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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생활 정착기3-운전면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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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자 양산하는 까다로운 면허 제도



^‘세계 최대의 도시’라는 뉴욕이지만, 맨해튼만 벗어나면 대도시라는 느낌이 좀체 들지 않는다. 워낙 지역이 넓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만 해도 그렇다. 가장 가까운 슈퍼가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다. 은행은 20분, 우체국은 4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자동차가 필수품일 수밖에 없다. 집을 구하고 전화, 전기, 가스, 은행계좌 개설 등을 마치고 나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다음 도전은 운전면허 시험. 7월 17일 운전면허를 신청하러 교통국(DMV)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아는 분의 차를 빌려타고 다녀야 했다.



^미국은 운전면허 제도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상당수 주에선 국제운전면허증을 1년간 인정해 준다. 하와이주는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국내 면허증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뉴욕주는 입국 후 1개월 까지만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한다. 물론 국내 운전면허증은 무용지물이다.



^문제는 한 달 안에 뉴욕주 면허를 따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면허를 따려면 필기시험비디오 교육 이수실기시험(Road Test)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필기시험 응시 자체가 무척 까다롭다. 필기시험에 응시하려면 6점의 자격조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여권 3점,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2점, 은행 직불(ATM)카드 1점, 공과금 영수증 1점, 미국 의료보험 1점 등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 달만에 6점을 따기란 쉽지 않다.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의 경우 외국인이 사회보장번호를 신청하면 보통 4주 정도 지나야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공과금 영수증도 전기나 가스를 개설한 후 한 달 이상 지나야 날아 온다. 자격을 갖춰 필기시험을 본 다음에는 비디오 교육(5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이수증이 있어야 전화(ARS)로 실기시험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부터 지루한 기다림이 또 시작된다. 응시자가 밀려있다 보니 맨해튼 지역은 8주, 스태튼 아일랜드는 4주 정도를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총 비용은 약 80달러.



^이러다 보니 운전면허를 따려면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된다. 뉴욕 도착 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무면허 운전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물론 교통 경찰관에게 걸리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사고를 낼 경우엔 상황이 복잡해 진다. 경고장을 받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성질 고약한 경찰관에게 걸리면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로 연행될 수도 있다.



^이렇듯 뉴욕주 운전면허를 따기가 까다롭자 여러 가지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계 운전학원들은 응시자의 주소를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주로 옮기는 수법을 주로 이용한다. 뉴저지주는 당일 면허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국제운전면허증 소지자가 필기시험에만 합격하면 운전면허증을 즉시 발부한다. 이처럼 쉽게 취득한 뉴저지주 운전면허증을 뉴욕주 교통국에 제출하면 뉴욕주 운전면허증으로 바꿔준다. 운전학원은 보통 120달러를 수수료로 챙긴다. 하지만 최근 히스패닉이나 동양계 운전면허 응시자들이 국제운전면허증을 위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뉴저지주도 운전면허 제도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