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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에서 서부여행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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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의 연수생들은 보통 방학을 이용해 서부 여행을 다녀온다. 며칠 만에 다녀올 수 없는 거리이기 때문에 어떤 연수생들은 여름 방학을 이용해 자동차로 30일 이상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우리처럼 봄 방학때 비행기와 차를 빌려 10일정도 서부를 관광하기도 한다. 동부와는 사뭇 다른 미국의 자연 환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선 총 예산을 설명하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10일간의 여행 총 경비는 5천 달러가 소요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공항(Charlotte)에서 비행기로 덴버(Denver)까지 이동한 뒤 덴버에서 차를 렌트하고(8일), 샌프란시스코까지 자동차 여행을 한 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다시 샬롯 공항(Charlotte)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왕복 비행기 가격은 1,600달러였고 렌트 430달러, 호텔 1,100달러 정도였다. 위의 비용을 제외하면 10일간의 여행 동안 하루에 200달러씩 식사와 그 외의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자동차 이동 경로는 우선 덴버의 로키마운틴 국립공원(Rocky Mt)을 거쳐 아치스 국립공원 (Arches), 모뉴멘트 밸리(Monument Valley),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이다. 자동차로 모두 2000마일(3000Km)를 달렸으며 기름 값만 300$이 들었다.

■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덴버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Rocky Mountain은 북아메리카의 등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로키 산맥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이다. 4000미터급 높은 산맥들과 빙하, 크고 작은 호수들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많은 곳을 여행해야 하는 연수생에게는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우리는 로키 국립공원 동쪽의 에스테스 공원(Estes Park)을 향했고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 코스가 이어지는 Bear Lake Road 를 중심으로 관광을 했다. 현재 공사중이라 도로 상태는 좋지 않지만 4월 초에 펼쳐지는 설경은 환상적이었다. Bear Lake Road의 끝에는 주차장이 있고 그 곳에서부터 Bear Lake를 중심으로 몇 개의 트레일 코스가 있는데 시간이 넉넉하고 날씨가 좋다면 꼭 해봐야하는 산행이다.
Rocky Mountain을 구경하려면 7-8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곳을 찾는 경우 Trail Ridge Road 를 타고 공원 동쪽에서 남서쪽까지 이어지는 절경을 꼭 감상하기 바란다. 또 덴버에서 2-3일 정도 머무를 경우 1시간 반 거리의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의 파익스 피크(Pike’s Peak)나 신의 동산 (Garden of God)도 주요 볼거리 중의 하나이다.

☞ 덴버에서 Grandjunction(숙소) 을 가는 길에 Glenwood Springs에 있는 세계 최대의 야외 온천 수영장을 들리는 것도 괜찮은 추억이다. 축구장만한 넓이의 온천 수영장인데 너무 넓어서 끝에 있는 사람이 안보일 정도였다. 물의 온도는 큰 온천 수영장의 경우 32-33도, Hot Pool의 경우 40-42도 정도이다. 야외에 있다보니 조그마한 벌레들이 물에 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후 늦게 가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다.( 4인가족 51$)

■ Arches National Park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인 장소중의 하나이다. 바람과 기온차 그리고 오랜 세월이 빚어낸 기묘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바로 Moab에 위치한 아치스 국립공원이다. 입장료 10$을 내고 공원입구에서 지도를 받아 공원 전체를 구경하는데 4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공원이 넓었다. 아마 트레일 코스를 탔다면 도시락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봐야 할 정도였다. 공원은 Window Section 과 Delicate Arch Area 그리고 Devils Garden 등 크게 3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이들은 Window Section을 가장 좋아했다. 우리 가족은 곳곳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고 경치를 구경했는데 나중에는 힘들어서 정말 꼭 봐야하는 곳은 그냥 차를 타고 가면서 구경만 했다. 효과적인 관광법은 차를 타고 제일 위쪽의 Devils Garden을 보고 내려오면서 Delicate Arch와 Window 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식을 준비해가고 Visitor Center에서 상영하는 15분짜리 동영상도 놓치지 말자.

■ Monument Valley
나바호 인디언들의 땅인 Monument Valley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적갈색 뷰트(Butte)라고 불리는 바위산과 메사(Mesa)라고 불리는 테이블 모양의 대지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나바호 국가(Navajo Nation)의 국립공원인데,
나바호 인디언의 슬픈 역사가 담겨져 있는 곳이다. 1860년대 인디언 섬멸작전이 진행됐을 당시 셔먼장군(Sherman)이 인디언들에게 3곳 중의 한 곳을 선택하라고 했는데 나바호 인디언들은 망설임 없이 조상때부터 내려오던 황무지 땅,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곳의 관광 포인트는 Valley 안의 17 Mile Loop Drive인데, 비포장 도로 28km를 차를 타고 가면서 장갑 모양의 바위산 (The Mittens)과 Three Sisters, Totem Pole 등 11곳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다. 성수기가 아닌 경우 2시간정도 소요된다. 해뜰때부터 해 질때까지 구경을 할 수 있다.
사실 이 곳의 또 다른 명소는 The View Hotel 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주고 예약을 했는데 전망 하나는 끝내주는 호텔이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도 환상적이다. 아침에 호텔방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웠는데 원성은 샀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이 호텔을 예약하지 않으면 공원 밖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점 호텔인 셈이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Premium View Room로 190$를 줬지만 3층짜리 호텔에서 1층을 배정받았다. General View Room도 166$ 인 점을 감안하면 굳히 돈을 더 많이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Grand Canyon
깊은 협곡안으로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은 말이 필요없는 서부 여행의 백미다. 그랜드캐년은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중앙의 협곡을 중심으로 남쪽(South Rim)과 북쪽(North Rim)으로 나뉘는데 남쪽에서 북쪽까지 직선거리는 6km지만 자동차를 이용해서 돌아간다면 350km나 된다고 한다. Monument Valley 방향에서 들어오다보면 East Rim 의 Desert View 를 만나게 된다. 이 곳 The Watchtower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압권이다. The Watchtower는 인디언의 유적을 재현한 것으로 1932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 곳에서 그랜드캐년 빌리지까지는 40km를 더 운전해야한다.
그랜드캐년의 관광포인트는 크게 3가지 정도 인 것 같다. 우선 비지터 센터를 방문해 그랜드캐년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인근의 Mather Point에서 겹겹이 이어진 계곡을 감상하는 것. 둘째, Hermit’s Rest 까지 이어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곳곳에서 내려 그랜드캐년의 신비로움을 감상하는 것. 마지막은 Bright Angel Trail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사실 그랜드 캐년은 Desert View와 Mather Point에서 감상했다면 아마 다른 전망대도 느낌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등산화와 배낭을 메고 대협곡의 중앙을 흐르는 콜로라도강까지 내려갈 수 있는 Bright Angel Trail을 걸어보는 것이 진정 그랜드캐년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Bright Angel Trail은 등산코스와는 반대로 먼저 내려갔다가 거꾸로 올라와야 하는 코스로 지그재그식으로 길이 있고 왕복하는데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긴 Trail 코스 이다. 일정시간동안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그랜드캐년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그랜드캐년 남쪽 출구로 나오면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비지터센터를 찾았다. Bright Angel Trail를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에 그랜드캐년을 소개하는 IMAX영화를 보았는데, (4인 가족 48$) 그랜드캐년을 탐험하는 당시를 재현하여 다양한 모습을 영상에 담아냈다. 30여분 상영된 영화는 박진감도 있고 스케일도 컸다. 그랜드캐년에서 2박을 할 예정이었으나 하루를 취소하고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 Sky Walk
2007년 문을 연 야외 투명 전망대이다. 그랜드캐년에서 라스베가스로 들어가는 길에 있으며(약 3시간 정도) U자 형태로 절벽 끝에서부터 공중으로 설치돼 있다. 이곳을 걷다보면 마치 1,200미터 상공에서 발 아래 절벽을 보며 걷는 듯한 짜림함을 느낄 수가 있다.

☞ Hoover Dam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위에 만들어진 도시 라스베가스는 후버 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30년대 미국에 경제 대공황이 닥치자 후버 대통령은 댐 건설을 시작해 1935년에 댐을 완성했다. 후버댐 덕분에 사막에 물과 전기가 공급되고 1941년에 라스베거스 스트립 지역(Strip)에 최초의 호텔이 생겨났다. 댐에 의해 생긴 인공호수인 미드 호(Mead Lake)는 인근 3개주 2,500만명에게 식수원과 공업용수가 되고 있고 댐에서 발생하는 전기의 5%가 라스베거스에 공급되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남동쪽으로 40분 거리에 위치에 있으며 입장료를 내지 않고 인근 다리위에서 댐을 감상할 수 있다.

■ Las Vegas
24시간 잠들지 않은 사막위에 세워진 도시, Las Vegas. 이곳에서는 테마 호텔 관광, 카지노, 뷔페식사, 쇼 등 4가지가 관광 포인트이다. 호텔과 쇼에 대해서만 느낀 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우선 라스베가스 지역은 4성급과 5성급 호텔도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한다. 꼭 알아야 할 점은 라스베가스는 무조건 평일에 숙박해야 가격이 싸다는 사실이다. 또 Strip 지역의 4성급 이상호텔은 Resort Fee 라는 것을 내야 한다. 호텔 서비스 요금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20$+TAX 이다. 특히 둘째날(금요일) 묶었던 Monte Carlo 호텔에서는 Priceline.com으로 비딩해서 107$에 예약을 했지만 2인 요금에만 해당한다며 자녀 1명당 30$의 추가비용을 내라고 했다. Resort Fee까지 합치면 180$가 넘는 금액인 셈이다. 슬기로운 지혜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라스베가스의 쇼는 많지만 크게 ‘O’ show 와 ‘KA’ show 를 볼 것을 권유하는데 우리 가족은 MGM 그랜호텔의 KA show 를 감상했다. 문화부에서 2년 정도 공연담당기자를 했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크고 무대장치가 뛰어난 쇼는 처음 봤다. 특히 무대를 하늘에 매달아 놓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전투 Scene은 압권이었다. ‘KA’ show 는 어린이 요금이 있는데 ‘O’ show 는 없어서 조금 비싸고, 좌석은 등급대로 가격이 정해졌다. 좋은 등급이 아니면 뒷 자리도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참고하시길…

☞ 17 Mile Drive
라스베가스에서 LA외곽을 거쳐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복잡한 해안선을 일주하는 도로가 바로 ‘17마일 드라이브’다. 몬테레이에 위치해있으며 페블비치 (Pebble Beach Golf Links)같은 유명 골프장이 10여곳이나 있다. 차 한 대당 입장료는 10$이며, 입구에서 주는 안내도를 참고해 17마일, 27km의 거리를 차로 천천히 달리면서 거대한 삼나무들과 바다 그리고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자.

■ San Francisco
캘리포니아 해변의 중앙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뽀쪽 튀어나온 반도의 끝에 있다. 혹독한 추위가 없어서 온난하고 쾌적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여행했을때도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하루 정도 밖에 시간이 없어서 Coit Memorial Tower 와 Lombard Street, Fisherman’s Wharf, Golden Gate Bridge, Sausalito 를 관광했다
먼저 Coit Memorial Tower는 소녀때 화재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코이트 부인이 기증한 원형탑으로 탑 꼭대기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샌프란시스코가 모두 내려다보인다. ( 4인 가족 21$) 바로 인근의 Lombard Street는 굽이굽이 커브가 이어지는 급경사 도로로 화단의 꽃과 하늘의 조화가 한폭의 그림같아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의 달동네가 훨씬 급경사인데…)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를 보기위해서 미국인 친구가 추천해대로 자전거를 빌려 금문교를 다녀왔다. (2시간 반/ 4인가족 70$) 사실 자전거로 다리를 건넌 뒤 소살리토에서 페리를 타고 다시 Fisherman’s Wharf 방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정코스인데 다리를 반만 보고 돌아왔다. (^^) 2시간 반도 우리 가족에게는 벅찬 시간이었다. 결국 나머지는 차로 금문교를 건너면서 구경했고 소살리토까지 다녀왔다. 만약 금문교만 보기위해 자전거를 빌린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금문교방향으로 가다보면 주차도 쉽고 자전거를 빌릴 곳도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정말 주의해야 할 점은 Parking이다. 시내에는 주차공간이 적고 Public Park 은 시간당 8$ 정도였으며, 1일 주차요금이 32$ 이었다. 이 곳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서는 주차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던 우리 가족은 주차장을 찾고 주차를 하는데 애를 먹었다. 다운타운에서는 주차를 잘못해서 75$짜리 티켓을 끊었고 (Towing 직전이었는데 만약 Towing 됐을 경우 500$을 내야 한다) Fisherman’s Wharf 와 Golden Gate Bridge를 구경하기 위해서 1일 주차요금을 냈다. Pier 39앞에 있는 공영주차장에서는 1시간은 무료라는 간판이 적혀 있었으니 주차시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샌프란시스코가 주차 딱지 벌금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

■ 아쉬웠던 점
덴버에서 차를 렌트하면서 Full Size Car로 2012년식 Ford를 빌렸지만 서부여행은 SUV 를 타고 다니는게 더 좋을 것 같다. 비포장도로가 있고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승용차보다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부여행을 한번 더 간다면 덴버로 가지 않고 라스베가스로 이동해 베이스캠프로 삼고 그랜드캐년과 인근 국립공원을 구경한 뒤 다시 라스베가스로 오는 일정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더, 자동차를 렌트할 때 보험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결론은 보험을 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안전운전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현재 미국의 내 차 보험으로도 거의 모든 것이 Cover가 되기 때문인데, 렌트카 사무실에서는 이것 저것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나중에는 차 키를 분실하거나 자동차가 펑크 났을 경우 응급조치를 도와주는 보험을 들으라고 하는데 AAA 카드를 보여주면서 필요없다고 했더니 다시는 보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참고하시길..

확실히 서부는 동부와는 사뭇 달랐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시차가 3시간이나 되니 얼마나 큰 땅인가 ? 축복받은 미국이었다.
동부로 연수를 오는 사람들은 미국의 동남부인 플로리다와 키웨스트, 동북부인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그리고 서부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3곳을 다 여행했더니 이제 귀국이 3개월 밖에 안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