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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40 (불법체류 한인들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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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구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뉴욕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12만 명. 하지만 이 곳 교민사회에선 최소 3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거주할 것으로 추정한다. 외교통상부가 각국 총영사관 관할지역 한인 수를 집계, 발표한 ‘2001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뉴욕거주 한인은 무려 52만 명에 달한다.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한 숫자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워낙 차이가 심하다 보니, 정확한 한인 숫자를 놓고 아직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두 동짜리 아파트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그래서 이 곳 교민들 중에는 ‘스태튼 아일랜드 코리언 빌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년 전 이민왔다는 한 교민은 “이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의 90% 정도가 불법 체류자다. 특히 IMF 이후 관광비자를 가지고 무작정 건너와 정착하거나, 캐나다 등을 통해 밀입국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데다, 영어가 서투르다 보니 주로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야채가게, 델리, 세탁소, 네일가게 등에서 일한다. 남편은 야채가게나 세탁소, 부인은 네일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네일가게는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업종. 원래 손재주가 좋은데다, 큰 기술이 필요없어 쉽게 적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3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주급 500(주 5일 기준) 달러와 200~300 달러의 팁(주 5일 기준)을 챙길 수 있다. 한 달이면 3,000 달러 가량 버는 셈이다. 여성의 수입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다. 물론 최근엔 불경기로 수입이 30% 이상 줄었다. 뉴욕 퀸즈에서 네일가게 두 곳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테러사건 이후 손님이 많이 줄어 종업원 근무일수를 주 5일에서 3일로 줄였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주로 취직하는 야채가게 종업원의 경우 청소하고 물건을 나르는 등 잡일이 대부분이다. 초보자들은 주급 300~400 달러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뉴욕과 뉴저지 기준). 경험을 쌓아 매니저가 되면 600~700 달러의 주급을 받는다. 생선가게는 주급 300 달러가 최저선. 3년 이상 경력자는 450 달러 안팎을 받는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찾기가 쉽지 않다.



^뉴저지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한국 사람은 초보자가 보통 주급 400 달러 정도를 요구한다. 멕시칸보다 실력이 조금 낫긴 하지만, 100 달러를 더 주고 쓸 정도의 매력은 없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생선가게들이 멕시칸을 주로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이 함께 온 경우는 뉴욕생활에 비교적 빨리 적응하는 편이다. 외로움을 덜 타는데다,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신으로 건너온 사람들은 생활이 불규칙하고 외롭다 보니, 술이나 마약 등 잘못된 길로 빠지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브룩클린의 한인 야채가게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조그만 중소기업을 경영하다 2년 전 부도를 내고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는 처음 몇 개월간 착실히 근무하며 돈을 모았다. 쉬는 날에도 갈 데가 없고 아는 사람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한인들을 하나 둘씩 사귀면서 술집을 찾는 빈도가 늘어났다. 돈을 버는 족족 술집에 갖다 바치다 보니, 요즘은 지하 단칸방 월세를 내기도 벅찬 신세가 됐다.



^그는 기자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미국에만 가면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돈을 벌긴 힘들고, 쓰기는 무척 쉬운 나라가 미국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 여건만 되면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무작정 미국에 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며 고개를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