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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벤트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퍼레이드’다. 뉴욕시 집계에 따르면 매년 200만 명의 뉴욕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 퍼레이드를 지켜본다. 맨해튼 서쪽 75번가 근처에서 출발한 퍼레이드는 항상 34가 메이시(Macy) 백화점 앞에서 끝난다(퍼레이드 진행요원은 대부분 백화점 직원들이다. 물론 행사비용도 백화점측이 부담한다). 정신없이 퍼레이드를 쫓아온 시민들은 백화점 쇼윈도의 호화로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면서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크리스마스는 미국 최대의 명절이다. 미국인들이 지출하는 크리스마스 선물비용은 1인 당 평균 950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부모, 배우자, 자녀, 친척, 친구 등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사람에겐 반드시 선물을 주는 게 관행이다.
^선물 종류는 다양하다. 자동차, 보석, 가구 등 고가품부터 책, CD, 장난감 등등. TV를 켜면 남편에게서 보석이나 자동차를 선물 받은 여성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내게 영어를 가르쳤던 로라 클리맨은 부모님께 브로드웨이 연극 관람권을, 20여 명의 친구들에겐 책 한 권씩을 선물했다고 한다. 드물지만, 선물 대신 돈을 주기도 한다. 특히 멀리 떨어져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개인 수표를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족처럼 단기 체류하는 경우에도 선물 고민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이들 담임선생님과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교사, 스쿨버스 운전사 등에게도 ‘작은 정성’을 전달하기 때문이다(물론 선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녀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학교선생님 선물은 스카프, 향초, 패션 장신구, 백화점 선물카드 등 20~30 달러 정도의 물품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계 교사들은 “집에서 엄마가 직접 만든 쿠키나 초콜릿, 학생이 만든 물건 등을 받는 게 훨씬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연정이와 원석이 담임 선생님, ESL 교사, 스쿨 버스 운전사 등 4명에게 8~30 달러 상당의 물품을 아이들을 통해 전달했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이 감사의 뜻을 적은 크리스마스 카드도 동봉했다.
^과다한 연말 선물은 오히려 교사에게 부담을 주고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곳 교육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 교사들은 현금을 일체 받을 수 없으며, 100 달러 이상 상당의 선물은 교육청에 신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촌지관행’에 익숙한 일부 학부모들은 거액의 선물이나 현금을 전달했다가 망신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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