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3달러 밑으로 예약 없이 타며 놀기 3선
뉴욕 도심. 사진 Pixabay
이곳 뉴욕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 “한국에서 왔고요. 1년 있다가 갈 예정이에요.”
상대방: “그러시군요. 환영합니다. 지낼 만 하신가요.”
나: “물론이죠. 물가 비싼 것만 빼고는…”
상대방: “하하하.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서울지하철 기본요금이 1350원이죠. 뉴욕 지하철 요금은 2.75달러(2021년 12월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3300원 정도 되네요. 물건이나 서비스 요금이란 게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도시를 겪어보는 입장에서 대충의 체감 물가는 딱 이정도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나름 저렴한 즐길 거리가 있는지 찾아보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곳 박물관ㆍ미술관ㆍ동물원ㆍ식물원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 예약을 하거나 뉴욕 거주 증명서를 내면 할인 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지만, 연수나 휴가 중 한두 번 들르시는 분들 입장에선 혜택을 얻기가 번거로운 일이죠. 그래서 예약 없이 즐길 수 있는 탈 거리를 딱 3개만 꼽아봤습니다. 그것도 3달러 밑으로 즐길 수 있는 것으로요.
사진 위키피디아
1.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The Staten Island Ferry)
-가격: 공짜
-가는 법: South Ferry(1호선) 또는 Bowling Green(4ㆍ5호선) 또는 Whitehall St South Ferry(R호선) 역에 내리면 됩니다. 구글맵에 주소 4 Whitehall Street New York NY 10004를 찍으세요.
자유의 여신상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유람선입니다. 뉴욕시에 딸린 스테이튼 섬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위한 무료 배편인데, 관광객도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30분에 한 대씩 그것도 24시간 운영하니 편한 시간에 방문해서 타시면 됩니다. 월스트리트 황소와 겁 없는 소녀를 한껏 구경하신 뒤 항구로 걸어가보시죠.
운항 시간은 25분 정도. 내리자마자 다시 돌아와도 누가 뭐라 그러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즉시 시내로 복귀를 원하는 승객을 위한 안내 방송까지 나오니까요. 시간이 좀 있으시다면 스테이튼 아일랜드 박물관(Staten Island Museum, 추가 비용)이나 그린벨트(Greenbelt) 숲에서 트레킹을 해보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사진 Pixabay
2. 루즈벨트 아일랜드 트램(Roosevelt Island Tramway)
-가격: 편도 2.75달러
-가는법: 구글맵에 254 E 60th St, New York, NY 10022를 찍으세요
뉴욕의 ‘남산 케이블카’. 뉴욕 맨해튼섬 동쪽강에 있는 루즈벨트섬 주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인데, 역시 관광객도 탈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뉴욕 동북부의 빌딩숲을 관람하시고, 멀어져 가는(복귀할 땐 가까워져 오는) 센트럴파크도 한번 쳐다보세요. 그리고 꽉 막힌 맨해튼 찻길 위를 지나 강을 건너는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몸싸움을 예상하시겠지만, 대부분은 다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분들이라 무덤덤합니다. 그저 일찍 집에 가고 싶은 분들이 다수.
이 케이블카 요금은 뉴욕시 교통카드로 결제합니다. 주간 교통카드(33달러) 등 무한리필 티켓을 미리 끊으셨다면 추가 요금 없이 이용 가능하다는 얘기. 루즈벨트섬에 내리면 공짜 셔틀버스가 있으니 역시 이용하시면서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보세요.
이 섬엔 북한 외교관 10여명과 그 가족이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1991년 북한의 유엔 가입 당시, 주유엔 북한 대표부가 있는 맨해튼 도심보다는 임대료가 싸고 보안이 수월한 외진 동네로 이곳을 택해 3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강아지와 함께 있는 동양인이 한 명 저와 눈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제가 탄 차량엔 타지 않고 다음 차를 기다리는 모습도 제 나름의 경험. 중장기로 머무는 한국인이 이 섬에 주거지를 구하면 뉴욕총영사관에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이 면담을 요구한다는데 이 얘긴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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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뉴욕시 페리(NYC Ferry)
-가격: 편도 2.75달러
-가는법: FDR Drive &, E 34th St, New York, 10016가 대표적. 구글맵에서 ‘NYC ferry’를 찍으면 선착장 모두 확인 가능합니다.
강 위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맥주 한잔. 최소 45달러씩 내고 타야 하는 관광객용 유람선을 찾아가서 큰 돈 쓰지 마시고, ‘시립 유람선’을 타보세요. 강으로 둘러싸인 맨해튼 섬으로 출퇴근하는 뉴욕 시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이지만, 역시 관광객도 탑승 가능합니다. 배 위에 관광객용 의자가 쭉 마련돼 있으니 실제 관광용 유람선과 다를 것도 없어요.
술이요? 배에 타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선실 매점에서 생맥주ㆍ캔맥주를 주문하십시오. 물론 이건 추가요금이 들죠. 그리고 배 위로 올라가 강바람을 쐬며 그 맛과 향을 즐기면 됩니다.
‘이왕 뉴욕까지 놀러간 거 돈 좀 써보자’고 하실 분도 많으시겠지만, 돈도 아끼고 남들 모르는 재미를 느끼는 데 관심 있으신 분들에겐 경험을 감히 권합니다. 뉴욕시 페리는 교통카드가 아닌 별도 결제가 필요합니다. 2021년 12월 기준 요금이니까 가격 변동 여부는 사전에 체크하세요. ”즐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