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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야기 – 에도(江戶)와 야마노테(山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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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에서 온 지인을 안내해 도쿄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데, 그 지인이 문득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에도가 도대체 뭐야, 간판에도 보이고 지하철 이름에도 있는 것 같네. 에도시대라고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일본어를 몇 년 공부하거나 일본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관광객 입장으로 잠깐 일본을 찾은 이라면 궁금할 만도 하다.




일본 도쿄에서 연수 생활하다 보면 소위 ‘관광객(?)’을 적지 않게 받게 된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두어시간 남짓 거리이니 지인들이 자주 놀러 온다는 얘기다. 그런데 놀러 오면 ‘에디슨’이 빙의된 듯 참 여러가지를 물어본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일본에 몇 개월 살면 ‘일본 박사’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관광객의 계속되는 질문에 답을 하려면 일본 친구들에게 미리 물어봐 공부를 하거나 책을 찾아보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도쿄의 역사 등이 그렇다. 하기야 우리라고 서울 역사나 상황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동안 내가 관광객들로부터 받았던 질문을 중심으로 앞으로 일본에 연수 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도쿄 이야기’를 간단하게 써 보겠다.




서두에 나왔지만 ‘에도(江戶)’는 도쿄의 옛 이름이다. 서울로 치면 ‘한양’인 셈이다. 도쿄가 일본 최대의 도시이긴 하지만 역사는 길게 봐야 500여 년 밖에 안된다. 1200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京都)나 800여 년 역사의 후쿠오카(福岡) 등에 비하면 ‘젊은(?) 도시’인 셈이다.



 



에도는 조그만 어촌 마을에서 출발했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성의 성주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7세기 초에 ‘에도성’을 기반으로 막부를 여는 데 그게 바로 우리 귀에도 익숙한 ‘에도시대’의 시작이다. 에도는 이 때부터 일본 정치의 중심이 되고 그 후에는 오사카를 제치고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다. 1800년대 인구가 100만명으로 세계 도시 중 최대 수준이었다니 일찍부터 크긴 큰 도시였다. 하지만 아직 ‘수도’의 자리는 가져오지 못한다. 왜? 천황이 아직 교토에 살고 있었으니까. 천황이 쿄토에서 에도로 넘어온 것은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때이다. 이때 에도의 이름도 ‘동(東)쪽에 있는 쿄(京)’이라는 의미에서 ‘도쿄’로 바뀐다. 천황이 와서 살게 된 곳이 에도성이니 이게 지금의 황궁인 ‘코쿄(皇居)’로 도쿄 도심을 차로 지나가면 눈에 확 띈다. 여담이지만 교토 사람들 중에는 언젠가 천황이 다시 교토로 돌아와 자신들의 도시가 수도의 지위를 되찾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단다.



도쿄의 가장 큰 시련은 두번. 1923년 관동대지진과 2차 세계대전. 이 때 거의 중심부는 전파되다시피 했고 이후 재건됐다. 이게 대략적인 도쿄의 역사이다.



도쿄는 꽤 큰 도시이다. 우리가 보통 도쿄 도심만 생각하지만 ‘도쿄도(都)’라는 이름으로 여러 행정구역이 편입돼 있다. 서울의 ‘종로구’처럼 도쿄에 구(區)가 있는데 이게 23개나 된다. 시부야구, 미나토구, 치요타구 등이 이런 구역이다. 이외에도 미타카시 같은 시(市)가 20개 이상되고 서쪽 끝에는 2000m넘는 산이, 남쪽으로는 오가사하라제도나 이즈시치 도 같은 섬들도 있다.



도쿄가 넓긴 하지만 아무래도 핵심은 전철 야마노테선(山手線) 지역이다. 야마노테센은 서울로 치면 2호선 같은 순환선인데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 야마노테는 ‘산쪽 방면’이라는 뜻이다. 도쿄에서는 예전부터 시나가와나 타마치(야마노테센 역이 있는 지역) 등에 다른 곳보다 높은 언덕들이 있다는 의미에서 이 지역을 야마노테라고 불렀단다..



그런데 관광객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야마노테의 읽는 법이다. 특이 일본어 1~2년쯤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 특히 많이 묻는다. 왜 山手를 ‘야마테’가 아니라 ‘야마노테’라고 읽냐고∙∙∙. 미리 공부를 안 해두면 난감한 순간이다. 이럴 때는 일본어 공부하고 온 사람이 더 귀찮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배운 `일본어 읽기법’으로 보면 야마테가 적절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옛날부터 야마노테라고 읽었단다. 자기들이 그러기로 했다니 어쩌겠나, 우리는 따라야지. 그런데 우리만 헛갈린 게 아니었나 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도쿄에 들어온 미군들이 일본인들의 읽기 풍습을 모르고 山手線을 ‘야마테센(YMATE LINE)’으로 표기해 간판을 쫙 붙였단다. 우리 같으면 미군에게 표기법을 틀렸다고 바꿔달라고 할 텐데, 일본 사람들은 30여 년을 그냥 미군이 해준대로 야마테센으로 썼단다. 일본이 미국을 참 어려워하긴 어려워 했나보다. 뭐 하기야, 지금도 ‘역사문제’ 등에서 한국과 중국이 뭐라 하면 콧방귀도 안 뀌면서 미국의 한마디에 바짝 엎드리는 게 일본이지만. 하여튼 당시 야마노테센의 명칭을 두고 일본에서 일어났을 혼란이 상상이 된다. 당시 나이든 사람들은 옛 기억을 떠올려 야마노테센이라고 불렀을 것이고 미군이 주둔한 후에 자란 젊은이들은 야마테센이라고 말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