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날이 7월30일이니 이곳(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도착한 지도 벌써 거의 한달이 다 됐다.그동안 아파트 계약에서부터 운전면허증(지금은 아직 가면허(temporary license)다)과 social security number 취득,은행계좌 개설,가구나 주방등 가재도구 구입,내 대학 수강준비,아이들 학교입학절차 등 정착에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연수를 준비중인 다른 기자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빨리 정착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앞으로 몇차례에 나눠 체험기를 보낼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문희수 차장
*공항에서=해외연수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천공항에서야 모르면 묻고 어려운 것은 항공사에 부탁하고 해서 풀면 되지만 미국에 도착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한 부분까지 내 손으로 처리해야 된다..
나는 미국 중서부의 덴버에 있는 콜로라도대학(University of Colorado at Denver) 입학허가를 받아 KAL편으로 LA공항에 내려 현지항공편으로 덴버로 가는 노선을 택했다(2년전만 해도 덴버 직항편이 있었는데 IMF이후 폐지됐다고 한다).
LA공항에 도착해서 덴버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4시간밖에 여유가 없었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 입국심사때부터 가슴을 졸이고 줄을 지어 서있어야 했다.내 것과 식구들(처와 아이 2명) 입국심사서류및 세관신고서를 보고 또 보고 하고 있자니 할머니 공항직원이 사람이 많이 몰려 있자 “F나 J 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1번 창구로 가라”고 했다.얼른 줄을 옮기니 세번째가 됐다.“짐 심사가 까다롭다고 하는데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1번 창구 흑인 직원이 “Next”라고 한다.얼른 서류를 내미니 ”J비자는 이쪽이 아니라 7번 창구“라고 하지 않나? 그쪽은 줄이 몇겹인데..급한 김에 “할머니 직원이 이쪽으로 가라도 했다”고 했더니 7번으로 가라고 막무가내다.난감해 하고 있는데 내 뒤쪽에 있던 동양계 학생들이 ”맞다.그 직원이 이쪽으로 오라고 했다“고 응원하니 어쩔 수없다는 듯 서류를 처리해줬다.J비자서류(IAP66)만 볼 뿐 처나 아이들에겐 뭐라고 한마디도 묻질 않았다(아이들이 영어를 못해 내심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었다).심사를 마치고 IAP66 붉은색 서류에 입국날짜를 찍은 뒤 내게 내준다(이 서류는 여권보다도 중요한 신분증명서 내지 미국체류허가증으로 이것만 있으면 연수기간인 1년동안 캐나다나 멕시코등 인접국가는 물론 한국을 포함해서 외국을 오갈 때 별도의 비자가 필요없다.지금 내 지갑 가장 깊숙한 곳에 잘 보관돼있다).
다음은 짐 통과다.짐을 찾은 다음(이민가방을 포함한 가방 9개가 나오는 트랙이 2개여서 왔다갔다하면서 찾느라 30분 이상은 걸렸다(가방은 1인당 2개(1개 무게한도는 32kg)지만 인천 또는 김포공항에서 짐을 붙일 때 직원에게 잘 얘기하면 가방 1개 정도는 봐준다 -_-).문제는 짐을 통과시키는 세관절차다.9-11사태 이후 국적을 불문하고 가방을 다 열어보라고 요구받기가 일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어떤 경우는 한국에서 된장을 갖고 간 할머니 한 분이 LA공항에서 공항직원이 된장을 열어본 것은 물론이고 작대기같은 것으로 된장을 휘젓는 바람에 한국말로 “먹는 것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바탕 싸웠지만 별 수가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가방이 무겁기도 했지만(가져올 수 있는 것은 다 가져오라고 덴버에 유학중인 분이 말씀하셔서 나와 처는 손가방이 2개씩이었다.현지에서 지내다보니 과연 그말대로 무조건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은 다 소용이 되고 있다)지인 한분이 포터를 불러 짐을 운반하면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 말을 떠올려 포터를 두명 불러 검사대로 갔는데,정말 검사없이 그대로 검색대를 pass through하는데 성공했다!1인당 20달러씩 40달러나 들었지만 어디 그게 문젠가?짐을 풀었다가 다시 싸고 하다가 비행기를 놓쳐 애를 먹었다는 사례가 적지않은데.입국때 날씨는 덥지만 가급적 양복을 차려입는 것도 눈에 보이지않는 요령이다.이곳은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회사원을 포함해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또 하나 유념할 점은 현지 정착과정에서 현금 쓸 일이 많아 대부분 2만-3만달러 정도를 갖고 가는데 세관신고서에 1인당 1만달러 미만으로 기재해야한다는 것이다.법적 현금소지 한도가 1인당 1만달러 미만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재하면 절차상 공항 직원이 확인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른다.직원들 대부분이 실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의 얘기이고 보면 현금소지액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같다.
검색대를 빠져 나온 다음 짐은 자동으로 트랙을 타고 연결항공편으로 옮겨지게 돼있다. 현지 항공 카운터는 3번에 있어 그쪽으로 이동해야했는데 셔틀버스를 탈 필요가 없을 만큼 가까워 걸어서 갔다.현지 항공 티켓팅에서는 창구직원이 아이들에게 “누가 너에게 뭘(마약등등) 가져가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느냐”고 직접 물어본 것(먼저 한글로 보여준다음 영어로 물었다)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
*정착에 필요한 절차=나는 아파트 계약-운전 임시면허증-은행계좌 개설-social security number(이하 ssm으로 약칭) 취득 등의 절차를 밟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면허증이다.이곳 생활에 필수적인 신분증명서이기 때문이다.
먼저 아파트는 먼저 덴버에 와서 연수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의 도움이 컸다.당초 경비절감과 인터넷 등의 이용편의를 위해 기숙사에 입주하려고 했지만 출국하기 바로 전에 알아본 결과 입주날짜가 빠르면 9월 늦으면 12월이라는 답변을 받고 기숙사를 포기했다.아파트 계약은 출국하기 전 한두달 전부터 교섭했기 때문에 이곳에 도착한 7월30일 하루만 여관 신세를 지고 바로 다음날 계약할 수 있었다.나는 덴버시 북쪽 외곽에 있는 Broomfield시에 있는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미국 경기가 나빠 월세금을 한달반 어치 할인받았다.한달분 웰세금만큼은 나중에 집을 비울 때 수선비등의 용도로 deposit하도록 돼있는데 이 액수는 이런저런 핑계로 되돌려받지 못하는게 상례라고 한다.
다음은 운전면허증.국제면허증은 발급받아 갔지만 이곳에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못한다.통상 2-3개월은 인정해준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교통경찰이 한국의 국제면허증을 잘 모르는데다 거주지(내 경우는 콜로라도주) 경계를 벗어나면 거의 소용이 되지않는다고 한다. 면허증 발급절차는 간단했다.license office에 가서 필기시험을 치르면 바로 10달러를 받고 사진촬영한 뒤 플러스틱 가면허(temporary)카드를 내준다.필기시험은 한글로 치렀는데 25문제중 22개 이상을 맞추면 통과다.현지 한인상점에 가면 한글로 된 기출 운전면허시험문제지를 구할 수 있는데 이것만 잘 외우면 시험은 쉽다.나는 처와 함께 시험을 봤는데 두 개 틀렸고 처는 세 개 틀렸다.이 가면허증은 정식면허소지자가 동승하는 조건으로 9개월동안 사용할 수 있는데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등의 사고만 치지않으면 보자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운전면허증이 중요한 것은 여기에 이름과 주소가 기재돼있어 일종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은행이나 학교 등에서 이러저러한 절차를 밟거나 costco나 safe way 같은 쇼핑센터에서 쇼핑카드를 만들 때도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정식면허냐 임시면허냐 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는다.
은행 계좌 개설은 좀 어렵다.나는 first bank에 계좌를 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측이 1년 정도의 단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계좌를 만들어주지 말라는 본사의 방침이 내려왔다고 해서 애를 먹었다. 아마도 9-11 사태의 여파인 걸로 보인다.나는 visiting researcher임을 입증하는 IAP66의 붉은색 서류(LA공항에서 입국날짜를 찍은 서류)까지 제시해서 1시간 넘게 걸려 겨우 계좌를 텄다.그것도 나중에 ssm을 보낸다는 조건이었다.한국에선 도장만 있으면 5분안에 이자까지 주는 계좌를 열어주는데 말이다.은행 계좌는 중요하다.이 계좌가 있어야 한국에서 송금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돈이 들어있는 계좌와 연결해서 개인수표(체크)를 쓸 수 있다.나는 사정이 있어 한국에서 사용해왔던 visa카드와 체크를 병행해서 쓰고 있지만(이곳에서 한국에서 썼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결제대금에 대한 환율에서 손해를 보게되고 한국내 결제계좌에 돈이 계속 들어있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따른다)이곳에선 특히 외곽지역일수록 신용카드를 받지않는 상점 또는 주유소가 적지않아 개인체크 사용이 일반적이다.물론 현금만 받는 곳도 있지만.
ssm은 원래 연금생활을 하는 노인이나 저소득층의 건강관리와 생활보조금 지급 등을 위한 일종의 신분증명이다.그런데 외국인의 경우 이것을 받으려면 이민국 심사를 거치게 돼있어 심사과정에서 꼬투리를 잡히면 애를 먹게 된다.ssm office는 덴버시내에 있는데 전화로도 예약을 받는다.나는 직접 방문해서 신청서를 줄을 서서 30분만에 sop고 2주일 후에 집으로 우편으로 받았다.ssm이 있어야 대학 foreign student office에 가서 신고를 하고 대학등록을 할 수 있고 학생증(내 경우는 temporary faculty)을 발급받을 수 있다.은행에도 보내야하고,이런저런 카드를 발급받는데도 ssm을 기재하도록 요구받는다(아마도 외국인이어서 그런 것같다).
다음은 아이들 초등학교나 중학교 입학과 관련된 절차,TV와 전화가입(나는 Qwest와 계약했는데 이 회사 CEO가 주가조작과 관련돼 문제가 생겨서인지,미국의 민원처리절차가 생각과 달리 ‘만만디’여서인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을 통해 싸워서 1주일만에 전화를 개통할 수 있었다),레크레이션 활동 등에 관련된 것인데 글이 넘쳐 다음에 보내도록 하겠다.
**콜로라도대학은 미국 중부지역내에선 손에 꼽히는 주립대학으로 캠퍼스가 Denver,Boulder,Colorado Srpings 등 5개가 있는데 덴버캠퍼스는 덴버 시내에 있다. 보울더r 캠퍼스는 가장 오래 되고 아름답고 교민과 유학생도 많은데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유학생은 월세가 싸고 전기 물 인터넷 전화(외국 및 장거리전화 제외)등의 utility 이용요금이 아주 싸거나 아예 없는 기숙사를 많이 이용한다.그러나 기숙사를 배정받으려면 신청후 3-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이 흠이다.미국에서 처음 생활하는 식구가 있는 가장 학생이나 교환연구원(또는 교수)은 우선순위지만 순위가 빠른 나도 6월20쯤 신청했지만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다 못해 미국에 도착한 다음날인 7월31일 덴버 북쪽,덴버와 보울더 사이에 있는 브룸필드(Broomfield) 아파트를 1년 계약했는데 입주한 뒤 1주일 후쯤 보울더 family house office로부터 8월15일에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
해외연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