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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41 (추수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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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11월 22~25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형 슈퍼마켓마다 칠면조 요리를 준비하려는 주부들로 만원이다. 우리 부부도 오늘 동네 슈퍼에서 18파운드(8.1kg) 짜리 칠면조 한 마리를 15 달러에 구입했다. 하지만 9.11 테러사건의 여파로, 올해 추수감사절 풍속도는 여느 해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이 “예년과 같은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우선 귀향 인파가 지난 해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동안 미 전역에서 3,400여만 명이 집에서 50마일(8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해에는 3,680만 명이 이동했다.



^승용차나 기차로 이동하는 여행객은 지난 해에 비해 1~1.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무려 20~2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각 항공사들은 운항 편수를 지난 해보다 평균 20% 정도 감축할 계획이다. 항공기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타지에서 유학중인 자녀들의 귀향을 만류, 기숙사에서 명절을 보내는 대학생도 상당수에 달할 전망이다. 컬럼비아대학은 귀향을 포기한 대학생들을 위해 위로파티를 열어주기로 했다.



^테러사건 이후 항공업계는 하루 평균 500만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관광업계의 손실규모는 더 엄청나다. 향후 1년간 430억 달러의 손실과 50만 명 이상의 인력 감축이 예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조만간 1,400만 달러를 들여 북미 지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미국 관광을 권유하는 대규모 광고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연휴기간 동안 연방정부가 공항 보안을 책임지는 만큼, 더욱 안전한 항공 여행이 가능해졌다”면서 비행기 이용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 앞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과 백악관 개방 등의 연례행사를 보안을 이유로 취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항공사와 호텔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U.S AIRWAYS는 내년 3월 31일까지 뉴욕-유럽(로마,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 왕복요금을 358 달러로 인하하는 등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승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할러데이 인 호텔, 메리어트 호텔 등은 내년 봄까지 하룻밤 가격을 내면 이틀 숙박을 보장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주요 백화점과 소매업체도 최고 75%의 할인가격을 제시하며 세일 경쟁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축된 소비심리가 금방 살아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할러데이 시즌의 혼란을 틈타 백화점 등을 타깃으로 하는 제 2의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소비패턴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