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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기49(겨울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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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겨울방학이 상당히 짧다. 뉴욕시 초, 중, 고교의 경우 겨울방학이 2주 정도에 불과하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마지막 주와 2월 하순께 각각 1주일을 쉰다. 반면 여름방학은 무려 70일이 넘는다(올해 여름방학은 6월 26일~9월 5일이었다). 놀이 공간이 제한적인 겨울방학 동안 내내 아이들 등쌀에 시달리는 한국 엄마들의 고충을 감안하면, 미국의 학제가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 초등학교의 학습량은 우리나라보다 많은 편이다. 수업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하루 6시간(오전 9~오후 3시). 점심시간 30분 가량을 제외하곤, 쉬는 시간도 없다(화장실은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과제물도 엄청나다. 3학년인 연정이는 아직 영어가 서투른 탓도 있지만, 하루 평균 3시간을 투자해야 숙제를 끝낼 수 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일정 분량의 읽기와 어휘, 수학 숙제가 할당되기 때문이다.



^3학년 이상은 거의 매일 시험을 본다. 연정이의 경우 월요일 어휘(Vocabulary), 수요일 수학(Math), 금요일 철자(Spelling), 화요일과 목요일은 과학(Science) 또는 사회(Social Study) 시험을 본다. 1학년인 원석이는 매주 철자(Spelling)와 수학(Math) 등 두 차례의 시험을 치른다. 월말고사나 기말고사 등의 시험은 없다. 다만 뉴욕시 초등학생들은 연초에 교육청이 주관하는 ‘Citywide Test’라는 시험을 본다.



^성적표는 1년에 네 차례 나온다.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미술, 체육 등 과목별로 수십 개 항목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영어 과목은 어휘력, 독해력, 발음 등으로 평가 분야가 나눠져 있다. 항목별로 1~4점을 부여한다(4점 만점). 성적표를 보면 자기 아이가 어느 부분에 취약한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품행 평가란이 별도로 있다). 총점, 석차 등은 기록되지 않는다. 영어와 수학 실력이 뉴욕시 교육청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면 1년 유급된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유난히 ‘독서(Reading)’를 강조한다. 3학년은 1년간 25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아무 책이나 읽어서는 안된다. 같은 주제나 장르, 또는 같은 작가의 책을 최소 4권 이상씩 큰 소리로 읽어야 한다. 또 책을 읽은 뒤에는 간단한 독후감이 포함된 ‘독서일지(Book Report)’를 작성해야 한다. 담임 교사는 월 1회씩 독서일지를 점검한다.



^자율적인 독서 외에 수시로 독서 숙제가 할당된다. 연정이는 1월 9일까지 마틴 루터 킹 목사 전기를 읽고 독서일지를 제출해야 한다(1월 21일이 킹 목사 기념일이다). 연정이의 겨울방학 숙제는 ‘Read Read Read 10 Books’(물론 Book Report를 내야 한다). 원석이 담임 선생님도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며 방학 동안 자녀와 함께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장하는 편지를 보내 왔다.



^우리 집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이라는 서점이 있다(맨해튼 등 뉴욕 곳곳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산재해 있는 유명 서점이다). 700~800평은 족히 돼 보이는 2층 규모의 이 서점은 1년 365일 저녁 11시(일요일은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책구경을 가면, 항상 사람들이 들끊는 것을 볼 수 있다. 뉴요커들은 놀고 먹는 데도 열심이지만, 책도 열심히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