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준비할 당시를 되돌아보면 역시 `집’에 대한 조언이 연수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도쿄에 와서 외국인등록증을 만들고, 통장이나 핸드폰을 개설하는 등의 준비는 다소 귀찮더라도 결국 다 해결이 되더군요. 하지만 연수기간 1년 동안 살 집은 시키킹(보증금), 레이킹(집주인에 사례금), 중계수수료 등 다 지불하고 계약기간 동안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한번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온 경우는 집에 불만이 있으면 생활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대학에서 제공해준 방문연구자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여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 소개합니다.
◆”집 잘 골라야 한다. 아니면 정말 고생한다.”
저보다 앞서 도쿄에서 연수한 A선배는 `집’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재단에서 연수가 확정되고 이것저것 준비하던 참이었습니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자 `집’ 얘기를 꺼낸 것입니다.
A선배의 경우 일이 바빠 도쿄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고, 도쿄의 지인을 통해 집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월 20만엔(약 280만원) 가량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생활비를 절약하더라도 집은 괜찮은데 살자”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하철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여서 학교 다니기 편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우선 월 20만엔의 월세(야칭).
월 20만엔을 지불하더라도 재단 연수비와 회사 월급이라면 도쿄생활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도쿄에 와서 보니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고 생각지 못한 지출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20만엔이라면 더 나은 조건의 집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더 낮은 월세로도 이 정도의 집은 구할 수도 있었는데’ 하며 `좀 아깝다’고 후회도 들었다고 합니다.
월세 뿐만 아니라 집의 위치도 불만이었습니다.
지하철 5분 거리라고는 하지만 도쿄의 메인 지하철인 JR야마노테선(山手線: 서울의 2호선처럼 도쿄를 순환하는 노선)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환승하고 학교까지 가는데 족히 1시간 이상 걸려 힘들었다고 합니다.(게이오대학은 야마노테선 미타역에 위치함. 도쿄의 주요 지역- 신주쿠, 시부야, 도쿄역 등 – 들은 대부분 야마노테선임)
도쿄는 대중교통 비용도 서울보다 비쌉니다.
지하철 최저 기본 요금(한 정거장 이동)이 130엔(약 1800원)이고 이동거리가 멀수록 비용이 높아집니다. 20분 정도 타면 190엔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지하철 노선별로 운영회사가 달라 환승시 티켓도 다시 끊어야 합니다.(참고로 택시 기본 요금은 710엔. 30분 가량 달리면 3000엔 – 약 4만2000원 – 가량 나옴) 환승을 해서 학교를 오가면 몸은 피곤하고 매달 교통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다른 B선배의 경우 `일본은 추우니까 꼭 전기장판’을 가져가라고 권했습니다.
이 선배가 살던 집은 겨울에 난방을 켜도 추워서 가족이 추위에 떨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전기장판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꼭 한국에서 110v 겸용 전기장판을 가져가라고 조언했습니다. B선배의 경우는 인터넷을 통해 집을 알아본 뒤, 금요일 일본을 방문해 직접 집을 살펴보고 계약했다고 합니다.
◆연수자용 숙소 어떤 곳일까
집에 대해 고민하다가 저는 연구소에 숙소를 신청했습니다.
방문 연구자가 지내는 숙소가 어떤 모습인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빈 방이 있어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연구자가 지내는 숙소는 어떤 모습인지 설명하겠습니다.
처음 숙소(레지던스)를 신청하고 내부시설이 어떤지, 게이오대학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모두 학부와 대학원생들을 위한 기숙사(寮:료) 안내 뿐이어서, 결국 모르는 상태에서 도쿄에 왔습니다. 대학 도착해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등록하면, 국제센타 생활지원과로 안내해 줍니다. 여기에서 기숙사 안내와 방 안내를 받았습니다.
숙소는 대학 바로 뒤 도보 5분 거리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합니다. 통학에 따른 교통비는 크게 절약됩니다. 3층 빌라 형태로 1층은 대학출판사가 사무실로 쓰고 있으며 2~3층에 방문교수와 연구원들이 지냅니다.
방에 들어서면 우선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의 일반 가정집은 우리나라보다 좁은 편입니다. 일반 집을 구한 연수자들에게 물어봐도 한결같이 `좁다’는 얘기를 합니다. 1인실 방은 대학가 원룸(약 7평 안팎)과 비슷한데, 2인실이나 가족실은 이보다 2~3배 정도 넓이로 내부에 별도 방도 있다고 합니다.
시설은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서 따로 장만할 게 없었습니다.
침대와 식탁, 책상, 세탁기와 빨리 건조기, TV, 전자렌지, 전기스토브, 토스터, 다리미, 다리미판, 진공청소기 등 모든 시설이 다 갖춰져 있습니다. 침대에 이불과 베개도 있습니다. 물론 욕실에 튜브도 있습니다. 저는 도쿄에서 전기밥솥 하나 샀을 뿐입니다. 이미 개통된 전화기(NTT:물론 사용하면 비용 내야 함)도 있고 인터넷선도 연결돼 있습니다.
입주자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70%(타 재단 통해 온 기자와 대학교수, 공무원 등)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외 중국인과 미국인 등 방문교수,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입주자들이 다들 조용한 편이어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릅니다. 우편함에 이름 보고 `아 내 옆방에 미국인이 있겠구나’ 알았습니다.
월세는 매달말 국제센타 생활지원과에 납부하는데, 1인실은 7만6000엔 납부합니다. 2인실 가족실은 9만~10만엔 정도라고 합니다. 전기세, 수도요금, 인터넷선 사용료 등은 별도로 납부하는 게 없이 월세에 모두 포함됩니다.
◆수고와 비용 절약할 수 있어
한번은 빨래 건조기가 고장 나 사무실에 얘기했더니, 다음날 제가 없는 낮 시간 동안에 고쳐 놓았더군요. 방문 앞에 `안 계셔서 열쇠로 열고 들어갔습니다. 새 부품으로 바꿔서 잘 작동됩니다. 다른 불편 있으면 또 연락주세요’ 하고 친절하게 메모가 붙여 있었습니다. 물론 수리비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한번은 일반 집에 거주하는 연수자분이 화장실 변기에 물이 새서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집 주인에게 말했지만 차일피일 수리를 미뤄 결국 본인이 고쳤다고…
게이오 뿐만 이나라 도쿄의 주요 대학이 방문연구자를 위한 숙소가 별도로 있습니다. 다만 학기 시작 임박해서 신청하면 방이 없을 수도 있으니 신청을 하려면 가능한 빨리 얘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수기를 쓰다보니 마치 마치 부동산 기사처럼 돼 버렸네요. 요약하면 제 경험상 연수자 숙소(레지든지)에 입주하게 되면 많은 수고와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집 때문에 짜증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참, 전기장판 가져왔지만 방이 따뜻해 이번 겨울에 쓸 일이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