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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영어 공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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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가면 영어가 늘 것이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하지 않았었다. 나이 들어서 미국 가면 평소 영어
실력의 1.1배 정도만 늘어서 온다는 말도 들었었다. 그런데, 오히려 퇴화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난 1년간 부족한 영어로 재무, 회계, 통계 등의 과목을 패스하자니 수업 따라가기 급급했다. 관련
분야에서 온 한국 동기들한테 도움을 많이 구하다보니 주로 그들하고 어울리게 되었다. 팀 프로젝트
때문에 외국인 동기들하고 ‘강제로’ 영어로 말할 때 빼고는 자연히 영어 쓸 일이 줄어들었다.

우리 대학원(컬럼비아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시스템에서는 나처럼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2년 동안 20번의 무료 1:1 영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지난 학기에서야 비로소 여유가 생겨 52세
의 아줌마 튜터에게 5번 정도 수업을 받았다. 말이 아줌마지 커리어는 화려하다. 컬럼비아대 졸업하
고 와튼 스쿨을 간 뒤 J.P. Morgan에서 일하면서 재무 분야에서 부사장까지 하셨다. 몇 년 전엔 컬럼
비아 TC(Teacher’s College)에서 영어 교습 자격증까지 따셨다. 그러나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 분도
좀 쉬시고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돈 적게 들이고 영어 배울 데가 없나 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본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뉴욕 공공도서관 무료 영어 프로그램

약자로는 NYPL(The New York Public Liabray). 집에서 가장 가까운 뉴욕 공공도서관에 신청하면 된

다. 올해 같은 경우 여름 프로그램은 7/25-8/21, 가을 프로그램은 9/26-12/18에 있다.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수업 2주 전에 열리는 인포메이션 세션에 꼭 참석해야 한다.

2) Meetup 활용

Meetup 사이트 들어가서 키워드로 ‘Manhattan’, ‘Free’, ‘English’를 넣어 검색하면 여러 개의 영어

공부 모임이 뜬다. 나는 영어 사용자와 한국어 사용자가 만나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 주는 모임에 나

갔었다. 참석자들은 주로 20대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배우려는 열의도 강하고 피차 서로의 언어

에 서툰 처지다보니 덜 부끄럽고 서로 잘 도와주는 분위기다.

3) Columbia University’s Community Impact

이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의 자기계발을 위해 컬럼비아 대학이 주관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그 중
하나가 12주 짜리 ESOL(English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침

수업은 12:00-14:00, 오후 수업은 4:10-6:00, 저녁 수업은 18:30-10:30이다. 나는 반 편성을 위한 시험
날짜까지 잡았었다. 이 때 조금 마음에 걸렸던 게 이 프로그램이 약간 저소득층을 위한 것 같아서 내
가 자격이 되나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계획 때문에 반 편성 시험도 보지 않았다.

4) Columbia TC(Teacher’s College)의 Community Language Program

TC는 미국에서 매우 유명한 사범대이다. 내 대학원 동기의 부인이 미국에 오자마자 이곳을 다녔는데
학생 수가 5~6명 정도였고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유료 프로그램.
예) 봄/가을 학기 : 10주 교육, 1주에 6시간, 400달러

5) Netflix 가입

그 흔해빠진 미드도 많이 안봤던 나. 그래도 서울에 있을 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House of Cards’를 즐겁게 본 나는 시즌 4가 올라오자 마자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거의 사흘 만에 ‘몰아보기

(Binge Viewing)’를 해서 13개의 에피소드를 다 봤다. 놀라운 것은 새 시리즈였는데도, 한국시장 진출

과 맞물려서 그런지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 것. 이 드라마는 내용이 궁금해서 본 것이고, 내 주변의 토종

한국인 동기가 미드의 시작은 ‘프렌즈’라기에 프렌즈부터 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Orange is the

New Black’ 등 히트 친 자체 제작 시리즈도 많지만, 왠만큼 유명하다 싶은 드라마나 영화는 다 갖추고

있다. ‘How I Met Your Mother’, ‘The Office’ 처럼 영어 공부용으로 흔히 애용되는 드라마부터 ‘CSI’, ‘NCIS’, ‘Law Order’ 같은 범죄스릴러물, ‘Gossip Girl’, ‘Glee’, ‘The West Wing’ 등 정말 풍요로운 드

라마, 영화의 보고다.

이 밖에도  Meetup이나 구글에서  잘 찾아보면 개인이 자원봉사하는 차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곳도
있다. 나는 맨하탄 위주로 알아봤지만 맨하탄 이외의 뉴욕 지역에도 이같은 모임들이 있다. 이도 저도
번거롭다면 캠블리(Cambly) 화상 영어를 추천한다. 튜터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남아공 등 영
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당장 연결 가능한 튜터의 명단이 뜬다. 나는 튜터의 프로필을 눌러봐서
거주지역이 ‘북미’일  때 연결했다. 방학을 맞아 게을러진 나에겐 이 방법도 한 달 밖에 못갔지만, 영어

에 갈급한 차기 뉴욕의 연수자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