할머니가 정색을 하며 “빨리 풀어주라”고 했다. 크기가 5인치(12.65cm) 이상인 경우에만 잡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안내 표지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종류별로 반출이 허용되는 물고기의 크기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규정에 어긋난 물고기를 잡으면 즉시 풀어줘야 한다. 위반할 경우 수백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포코너 마운틴에도 야생동물이 많다. 숲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먹이를 찾아 인가로 접근하는 사슴은 말할 것도 없고, 다람쥐, 너구리, 토끼, 야생 칠면조(사육하는 칠면조보다 몸집이 크고 날아다닌다) 등을 만날 수 있다.



^주인 아저씨는 “산장에서 30분 거리에 작은 드라이 댐(Dry Dam:가뭄에 대비,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댐)이 하나 있다. 눈이 오면 나무가 별로 없는 댐 주위가 가장 빨리 녹는다. 점심 때 산책을 나가면 200~300 마리의 사슴이 몰려들어 풀을 뜯어먹는 장관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주의 경우 추수감사절(11월 네 번째 목요일) 2주 전부터 사냥 시즌이 시작된다. 다람쥐, 야생 칠면조, 토끼, 사슴, 곰 등 종류별로 사냥 기간이 정해진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곰 사냥의 경우 2주간 150 달러를 내야 사냥 허가(라이센스)를 얻을 수 있다. 2주간 1마리의 곰을 잡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그 이상 잡는 것은 불법이다. 사슴은 하루에 두 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라이센스 비용은 70달러(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자기가 총으로 잡은 동물은 가죽과 고기만 가져갈 수 있다. 내장은 반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개 소각하거나 파묻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웅담’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기념용으로 보관하겠다며 떼를 써서 얻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웅담을 매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미국인들은 대개 가죽만 가져간다. 박제를 해 자기 가게나 사무실에 전시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사슴 박제 비용은 250 달러, 곰은 1,500 달러 이상 줘야 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곰 고기나 사슴 고기를 훈제 해서 먹기도 한다.



^미국인의 개 사랑은 끔찍할 정도로 각별하다(‘개 팔자가 상팔자’ 참조). 보신탕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식인종(?) 취급 받기 십상이다. 미국에서 개고기를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간혹 중남미 지역에서 밀도살된 개고기를 밀반입하거나, 한국에서 개고기를 몰래 가져다가 냉장고에 넣고 끓여먹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보신탕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사냥이다. 캐나다와 미국 중남부 지역의 일부 주에서는 들개 사냥을 허용한다. 사냥 시즌에 라이센스를 얻어 들개를 잡으면 가죽과 고기를 가져갈 수 있다. 양념을 잘 해서 끓여 먹으면 고국에서 먹던 보신탕 맛과 비슷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