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끊긴 페리 부두에서
^사건 발생 30시간이 지난 오후 3시(이하 뉴욕 시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맨해튼 하늘 위로 검은 버섯 연기가 피어 오른다. 뱃길 끊긴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로어 맨해튼 건너편의 섬) 페리 부두에서 바라 본 맨해튼은 자욱한 연기와 먼지로 뿌옇게 흐린 모습이다. 페리로 20분이면 닿는 거리, 평소 손에 잡힐 듯 선명하던 ‘메트 라이프 빌딩’이 보일 듯 말 듯 아련하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미국 경제의 상징이자,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중심이다. 뉴저지, 브루클린, 스태튼 아일랜드 등 어느 쪽에서든 방향을 잡아주는 이정표였다. 아무리 강한 지진과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는 30억 달러 짜리 초현대식 빌딩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다니. 부두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려 나와 하룻만에 바뀐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믿어지지 않는 듯 안타까운 표정들이다.
^평소 맨해튼을 오가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던 부두엔 경찰관만 가득하다. 적십자사가 부두 맞은 편 고등학교에 개설한 ‘긴급 피난처’엔 부상자를 실어 나르는 앰뷸런스들이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한 경찰관에게 페리 개통 시점을 묻자, “나도 잘 모른다. 다리로 우회하라”는 답변 뿐이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는 사고 현장인 로어 맨해튼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한동안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두 곳곳에는 경찰관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화장실이나 물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시민들의 안내문이 빽빽하다. “비극의 희생자들이 여러분의 피를 필요로 한다(Victims of tragedy need your blood.)”는 헌혈을 호소하는 안내문도 곳곳에 보인다.
^이 곳 신문의 1면 헤드라인 제목(‘이제 전쟁이다’)을 반영하듯, 시민들 표정에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돈다. 건물과 주택에는 조기를 게양한 곳이 눈에 많이 띄고, 성조기를 단 자동차도 간혹 보인다. 주요 방송들은 사태 수습의 분위기를 잡아가면서도, 철저한 조사와 응징을 다짐하는 워싱턴 분위기를 수시로 방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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