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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모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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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에서 처음으로 뎅기열 집단 감염사례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번에는 뎅기모기와
뎅기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한 한국 자원봉사단 35명 중 8명이
뎅기열에 집단 감염됐다는 뉴스였는데, “우리나라도 더 이상 뎅기열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전문
가 분석도 함께 있었습니다. 다소 과장됐다는 생각입니다만, 메르스처럼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는 다
음 주자가 뎅기열이라고 하네요.


싱가폴은 최근 뎅기모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뎅기열을 옮기는 뎅기모기의 원산지(?) 중 하나로
꼽히는 말레이시아가 바로 위에 있는 만큼 뎅기모기를 잡는데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뎅기모기는 원래 6~10월 기승을 부리는데 이번 겨울에는 이상고온 여파로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예년
에는 27도 수준이였다고 합니다) 날이 많다보니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뎅기열 환자가 여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싱가폴 TV와 신문에는 새로 발병한 뎅기열 환자 숫자가 매일 집계되고(마치 한국에서 메르스 환자를
매일 집계했던 것처럼) 주택가 곳곳에는 ‘이 동네의 뎅기열 환자가 00명을 넘어섰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TV에선 뎅기열 보험상품 광고도 나오네요.



*싱가폴의 한 주택가에 ‘이 지역 뎅기열 환자가 60명을 넘어섰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특히 작년 12월 말 이후 매주 300명이 넘는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면서 정부 역시 “뎅기열 환자가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작년에만 2만5000여 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해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한데 이어, 수그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1월마저 환자가 더 늘어나자 당혹해 하는 모
습이 역력합니다. 싱가포르 신문에는 “2만4000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해 25명이 사망했던 2005년
이후 최악”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치사율이 1% 정도로 낮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1년 내내 모기와 함께 살아야 하는 열
대지방 특성상 이번 겨울철 뎅기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뎅기모기가 다른 모기와 다른 점은 주택가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며 낮에 활동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뎅기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배수구 근처 등 물이 고인 곳과 음식물 쓰레기, 정원의 물 웅덩이,
화분이나 화병의 고인 물 등이라고 합니다.


싱가폴 정부가 펼치는 모기와의 전쟁은 평소에도 장난이 아닙니다. 국립환경청(National Environment
Agency)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집집마다 방문해 모기 퇴치를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시도 때도 없
이 소위 ‘방구차’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독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집집마다 모기향과 모기약
을 나눠줍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에는 가정을 불시 방문해 음식물 쓰레기, 화분 밑, 정원 잔디밭, 싱크대
아래 등에 뎅기모기 유충이 있는지 체크하고 유충이 나오면 그 숫자대로 벌금을 물립니다. 저희 집에도
이달 들어 두 번이나 찾아 왔네요. 요즘은 소독차가 어찌나 많이 돌아다니는지 다른 벌레들도 싹 사라
졌습니다.


뎅기열은 아직까지 백신이 없기 때문에 예방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인 듯 합니다.
뎅기열 증상은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이 나고 그 열이 일주일 넘게 지속된다고 합니다. 근육통과 구토가
있고, 몸에 열꽃과 발진 등 증상을 나타납니다. 어머니가 최근 뎅기열을 앓았다는 한 싱가포리언 지인
은 어머니가 “출산의 고통이 며칠씩 이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한인회가 교민들에게 보낸 뎅기열 예방 이메일에는 “현재 백신이 개발되긴 했지만 아직 임상실험 단계
로 시판되지 않으니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돼 있습니다. 또 타이레놀과 파라세타몰 등이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 아스펜과 부르펜 등은 출혈 위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에 피하라고 합니다.


지금처럼 엘니뇨에 따른 이상고온이 계속 되면 40~50년 뒤에는 한국도 뎅기모기가 흔하게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 때면 뎅기열 백신이 개발돼 감기처럼 쉽게 넘길 수 있는 병이 될 것이란 생각에 크게 염려
되진 않지만 어쨌든 지구가 계속 병들어 가고 있다는 건 마음 씁쓸해 지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