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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소식-시행착오 줄이기(2)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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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기는 비학위 과정의 연수에 해당됩니다. 학위 과정과 달리 비학위 과정은 대부분 연수의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건 성공 못지않게 실패 또는 실수 확률이 높다는걸 뜻합니다.



학위 과정은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고 논문을 내야 하는 강제성 때문에 한눈 팔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비학위 과정은 그런게 없으니까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비학위 과정의 경우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어 연수를 진행시키라고 말합니다. 시간표는 크게는 반기별, 분기별 단위에서 작게는 월별, 주별 계획표로 구분됩니다. 이걸 미리 세워놓지 않으면 1년을 허송세월하게 됩니다.



저는 LG상남언론재단에 연수신청을 할 때 제출한 반기별, 분기별, 월별 계획표의 틀을 큰 수정없이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별 시간표인데 이걸 잘 짜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별 시간표를 만들 때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게 어려웠습니다. 하나는 영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초 계획된 연수 주제를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는 서로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지난 가을 학기에 저는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3과목을, ESL 2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대학 강의는 월요일과 수요일에, ESL은 화목에 정했습니다. 요일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월 수 : 오후 2시20분-3시35분 정책분석, 오후 3시55분-6시25분 탐사보도

화 목 : 오전 9시10분-10시25분 화술, 낮 12시-오후 1시반 작문, 오후 1시반-2시반 발음



시간표를 보면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은 시간이 비지만 결코 한가하지 않습니다. 강의를 들으려면 미리 책과 논문을 읽고 작문을 해야 합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는 애들을 차에 태워 도서관 강좌와 수영 강습에 데려다 줬습니다.



오전 7시반에 애들을 차에 태워 학교 데려다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서 저녁 9시까지 애들 숙제를 봐주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금요일이 되면 토요일 일요일까지 사흘을 조금 여유있게 지낸다 싶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번 봄학기는 조금 더 타이트하게 시간표를 만들었습니다.



월 수 : 오전 11시15분-오후 1시15분 회화, 오후 2시20분-3시35분 인터넷 정치

화 목 : 오전 10시55분-오후 12시10분 세계화와 정책분석, 오후 3시40분-6시10분 의회론, 오후 6시반-8시반 미국문화



미국 대학의 강의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주로 토론식이라 책과 논문을 읽어가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고 그만큼 강의를 듣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의 비는 시간과 금요일에서 일요일의 주말을 이용해 강의준비를 하면서 여기 저기 열리는 세미나와 컨퍼런스 참여하고 애들 숙제 봐주고 집안 일을 처리하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강의를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과목마다 하루에 미리 읽어가야 하는 책과 논문이 보통 100-150페이지 가량 되니까 일부만 읽거나 전혀 준비 못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말이나 연휴에 여행 다녀오고 골프치면 강의준비가 더 힘들어지고.



집안 일이 생기거나 몸이 피곤하면 시간표대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때로는 나태해서 강의를 빠지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 뭐라고 하지 않으니 크게 부담을 갖지 않죠.



그러나 가능한 시간표대로 움직이려 노력합니다. 조금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타이트하게 시간표를 만든 이유는 한없이 나태해지기 쉬운게 비학위 과정의 연수라 스스로를 긴장시키기 위해서입니다.