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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 정착기 2 -초등학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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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튼 아일랜드는 이런 곳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는 뉴욕시를 이루고 있는 5개 구(Borough) 중 하나다. 면적은 155평방 킬로미터. 맨해튼 섬의 약 두 배 넓이다. 섬 한 쪽이 길게 늘어진 다이아몬드형이다. 섬의 남북은 22km, 동서는 가장 넓은 곳이 12km로 우리나라의 강화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인구는 39만8,000명(1995년 기준). 뉴욕시 인구의 5% 밖에 안된다. 인종 분포는 백인 80%, 흑인 7.4%, 라틴계 8%, 아시아계 4.6%. 한국인은 최근 인구 센서스 결과 3,4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뉴욕시 거주 한국인은 퀸즈 6만5,000여명, 맨해튼 1만5,000여 명 등 11만여 명으로 나타났지만, 불법체류자와 유학생 등을 포함하면 30여 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섬에는 16세기 백인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수 천년 동안 인디언들이 사냥과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왔다. 최초의 침입자는 1524년 이태리 사람 베라자노(Verrazano)였다. 그 후 맨해튼에 들어온 네덜란드 사람들이 영국에 항복한 후 뉴욕주의 일부로 편입됐다. 뉴욕주는 1670년 인디언들을 꼬드겨 불과 12달러를 주고 이 섬을 사들였다고 한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4개의 다리가 뉴저지와 롱아일랜드 방향으로 연결돼 있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기 전에는 10여 대의 페리(Ferry)가 사방으로 운행됐다. 맨해튼으로 가려면 부두에서 페리를 타든지, 양쪽 방향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는 요금을 받지 않는데다 바다 위에서 맨해튼과 자유의 여신상을 감상할 수 있어 뉴욕의 필수 여행코스로 꼽힌다. 뉴욕의 초창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리치먼드 타운(Richmond Town)과 스너그 하버센터(Snug Harbor Center)도 인기있는 관광코스다.









^7월 2일 아이들 손을 붙잡고 집 근처 초등학교(Public School 54)를 찾았다. 5주짜리 썸머 캠프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방학 중이라 학교앞 도로는 한산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에 아내와 나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뜻밖에도 우리 가족을 처음 맞아준 이는 경찰관이었다. 40대 여성 경찰관이 교문에 앉아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순간 미국에서 빈번하다는 교내 총기사고에 관한 뉴스가 떠올랐다. 소름이 오싹하면서 낯설은 학교가 더욱 생경하게 다가왔다.



^출입증을 받아 교무실에 들어가니 캠프 담당교사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아이들이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말을 듣자 방송으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교사를 호출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선생님’(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부른다)은 “썸머 캠프는 듣기 실력을 쌓고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이들을 위한 좋은 결정”이라고 반겼다. 등록비는 의외로 싼 편이었다(두 명에 320달러).



^우리 부부는 내심 알파벳 등 영어의 기초를 다지는 기회가 됐으면 하고 바랬지만, 프로그램은 영 딴판이었다. 주 4일(월~목요일) 하루 3시간 30분씩 진행된 수업은 그림그리기, 컴퓨터, 공놀이, 만들기 등 철저히 놀이 위주였다. 썸머 캠프 참가 인원은 총 56명. 이 중 동양계는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 3명에 불과했다. 유태인이 많이 사는 백인동네여서 한국인이 적다는 설명이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캠프를 마쳤다.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다소 가신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랄까, 영어 실력이 향상된 증거는 찾기 어려웠다.



^뉴욕의 여름은 유독 한국인들로 붐빈다. 맨해튼 거리마다 휴가를 온 직장인과 어학연수생들이 넘쳐난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한두 달 일정으로 뉴욕을 찾는 엄마들도 많다. 물론 영어교육이 목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썸머 캠프에 넣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까운 친척이 있다면 모를까, 자녀 2명과 함께 콘도나 아파트를 빌려 생활할 경우 1,000만 원은 족히 들어간다(왕복 항공료, 집 자동차 렌트비, 수업료 등).



^사립 초등학교가 개설한 썸머 캠프의 경우 등록비가 공립보다 훨씬 비싸다. 5~6주 과정에 1인 당 700~800달러는 잡아야 한다. 썸머 캠프를 찾는 한국인이 늘어나자 일부 사립 초등학교는 특별반까지 만들어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 곳 교민들은 “한국인 위주로 반을 편성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법 체류자에게도 개방된 초등학교



^드디어 오늘(9월 4일) 초등학교 등록을 끝냈다. 우리나라의 동사무소에 해당하는 지역 사무소(District Office)에 문의하니 주소지 관할 초등학교가 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Alice Austen School’이라고 알려 주었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 출생증명서(비이민 방문자의 경우 여권), 예방접종 증명서, 의료보험증(한국에서 미국계 보험회사에 가입), 재학증명서(영문), 생활기록부(영문) 등 모두 5가지. 학교에 다시 한 번 확인전화를 했다. 공과금 영수증(Utility Bill)이 더 필요하며 등록할 자녀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정문을 들어서니 두 명의 젊은 여자 경찰관이 미소 띤 얼굴로 우리 가족을 맞았다. 등록 신청서를 작성한 뒤 순서를 기다리라고 했다. 대기석에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앉아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1시간 30분 가량 지났을까, 경찰관이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우리 차례가 왔음을 알렸다.



^교무실로 들어가니 중년의 여선생님이 함박 웃음으로 환영했다. 등록 신청서와 여권, 예방접종 증명서, 의료보험 가입 여부만 간단히 확인한 뒤 유틸리티 빌을 요구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화요금 고지서를 가져 갔는데, 규정상 가스나 전기요금 고지서만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집에 다시 가서 영수증을 가져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해당 연령의 모든 어린이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물론 불법 체류자나 관광 비자로 입국한 어린이도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여권에서 신상명세만 확인할 뿐 비자 타입은 개의치 않는다. 등록 신청서 상단에는 “어린이는 인종, 성별, 시민권 등에 관계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적혀 있다.



^미국은 9월초에 학년이 시작된다. 딸 연정(8)이는 2월생이라 3학년 1학기를 다니다 왔고,

아들 원석(7)이는 1학년 1학기를 채 마치지 못했다. 미국에선 각각 3학년, 2학년에 들어갈 나이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들을 나이에 맞춰 배치할 것인가, 아니면 학년을 한 단계 낮출 것인가. 우리의 고민을 접한 선생님의 답변은 명쾌했다. “미국은 나이에 맞게 학년을 배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수업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학년간 이동이 가능하다. 연정이와 원석이의 적응 상태를 봐가며 필요하면 학년을 옮겨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