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 10여개월 동안 미국 정부에 낸 자동차 벌금만 800달러에 달합니다. 한 건이 500달러였지요.(집사람은 지금까지 200달러로 알고 있습니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 숨겨왔는데 이제 들통이 나게 되겠군요. 한 차례 또 경을 치겠지만 뒤에 오실 연수생 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미국 도착 보름여 만에 간신히 살 집을 구한 저희 가족은 그 기념으로 Niagara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차가 없던 때이니 렌터카를 했지요. 저희 집에서 7~8시간 가량 운전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잘 구경하고 돌아오던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군요. 뉴욕주 어디에선가 속도를 좀 냈던 모양입니다. 용인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한 저로서는 과속이 가능할 때 하지 않는 걸 거의 ‘죄악’으로 여기던 습성이 여전했으니까요. 패트롤이 따라 붙더군요. 아주 잘 생긴 경찰이었습니다. 60마일 존에서 86을 기록했습니다. 빗방울을 맞으며 담배까지 꼬나물고, “미국 온 지 얼마 안 돼 몰랐다, 트럭을 피하느라 그랬다, 애들이 좀 아프다…” 별 소리를 다 지어냈지만 별무소용.
집에 와서 고지서를 찬찬히 뜯어본 뒤(빗물에 젖어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해당 법원에 ‘탄원서’를 썼습니다. 한창 애들 학교다 뭐다 정신이 없을 즈음 법원으로부터 고지서가 왔는데 ‘이유 불문’ 200달러였습니다. 아직 면허증이 나오기 전의 기록이라 ‘떼어먹을까?’ 집사람과 잠깐 고민하다가 냈지요.
다 잊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이번에는 뉴욕주 DMV로부터 고지서가 왔습니다. 2006년부터 법이 바뀌어서, 과속 벌금과는 별도로 추징금을 또 내야한다는 겁니다. 이 추징금은 ‘안전한 운전문화’의 정착을 위해 쓰인다는 친절한 안내글과 함께. 100달러씩 3년 분납하거나 300달러 일시불 완납을 하라는 겁니다. 집사람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눈물을 머금고 300달러를 내버렸습니다. 미국의 안전문화 정착에 적잖은 일조를 한 거지요.(지금은 몹시 후회가 됩니다. 그냥 100달러만 내고 귀국하면 되는 거였는데 말입니다)
미국에 오시거든 다른 건 몰라도 절대 과속은 하지 마십시오. 벌금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5월의 오늘 아침에도 또 과속이 걸렸습니다. “애가 발목을 다쳤다, 빨리 가야한다, 집에 영어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별별 소리를 다하며 마치 ‘슈렉 2’의 고양이 마냥 불쌍한 표정까지 죽어라 지어냈더니 경찰관 왈, “다들 그런 소릴 한다. 네 아들과 통화를 해야겠다. 지금 티켓을 떼면 20달러지만, 네 말이 사실과 다를 경우 페널티가 붙는다”고 일갈하더군요. 한번 뱉은 말인데 번복할 수 없어서 “한국인은 거짓말 같은 건 안한다”고 맞받으며 “애는 전화가 없다”고 했더니, 가차 없이 티켓을 떼더군요. 별 것도 아니었습니다. 40마일 존에서 57였으니까요. 매달 말이 되면 ‘실적’을 위해 얘들도 숨어서 아예 작심하고 잡습니다.
하도 열이 받아서 “결국 발부할 거면 빨리나 할 것이지 우리 애가 다 죽어가는데 웬 지랄이냐”며 시비조로 나가며 “네 이름이 뭐냐, 법원에 호소하겠다”고 했더니 싸늘하게 자기 아이덴터티 번호는 티켓에 적혀 있다고 뱉더군요. 이번에 다시 확인했지만 저는 정말 이탈리아 계통하고 안 맞습니다. 집에 와서 확인하니 100달러(!) 짜리였습니다.
그 외에도 아파트 입구에 Fire Lane이 따로 있는 걸 몰라서 29달러(얘들은 꼭 19, 29, 59 이런 식으로 나갑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지요. 이하에서는 그냥 10단위로 표기하겠습니다), 동네 공원에 세운 뒤 쿼터 바꾸러 간 2분 만에 ‘무단 주차’로 20달러, 워싱턴에서 선 밖에 세워 놓았다고 20달러, toll에서 EZ Pass 존으로 잘 못 들어간 게 2차례 30달러씩, 분명 Cash toll로 갔는데 돈 받는 인간이 없어 그냥 지나갔더니 또 30달러. 집사람이 애들 학교 갈 일어 있어 동네 지정 주차구역에 세워 놓았는데 2시간 넘었다고 20달러…
두 번은 ‘위기’를 넘긴 적도 있습니다. 지난 겨울, JFK 공항을 처음 차를 몰고 혼자 가던 날 아차하다 또 EZ Pass 존으로 들어가고 말았는데, 뒷 차들이 지랄을 하건 말건 경찰을 부르고 온갖 읍소를 다해서 모면.
장인 장모 골프장 모셔 드리던 날, 아파트 바로 앞 Stop 사인에서 그냥 지나치다 잡혔는데, 장인이 아파서 병원에 가던 길이라고 주장했더니 예의 “누구나 다 그렇게 얘기한다”면서도 봐준 적도 있습니다. 두 분 다 챙 넓은 피크닉 캡을 쓰고, 화사한 운동복 차림이었는데도 모른 척 해주더군요. 이탈리아계 아닌 아일랜드계 백인이었습니다.
주절주절 하소연하다보니 갑자기 경부고속도로가 그립군요. CC TV 위치만 확인하면 얼마든지 내달릴 수 있는 그 넓은 도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