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우리나라 곳곳에도 훌륭한 공공도서관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곳에 온 뒤로 가장 먼저 한 일 중에 하나가 도서관을 찾아가 회원 가입하는 일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약 900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 인구수가 3억3200만여 명에 이르니 인구 수에 비하면 적다고 볼 수도 있는 숫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에는 총 23곳의 공공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는 거주지 증명만 할 수 있다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비자 유무 등과 관계없이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해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거주지 증명은 집 계약서나 가스, 전기 요금 청구서 등으로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무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기본 3주간 50개의 아이템을 대출할 수 있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CD오디오북, DVD 등을 빌릴 수 있고, 물론 eBook과 e오디오북 등도 대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해당 아이템에 대해 예약 대기만 없다면 별다른 절차 없이도 3차례 자동으로 대출이 연장돼 최장 12주간 아이템을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서울 대표 공공도서관인 서울도서관에선 7권 15일, 한 차례 7일 연장되는 것과 비교할 땐 ‘이렇게 막 퍼줘도 되나’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대출 정책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게는 공공도서관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으로 자리잡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에선 주변 눈치볼 필요 없이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었고, 유아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마련돼 있어 마치 키즈클럽에 온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그뿐만 아니라 주말 오전 시간대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나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30분 안팎으로 무료로 제공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단비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미국에선 ‘캠프’라는 이름이 붙은 프로그램들이 생각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캠프도 사정이 비슷하다보니 도서관 무료 프로그램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나중에서야 절감하게 됐습니다.

선진국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약일 수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책과 도서관을 친근하게 받아들인 아이들이 각자 다른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들이 나타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서관 입구에 있던 동상 사진을 마지막으로 글을 줄입니다. 즐겁게 책을 읽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던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2025년 봄을 앞두고,
버지니아 타이슨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